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쓰메 소세키 소설 중 <도련님>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마음>.
확실히 막힘없이 술술 읽히더라고요.


 


출간 당시 특별히 나쓰세 소세키 작가가 직접 장정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1914년 아사히 신문에 연재한 소설 <마음>은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세 부분으로 나눠 '나'와 '선생님'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구성입니다.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이 이어진 '나'와 '선생님'. 세월이 흘러 선생님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마음>은 이때 선생님의 자살을 언급하며 과거를 궁금하게 합니다.

과거의 '나'는 대학생 신분으로 세상에 대한 경험이 아직 부족한 아이 같은 상태입니다. 그러다 만난 '선생님'은 고귀한 지식자로 내가 따르고 싶은 어른인 셈이죠.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진짜 선생님은 아니지만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선생님의 사상을 흠모합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묘에 매달 찾아가는 '선생님'. 늘 조용하고 차분하면서 어떨 땐 그늘이 드리워지기도 하는 모습 그리고 가끔 뜻 모를 말씀을 하는 '선생님'의 과거가 점점 궁금해지는데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연애, 사랑, 돈에 대한 철학을 보면 그동안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다른 소설 주인공들처럼 염세적인 면이 있더라고요. 자신은 정신적으로 결벽증이 있다 하고, 사랑을 신성시하면서도 죄악이라 말하며, 자신을 너무 믿다가는 후회할 거라는 둥 '선생님'의 인생관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예전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 - 책 속에서.

 

 


스스로 세상과 관계를 맺지 않고 고독한 삶을 사는 '선생님'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선생님'을 변하게 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마지막 장 선생님과 유서 편을 통해 낱낱이 밝혀져요.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선생님'이 유독 '나'에게 유서를 남기면서까지 '나'를 챙긴 부분을 보면 '나'에게서 자신의 옛 모습이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나'와 '선생님'의 성격이나 인생관이 다른 듯 비슷하다 보니 '선생님'은 '나'에게 인생의 산 교훈을 남기게 된 거죠.

 

인생 자체에서 살아 있는 교훈을 얻고 싶어 하는 '나'에게 유서라는 형식으로 '선생님'의 과거를 밝힌 '선생님'. 그의 과거에 등장하는 K와의 사건은 열등감과 질투심이라는 마음과 타협하지 못한 인간의 마음을 들추고 있습니다.

<마음>의 등장인물은 그동안 소세키식 사랑에서 보인 우물쭈물 함에서 벗어나 충격적인 행동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소세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친구의 여자를 빼앗는 삼각관계에서 한결같이 자아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인물들이었죠. 그런데 <마음>의 '선생님'은 약한 인간이라는 스스로의 비난에서 한 발 나아가 몸소 실천해버립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방식으로요.

'선생님'에게 가진 호기심은 바로 간단히 이해되지도 파악될 수도 없는 인간 탐구의 여정이었어요. 소설 <마음>에서는 사람은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누구라도 악인이 될 수 있다고 한 '선생님'의 과거를 통해 죄악의 의미를,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충돌에서 자신의 자아를 드러냄으로써 인간 마음 작동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 미움 - 가장 가깝기에 가장 버거운, 나를 이해하기 위하여
이경희 지음 / 북스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 근원에 대한 근원적 접근에 강한 명상과 세밀한 심리적 문제에 강한 심리학, 두 영역의 강점을 조화한 '명상적 심리분석'이란 걸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명상적 심리분석가 필로 이경희 저자는 <자기 미움> 책에서 자기 미움, 투사, 정체성, 상처, 관계 등의 문제를 명상적 심리분석으로 해결해 행복한 느낌으로 사는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합니다.

 

해결 과정을 살펴보면 생각의 노예가 되지 않고 생각의 주인이 되는 '메타 사유적 사고법'을 통해 기존 생각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자기 사랑의 증거이지만, 스스로 만든 이유나 원인으로 자기가 자기를 미워하는 '자기 미움'이라는 게 우리에게 있다는 것 놀라웠어요.

 

자기 미움의 심리란 작게는 자기 경계, 자기반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크게는 자기 비하, 자책감, 죄책감, 절망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아하~ 쉽게 이해되네요. 최근 강남 묻지마 사건처럼 타인 혐오 역시 집단의식 내부에서의 자기 미움 현상이라는군요. 강도가 다를 뿐 모두 자기 미움의 모습이라고 해요. 문제는 우리가 어느새 자기 미움을 버리지 못하고 되레 의존하며 지키려 든다는 겁니다. <자기 미움>은 자기 미움의 정체를 이해해 억압, 회피하지 말고 제대로 된 방법으로 걷어내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자기 미움의 본래 심리는 자기 사랑, 자기 우월이라고 해요.

