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고성호 지음 / 좋은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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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선전에서 지내는 현직 KOTRA 중국 주재원 고성호 저자가 생생하게 들려주는 10개의 중국 대표 테크 기업의 혁신과 생존 전략 고찰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이 책을 읽는 내내 중국 테크 기업의 기술력과 영향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 깜짝 놀랐습니다. 한수 아래로 낮춰보며 대륙의 실수로만 치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 중국 테크 기업은 놀라운 성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로봇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며 투숙 중인 호텔방으로 음식과 택배 배달을 해 주고, 식당에서는 실물 메뉴판 없이 QR코드로 주문해야 하고, 아무도 현금과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모바일 결제로만 이뤄지고, 새벽 배송이 아니라 30분에서 늦어도 1시간 내로 식자재가 배송됩니다.


원격 진료 앱을 통해 진단 및 처방약 구입까지 온라인으로 원스톱으로 가능하고, 택시 및 차량 호출은 원하는 차종별로 즉각 오고, 고속철은 KTX보다 쾌적하고 더 빠르고 자주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이미 중국은 한국보다 생활 측면에서 편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변화들 속에는 중국 민영 테크 기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은 반중정서로 외면한 사이 벌어진 중국 테크 기업의 행동 방식을 파악해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힌트를 얻고, 중국 테크 기업에 직간접 투자를 할 때 의사 결정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의 역할을 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10개 민영 테크 기업을 통해 중국에 대한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창업자, 발전 과정, 생존 전략, 위험 요인, 전망을 재중 한국인의 관점에서 들려주는데 객관적인 시선뿐만 아니라 생생한 경험이 더해져 읽는 맛이 무척 좋습니다.


중국 비즈니스계의 전설로 불릴 만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사회 인프라형 테크 기업입니다. 요즘은 마윈 지우기로 위기에 처한 알리바바이지만 중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을 내놓은 텐센트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게다가 모바일 결제의 90% 이상 점유율을 쥐고 있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도 있습니다. 이베이와의 혈투에서 승리하며 금융 플랫폼의 출발점이 된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에서 담당하는데, 핀테크 기업으로서 5년째 세계 1위를 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두 기업을 이해하는 건 중국 디지털 경제와 중국 기업 이해의 첫걸음이 됩니다.


기술 기반형 제조 테크 기업에는 최강의 가성비 대마왕 샤오미와 중국 대표 통신 장비 기업 화웨이가 있습니다. 샤오미 보조배터리, 체중계, 펜 등 샤오미 제품은 저도 알게 모르게 사용해왔더라고요. 하찮은 시절에서 거인으로 발돋움한 화웨이는 5G 통신장비 기술이 이미 삼성을 앞서도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시장점유율도 화웨이가 몇 배나 높습니다.


IT 기반형 생활·콘텐츠 테크 기업으로는 바이두, 바이트댄스, 메이퇀, 디디추싱을 다루고 있습니다. 구글의 카피캣으로 시작했지만 구글 퇴치 후 독점적 위치에 오르며 중국의 검색 대장이 된 바이두. 저자는 실생활에서 바이두로 검색한다는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조차 나오지 않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바이두는 검색 플랫폼이 아닌 광고로 운영되는 검색 서비스인 겁니다.


출퇴근 시간 틱톡 폐인을 양산한 틱톡은 바이트댄스의 글로벌 초히트 어플입니다. 내수용으로는 더우인으로 불리는 틱톡은 소름 돋을 만큼 무서운 AI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약 3,500개 이상의 AI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보다 훨씬 더 커버하는 배달 문화를 선보이는 메이퇀. 중국의 노란 물결 오토바이 부대입니다. 배민의 비즈니스 범위를 한참 초월한 메이퇀입니다. 우버를 집어삼킨 디디추싱도 있습니다. 빚으로 시작해 빚으로 운영하고 빚으로 유지되는 기업이라는 점이 약점이지만요.





IT 기반형 유통 테크 기업으로는 징동과 핀둬둬가 소개됩니다. 알리바바 전자상거래의 호적수가 된 징동은 올드하지만 정품 보장, 빠른 배송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중국 전자상거래 배송의 최강자로 불리는 징동물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이더라고요. 온라인 의료 서비스 및 의약품 판매를 하는 징동헬스도 효자 종목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서 호불호가 극과 극인 핀둬둬는 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입니다. 말도 안 되는 초저가에 제품을 날리는 공급상들의 악성 재고를 비교적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전략이 인상 깊습니다.


중국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테크 기업이지만 저마다 위기는 찾아옵니다. 신생 기업이 치고 올라와 영역을 빼앗기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신사업을 개발하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지만 중국은 정보가 적극 육성하고 장려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의 길들이기 전략도 강력하게 작동하지만요.


