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본심 - 솔직히 까놓고 말하는
나흐 왁스만.맷 사르트웰 엮음, 전혜영.최제니 옮김 / 허밍버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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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황금시대, 셰프 이야기는 이제 질리는지요. <셰프의 본심>을 보면 또 새롭게 다가올 거예요.
겉으로 보이는 셰프의 세계가 아닌 셰프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셰프의 본심>에서 소개한 셰프는 사상 최고급 셰프들이라네요. 저한테는 낯설고 생소한 이름들뿐이지만. 한국계 셰프 데이비드 장 외 모두 외국인 셰프입니다.

 

 

세 보이는 성깔있는 셰프, 천상천하 유아독존 같은 자만심이 드러나는 셰프.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좀 있어 보이니 막연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셰프. 셰프라는 직업에는 이런 다양한 편견이 유난히 강하게 박혀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게 뭐 다를 거 있나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직업으로 할 때 생기는 이런저런 마음고생은 누구나 겪는 고민일 겁니다.

 

 

 

 

요리사는 전통을 살리면서도 기존의 것에서 벗어난 새로움을 선사해야 하는 창조성을 겸비해야 합니다. 게다가 요즘 셰프는 요리뿐만 아니라 CEO 못지않은 감각을 가져야 하죠. ​<셰프의 본심>에 등장한 셰프들은 미사여구를 늘어놓지 않고, 촌철살인 같은 짧은 말 한마디로 속내를 드러냅니다. 셰프의 표면적인 삶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 시간 안에 3단계 코스 요리가 나오길 기대하는 손님, 셰프가 무슨 마법사인 줄 아는 손님, 주방은 전쟁터인데 셰프가 밖에 나와 주길 바라는 손님, 무조건 새로운 것만을 원하는 손님 등 기대치가 너무나도 높은 손님들에 대한 투정을 부립니다. 소스 만들 때 힘들게 수동으로 하지 않고 믹서를 사용한다느니, 요리사라고 해서 모든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라느니... 등 익살맞기도 한 투정도 많네요.

 

 

 

 

지금은 한물간 셰프로 남지 않으려는 압박감, 주방에서의 긴장감 등 셰프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절감하는 셰프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말이 많았어요. 트렌드만을 따르다간 자신의 길은 물론 열정마저도 잃을 수 있다 경고하는 한 셰프의 말은 요리사의 철학을 되새기게 하네요.

 

이렇게 업에 대한 고뇌도 이야기하며 진정성 있는 진짜 요리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그리고 그 고민을 담은 요리를 향한 열정도 보입니다. 그렇다고 음식의 본질만을 운운하며 호들갑 떨지 말라는 명언도 있더라고요.

 

 

 

셰프들의 농담이기도 한 버터 이야기도 재밌어요. 버터만 있으면 어떤 요리도 실패하진 않을 거라고. 버터 좀 달라는 우스갯소리 뒤에는 그만의 요리를 멋지게 완성하고픈 셰프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빵 터지게 하는 유머러스한 말도 있었지만, 그 속내에는 요리의 기술 그 너머 갖춰야 할 셰프로서의 자세를 <셰프의 본심>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는 게 이런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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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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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물의 속을 들여다보고 구조나 성질을 상상하는 재주가 있는 마크 미오도닉 저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우연히 플랫폼에서 누군가에게 면도날에 베이는 칼부림 사건을 겪고부터인데요. 경찰서에서 서류 작성 중 스테이플러 철심, 아버지의 열쇠고리 (물론 그의 등을 베어버린 면도날도 포함해서)... 갑자기 철이 세상 모든 것에 있다는 사실에 극도로 예민해지면서였어요.

 


관심을 두기 시작하니 세상 곳곳에 그게 있더라는 사실을 눈 뜨게 된 거죠. 어떻게 이 한 가지 재료가 수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걸까 하고 그때부터 평범한 재료의 세계를 탐구하게 됩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평범한 일상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합니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이렇게 10가지 재료가 옥상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는 컷 속에 담겨 있다니. 사진 한 장으로 얼마나 많은 재료가 이 세계를 만들고 있는지 인식하게 됩니다.

석기시대, 청동시대, 철기시대처럼 문명화의 단계를 말할 때도 사용되는 재료. 이런 용어도 새로운 '재료'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이 재료를 탐구한다는 주제가 만만한 게 아니구나 싶었네요.

 


"재료의 세계는 단지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전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부다." - 책 속에서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재료들이 어디에서 탄생했고 어떻게 기능하며, 우리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 알려줍니다. 재료 자체에 대한 지식은 무지했는데, 재료 기술의 진화는 재료와 우리의 관계를 보여주며 인류 문화와 관계를 맺어왔고 그만큼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마크 미오도닉 교수의 글은 대중을 위한 과학 글쓰기에 특화된 글이었어요. 이런 글솜씨를 가진 분이 어디 있다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그의 글은 매력적입니다. 쉽고 재밌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게 하는 재주를 가진 분이네요. 추억이 서린 경험담은 유머감각을 가득 담고 있고, 영화 시나리오처럼 쓴 글은 신선한 방식이었어요. 이런 센스있는 과학자 같으니라고.

 


<사소한 것들의 과학>을 읽으며 재료과학이란 주제를 다양한 상식과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칼이 뚝 부러지는 이유를 통해 마법의 영역과도 같았던 강철 제조법이 과학의 영역으로 오게 된 스토리, 공학적 창조물 중 하나로 말할 수 있는 초콜릿의 비밀, 플라스틱 없이는 영화도 없었을 거라는 플라스틱 혁명 등 재료의 위대함을 알게 됩니다. 너무 흔해서 평소 생각하지도 않는 종이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쉽게 찢어지기도 하면서 주름과 접힘만으로 종이접기 예술도 가능한 이런 재료가 세상에 드물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네요.

