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 귀신부터 저승사자까지, 초자연현상을 물리치는 괴심 파괴 화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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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이자 SF 소설가 곽재식의 과학적 상상력과 과학 지식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평소 괴물 이야기를 자주 했고 <한국 괴물 백과>라는 책까지 쓴 이력 덕분에 MBC <심야괴담회>에 출연하기도 한 그는 무서운 이야기, 도시 전설, 괴담을 과학적으로 해설하며 일명 괴심 파괴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요.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에서 무서운 이야기 속에 담긴 공포의 절박함을 과학 기술의 힘으로 해결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만델라 효과라고 알려진 기억 오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실제와 다른 내용을 사실이라고 잘못 기억하는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봄날은 간다> 명대사 "라면 먹고 갈래요?"의 실제 대사는 "라면 먹을래요?"이고, <친구> 명대사 "내가 니 시다바리가?"는 "내는? 내는 니 시다바리가?"라고 합니다. <터미네이터 2> 결말에서 엄지손가락을 들고 용광로에 들어가면서 "I'll be back"이라는 명대사를 했다고 우리는 알고 있지만 사실 그 장면에선 그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이처럼 거짓 기억, 오기억이 실제 머릿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만델라의 사망일을 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다 해서 이와 같은 현상을 만델라 효과라고 부릅니다. 기억이란 결코 바뀔 수 없는 명확한 기록이 아니라 뇌에 남아 있는 전기 작용과 화학 반응의 결과라고 합니다. 해마에 기억이 남겨지는 화학 반응이 어떤 이유로 차단되면 기억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술 많이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것처럼 말이죠. 현실적으로 무서운 건 환청이 들리거나 망상을 품게 되는 조현병 증상 같은 것이 있습니다. 뇌의 일부 기능이 오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엉뚱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차단시키는 데 도움 주는 치료제가 나와 있다니 회복할 기회가 있습니다.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저도 20대 때 한 번 겪었는데요. 누워있는데 앞에는 검은 사람 형체가 있고 몸은 못 움직이겠고 소름이 돋더라고요. 잠자는 동안 몸이 이상하게 마비되는 현상이라고 해서 수면마비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것은 렘수면과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렘수면 중에는 뇌가 몸을 뜻대로 움직이는 능력이 차단된다고 해요.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는 상황에 접어들면, 잠에서 깨어났다는 느낌 때문에 현실처럼 생생히 느끼게 되지만 뇌의 다른 능력은 아직 깨어나기 전인 상태여서 몸은 안 움직이지는 거죠. 생생하고 분명하게 유령을 보았고 기억한다고 믿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더불어 우연한 모양에 불과한 것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파레이돌리아 현상도 있습니다. 기분 좋은 창의적인 형태로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형태로 나아가면 오싹하지요. 대체로 사람 형상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사람이 사회적 동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해설이 인상 깊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빠르게 느끼고 함께 잘 어울리고 협동하며 번성하는 사람이기에 사람의 모습을 잘 알아볼 수 있게 진화했고, 어렴풋한 모양에도 사람 비슷한 것이 있으면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다고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카메라에 찍힌 유령, 흉가의 비밀, 악령 들린 인형 등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들도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괴심 파괴라는 우스갯소리로 넘길 게 아니라 그 안에는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 해결 방법이 있기도 해서 단순히 괴담으로만 남겨둘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어떤 괴담은 의도적인 속임수로 밝혀지기도 했고, 어떤 것은 간단한 장난으로 시작되었다가 수많은 사람이 진지하게 받아들여버린 상황에 이르른 것도 있었습니다. 곽재식 저자는 무서운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 이야기가 탄생한 배경을 들여다보면 공포감에 자리 잡고 있던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이 드러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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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 감옥 안에서 열린 아주 특별한 철학 수업
앤디 웨스트 지음, 박설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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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이면 나는 난생처음 감옥에 가게 된다.”


영국 철학재단에서 일하는 앤디 웨스트. 2016년부터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저자 개인 사정이 남다릅니다. 아버지, 형, 삼촌이 수감 생활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공개적인 글에 밝힌 건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재소자들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교도소 철학 수업을 제안받은 겁니다. 


