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빙 마인드 - 중독과 산만함, 몰입과 회복력의 비밀
저드슨 브루어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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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 아픈 걸까?

그런데 그 스트레스를 스스로 몰고 간다는 것 아세요? 단순한 흥분을 행복이라 착각하면서 정작 스트레스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 예일대 의과대학 초빙교수로 있는 저드슨 브루어 박사는 스트레스가 사람의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일찌감치 궁금해했습니다. 자신이 불면증과 과민대장증후군을 앓았거든요.

 

현대 의학에 몸담은 그는 불교 철학에 매혹당합니다. 고대 심리학과 현대 심리학이 인간의 행동 중 중독을 설명하는 지점에서 유사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여기서 마음챙김이 등장합니다. <크레이빙 마인드>는 마음챙김 명상으로 삶이 변화하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여정과 결과를 담았습니다.

 

 

 

중독은 에너지를 앗아 가는 집착입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얻는데도 뭔가를 계속 사용하는 행위입니다. 습관들 중 '편안하지 않은' 느낌을 유발하는 것들. 흡연, 음주, 마약, 도박은 물론이고 <크레이빙 마인드>에서는 테크놀로지, 자아, 생각, 사랑 중독까지도 다룹니다.

 

저드슨 브루어 박사는 보상에 의한 학습의 아버지 스키너의 이론으로 중독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습관과 중독은 전혀 다른 의미이지만, 형성 과정에서 뇌가 작동하는 원리는 동일하다고 합니다. 어떤 자극이 있을 때 우리는 주관적 편견에 따라 반응합니다. 이것이 욕망과 행동으로 이어지며 그 행동은 다시 편견과 습관을 강화한다고 해요. 어떤 습관을 형성하면 욕망(중독)이 더 커진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여기서 마음챙김의 역할이 등장합니다. 세상을 명료하게 보도록 하는 마음챙김. 주관적 편견에 사로잡혀 제자리걸음 할 때 그 편견들을 알아차리게 하는 역할입니다. 

 

계기, 행동, 보상이 반복되는 습관과 중독. 문제는 보상이 긍정강화가 아닌 부정강화 쪽이라면 불쾌한 뭔가가 사라지는 것을 보상으로 받아들이거나, 현실 회피, 고통 마비, 불쾌한 감정 덮어버리기 식으로 되는 겁니다.

 

 

 

현대인들이 빠지기 쉬운 중독물질. 어떤 행동이 나를 스트레스로 몰고 갈까요. 사회적 생존이 중요한 요즘 시대에는 SNS 좋아요가 보상이 되는 테크놀로지 중독, 산만한 행동을 유발하는 전자기기 중독, 우리 자신의 생각에 갇히는 생각 중독, 집착하는 사랑에 중독되는 일이 흔합니다. 

 

"남에게 더 빨리, 더 친절하게 응답하기 위해 이메일과 문자 알림 서비스를 켜놓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파블로프의 개와 비슷한 방법으로 훈련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셈이다." - 책 속에서

 

 

 

저드슨 브루어 박사는 스키너 이론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손꼽습니다. 생각중독인 저자가 명상을 배울 때 힘들어했던 경험담도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흥분을 행복으로 착각했다는 것을 이해하면, 우리가 만들어온 스트레스 해소법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지속하는 방식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됩니다. 스트레스에서 멀어지게 하는 보상과 가까워지게 하는 보상을 구별해보라고 합니다. 뭔가를 바라고 하거나, 나를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 때 오히려 스트레스와 가까워진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스스로를 어떤 종류의 '편안하지 않음'으로 몰아가는 상황인 거죠. 

 

<크레이빙 마인드>는 명료하게 보기만 해도 중독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트레스를 나침반으로 삼아 스트레스를 눈치채는 과정이 마음챙김입니다. 각성 과정에서 몰입과 회복탄력성이 특히 중요하더군요. 

 

 

 

습관, 행동, 몸짓, 생각은 뇌의 학습을 강화합니다. 중독이 되는 역설도 가졌지요. 머리로는 이해해도 자동적으로 과거의 습관을 선택하게 됩니다. 여러 중독 프로그램 중 다이어트 요요 현상처럼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마음챙김이라는 것. <크레이빙 마인드>는 이 과정에서 알아차림 즉, 의식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와 결과를 낱낱이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음챙김은 종교적 관점에서 다룬 책을 읽어와서 <크레이빙 마인드>처럼 일상생활에 마음챙김을 적용하는 과정을 뇌과학 측면으로 접근한 책은 또 색다르게 읽히네요. 다양한 사례와 위트 있는 설명으로 진행하지만, 불교 철학과 뇌 과학의 전문적인 내용은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자기계발 측면으로 술술 읽히는 쉬운 수준은 아니었어요.