좀 더 나은 자기가 되려고 한 게 오히려 부정 효과만 커진 셈이죠. 언젠가부터 이 사회는 현실의 내 모습에 실망하게 하고, 한계를 느끼게 하고, 불완전함을 느끼게 만들고 있습니다. 못난 나와 잘난 나를 분리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을 떨쳐내야 할 텐데... "나도 놓고 싶어" 하면서도 놓아지지 않는 건, 결국 스스로 놓지 않는 거라고 단언합니다. 이것을 알아차리고 인정해야 해결의 문에 한 걸음 다가가는 거고요.

자기 미움이란 정체를 그저 머리로, 지식으로, 이론으로 아는 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네요. 그냥 '하지말자'고 해서 저절로 멈추지도 않고요.  자기 미움의 숨은 기제는 알아채고 눈치채 무의식을 의식화하고, 생각은 생각일 뿐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에게 가장 이익이 되게, 진짜 이기적으로 되어보라고 합니다.

 

도대체 부정적 자아상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요. 나의 생각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고 부정적 생각과 부정적 자아상이 맞다는 착각. 더불어 나를 지키고 내가 옳다는 본능의 잘못된 적용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자기 미움>에서는 자책감과 죄책감의 본래 모습도 짚어주면서 자기 미움에 숨은 다양한 심리를 통찰하고 있습니다. 거절 못하는 심리까지도 해결되더라고요.


"우리에게는 자기 것이라 착각하는 '남의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세우는 '나의 목표'가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환상을 고수하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자책감, 죄책감에서 풀려날 수 있다." - 책 속에서


개인의 노력, 의지,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사회가 유발하는 원인은 집단 모두의 변화가 필요한 거여서 솔직히 요즘 같은 세상에선 나만 노력한다고 되겠냐는 무력감이 더 커진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개개인의 건강한 심리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기도 하네요.

<자기 미움>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타인보다 못하게 대하지 말아야겠다는 걸 다시 한 번 새겼어요.
최근에 읽은 <나에게 고맙다>에서도 정작 나에게는 소홀하게 한다는 걸 일깨워줬고, 요즘 읽고 있는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할까>에서도 거절을 못해 내가 놓치는 기회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줬습니다. 자기 미움의 정체가 상당히 폭넓고, 내 사고방식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구나 알게 되었네요. 지킬건 지키되 나에게 너무 칭찬에 인색하지 말아야겠습니다. 행복한 느낌이 충만한 삶을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필이 꽂혀버렸어요. 피터 스완슨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는데, 제목이 아주 제대로 리얼하죠.

입 밖으로 쉽게 내뱉지 못하는 저 말을 당당하게 하다니. 주인공이 저 철학대로 살인을 정말 저지른다는 것만으로 흥미롭게 펼쳐 든 소설이었어요.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기준도, 옳고 그름도 판단하기 힘든 것이긴 하지만요. 우리들 마음속에는 죽여 마땅한 사람에 대한 기준이 그래도 나름 있지 않을까요.


주인공 릴리, 부부 테드와 미란다, 미란다의 불륜남 브래드를 주축으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각자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판단하는 사람은 릴리예요. 열 세 살 때 부모님의 집에 잠시 머문 아티스트의 묘한 시선을 받으며 강간당하고 죽임당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릴리. 그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으로 릴리의 처단이 시작됩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괴롭히던 길고양이를 죽인 전적이 있던 릴리는 사람을 해치울 때도 간결하고 신속했어요.

 

대학생활 때 일생일대의 사랑이라 믿었던 릴리의 사랑이 남자친구의 이중생활로 깨져버리자 남자친구도 '사라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제는 결혼 3년 차 테드를 도와 테드의 아내와 불륜남을 '사라지게' 하려고 하죠.

 

릴리의 살인 철학은 이 세상에 암과 같은 존재는 사라져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 암과 같은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시는 누구도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할 것이다.'는 릴리의 생각대로 철저하게 개인적입니다. 결코, 죄책감은 들지 않습니다.


"안 들키게 죽여야죠."


테드 입장에서는 그런 릴리가 오히려 순수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가식적인 거짓말쟁이인 아내를 죽이고 싶은 욕망에 도덕적 정당성을 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살인이란 게 공범이 있을수록 실패 확률은 그만큼 커지는 법. 미란다와 브래드의 술수도 만만찮았어요. 그걸 릴리가 또다시 이용하면서 사건은 점점 꼬여가는 듯합니다.


네 명의 인물 외 킴볼 형사도 후반부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요. 릴리가 과연 킴볼 형사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했어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읽을 때 간혹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의 기시감이 드는 소설도 있는데,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그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주인공의 살인 철학과 내용 전개가 대충 어떤 흐름일 거라는 게 짐작되기도 하지만, 진행되는 과정은 신선 그 자체였어요.