중국의 독특한 문화적 요인과 기술 혁신에 기반을 두고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 빅테크 기업의 생존 전략들을 통해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책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기업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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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 - 우리의 배낭처럼 가뿐하고 자유롭게
김미나 지음, 박문규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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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부부로 잘 알려진 김미나, 박문규 부부의 라이프 에세이 <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 2014년부터 무기한 세계여행 중입니다. 평생 원하는 곳에서 여행하며 재미나게 일하는 삶이라니, 꿈같은 일을 해내고 있는 분들이죠. 디지털 장비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하며 밥벌이하는 디지털 노마드. 공간의 자유가 곧 여유로운 삶의 모습으로 비치니 환상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여행은 생활이고, 여행 경비는 생활비입니다. 생활비는 노동을 해서 법니다. 어림짐작으로 보이는 것보다 현실은 역시 만만찮긴 합니다. <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아내는 글을 쓰고, 남편은 사진을 찍고, 함께 여행하며 사는 메밀꽃부부. 10년의 결혼생활 중 8년을 아이 없이, 집 없이, 차 없이, 회사 없이 여행하는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삶을 살고자 마음먹기까지 20대의 고통스러운 가난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직장살이를 하며 번 돈을 집에 보태느라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주말여행을 보상으로 삼아 간신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돈 버는 기계처럼 보낸 20대의 마지막 즈음에 세계여행의 꿈을 꾸었고, 가진 것이 없었기에 오히려 쉽게 정리하고 떠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른을 앞두고 시작한 세계여행은 이제 마흔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52개국을 여행했고 다행히 아직도 질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각자 배낭 하나에 자신의 모든 짐을 넣고 시작한 세계여행. 뺀다고 해도 처음엔 30kg였던 배낭이 노하우가 생기면서 이제는 각자 10kg씩 그 이상 늘리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살아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건이 아닌 경험과 추억으로 삶을 채워가며 간소하게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이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의 어려움은 당연히 있습니다. 얽매이지 않아 자유롭지만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밥벌이를 하지 못합니다. 모든 책임도 홀로 져야 합니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면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할 땐 항상 인터넷 속도를 체크해야 했고, 장소 불문하고 노트북을 켜야 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4대 보험 혜택도 없고, 매달 정기적인 수입도 없습니다. 막연한 환상만으로 덤벼들기엔 부담이 큽니다. 밥벌이는 현실이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번아웃이 오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에너지를 소진하기 일쑤입니다. 


메밀꽃부부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여행과 일,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삶이지만 힘들 때보다 좋을 때가 더 많으니 그들에겐 이 삶이 정답이 되었습니다. 너무 좋아 조금만 더 있어 볼까 하면서 연장하다 보니 한 달 살기가 되었다는 인도 우다이푸르 여행 이후 머무는 여행을 좀 더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는 1년을 살기도 했습니다. 여행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을 이어갑니다. 


11년 차 여행블로거로서 여행에 대한 가치관도 조금씩 변화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진짜 여행이다'라는 건 없다는 걸 깨닫는 여정입니다. 짧은 일정 동안 전투적으로 계획을 짜서 다녀오는 것도 여행이고, 패키지나 투어로 가성비 좋고 안전하게 다녀오는 것도 여행이듯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로 채우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돈이 없을 땐 최대한 저렴한 방법으로 시간을 들이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돈을 써서 시간을 아끼고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둘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 여행하는 삶을 살 줄 알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힌 이후 이제는 제주에서 머무는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멈췄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있으니 그들은 또 어디론가로 떠나겠지요. 모든 사람에게 디지털 노마드가 정답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가장 자연스러운 삶을 스스로 찾아내 실천하고 있는 메밀꽃부부의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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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 - 하버드대학 최고의 디지털 금융 강의
마리온 라부.니콜라스 데프렌스 지음, 강성호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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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 경제학과 최고 인기 강사이자 도이치뱅크의 매크로 전략가 마리온 라부와 플랫폼 벤처를 설립해 성공시킨 실전 기업가 니콜라스 데프렌스의 날카로운 분석과 실전 경험이 결합한 책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 (원제 Democratizing Finance)>. 전통적인 금융서비스가 핀테크 혁명을 통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지 핀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봅니다.