<라이프 인사이드 (원제 The Life Inside)>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가 아니라 감옥 안에서 자유, 용서, 욕망, 인종 차별 등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재소자들은 때때로 번득이는 발상을 펼쳐 보이며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열린 시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죗값을 치르는 수감자라는 선입견이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형과는 돈독한 우애를 나누고 있는 저자입니다. 형이 교도소를 들락날락할 때마다 자신은 바깥에서 행복한 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짙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형이 감옥에 있는데 이딴 게 뭐가 중요하지? 하며 공허한 기분이 들기 일쑤입니다. 사회적 낙인을 찍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엔 아무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아버지와 형의 수감 생활은 대물림된 죄의식으로 나타납니다. 그와 함께 교도소 철학 수업을 하면서 교도소라는 환경과 수감자들이 그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갱생을 위한 철학 수업이라는 큰 목표가 있지만 더불어 그의 머릿속 사형집행인을 마주하고 치유해가는 여정을 함께 보여줍니다. 


수업은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으로 끌어나갑니다. 첫 수업 주제가 '자유'였는데 자유라는 방대한 키워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신화를 가져옵니다.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해역을 지나갈 때 유혹의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선원들에게 밀랍으로 귀를 막게 했고, 자신은 돛대에 묶었습니다. 하지만 한 선원이 밀랍을 빼고 노래를 듣곤 바다에 몸을 던지게 됩니다. 여기서 귀를 밀랍으로 막은 선원, 오디세우스, 귀에서 밀랍을 뺀 선원 중 누가 가장 자유로울까라는 질문을 던진 겁니다. 





수감자들의 답변이 흥미롭습니다. 그중 특히 인상 깊은 대답은 귀를 밀랍으로 막은 선원이 자유롭다고 꼽으며 자신에겐 바깥사람들한테 없는, 선택으로부터의 자유가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밖에선 문제에 휘말릴 일이 너무 많다며 오히려 선택권이 없는 게 자유롭게 느껴진다는 거였죠. 이처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저마다 개성이 넘칩니다. 입을 열 때마다 제발 말을 끊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형이상학적인 말을 내뱉는 이도 있고, 올 때마다 다음 주에는 못 올 거라는 말을 던지면서도 계속 나오는 이도 있고, 무료해 하는 이도 있고... 


철학 수업이지만 수업 그 자체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저자의 일상과 수업 전후에 생기는 에피소드가 풍성합니다. 유머 감각까지 예사롭지 않은 저자 덕분에 읽는 맛이 좋았습니다. 질문을 던지면 재소자들이 서로 한 마디씩 툭툭 던지며 (때로는 샛길로 빠지기도 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생각을 나눌 뿐입니다. 한 줄 정답을 찾고자 하는 성격이라면 열린 철학 방식이 오히려 어렵거나 낯설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감옥에서의 철학 수업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떨쳐낼 수 있을까요. 수치심에 짓눌려 말도 하지 않던 재소자가 결국 자신의 삶에 다른 것들을 위한 공간을 허락하는 걸 보며 그 역시 공간을 허락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만성적 자기의심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참고할 만한 본보기가 되는 사례입니다. 


감옥 안 철학 수업. 굳이 왜 철학을 배울까요. 어느 재소자도 도대체 철학이라는 게 뭐에 써먹는 건지 물었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이후 다른 재소자로부터 들을 수 있습니다. “철학이 맘에 들어요. 내게도 정신이 있다는 걸 일깨워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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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지구 -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데이브 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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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농약과 비료 문제로 인한 지구 황폐화 위기의식이 제기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지구 환경은 더욱 악화되어왔습니다. 해마다 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거의 모든 작은 동물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곤충들의 생태와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곤충학자 데이브 굴슨은 <침묵의 지구>에서 곤충의 세계, 진화사, 중요성, 그들이 처한 위협을 살펴봅니다. 곤충 세계의 멸망이 초래할 수 있는 인간 문명의 몰락에 대한 위기를 이해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 생명이 가득한 지구를 가꿔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줍니다. 


곤충은 주로 해충, 성가신 존재, 짜증 나는 존재들로 바라본 게 사실입니다. 특히 집으로 침입하는 곤충이라면 말이죠. 불청객으로서의 곤충, 사라져도 괜찮은 곤충으로 바라봤을 겁니다. 하지만 먹이사슬에서 곤충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의 작물을 수정시키고, 배설물과 낙엽과 사체를 재순환하게 만들고, 토질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해충을 방제하는 곤충들의 감소는 결국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셈이라고 짚어줍니다. 


