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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 - 우리의 배낭처럼 가뿐하고 자유롭게
김미나 지음, 박문규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7월
평점 :
메밀꽃부부로 잘 알려진 김미나, 박문규 부부의 라이프 에세이 <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 2014년부터 무기한 세계여행 중입니다. 평생 원하는 곳에서 여행하며 재미나게 일하는 삶이라니, 꿈같은 일을 해내고 있는 분들이죠. 디지털 장비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하며 밥벌이하는 디지털 노마드. 공간의 자유가 곧 여유로운 삶의 모습으로 비치니 환상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여행은 생활이고, 여행 경비는 생활비입니다. 생활비는 노동을 해서 법니다. 어림짐작으로 보이는 것보다 현실은 역시 만만찮긴 합니다. <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아내는 글을 쓰고, 남편은 사진을 찍고, 함께 여행하며 사는 메밀꽃부부. 10년의 결혼생활 중 8년을 아이 없이, 집 없이, 차 없이, 회사 없이 여행하는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삶을 살고자 마음먹기까지 20대의 고통스러운 가난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직장살이를 하며 번 돈을 집에 보태느라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주말여행을 보상으로 삼아 간신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돈 버는 기계처럼 보낸 20대의 마지막 즈음에 세계여행의 꿈을 꾸었고, 가진 것이 없었기에 오히려 쉽게 정리하고 떠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른을 앞두고 시작한 세계여행은 이제 마흔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52개국을 여행했고 다행히 아직도 질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각자 배낭 하나에 자신의 모든 짐을 넣고 시작한 세계여행. 뺀다고 해도 처음엔 30kg였던 배낭이 노하우가 생기면서 이제는 각자 10kg씩 그 이상 늘리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살아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건이 아닌 경험과 추억으로 삶을 채워가며 간소하게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이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 그간의 여정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의 어려움은 당연히 있습니다. 얽매이지 않아 자유롭지만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밥벌이를 하지 못합니다. 모든 책임도 홀로 져야 합니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면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할 땐 항상 인터넷 속도를 체크해야 했고, 장소 불문하고 노트북을 켜야 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4대 보험 혜택도 없고, 매달 정기적인 수입도 없습니다. 막연한 환상만으로 덤벼들기엔 부담이 큽니다. 밥벌이는 현실이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번아웃이 오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에너지를 소진하기 일쑤입니다.
메밀꽃부부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여행과 일,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삶이지만 힘들 때보다 좋을 때가 더 많으니 그들에겐 이 삶이 정답이 되었습니다. 너무 좋아 조금만 더 있어 볼까 하면서 연장하다 보니 한 달 살기가 되었다는 인도 우다이푸르 여행 이후 머무는 여행을 좀 더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터키 안탈리아에서는 1년을 살기도 했습니다. 여행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을 이어갑니다.
11년 차 여행블로거로서 여행에 대한 가치관도 조금씩 변화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진짜 여행이다'라는 건 없다는 걸 깨닫는 여정입니다. 짧은 일정 동안 전투적으로 계획을 짜서 다녀오는 것도 여행이고, 패키지나 투어로 가성비 좋고 안전하게 다녀오는 것도 여행이듯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로 채우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돈이 없을 땐 최대한 저렴한 방법으로 시간을 들이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돈을 써서 시간을 아끼고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둘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 여행하는 삶을 살 줄 알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힌 이후 이제는 제주에서 머무는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멈췄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있으니 그들은 또 어디론가로 떠나겠지요. 모든 사람에게 디지털 노마드가 정답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가장 자연스러운 삶을 스스로 찾아내 실천하고 있는 메밀꽃부부의 행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