 

끝없는 욕망에서 벗어나 기쁨의 새로운 원천을 찾아 새로운 습관을 학습하는 기술. 자극과 반응 사이에 알아차림이라는 의식적인 대응으로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구하고 싶다면 찬찬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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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고급 2주패스 - 2018 마패 한능검 수험서, 최신 38회 기출문제 별도 수록, 최신 3개년 한능검 기출문제 완벽분석, 실전동형 모의고사 2회차 제공, 상세한 해설 및 오답정리, 한국사 최고 인기 강사 BJ한나 동영상 직강, 사료집 서브노트와 주호민 합격엽서
허용.마패한국사연구소 지음, 주호민 그림 / 마패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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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한능검 고급 기본서는 간결하고 압축된 이론으로 2주만에 끝낼 수 있는 교재입니다.

마법의 패스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패스~

 

 

 

최근 3년간 중급, 고급에 기출된 사료를 시대순으로 정리한 사료 노트가 있어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처럼 인증시험은 기출문제가 최고의 예상문제입니다. 자주 나온 문제는 어김없이 그대로 나오죠. 시놉시스 딱 한 장으로 정리된 기출 유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2주패스 기본서에 실린 유형별 기출문제만 봐도 유형 파악엔 무리없을 정도이지만, 이 책과 함께 <신과함께 한능검 고급 기출문제집>도 꼭 함께 풀어보세요.

 

 

 

이론으로 공부하고, 기출문제로 확인하고, 모의고사 2회로 총정리하는 <신과함께 한능검 고급>. 14일이면 준비 끝낼 수 있는 스케쥴이에요.

 

딱딱한 해설서 대신 웹툰의 전설 주호민의 <신과 함께>를 따라가며 유쾌하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BJ 한나 쌤의 공식 교재인 <신과함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주패스>. 신과 함께 카툰 스토리가 있어 청소년들 한능검 시험 공부 교재로 제격입니다.

 

 

 

2주패스 고급 교재는 그림, 도표, 지도에 익숙해질 수 있게 잘 구성되어 있어 기본기 탄탄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출제 경향 분석해 개념 정리한 페이지를 보면 중요한 곳은 형광펜으로 밑줄 쫙~! 눈에 확 들어오는 편집이 마음에 들어요. 47개 챕터로 정리한 <신과함께 한능검 고급>. 챕터마다 '쏙쏙 키워드'를 넣어 빈출 개념을 알려줍니다.

 

 

 

'히스토리 Link 톡' 코너는 챕터마다 조금씩 내용이 추가되는 방식이에요.

 

 

 

단원별 기출 문제 풀이로 실전 테스트도 바로바로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엔 최근 기출문제 120개가 그대로 나옵니다. 문제와 해설이 한눈에 보기 쉽게 구성되어 문제의 의도, 정답 원리, 오답 함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출문제로 정리한 마무리 실전동형 모의고사는 동일한 시험지 형식과 동일한 OMR카드로 실전 연습할 수 있습니다.

 

학습자 친화적 구성의 <신과함께 한능검>. 합격에 초점 맞춘 콤팩트한 기본서입니다. 중학생 아들도 신과함께 캐릭터 덕분에 먼저 호기심 갖고 덤벼드는(?) 교재예요. 마패 신과함께 한능검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공부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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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셀프 트래블 -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승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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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에 방송된 이후 핫한 블라디보스토크. 일본은 지겨워졌고, 중국은 싫고, 동남아는 좀 멀게 느껴지는 20~3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만점인 여행지. 시베리아 극동 러시아 여행가이드북 <블라디보스토크> 편이 상상출판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유럽 배낭여행 전문가인 정승원 여행작가. 본인처럼 러시아어를 몰라도 문제없이 여행할 수 있는 노하우를 팍팍 풀어놨어요. 극동 러시아와 시베리아 주요 지역을 다룬 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 여행가이드북. 2시간여 만에 도착하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까지. 흔히 시베리아 극동지역이라고 부르는 곳이 바로 이 지역입니다.

 

 

 

가이드북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본 주제가 몇몇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쇼핑 아이템이었어요. 러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대장정 루트. 블라디보스토크가 핫해지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인기도 높아졌네요.