이처럼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곤충 감소가 끼치는 악영향은 무척 많습니다. 데이브 굴슨은 우리가 놓치는 부분도 알려줍니다. 곤충의 경이로움에 대해 순수하게 접근해 보면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 지구에 있을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존재 가치를 인간 중심적으로 따지기보다 지구를 함께하는 동료 여행자로서 도덕적 의무를 생각해 보자고 합니다. 


"곤충이 없다면 세상은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 침묵의 지구


지난 50년 동안 지구의 야생생물 풍부도는 대폭 감소했습니다. 예전에 흔했던 많은 종들은 이제 희귀해졌습니다. 부모 세대에서 흔히 봤던 곤충들을 아이들 세대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꿀벌 감소에 대한 기사가 잊을 만하면 등장하지만 사실상 우리 대다수가 곤충의 감소 속도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벌과 나비가 예전만큼 보이지는 않는다는 느낌 정도뿐입니다. 미래 세대는 무엇이 사라졌는지 알지도 못할 겁니다. 





곤충 감소의 원인은 서식지 파괴, 농약 폐해,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고, 지역에 따라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침묵의 지구>에서는 무엇이 곤충 감소를 일으키는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까요.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으로 농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게 되었지만, 더 강력한 새로운 종류의 살충제는 끊임없이 등장했습니다. 살충제를 입힌 씨를 뿌린 경우 그 살충제가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 결과를 알면 경악스럽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화학 물질이 끼치는 위험 평가를 새 농약을 승인하는 단계에서는 의무화하지 않는 점을 짚어줍니다. 새로운 농약들은 계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다루는 악명 높은 살충제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곤충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복합적으로 미묘한 효과를 내는 사례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자연에 가하는 화학적 공격의 위험성에 대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습니다. 


현대 세계에서 곤충이 직면한 온갖 스트레스 요인을 들려주는 <침묵의 지구>. 추리소설보다 더 복잡하게 상호 작용하는 다수의 요인들이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곤충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그저 그 곤충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생태계의 회복력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행히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는 있습니다. 빨리 번식할 수 있는 곤충 생태상 아직 회복할 기회가 있으니까요. 곤충의 회복은 다른 동물 집단들의 회복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서 환경친화적이고 생명이 가득한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실 이런 세계적인 현안 앞에서 개인은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연결된 농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곤충의 감소는 지구의 허약한 먹이그물이 찢어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입니다. 저자는 대중에서부터 농민, 식품 유통업자, 정책 결정자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힘이 필요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효과 있는 사례를 중점적으로 소개합니다. 외면하는 대신 모두가 저마다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참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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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란
류서재 지음 / 화리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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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 이하응이 그린 난초, 석파란. 류서재 작가의 <석파란>은 흥선대원군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입니다. 황금펜 영상문학상 수상작,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작, 고대문학신예작가상 수상작으로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에서 접한 흥선대원군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결을 만나는 시간이 될 겁니다. 


부제 '방안에서 천하는 본다'는 것은 왕족으로 살면서도 숨죽인 채 머리를 숙이고 살아야 했던 철종 시대 흥선군이 굳게 닫힌 방안에서 천하를 바라보며 난을 치고 있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흥선대원군은 실제 조선 말기 대표 문인화가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추사 김정희로부터 난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흥선군의 호 석파를 따서 그의 난초 그림을 석파란이라 부릅니다. <석파란>을 읽으며 정치적 삶에 가려져 알지 못했던 문인화 이하응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석파란 11점의 그림과 함께하니 방안에서 난을 치는 흥선군의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당시 조선은 김병학을 중심으로 한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극에 달했고 동학, 서학, 성리학 삼파전의 양상으로 들썩이던 때였습니다. 소설 <석파란>에서는 동학 창시자 최제우, 프랑스 선교사를 통해 민중의 시선을 드러내는 한편 일본의 신문물을 경험한 김옥균, 권력의 배경으로 변질된 서원의 선비, 뒷방 신세가 된 조대비를 등장시키며 복잡한 조선의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상갓집 개라는 소리를 들으며 파락호 생활을 하던 흥선군 이하응이 둘째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까지의 상황을 다룬 소설 <석파란>. 서원 철폐 및 쇄국 정책을 펼친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행보의 근거를 이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건 고종의 형이자 흥선군의 장자인 이재면과 훗날 명성황후가 될 민자영의 인연이 허구적 사건으로 펼쳐진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이 소설은 인물관계를 제외한 사건들은 모두 허구이지만, 역사적 사실 위에서 흘러가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즐거운 상상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단조롭고 단순하지만 다른 색깔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의 독특함이 담겨 있는, 먹물의 농담만으로 색을 만드는 묵란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묵란을 치는 흥선군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들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맹물을 묻힌 붓으로 방바닥에 못다 한 말을 적어 내려가는 이하응의 장면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설정이라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이하응에게 묵란은 그림 이상의 것이었고 유일한 탈출구였다." - 석파란 