전통 금융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 21세기에 등장한 혁신적인 금융 기술 핀테크. 그동안 우리는 모바일 뱅킹, P2P 대출, 암호화폐, 자산관리 앱 등에 서서히 익숙해진 상태입니다. 코로나19로 손으로 직접 주고받는 걸 우려하며 현금 대신 비대면 결제를 선호하던 업소를 경험해 보기도 했었고요. 팬데믹은 혁신적 기술의 등장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었고 핀테크 기술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습니다.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학명>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입한 핀테크의 현재를 짚어주는데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금융접근성이 괜찮은 나라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핀테크 분야의 성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높은 나라도 많았습니다. 중국은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어 현금에서 바로 전자결제 플랫폼 사용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기존에 금융 인프라가 부족했던 개도국 역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자 전통적인 은행을 뛰어넘어 바로 차세대 디지털 금융서비스로 이동 중입니다. 선진국보다 아프리카가 오히려 간편결제 기술에서는 선두 국가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현금 대신 간편결제 앱을 사용하자 탈세가 근절된 케냐처럼 핀테크의 성장은 경제성장 및 공공행정 등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금융산업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으로 비대면 온라인으로 투자 자문 서비스를 하는 로보어드바이저도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에 묶여 저축은 감소하고 집값은 치솟은 상황에서 이전세대와는 다른 경제적 상황 속에서 사회로 진출한 MZ 세대. 금융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 서브프라임 세대가 된 겁니다. 그렇다 보니 고액 자산가를 위한 영역이었던 전통적인 금융 대신 보편화하고 대중화된 로보어드바이저처럼 MZ 세대는 핀테크 및 디지털 솔루션에 의존합니다. 저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유망한 미래를 점치고 있습니다.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에 금융 서비스 민주화,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 될 거라고 합니다.





디지털화된 정부의 모습도 짚어줍니다. 2022년부터 두바이의 공공기관에는 종이 문서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신분증인 e-레지던시를 최초로 발급해 디지털 정부 전환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세계적인 기술 중심지로 디지털화에 앞장서는 싱가포르도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임금 격차로 불평등은 심화됩니다. 반면 금융이 발전하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에서는 핀테크를 통한 금융포용을 달성한 국가를 살펴보며 긍정적인 면과 그 한계를 하나씩 짚어봅니다.


더불어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세계입니다. 핀테크 덕분에 페이 결제가 익숙해져 있습니다. 신용카드조차 실물이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현금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을 갖춘 국가였던 인도는 온라인 신원 확인 시스템이 도입되자 모바일 결제도 가능해지면서 금융 혁신을 실행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결제 플랫폼도 출시했습니다. 이처럼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핀테크 활용에 대한 국가별 사례와 성공적인 핀테크 생태계를 위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핀테크 기술 중 가장 주목받는 암호화폐도 빠질 수 없습니다. 아직 극복해야 할 기술적, 경제적 장애 요인이 있지만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이 미래 금융 대혁명의 바탕이 될 거라고 합니다.


디지털 금융 민주화를 위한 핀테크 활용법을 이야기한 <부를 재편하는 금융 대혁명>.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금융이 앞으로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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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x 키미앤일이 썸머 에디션)
김민철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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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작가의 친필 편지 인쇄본이 수록된 김민철 × 키미앤일이 썸머 에디션으로 만나는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여행의 기록을 담은 『모든 요일의 여행』, 카피라이터의 일상을 기록한 『모든 요일의 기록』에 이어 팬데믹으로 여행이 사라진 시간에 우리가 그리워했던 여행의 순간들로 이끈 여행 에세이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하늘길이 막혀 여행을 도둑맞은 기분이 들었을 때 김민철 저자가 한 일은 편지를 쓰는 거였습니다. 편지라면 그때의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우리의 여행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편지이기에 수신인이 있는 글입니다. 여행의 순간을 기억할 때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일 겁니다. 그런데 첫 편지는 독특합니다. 만난 적 없는 누군가에게 씁니다.


'주소를 남겨주시면 샌프란시스코에서 편지를 보낼게요.'라는 손 편지 프로젝트를 갑작스레 연 탓에 여행을 하는 틈틈이 편지를 쓰게 된 겁니다. 그 편지에는 좀 전에 경험한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다 결국 일정상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를 달린 날입니다. 쨍한 날씨에 빨간 금문교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안개 자욱한 금문교의 모습을 어디서 또 보겠냐며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풍경 속에 갇혀 있다가"라는 문장처럼 여행자는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매 순간 개입하는 우연을 행복으로 전환시키는 여행자의 마음. 어쩌면 여행이기에 일상에서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불행이 조금씩 쌓여갈 때 이 편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이 와닿습니다.





편지를 읽으며 저자의 취향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도 합니다. 며칠 만에 겨우 한 대 오는 극악한 시골로도 가뿐하게 떠나는 용기를 가졌습니다. 책 속 한 문장 때문에 훌쩍 떠나기도 합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파니니 만드는 할아버지를 찾아 시칠리아로 떠나기도 했습니다. 여행 준비 자체를 즐기는 성향이라지만 아무 준비 없이 훅 떠나기도 합니다. 도쿄 여행 중에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곳이라는 것만 알고 무작정 갔던 가마쿠라에서 희열을 맛보기도 합니다. 그 뜻밖의 감동을 남편이 된 오빠에게 편지로 남깁니다.


