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지구 -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데이브 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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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농약과 비료 문제로 인한 지구 황폐화 위기의식이 제기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지구 환경은 더욱 악화되어왔습니다. 해마다 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거의 모든 작은 동물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곤충들의 생태와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곤충학자 데이브 굴슨은 <침묵의 지구>에서 곤충의 세계, 진화사, 중요성, 그들이 처한 위협을 살펴봅니다. 곤충 세계의 멸망이 초래할 수 있는 인간 문명의 몰락에 대한 위기를 이해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 생명이 가득한 지구를 가꿔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줍니다. 


곤충은 주로 해충, 성가신 존재, 짜증 나는 존재들로 바라본 게 사실입니다. 특히 집으로 침입하는 곤충이라면 말이죠. 불청객으로서의 곤충, 사라져도 괜찮은 곤충으로 바라봤을 겁니다. 하지만 먹이사슬에서 곤충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의 작물을 수정시키고, 배설물과 낙엽과 사체를 재순환하게 만들고, 토질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해충을 방제하는 곤충들의 감소는 결국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셈이라고 짚어줍니다. 


이처럼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곤충 감소가 끼치는 악영향은 무척 많습니다. 데이브 굴슨은 우리가 놓치는 부분도 알려줍니다. 곤충의 경이로움에 대해 순수하게 접근해 보면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 지구에 있을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존재 가치를 인간 중심적으로 따지기보다 지구를 함께하는 동료 여행자로서 도덕적 의무를 생각해 보자고 합니다. 


"곤충이 없다면 세상은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 침묵의 지구


지난 50년 동안 지구의 야생생물 풍부도는 대폭 감소했습니다. 예전에 흔했던 많은 종들은 이제 희귀해졌습니다. 부모 세대에서 흔히 봤던 곤충들을 아이들 세대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꿀벌 감소에 대한 기사가 잊을 만하면 등장하지만 사실상 우리 대다수가 곤충의 감소 속도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벌과 나비가 예전만큼 보이지는 않는다는 느낌 정도뿐입니다. 미래 세대는 무엇이 사라졌는지 알지도 못할 겁니다. 





곤충 감소의 원인은 서식지 파괴, 농약 폐해,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고, 지역에 따라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침묵의 지구>에서는 무엇이 곤충 감소를 일으키는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니까요.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으로 농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게 되었지만, 더 강력한 새로운 종류의 살충제는 끊임없이 등장했습니다. 살충제를 입힌 씨를 뿌린 경우 그 살충제가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 결과를 알면 경악스럽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화학 물질이 끼치는 위험 평가를 새 농약을 승인하는 단계에서는 의무화하지 않는 점을 짚어줍니다. 새로운 농약들은 계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다루는 악명 높은 살충제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곤충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복합적으로 미묘한 효과를 내는 사례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자연에 가하는 화학적 공격의 위험성에 대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습니다. 


현대 세계에서 곤충이 직면한 온갖 스트레스 요인을 들려주는 <침묵의 지구>. 추리소설보다 더 복잡하게 상호 작용하는 다수의 요인들이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곤충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그저 그 곤충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생태계의 회복력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행히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는 있습니다. 빨리 번식할 수 있는 곤충 생태상 아직 회복할 기회가 있으니까요. 곤충의 회복은 다른 동물 집단들의 회복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서 환경친화적이고 생명이 가득한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실 이런 세계적인 현안 앞에서 개인은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연결된 농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곤충의 감소는 지구의 허약한 먹이그물이 찢어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입니다. 저자는 대중에서부터 농민, 식품 유통업자, 정책 결정자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힘이 필요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효과 있는 사례를 중점적으로 소개합니다. 외면하는 대신 모두가 저마다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참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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