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목욕이 필요해 - MIND BATH DIARY
송태준 지음 / 더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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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다스리려면 내 감정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은 지금 이 순간을 쓰는 행위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다양한 감정의 원인과 느낌을 글로 표현하면서 그 감정을 바라보게 하는 마음 다스리기 다이어리북 <마음도 목욕이 필요해>.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 삼색 볼펜과 함께 합니다. 저항적이고 적극적으로 욕구를 표출하고 싶은 감정은 빨간색으로, 수용적으로 소극적이며 욕구를 억누르고픈 감정들은 파란색으로. 다양한 감정을 인내, 상쇄하며 해소할 땐 검은색으로요.

 

 

 

마침 고양이 그림이 함께 해 귀여웠어요. 발갛게 상기된 고양이는 빨간색으로 쓰는 감정, 낯이 창백해진 고양이 쪽은 파란색으로 쓰는 공간입니다.

 

<마음도 목욕이 필요해>는 이처럼 온도가 다른 감정을 표현하게 합니다. 한 페이지에 하나의 사건만 다루면 좋아요. 예를 들어 "난데없이 야식이 먹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는 빨간색으로, "다이어트 시작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참아야만 한다!" 는 파란색으로.

 

모래시계, 슬리퍼, 마개 그림도 의미가 있습니다. 감정 표출 이후의 생각이나 행동을 쓰는 겁니다. 모래시계는 감정의 인내입니다. 참아야만 하는지 참는다면 어떻게 참을 것인지를. 슬리퍼는 무시와 회피입니다. 안고 끙끙거리기보다는 감정을 상대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한 법이죠. 감정을 어떻게 무시할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마개는 감정이 넘칠 때까지 내버려 두지 말고 때에 맞게 감정의 마개를 뽑으라는 의미입니다. 감정 해소 방법과 소감을 적어도 되고, 이런 방법을 써도 실패했다면 넘쳐버린 감정에 대한 반성, 다짐을 적어보는 겁니다.

 

 

 

 

중간중간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 '내가 만들어 가는 나의 꿈 이야기' 코너가 수록되어 있어요.
그동안의 마음과 성품을 돌아보고 더 나아지고 싶은 부분을 써 보는 겁니다. 송태준 저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이 다이어리북을 내놓았습니다. 청소년에게 선물하고 싶은 다이어리 북이니만큼 꿈 이야기 코너는 진로와 관련된 열정을 써 내려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명사들의 명언도 매 페이지마다 수록되어 있어요.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의미가 와닿는 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만의 가슴을 두드리는 인생 문장을 발견해보세요.

 

 

 

특히 송작가의 욕중진담 코너는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200회 마음목욕을 수행해서 마음목욕 수료증 페이지를 만나는 날엔 분명 내 감정에 대한 태도가 과거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음도 목욕이 필요해>는 중학생이 되는 아이에게 건네줄까 합니다. 마음목욕이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벌써 개운해지는 기분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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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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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제목 만으로도 푸훕했던 건 사실. 가벼운 미스터리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감동 전쟁소설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 특유의 감성이 담긴 소설이라기보다는 영미소설 읽는 느낌이었어요. 주인공 '나'는 미국인입니다.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즈음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미국의 참전으로 입대한 나, 티모시 콜.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의 레시피 공책으로 위로받으며 인생의 낙은 '먹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남자. 이 재료는 어떤 냄새가 날까, 완성된 요리는 어떤 맛일까 상상하는 즐거움에 취한 남자입니다.

 

 

 

국자를 들고 흰 앞치마를 두른 조리병은 특기병이라는 이유로 하사와 동급이고 급여도 조금 더 많은 만큼 전투와 조리 모두 수행하지만, 군대 내 조리병은 사실 일반병에게 무시당하고 미움받는 존재입니다.

 

"엄마 흉내 내러 군대 왔냐, 이 밥데기야." 낙오자라는 시선까지 받으며 말이죠. 공수사단 낙하산 부대여서 동료들의 프라이드는 하늘을 치솟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의 위장을 관리하는 조리병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나. 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받은 병사라 해도 그래 봤자 인간. 배가 고파 오죠 ㅎㅎ.

 

 

 

드디어 유럽에 뛰어든 낙하산 부대. 전쟁터에 와서 처음 맞이한 날부터 아주 정신없습니다. 강하 시점부터 전사자들이 쏟아집니다. 야전병원과 사령부용 음식만 간신히 만들고 자신들은 전투식량으로 때웁니다.