 

 

 

"살인을 죄악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겨진 사람들 때문이다. 죽은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하지만 만약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 테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타인에게 이용당할 때까지 살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 - 릴리

 

 

릴리에게서 사이코패스 기질이 슬쩍 보이는 찰나에서는 찌릿한 소름이 돋기도 할 겁니다.릴리의 생각에 100% 공감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에선 좀 과하다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배신의 아이콘을 선보인 상대방을 사라지게 하는 릴리의 행동을 응원하게 되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을 거예요.


미드 덱스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 암과 같은 존재는 사라져도 된다는 릴리의 살인 철학에는 상처 입지 않으려는 보호 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철저한 개인주의지만 그만큼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낸 부분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샤 아랑고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 <미스터 하이든>은 읽는 재미 쏠쏠하고 뒤끝 깔끔했던 스릴러 소설이었어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다정한 남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헨리 하이든. 그런데 그의 소설은 아내의 작품이라는 것. 성공과 명예에 관심 없는 아내를 대신해 남편이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관심을 받게 되자, 이후 헨리가 쭉 작가 행세를 하게 됩니다. 아내는 그저 글 쓰는 게 좋아 쓰고 처박아두고의 반복... 그 글을 남편 헨리가 살려내는 거죠. 물론 부부가 합의한 사항입니다.


부부 사이는 좋은 편인데도, 헨리에게는 떨쳐내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유지 중인 내연녀가 있습니다. 그녀가 임신하게 되면서 평온한 일상은 깨져 버리게 됩니다. 거기에다 헨리의 과거를 아는 남자가 스토커처럼 따라붙으니 헨리 입장에선 갑자기 인생의 적이 생기게 된 셈입니다.

 

"헨리가 그 소설 중 단 한 문장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과 마르타뿐이었다." - 책 속에서

 

 

 

 

 

주인공이 냉혹한 살인자이지만 미워하지 못하는 경우 보통 그 살인자의 동기에 공감하는 경우일 텐데요. 미스터 하이든의 주인공은 블랙 유머를 뱉어내는 것 때문에 그 매력에 끌려서 미워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역시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 매력적이란 걸 제대로 보여준 캐릭터입니다.


대꾸하고 나서는 '아, 오버했다.' 라고 후회한다든지, 임신한 베티를 안으며 '가...느다란 허리를 잡았다' 라든지. 득템이란 단어도 써먹고요 ㅎㅎ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일부러 웃기려 하지 않는데도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재치있는 사람! <미스터 하이든>의 주인공이 딱 그런 유형입니다.


인생의 적을 처리하는 헨리의 방식은 한점 머뭇거림이 없습니다. 간결하고 신속하게 살인을 해내는 헨리.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내연녀 베티와 아내 마르타 중 내연녀를 살해한다는 것이 그만 아내를 살해해버린 겁니다. 하긴 절벽에서 차를 밀어버릴 때 너무 수월하게 일이 해결된다 싶었어요. 저는 여기서 아내가 진짜 죽은 게 아니라 뭔가 꿍꿍이가 있지 않았을까 하며 결말 날 때까지 사실 조마조마 내심 기대했던 부분은 있었는데...음...


"문을 열자 빗속에 베티가 서 있었다." - 책 속에서


결국 헨리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사랑했던 유일한 사람을 죽여버린 겁니다. 곧 출간해야 할 소설은 미완성인 채 진짜 작가인 아내가 죽어버렸으니 헨리에겐 골치 아픈 일만 놓였네요.

 

"사람의 부재에 견줄 만한 고요는 없다. 모든 익숙한 것들이 사라진 고요. 이 고요는 적대적이고 비난으로 가득 차 있다. 기억의 그림자들이 소리 없이 고개를 쳐들고 일어나 한판 그림자놀이를 벌인다. 무엇이 현실인지 무엇이 기억인지 알 수 없어지면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다. 과거가 돌아온 것이다." - 책 속에서


마르타가 죽음으로써 결국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게 된 헨리. <미스터 하이든>에서는 만약 ~했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문장이 꽤 눈에 띄는데요. 결국, 경솔한 행동으로 망쳐버린 자신을 탓하며 악몽과 나날이 새로워지는 과거의 기억에 매달리는 것으로 하루하루 벌을 받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양심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주 냉혹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아내를 찾는 척, 착실한 남편이라면 행동했을 법한 일을 직접 해보며 말이죠. 헨리의 비밀을 캐는 스토커와의 대면에서는 호의 같은 행동이 실은 빚을 지게 만드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는 걸 이용해 교묘하게 자기편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침묵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호감은 살 수 없는 법이다." - 책 속에서


거짓말과 사악함을 뿜어내는 헨리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미워하지 못하는 이유... 그가 쓴 가면이 보통의 사람들이 쓰는 가면과 별다를 바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내가 너무 빨리 죽어버려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어요. 마지막에 아내가 남긴 나름의 작은 반전도 기다리고 있답니다. <미스터 하이든>은 스릴을 만끽하고 싶지만 너무 공포스러운 건 꺼려하는 독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 조선, 중국, 일본, 서양의 지식인들이 선보인 글쓰기를 비교해 9가지 핵심 비법을 알려주는 책 <글쓰기 동서대전>.

