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 필이 꽂혀버렸어요. 피터 스완슨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는데, 제목이 아주 제대로 리얼하죠.

입 밖으로 쉽게 내뱉지 못하는 저 말을 당당하게 하다니. 주인공이 저 철학대로 살인을 정말 저지른다는 것만으로 흥미롭게 펼쳐 든 소설이었어요.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기준도, 옳고 그름도 판단하기 힘든 것이긴 하지만요. 우리들 마음속에는 죽여 마땅한 사람에 대한 기준이 그래도 나름 있지 않을까요.


주인공 릴리, 부부 테드와 미란다, 미란다의 불륜남 브래드를 주축으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각자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판단하는 사람은 릴리예요. 열 세 살 때 부모님의 집에 잠시 머문 아티스트의 묘한 시선을 받으며 강간당하고 죽임당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 릴리. 그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으로 릴리의 처단이 시작됩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괴롭히던 길고양이를 죽인 전적이 있던 릴리는 사람을 해치울 때도 간결하고 신속했어요.

 

대학생활 때 일생일대의 사랑이라 믿었던 릴리의 사랑이 남자친구의 이중생활로 깨져버리자 남자친구도 '사라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제는 결혼 3년 차 테드를 도와 테드의 아내와 불륜남을 '사라지게' 하려고 하죠.

 

릴리의 살인 철학은 이 세상에 암과 같은 존재는 사라져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 암과 같은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시는 누구도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할 것이다.'는 릴리의 생각대로 철저하게 개인적입니다. 결코, 죄책감은 들지 않습니다.


"안 들키게 죽여야죠."


테드 입장에서는 그런 릴리가 오히려 순수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가식적인 거짓말쟁이인 아내를 죽이고 싶은 욕망에 도덕적 정당성을 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살인이란 게 공범이 있을수록 실패 확률은 그만큼 커지는 법. 미란다와 브래드의 술수도 만만찮았어요. 그걸 릴리가 또다시 이용하면서 사건은 점점 꼬여가는 듯합니다.


네 명의 인물 외 킴볼 형사도 후반부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요. 릴리가 과연 킴볼 형사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했어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읽을 때 간혹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의 기시감이 드는 소설도 있는데,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그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주인공의 살인 철학과 내용 전개가 대충 어떤 흐름일 거라는 게 짐작되기도 하지만, 진행되는 과정은 신선 그 자체였어요.

 

 

 

"살인을 죄악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겨진 사람들 때문이다. 죽은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하지만 만약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 테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타인에게 이용당할 때까지 살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 - 릴리

 

 

릴리에게서 사이코패스 기질이 슬쩍 보이는 찰나에서는 찌릿한 소름이 돋기도 할 겁니다.릴리의 생각에 100% 공감하기보다는 어떤 부분에선 좀 과하다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배신의 아이콘을 선보인 상대방을 사라지게 하는 릴리의 행동을 응원하게 되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을 거예요.


미드 덱스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 암과 같은 존재는 사라져도 된다는 릴리의 살인 철학에는 상처 입지 않으려는 보호 심리가 깔려 있습니다. 철저한 개인주의지만 그만큼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낸 부분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