 

G중대 조리병에는 미각 음치이지만 리더 역할을 하는 진중한 성격의 에드, 맛 담당을 하는 '나', 분위기 메이커 디에고. 그리고 전선 이탈한 부상병 신세였다가 이쪽으로 합류한 던힐까지. 이들은 전투와 조리를 병행하며 전쟁을 치릅니다. 여기에 의무병 스파크, 물자 조달의 달인 라이너스까지 더해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을 누비던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는 조리병들. 특히 미각 음치 에드는 미각만 좋지 않을 뿐 추리에선 탁월한 실력을 보이네요. 강하 때 사용한 낙하산을 무더기로 모으는 라이너스의 비밀, 무려 600상자나 되는 분말 달걀 도난 사건, 아이 둘을 남기고 자살한 현지인의 비밀, 디에고의 유령 소리 사건을 해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가의 노련함이 엿보였습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성공으로 유럽 전선의 포문이 열리자 본격적으로 독일 본국을 목표로 진격합니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네덜란드로, 벨기에로 이동하며 알고 지내던 이들이 하룻밤 새 죽어버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날을 보내는 '나'. 푸른 양탄자가 펼쳐져 양이 풀을 뜯고 있던 그 뒤로 저 멀리 검은 연기가 흔들리는, 전쟁의 살벌한 분위기와 한가로운 시간이 함께 흐르는 전쟁터입니다.

 

"전쟁터만큼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경계가 모호한, 연옥 같은 장소는 없잖냐. 우리는 각자 사신을 등에 지고 신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어." - 책 속에서

 

 

 

최근에 읽은 <전쟁마술사> 소설과 궁합 딱이네요. 한쪽은 북아프리카에서, 한쪽은 유럽을 배경으로 한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전쟁터의 요리사들>에서도 <전쟁마술사>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가짜 전차와 유조차 이야기가 등장해서 반가웠어요.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사실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만 줄창 나올 줄 알았는데 <전쟁마술사>보다 훨씬 더 피 천지입니다. 리얼한 전투신은 웬만한 전쟁소설과 맞먹습니다. 후카미도리 노와키 작가는 젊은 여성 작가인데도 전쟁 묘사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의 유머와 전쟁의 어두운 이면이 드라마틱하게 감동적으로 어우러진 전쟁소설 <전쟁터의 요리사들>. 조리병 이야기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칩니다. 오히려 그것도 노림수가 아니었을까 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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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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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뭘 포기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

 

신경 끄기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심한 태도를 보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뭐든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건 사이코패스입니다.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 마.
해피엔딩이란 동화에나 나오는 거야.
왜 너만 특별하다고 생각해?
고통을 피하는 법은 없어.
선택을 했으면 책임도 져야지.
넌 틀렸어, 물론 나도 틀렸고.
실패했다고 괴로워하지 마.
거절은 인생의 기술이야.
결국 우린 다 죽어.

 

<신경끄기 기술>의 목차입니다. 상스럽고 무자비한 유머는 기본, 뒤통수를 후려치는 통쾌한 직언이 난무합니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깊이 있는 통찰과 진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뭘 하며 살아가야 할까? 내가 잘하는 게 뭐지?

이 질문의 답은 자신만이 찾을 수 있습니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 짓고,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줄 질문이 필요한 거죠. <신경끄기의 기술>은 바로 그 기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질과 기회가 너무 많아 정작 어디에 신경 쓸지 갈피 못 잡는 우리들. 뭘 포기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삶이 늘 어느 정도 고통스럽다는 사실은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때 벌어집니다. <신경끄기의 기술>은 고통을 도구로, 트라우마를 힘으로, 문제를 조금 더 나은 문제로 바꾸라고 합니다.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법 대신 포기하고 내려놓는 법을 알려줍니다. 하지 않는 법, 신경을 덜 쓰는 기술입니다.

 

 

 

무엇에 신경 쓰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선택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고난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건 희생이 따르는 법. 당신이 결혼한 사람이 당신과 싸울 사람이 되고, 당신이 구입하는 집이 당신이 수리할 집이고, 당신이 선택하는 꿈의 직업이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줄 직업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에는 그 과정에서 치르는 역경에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즉 신경 쓸 가치가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평범함을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합니다. 개선에 대한 집착은 자신이 전혀 대단하지 않다는 올바른 믿음에서 나옵니다. 무력감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없애는 성공의 원동력이죠. 자기만족감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스스로를 망상 속에 빠뜨리지 말라고 합니다. 자존감이 높다는 진짜 의미를 짚어주고 있어요. 실제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고통이 불가피하다면, 고통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가 아니라 나는 왜 고통받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합니다. <신경끄기의 기술>은 어떤 사고방식과 평가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사실보다,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평가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내가 어디에 근본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지 자기인식이 필요합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 어떤 기준으로 실패와 성공을 가를 것인지 생각해보는 겁니다. 마크 맨슨 저자는 쾌락, 물질적 성공, 나는 다 안다는 태도, 무한 긍정만큼은 가치관 기준으로 삼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13세 때 마약 소지로 퇴학당한 후 성인이 되고서도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그의 경험담은 리얼 그 자체입니다.