 

동서양 최고 문장가들에게서 참 다양한 글쓰기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정주 저자는 그중 핵심 세 가지를 먼저 짚어줍니다.
자기 자신만의 글을 쓰는 자기다움. 자유롭게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쓰는 자유로움. 본디 그대로의 상태나 경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 이것이 그들의 글쓰기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핵심 가치라고 해요.
개성적인 글쓰기, 자유로운 글쓰기, 자연스러운 글쓰기는 따로 분리가 아닌 서로 연관되어 이것이 글쓰기 철학이라고 합니다. <글쓰기 동서대전>은 글쓰기에 관한 기술과 방법 이전에 이런 철학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어요.

동심의 글쓰기, 소품의 글쓰기, 풍자의 글쓰기, 기궤첨신의 글쓰기, 웅혼의 글쓰기,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의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글쓰기 철학을 토대로 동서양 최고 문장가 39인의 글을 비교한 핵심 비법 9가지를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한정주 저자는 그들의 글을 살펴볼 때 반드시 시대적 배경, 사회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왜 그런 글을 썼는지 알려면 말이죠. 신기하게도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서도 공통된 고민과 사유의 흔적이 발견되고, 유사한 세계사적 흐름과 맥락을 짚어낼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들의 명문은 대부분 지식, 문화 권력을 비판하는데서 시작하더라고요.
 

 

9가지 핵심 비법 중 동심의 글쓰기 편에서는 어린아이와 처녀를 뜻하는 영처의 철학을 바탕으로 천진하고 순수하게 표현한 글, 즉 목적이 없는 글쓰기를 이야기합니다.

 

이덕무, 이탁오, 루소, 니체의 글을 살펴보면서 동심을 미학의 본원이자 창작의 원동력으로 바라본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반드시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 진실하고 솔직한 감정을 토하고, 생각을 내뱉고, 마음을 풀어내듯 쓰는 글은 이런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고차원 문학적 묘사인 풍자의 글쓰기 편에서는 불온한 글쓰기여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상징, 비유, 조롱, 웃음, 속세, 현실을 날카롭게 담아내기 어렵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장들의 작품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풍자문학. 박지원, 오경재, 나쓰메 소세키, 조너선 스위프트 등의 글이 풍자의 글쓰기 편의 사례로 등장하네요.

 

 

 

글쓰기 철학은 스스로 깨달아 터득해야 한다는 자득의 글쓰기 편을 마지막으로 <글쓰기 동서대전>에 소개된 명문가의 핵심 비법을 마무리합니다. 그들의 글에 담긴 시대정신, 절묘한 문장 묘사, 독특한 글쓰기 철학을 배우고 익히며 자신만의 문장을 단련하는 자득의 글. 제아무리 잘 배워도 그것은 나의 글이 아니기에 반드시 익히면서 자득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이치는 단단히 새겨들을만합니다.

 

 

 

자득의 방법을 잘 실천한 사람으로 19세기 기인 문인 홍길주의 사례를 드는데, 그는 박지원의 <연암집>을 탐독하고 체득하는 가운데 자신만의 문장론을 깨우친 사람이더라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배운 것도 많고, 이미 읽은 책이지만 놓쳤던 부분을 깨닫게 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적인 풍자문학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해석한 부분에서는 같은 풍자문학이어도 불온한 풍자와 온순한 풍자의 차이에 관해 알게 되었어요. 왜 그런 소설이 나왔는지 시대 배경을 주목하고, 다른 풍자문학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보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인류 전체를 풍자한 문학 <걸리버 여행기> 작품을 재발견하기도 했어요. 저자의 이야기에 이 책은 조만간 꼭 제대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하나의 작품이 판타지, 사실주의, 풍자 문학인 전무후무한 작품이라고 격찬하네요.

문학사, 역사 등을 고려해 대 문장가, 작가들의 글쓰기 철학을 살펴본 <글쓰기 동서대전>.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작업을 이렇게 손쉽게 읽을 수 있다니... 자동으로 엄지 척~! 하게 되는 글쓰기 인문학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