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작가의 친필 편지 인쇄본이 수록된 김민철 × 키미앤일이 썸머 에디션으로 만나는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여행의 기록을 담은 『모든 요일의 여행』, 카피라이터의 일상을 기록한 『모든 요일의 기록』에 이어 팬데믹으로 여행이 사라진 시간에 우리가 그리워했던 여행의 순간들로 이끈 여행 에세이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하늘길이 막혀 여행을 도둑맞은 기분이 들었을 때 김민철 저자가 한 일은 편지를 쓰는 거였습니다. 편지라면 그때의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며 우리의 여행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고 합니다. 편지이기에 수신인이 있는 글입니다. 여행의 순간을 기억할 때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일 겁니다. 그런데 첫 편지는 독특합니다. 만난 적 없는 누군가에게 씁니다.
'주소를 남겨주시면 샌프란시스코에서 편지를 보낼게요.'라는 손 편지 프로젝트를 갑작스레 연 탓에 여행을 하는 틈틈이 편지를 쓰게 된 겁니다. 그 편지에는 좀 전에 경험한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다 결국 일정상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를 달린 날입니다. 쨍한 날씨에 빨간 금문교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안개 자욱한 금문교의 모습을 어디서 또 보겠냐며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풍경 속에 갇혀 있다가"라는 문장처럼 여행자는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는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매 순간 개입하는 우연을 행복으로 전환시키는 여행자의 마음. 어쩌면 여행이기에 일상에서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불행이 조금씩 쌓여갈 때 이 편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이 와닿습니다.
편지를 읽으며 저자의 취향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도 합니다. 며칠 만에 겨우 한 대 오는 극악한 시골로도 가뿐하게 떠나는 용기를 가졌습니다. 책 속 한 문장 때문에 훌쩍 떠나기도 합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파니니 만드는 할아버지를 찾아 시칠리아로 떠나기도 했습니다. 여행 준비 자체를 즐기는 성향이라지만 아무 준비 없이 훅 떠나기도 합니다. 도쿄 여행 중에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곳이라는 것만 알고 무작정 갔던 가마쿠라에서 희열을 맛보기도 합니다. 그 뜻밖의 감동을 남편이 된 오빠에게 편지로 남깁니다.
지미인지 제이미인지 제임스였는지 이름은 가물거리지만 여행지에서 도움을 주느라 고생했던 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전작 『모든 요일의 여행』에서 등장했던 인물을 편지를 통해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네이버의 '세상의 모든 지식' 등의 카피들을 써온 김민철 저자는 박웅현 팀장에게 여행지를 추천해 주기도 하면서 여행의 경험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합니다.
맛난 음식을 먹은 날, 당황스러운 일을 겪은 날, 좋은 걸 본 날, 도움을 받은 날 등 그때 그 순간을 함께 했거나 그 감정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기억 속의 여행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김민철의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사진첩을 재빨리 스크롤해서 오늘 기분에 가장 필요한 사진 한 장을 알약처럼 복용해요. 마치 그 사진을 복용하고 나면 그 사진 속 행복한 순간에 나를 고정시켜놓을 수 있을 것처럼."이란 문장처럼 저마다의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