겉으론 방안에서 묵란이나 치는 사람으로 보일 뿐이었지만 수천 장의 그림을 그리며 그가 품은 이상을 고뇌한 흔적들의 세월을 보여준 소설 <석파란>. 우회적인 화법을 펼치는 권력자들의 말싸움, 꼰대들을 향한 MZ 세대의 거침없는 발언과 같은 당시 젊은 유생들의 토론 현장 등 뜻밖의 재미가 곳곳에 담겨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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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이탈리아 - 최고의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3~’24 프렌즈 Friends
황현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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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하면 유명 관광지와 대표 랜드마크가 숱하게 떠오르지만 정작 제 취향과는 살짝 먼 곳이 이탈리아였는데, <텐트 밖은 유럽> 방송을 보면서 발 도르차 평원의 매력에 감동받고 이탈리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어요. 방송작가 출신 황현희 여행작가의 프렌즈 이탈리아 여행가이드북으로 그 감동을 되살려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발 도르차는 세계문화유산 리스트 소개에만 나와 있더라고요. 아니, 거기보다 더 대단한 곳들이 많단 말이지?! 이탈리아의 다채로운 매력을 듬뿍 만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손꼽은 이탈리아 베스트는 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탈리아다움을 간직한 것들입니다. 특히 화려한 역사 속에 탄생한 미술과 건축 분야의 볼거리들이 빠지면 안 되겠지요. 게다가 이탈리아 정통 음식들은 평소 좋아하던 것들이라 먹거리 탐방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역마다 대표 음식이 있어 해당 지역에서 반드시 그 음식은 먹어볼 수 있게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볼거리 많고, 즐길 거리 많은 이탈리아, 어떻게 여행하면 좋을까요. <프렌즈 이탈리아>에서는 직장인 휴가, 허니무너의 일정에 맞춘 7일 루트, 이탈리아 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14일 루트, 전국 구석구석을 돌아보고자 하는 여행자를 위한 55일 루트를 포함해 테마별 특별 여행 루트까지 한눈에 보기 쉽게 추천 루트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어드바이스가 무척 유용합니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할 수 있는 것들을 짚어주면서 일정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책에서는 이탈리아 가운데에 위치한 로마를 중심으로 중부, 북부, 남부 그리고 시칠리아 섬으로 구분해 지역별 대표 도시들을 소개합니다. 도시 여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시마다 개별 지도와 함께 효율적인 동선, 시간이 나와 있어 개별 루트를 짤 수 있게 도와줍니다. 새로 개관한 미술관 등 최신 정보가 반영된 가이드북입니다. 


한정된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도시에 산재한 수많은 볼거리에 여유가 없는 여행자라면 테이크아웃 식도락을 추천할 만큼 먹는 즐거움 또한 가득한 이탈리아입니다. 현지의 맛으로 즐기는 젤라토도 빠질 수 없습니다. 피로를 풀어주는 한식이나 중식당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요즘 뜨는 핫스폿은 물론이고 도시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선사하는 뷰 포인트, 영화 촬영지 등 기본 볼거리 외에도 먹는 즐거움, 사는 즐거움, 노는 즐거움, 쉬는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낯선 도시에서도 헤매지 않게, 효율적으로 여행할 수 있게 코스를 잘 정리한 <프렌즈 이탈리아>. 지역마다 미리 알고 가면 훨씬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도 쏙쏙 짚어주고 있어요. 볼로냐에 갈 땐 움베르토 에코, 코페르니쿠스 정도는 알고 가면 좋고, 베네치아 갈 땐 영화 <툼 레이더>나 <베니스의 상인> 책을 읽고 가면 더 풍부한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물과 노하우가 별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항공권 구입 요령부터 숙소 예약, 현지 교통편, 여행가방 꾸리기 등을 시작으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법부터 출국 수속, 기내에서 필요한 정보 그리고 미술관 여행자를 위한 별책부록까지 꼼꼼히 다룹니다. 스마트하게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믿고 보는 노란책 <프렌즈 이탈리아>. 즐거운 이탈리아 여행의 동반자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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