 

 

 

성장은 끝없는 반복 과정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틀린'것에서 '옳은'것이 아니라 '덜 틀린'것으로 나아간다고 합니다. 내 생각과 믿음을 의심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학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우리는 언제나 선택을 하며 삽니다.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닥치고 그냥 해!". 외부에서 바라보면 별것 아닌데도 오직 당사자만 문제와 고통을 어렵게 느낍니다.

 

무한 긍정주의는 거절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거부할지 선택하라고 합니다. 젊은 인생 대부분을 고통과 불편함을 피하는 데 써버리는 건 사실상 삶을 피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죽으면 끝인 것을.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할 죽음을 이용해보세요. 죽음은 다른 모든 가치와 결정의 방향을 정해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신경끄기의 기술>은 노력과 긍정만 강요하는 기존 자기계발서의 패러다임을 바꿔 2017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등극했습니다. 영화 토르의 크리스 헴스워스는 "유쾌하고, 도발적이며, 참신하다.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안내한다. 자극이 필요했던 내 엉덩이를 걷어차준 고마운 책이다!"라는 평을 남겼습니다.

 

2013년에 읽었던 <거대한 사기극> 책으로 저는 무한 긍정의 배신을 일찌감치 배웠는데요. <신경쓰기의 기술>은 거기서 더 나아가 복잡했던 머리를 말끔히 정리해주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자기계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문제 없는 삶을 꿈꾸지 마.
그런 건 없어.
그 대신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도록 해.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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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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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서 가장 핫한 작가 스미노 요루. 2017년 여름 <TOHAN>에서 집계한 문예서 랭킹 10위권에 스미노 요루 작가의 소설이 세 권이나 한꺼번에 올랐을 정도입니다. 동명 영화로도 개봉했던, 2백만 부 돌파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두 번째 작품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신작 『숨·바·꼭·질』까지.

 

저도 너췌열풍에 가담하며 기대되는 작가로 손꼽고 있었는데, 스미노 요루의 두 번째 소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가 국내 출간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도 맘에 들었던 너췌보다 더더더 좋았어요. 표지만 보면 라이트노블 다운 청소년 소설로만 생각되겠지만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완벽하게 커버하는 내용입니다.

 

 

 

초등학생인 '나' 고야나기 나노카의 시선으로 진행합니다. 에게, 초딩 얘기야? 하면서 시시하게 생각하면 이 좋은 스토리를 놓칠 수 있으니 편견은 접어두시고.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똑똑한 것에 비해 반에서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하교 후엔 집에 머물지 않습니다. 맞벌이하는 부모여서 집에 있어봤자 조금... 외롭습니다. 대신 나에겐 다른 친구들이 있습니다. 꼬리 끊긴 고양이, 그 고양이를 치료해준 인연으로 알게 된 아바즈레 씨 (실제 이름은 아닙니다. 이 이름에 담긴 속어는 매춘녀라는 뜻인데 여기에도 사정이 있는), 커다란 나무집이 멋져 친구가 된 할머니.

 

 

 

어른들과 친구가 된 주인공은 애어른 같은 모습을 띄고 있어요. "인생이란 ~ 같은 것이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나. 덕분에 소설 내내 인생의 잠언이 쏟아집니다. 초등학생의 가벼운 말장난 같다가도 아이만의 반짝임이 고스란히 담긴 명언과도 같습니다.

 

과자가 있으면 혼자서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인생이란 멋진 영화 같은 것", 달콤한 부분과 씁쓸한 부분이 함께 있는 푸딩처럼 "인생은 푸딩 같은 것", 싫은 건 일찌감치 없애버려야 한다는 "인생이란 충치 같은 것", 내가 먼저 움직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안 되는 "인생이란 릴레이의 첫 주자 같은 것"처럼 말이죠.

 

 

 

요즘은 학교 토론 수업 주제인 행복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하고 말이죠. 언제 행복해지는지 생각해봐도 뭔가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어느 날 수업참관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맞벌이 부모에게 화를 낸 나는 항상 일을 선택하는 부모가 못마땅해졌습니다.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고 속상해하는데. 이때 빈 건물 옥상에서 우연히 만난 미나미 언니의 조언이 인상 깊어요. 평생 후회할 일이 될 수 있으니 바로 화해하라는 미나미 언니. 부모가 없는 그녀는 더 이상 싸울 수도, 혼이 날 수도 없고, 잘못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말이죠.

 

글을 쓰는 미나미 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이 어우러져 나에게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인생이란 자신이 써내려가는 이야기"처럼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피엔드로 바꿔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나미 언니의 조언은 슬픔, 섭섭함, 억울함 따위는 한쪽 구석으로 밀쳐내고 마음속에 틈새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 빈 틈새에 즐거운 것들을 채워 넣겠다고 다짐하는 나.