 

 

 

블라디 여행 다녀온 분들의 한결같은 목소리 중 하나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러시아어에 대한 당황스러움이었어요. 영어도 잘 안 통하는 곳이라 뭘 사려고 해도 알아볼 수가 없으니.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정보 얻는 법, 한국보다 요금이 훨씬 산 러시아 택시 이용하는 법 등 러시아어 까막눈도 문제없는 팁을 소개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뷰티 쇼핑하러 갈 정도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 제대로 쇼핑하는 법도 알려줍니다. 쇼핑만 잘해도 비행기 티켓값 뽑는다는 소문! 러시아 여행의 추억을 담은 기념품 등 쇼핑 팁이 빵빵하게 실려있어요.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양공원 크랩 마켓은 입소문 난 곳이었는데, 워낙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에서는 블라디 중심의 짧은 일정을 기본으로 일주일 내외, 2주 이상의 장기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블라디,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각 지역별로 숙소 상황과 특징도 소개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관광을 마쳤다면 해외 항일투쟁의 역사 현장인 우수리스크를 찾아가세요.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 열차 구간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초반부를 달리는 거라니, 시베리아 횡단열차 로망이 있는 분은 맛보기도 가능하겠어요.

 

 

 

아시아의 유럽을 만끽하려면 하바롭스크 지역을 꼭 들르라고 합니다. 낭만적인 유럽풍 도시입니다. 서구 유럽의 문화적 유산과 구소련의 역사적 유산이 혼합되어 있는 곳입니다. 바이칼의 청정 자연과 역사적 건축물들의 향연, 이르쿠츠크.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이자 가장 깊고 깨끗한 바이칼 호수가 있는 곳입니다. 알혼 섬, 환 바이칼 열차 관광도 더불어 할 수 있습니다.

 

 

 

셀프트래블 가이드북의 기존 맵북 대신 블라디보스토크 편에서는 연해주 관광청에서 제작한 이지트래블 페이퍼가 부록으로 실려있어요. 영어, 러시아어, 그림으로 표기된 지도입니다.

 

주말여행으로 가볍게 떠나기 좋은 블라디보스토크. 어렵지 않게 색다른 여행을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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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3
신원섭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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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낙오자들과 그들의 욕망을 들춰 이용해먹는 자.

글쓰는 엔지니어 신원섭 작가의 미스터리소설 <짐승>의 등장인물들은 마음 깊숙이 뒤틀린 욕망을 가진 자들입니다.

 

 

 

"내가 사람을 죽였어."

여자친구 미셸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오동구. 사랑하는 이의 과오를 덮기 위해 인생을 겁니다. 친구에게 거액을 제안해 시체 처리하러 미셸이 있다는 성환 연립으로 향합니다. 친구는 직장인이지만 빠듯한 생활 때문에 거액이 생긴다는 것에 혹해 돕게 됩니다. 하지만 성환 연립 지하방에서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성환 연립 반지하에 세 들어 살고 있는 편의점 알바생 장근덕. 젊은 여자가 무언가에 찔려 살해당한 채 널브러져 있는 자신의 방에서 깨어납니다. 전날 마신 술로 필름이 끊겨 기억도 안 나고, 범인으로 몰리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무작정 시체를 치워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아무 계획도, 준비도 없이 시신을 해체하기 시작합니다. 생각 외로 힘든 톱질을 하다 몸이 고달프니 이제는 죄스런 마음보다 짜증이 날 지경에 이릅니다.

 

 

 

경악스러울만치 덜떨어진 행동을 일삼는 그들의 행태에 넋 놓는 사이, 도미애와 도미옥 자매의 묵직한 이야기가 소설의 또 다른 축을 이룹니다.

 

친부모의 사망으로 입양된 자매. 모범생에 우등생인 언니에게 열등감과 박탈감을 느끼며 겉도는 동생. 결국 언니가 모아둔 돈을 훔쳐 집을 나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흐른 후 언니는 결혼도 잘해 사모님 소리를 듣지만 여전히 동생은 밑바닥을 허우적거립니다.

 

 

 

동생을 찾으려고 전직 경찰인 동창에게 의뢰하는 언니. 소아성애자라는 것이 탄로나 불명예로 옷을 벗고 이혼당한 후 폐인 생활을 하던 전직 경찰은 돈을 벌 수 있는 이 일에 뛰어듭니다.