지미인지 제이미인지 제임스였는지 이름은 가물거리지만 여행지에서 도움을 주느라 고생했던 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전작 『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등장했던 인물을 편지를 통해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네이버의 '세상의 모든 지식' 등의 카피들을 써온 김민철 저자는 박웅현 팀장에게 여행지를 추천해 주기도 하면서 여행의 경험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맛난 음식을 먹은 날, 당황스러운 일을 겪은 날, 좋은 걸 본 날, 도움을 받은 날 등 그때 그 순간을 함께 했거나 그 감정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기억 속의 여행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김민철의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사진첩을 재빨리 스크롤해서 오늘 기분에 가장 필요한 사진 한 장을 알약처럼 복용해요. 마치 그 사진을 복용하고 나면 그 사진 속 행복한 순간에 나를 고정시켜놓을 수 있을 것처럼."이란 문장처럼 저마다의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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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원칙 - CEO라면 누구나 요구하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류랑도 지음 / 트로이목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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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도 중견기업도 일 잘하는 기업들이 준수하는 원칙을 집대성한 책 <일의 원칙>. 성과창출 전문가 류랑도 박사의 성과코칭 25주년 기념 도서입니다. 공급자 중심의 내부만족의 성장시대에서 이제는 소비자 중심의 고객만족의 성숙시대에 이르른 오늘날. 고객의 니즈와 원츠를 잘 아는 실무자가 일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류랑도 박사는 무엇을 언제까지 수행하여, 고객이 기대하는 성과물을 어떤 인과적인 달성 전략과 실행 계획을 실행하여 달성할 것인지가 성숙시대에 필요한 일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단계마다 성과 평가하고 피드백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상사에서 리더의 역할로 혁신해야 하고, 실무자는 부하직원에서 성과책임자로 변모해야 합니다.


<일의 원칙>은 원칙에 맞게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일과 성과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의 본질을 먼저 짚어줍니다. 일의 본질은 고객이 원하는 성과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 책의 실천 편에 등장하는 내용들은 모두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과의 개념에 대해서도 기존에 알고 있던 실적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실적은 실행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노력한 행위결과물입니다. 하지만 고객이 기대하는 결과물인 목표를 달성한 상태는 성과입니다. 여기서 고객은 통상적인 소비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결과물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는 사람을 뜻하기에 상위리더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어떤 일을 열심히 일한 결과가 실적이라면, 제대로 일한 결과는 성과인 겁니다.





실전 편에서는 목표, 전략, 실행, 평가, 역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을 하기 전, 중, 후에 걸맞은 원칙을 실행하는 데 필요합니다. 목표를 세울 때도 조직에 속해 있는 구성원이라면 조직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합니다. 실행하는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일을 시킨 사람, 목표달성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는 고객의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직장에서의 목표는 일반적인 개인적 목표와는 다름을 명확히 깨닫게 됩니다. <일의 원칙>에서는 일의 방향이 잘 드러나면서 전략적 실행이 가능한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목표를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타깃공략하는 전략, 그 전략을 실행으로 옮기는 실행 계획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실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기획한 대로 실행된 경우가 드문 경험도 많을 겁니다. 기획하고 계획한 내용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팁과 함께 실무자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리더의 역할에 대해 소개합니다. 일이 끝나고 나면 평가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조직의 가장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준인 평가. 그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가가 아니라 목표와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어 목표한 성과가 창출되었는가가 평가의 핵심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에서 필요한 직장인의 역량은 무엇일까요. 직장에서 역량을 잘 발휘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성과를 창출한다는 의미입니다.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체질화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1회성이 아니라 각 단계별로 역량 수준을 진단해 반복적인 숙련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직무 지식력인 능력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자격요건이라면 역량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자격요건이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일의 원칙>에서는 체질화되어야 할 역량에 대해 하나씩 짚어줍니다. 일은 실무자와 상위리더, 동료들과 원칙을 나누는 관계 속에서 이뤄집니다. 권한위임, 성과코칭, 협업을 통해 성과창출이 가능해지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읽는 내내 직장인뿐만 아니라 취준생들도 꼭 읽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왜 직장에 들어가는지 등 올바른 직업 가치관과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조언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단순 실적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사고방식을 들려주는 <일의 원칙>은 커리어 성장에 도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가치관 성립에 영향을 끼칩니다. 능동적으로 일하면 '일'이고, 수동적으로 일하면 '노동'이라고 합니다.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행동을 제대로 배운다면 자기주도적으로 일을 해나가면서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나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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