 

 

 

이제 하나의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그림을 그리지만 반 아이들에게 무시당하면서 소심하게 숨기만 하는 짝꿍 키류. 겁쟁이 같은 키류의 모습이 답답해 그를 대신해 아이들과 싸우는 나도 결국 왕따 신세처럼 됩니다. 속상한 나에게 아바즈레 씨는 그녀의 인생을 이야기하며 힌트를 줍니다. 푸딩처럼 인생에는 씁쓸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 그릇에는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이 가득 채워져 있고 우리는 그 부분을 맛보기 위해 살아가는 거라고 말이죠.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혀 자신은 특별하다 생각했고 언젠가는 행복해질 거라 믿었던 그녀. 과거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안 좋은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포기해버리는 어른이 되어간 그녀. "행복이란 누군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결국 키류와 함께 행복을 찾아나가야겠다 다짐합니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에는 여러 가지의 행복이 등장합니다. 사과도 제대로 못한 채 소중한 사람을 잃고 외톨이로 스스로를 상처 입힌 미나미 언니는 누군가에게 용서받는 것, 스스로가 너무 싫어서 자포자기에 빠지고 그 끝에 인생을 끝장내자고 생각했던 아바즈레 씨는 누군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말이죠. 키류는 옆자리 친구인 내가 있다는 것으로 행복을 정의합니다. 나무집에 사는 할머니는 "행복이란 바로 지금, 나는 행복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의 행복은? 미나미 언니, 아바즈레 씨, 할머니, 키류가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보며 모두들 선택을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로지 행복해지기 위해서. 행복이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행복은 제 발로 걸어오지 않아.
그러니 내 발로 찾아가야지."

 

소설 내내 OST처럼 흐르는 「365걸음의 행진곡 三百六十五歩のマーチ」. 행복을 내 발로 찾아간다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는 나는 친구들의 행복찾기를 보며 씩씩하게 인생과 행복의 의미에 한발 다가섭니다.

 

결말로 가면서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의 의미는 소설 속에서 찾은 여러 형태의 행복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쯤 되면 제목 때문에 설마 이게 다 꿈이야? 싶은 의문이 들 시기죠. 꿈일까요, 아닐까요? ^^

 

결말 읽는 내내 행복한 포만감으로 충전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스미노 요루의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도 성공적! 다음 작품도 얼른 국내 출간되길 기다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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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토그래피 - 나를 기록하는 68가지 리스트
리사 놀라 지음, 김효정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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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 다이어리북을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68가지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나만의 자서전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다이어리북 <리스토그래피 LISTOGRAPHY>. 앙증맞은 리스토그래피 미니북도 귀엽습니다.

 

 

 

일러스트는 보면 볼수록 정겹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참 리얼한 일러스트여서 보자마자 빵 터진. 오죽하면 나도 그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까지 북돋워주는 그림입니다. :)

 

 

 

리스트로 쓰는 나의 자서전이지만 68가지 질문이 무겁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추억할 수 있는 소소한 기억을 꺼낼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주는 질문들입니다. 이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생각 못 한 부분까지 유쾌하게 건드립니다.

 

 

 

아, 19금 다이어리북이 되는 건가~ 사랑을 나눈 가장 이상한 장소라니!
저자의 답은 기절초풍할 정도로 엉뚱한 곳이더라고요.

 

 

 

내가 일궈낸 자랑스러운 업적, 살면서 이것만큼은 참 잘했다 싶은 일, 내가 베푼 가장 큰 친절 등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합니다. 으쓱으쓱~

나는 이런 일들을 해봤다, 남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나만의 개성 등 나의 강점을 생각해보는 질문도 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지키는 나만의 패션 원칙 같은 질문은 조금은 고집스러운 철칙이 있지만 그래서 나다움이 발산되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등신 비율이 묘하게 맞지 않는 스타워즈 피규어 일러스트. 이것조차 저자의 개성으로 느껴지네요.

 

 

 

평범한 질문에 엽기적인 답변까지. 제대로 깨는 저자인 듯. 이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놓으라는 암묵적 협박 같은 답변이네요. 이렇게 저자의 센스 넘치는 답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나게 책장 넘길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한 경험들, 최근 경험들을 스스로 질문해보면서 나의 관심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드러낼 수 있습니다. 

 

 

 

68가지 질문은 나를 기억하고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나만의 추억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친구끼리 각자 쓰고 교환해보는 재미도 있겠어요. 한 해를 정리할 때 조금은 색다른 다이어리북을 원한다면 <리스토그래피>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저자의 재치만점 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유쾌한 시간이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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