 

미셸의 전화를 받고 시체 처리하러 간 오동구와 친구. 시신 해체하는 장근덕. 동생의 행방을 찾는 전직 경찰. 그들이 모인 곳은 성환 연립. 오동구와 친구는 장근덕이 같은 편인 줄 알고 훼손된 시신을 함께 처리하기로 하는데.

 

미셸은 도대체 누구를 죽인 건지, 시신의 정체는 누구인지, 동생은 어디에 있는지. 제각각의 사건이 얽히고설켜 실마리가 보일 즈음 드러나는 진실은 과연.

 

"망치가 되지 못하면 모루가 되는 게 인생이야." - 책 속에서

 

 

 

인간으로 대해준 유일한 여자에게 복종하듯 홀린 만년 왕따 오동구, 낙오자 오동구 덕분에 안도감을 가지며 사는 친구, 어차피 망한 인생이라며 의욕 없이 사는 장근덕, 허울만 좋고 속은 썩은 전직 경찰.

 

희망이 없는 비루한 삶을 이어가며 권태와 타성에 길들여진 네 명의 남자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양 저마다의 포부를 가진 그들은 불나방처럼 사건에 엮입니다.

 

밑바닥을 탈출한 이를 향한 시기, 질투, 분노가 뒤섞인 그들. 사람마다 가지고 태어나는 운의 총량은 다르다며, 어떤 이는 아무리 평생 써도 마르지 않는 세상을 탓합니다. 욕심이 생기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소리는 이미 들리지도 않습니다.

 

서스펜스 추리소설 <짐승>. 지긋지긋한 삶을 떨쳐낼 한방을 기대한 그들의 작태는 짐승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뒤틀린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보여줍니다. 통쾌한 복수극이라든지 권선징악 구조의 쾌감을 주는 결말은 아니어서 여운을 남기는 끝맛이랄까요.

 

"인간이란, 결정적인 순간에 어쩜 저렇게 바로 같은 선택을 할까?"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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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지음 / 첫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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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삶의 조각들 <숨>.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소설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필명 모자 작가의 소설 같은 에세이입니다.

 

 

 

그와 그녀. 이름 없이 등장하는 이들.

마을버스 기사, 이별을 겪은 남자, 오피스텔 경비원, 주부 등 작가의 기억 한편에 자리 잡은 그들의 이야기는 평범해 보이는 나와 내 이웃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제각각의 빛깔을 띤 이야기.

담담하게 써 내려간 문장이 어떨 땐 버석거리기도, 어떨 땐 울컥하기도 하네요.

 

 

 

"그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줄어들고 누군가의 엄마로 기억되는 일이 잦아졌다. 아직 그녀의 삶을 다 산 것도 아니었는데, 그녀는 엄마가 되었다." - 책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데 이유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라는 말처럼 에세이 <숨>에는 과거의 인물들이 특별한 순서 없이 등장합니다. 문득 떠오르는 계기가 있을 때 자연스레 수면으로 드러난 그와 그녀. 주목받지 않는 삶을 사는 이들. 묻어뒀었지만 잊지는 않았던 그들의,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숨>을 읽는 내내 평범하다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의 인간과 특이한 인간의 차이는 뭘까 싶기도 하고요. 모호한 경계 안에 있는 이들과 바깥에 선 이들을 구별하는 기준은 언제나 자신이니까요.

 

"겉으로 보기에만 평범하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 책 속에서

 

 

 

소리 없이 투명해진 기억은 많을 테지만 어떤 기억은 제 마음대로 찾아와 막을 수도 없습니다. 가슴 저릿하게 만들어 놓고 기억 너머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살다 보면 기억나는 이름들.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되는 삶. 그저 잊어버린 척하고 사는 삶. 살다 보면 기억해야 할 이름이 더 많아지는 삶.

 

편의점, 술집, 노래방... 끊임없이 알바 생활을 하면서 마주친 인연들의 이야기는 팍팍한 삶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라는 대명사 속에 슬며시 숨은 저자의 글도 시련을 달래며 살아온 삶을 느낄 수 있었어요.

 

너무나도 보잘것없이 평범해서 우울해지는 삶. 희망을 꿈꾸는 것조차 기력 낼 힘이 빠진 삶. 저마다의 이야기에 그만의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힘내자는 다짐도 없습니다. 표지만큼이나 감정을 절제한 에세이 <숨>. 하지만 가난과 외로움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도 한 조각의 순수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찌어찌 오늘 하루를 또 살고 있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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