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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평점 :

요즘 일본에서 가장 핫한 작가 스미노 요루. 2017년 여름 <TOHAN>에서 집계한 문예서 랭킹 10위권에 스미노 요루 작가의 소설이 세 권이나 한꺼번에 올랐을 정도입니다. 동명 영화로도 개봉했던, 2백만 부 돌파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두 번째 작품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신작 『숨·바·꼭·질』까지.
저도 너췌열풍에 가담하며 기대되는 작가로 손꼽고 있었는데, 스미노 요루의 두 번째 소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가 국내 출간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도 맘에 들었던 너췌보다 더더더 좋았어요. 표지만 보면 라이트노블 다운 청소년 소설로만 생각되겠지만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완벽하게 커버하는 내용입니다.

초등학생인 '나' 고야나기 나노카의 시선으로 진행합니다. 에게, 초딩 얘기야? 하면서 시시하게 생각하면 이 좋은 스토리를 놓칠 수 있으니 편견은 접어두시고.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똑똑한 것에 비해 반에서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하교 후엔 집에 머물지 않습니다. 맞벌이하는 부모여서 집에 있어봤자 조금... 외롭습니다. 대신 나에겐 다른 친구들이 있습니다. 꼬리 끊긴 고양이, 그 고양이를 치료해준 인연으로 알게 된 아바즈레 씨 (실제 이름은 아닙니다. 이 이름에 담긴 속어는 매춘녀라는 뜻인데 여기에도 사정이 있는), 커다란 나무집이 멋져 친구가 된 할머니.

어른들과 친구가 된 주인공은 애어른 같은 모습을 띄고 있어요. "인생이란 ~ 같은 것이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나. 덕분에 소설 내내 인생의 잠언이 쏟아집니다. 초등학생의 가벼운 말장난 같다가도 아이만의 반짝임이 고스란히 담긴 명언과도 같습니다.
과자가 있으면 혼자서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인생이란 멋진 영화 같은 것", 달콤한 부분과 씁쓸한 부분이 함께 있는 푸딩처럼 "인생은 푸딩 같은 것", 싫은 건 일찌감치 없애버려야 한다는 "인생이란 충치 같은 것", 내가 먼저 움직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안 되는 "인생이란 릴레이의 첫 주자 같은 것"처럼 말이죠.

요즘은 학교 토론 수업 주제인 행복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하고 말이죠. 언제 행복해지는지 생각해봐도 뭔가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어느 날 수업참관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맞벌이 부모에게 화를 낸 나는 항상 일을 선택하는 부모가 못마땅해졌습니다.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고 속상해하는데. 이때 빈 건물 옥상에서 우연히 만난 미나미 언니의 조언이 인상 깊어요. 평생 후회할 일이 될 수 있으니 바로 화해하라는 미나미 언니. 부모가 없는 그녀는 더 이상 싸울 수도, 혼이 날 수도 없고, 잘못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말이죠.
글을 쓰는 미나미 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이 어우러져 나에게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인생이란 자신이 써내려가는 이야기"처럼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피엔드로 바꿔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나미 언니의 조언은 슬픔, 섭섭함, 억울함 따위는 한쪽 구석으로 밀쳐내고 마음속에 틈새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그 빈 틈새에 즐거운 것들을 채워 넣겠다고 다짐하는 나.

이제 하나의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그림을 그리지만 반 아이들에게 무시당하면서 소심하게 숨기만 하는 짝꿍 키류. 겁쟁이 같은 키류의 모습이 답답해 그를 대신해 아이들과 싸우는 나도 결국 왕따 신세처럼 됩니다. 속상한 나에게 아바즈레 씨는 그녀의 인생을 이야기하며 힌트를 줍니다. 푸딩처럼 인생에는 씁쓸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 그릇에는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이 가득 채워져 있고 우리는 그 부분을 맛보기 위해 살아가는 거라고 말이죠.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혀 자신은 특별하다 생각했고 언젠가는 행복해질 거라 믿었던 그녀. 과거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안 좋은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포기해버리는 어른이 되어간 그녀. "행복이란 누군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결국 키류와 함께 행복을 찾아나가야겠다 다짐합니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에는 여러 가지의 행복이 등장합니다. 사과도 제대로 못한 채 소중한 사람을 잃고 외톨이로 스스로를 상처 입힌 미나미 언니는 누군가에게 용서받는 것, 스스로가 너무 싫어서 자포자기에 빠지고 그 끝에 인생을 끝장내자고 생각했던 아바즈레 씨는 누군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말이죠. 키류는 옆자리 친구인 내가 있다는 것으로 행복을 정의합니다. 나무집에 사는 할머니는 "행복이란 바로 지금, 나는 행복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의 행복은? 미나미 언니, 아바즈레 씨, 할머니, 키류가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보며 모두들 선택을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로지 행복해지기 위해서. 행복이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행복은 제 발로 걸어오지 않아.
그러니 내 발로 찾아가야지."
소설 내내 OST처럼 흐르는 「365걸음의 행진곡 三百六十五歩のマーチ」. 행복을 내 발로 찾아간다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는 나는 친구들의 행복찾기를 보며 씩씩하게 인생과 행복의 의미에 한발 다가섭니다.
결말로 가면서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의 의미는 소설 속에서 찾은 여러 형태의 행복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쯤 되면 제목 때문에 설마 이게 다 꿈이야? 싶은 의문이 들 시기죠. 꿈일까요, 아닐까요? ^^
결말 읽는 내내 행복한 포만감으로 충전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스미노 요루의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도 성공적! 다음 작품도 얼른 국내 출간되길 기다려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