 

 

 


콘크리트의 경우 그저 건축에 사용하는 그 콘크리트만 생각하고 있었다가 자기치유 콘크리트니 콘크리트 천 같은 새로운 형태를 접하니 신기했어요.

새롭게 등장하는 콘크리트 세계를 보면 삭막한 회색빛 콘크리트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특히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명체를 통해 콘크리트 균열을 메꿀 방법을 찾아낸 자기치유 콘크리트 이야기나 저절로 세척되는 콘크리트 이야기를 보면 무생물과 유기체의 구분 한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입니다.

 

 

 


유기체만 신기한 게 아니라 무생물의 세계도 이토록 복잡하다니요. 생체재료 등을 통해 이젠 인간의 정체성을 우리 몸의 물질성으로 구분하지는 못할 거라네요. 그보다는 마음, 감정, 감각의 세계로 구분하는 세상이 온 거죠. 그동안 그 중요성을 몰랐고 덜 알려졌던 재료과학. 재료는 인류의 필요와 욕망의 복잡한 발현물이라는 마크 미오도닉 교수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익숙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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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
채수정.이종현.김아름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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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이상 만 30세 이하 청년들이 관광, 취업, 어학연수를 하며 현지 문화와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 여행과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현재 우리나라는 20여 개 국가와 워킹 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했다네요. <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 책은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 워킹 홀리데이를 다루고 있답니다. 흔히 호주,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는 많이 알려졌지만, 유럽 지역은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 책이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네요.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에서 실제 워킹 홀리데이를 한 세 명의 워킹 홀리데이 체험기라고 보면 됩니다. 나라마다 워킹 홀리데이 규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최대 체류 기간 1년까지인 국가가 많아 해외에 장기체류하는 경우 나이만 딱 맞으면 유용한 제도인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 세 명은 워킹 홀리데이 나이 제한 끝자락에 도전했더라고요. 실제 출국일이 아닌 접수일 기준으로 만 30세 이하면 가능해요. 한국 나이 32세여도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면 가능하니 30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면 기회 잡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누구나 해를 거듭할수록 두려움은 커지고, 시간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느라 익숙한 것에 쉽게 물들어 간다. 그럴 때는 환경을 통째 바꿔보자." - 아일랜드 편

 

<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에서는 워킹 홀리데이 준비 과정, 현지 생활에 필요한 팁, 일자리 구하기, 현지 문화 체험, 여행 등 성공적인 워킹 홀리데이를 위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어디에서 살지, 얼마를 들고 가야 할지, 뭘 가지고 갈지 세세하게 알려주네요.

 

 

 

물가가 비싼 나라가 있는가 하면, 낯선 곳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 해외에서 사는 것도 우리나라 환경과 사실 크게 다를 점은 없어요. 유럽 지역은 아무래도 영어보다 자국어를 알고 가는 게 그만큼 유리하기도 하겠고요. 하지만 이 책에 나온 경험자들은 그 나라 언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도전했습니다. 그만큼 워킹 홀리데이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떠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저 도피처로서의 떠남이 아닌, 새로운 기회를 힘껏 내 손으로 잡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해야 하겠더라고요.

 

행복한 나라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보려고 행복지수 높다는 덴마크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이 분은 워킹 홀리데이를 하기 전 세웠던 목표를 이루고 돌아왔습니다. 4시간 일하고 숙식 받는 공동체 마을의 우프 경험을 하면서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음을 배우고 왔다는군요.

 

 

 

독일로 워킹 홀리데이를 한 이 분은 일정 수준의 공인 영어 점수가 필요한 영어권 국가 대신 다른 유럽 국가를 물색하다가 독일을 선택했더라고요. 독일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그나마 영어가 좀 통하는 곳이었고, 저렴한 물가와 여행 다니기 최적의 위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네요. 이 분은 현재도 독일에서 살고 있다 합니다.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며,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해 만들어가기로 마음먹고, 지금의 이 경험이 삶의 귀중한 자양분이 될 거로 생각하며 워킹 홀리데이를 하게 되었다고 해요. 

 

<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의 세 명의 저자는 한결같이 ​워킹 홀리데이를 하는 목적을 잘 세우고 가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어학, 여행, 일 등 목적에 따라 알맞은 지역 선택과 준비 계획도 달라질 테고요. 한국에서 파트타임 경험자가 아무래도 현지에서도 일자리 구하기 유리하다고 하네요. 그만큼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어디에서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가 언젠가 장기 해외여행을 꿈꿀 때 도움될까 싶어 정보 수집 겸 읽은 책입니다. 워킹 홀리데이로 인생의 전환점을 겪은 세 명의 이야기를 보면 한 번쯤 꼭 경험해보면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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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가 사랑한 정원 - 화가이자 정원사, 클로드 모네의 그림과 정원에 관한 에세이
데브라 N. 맨코프 지음, 김잔디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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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을 화폭에 담는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

모네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의 정원을 봐야 한다고 하죠. 모네를 둘러싼 정원 세계. 그에게 정원은 개인적인 안식처이자 예술과 삶이 만나는 자연환경이었습니다. <모네가 사랑한 정원> 책은 모네가 손수 가꾼 지베르니 정원과 그 정원에서 영감 얻은 그의 작품들 그리고 그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화가가 된 것은 모두 꽃 덕분이다." - 클로드 모네

 

 

 

정원 하나 만드는 데 드는 정성과 비용은 예전에 읽었던 <작가들의 정원>이라는 책을 통해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정원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네요.

이런 곳에서 살면 정말 '없던 창의성도 생기겠네.' 싶을 정도로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 가득한 지베르니 정원. 단순히 계절에 따라 피는 꽃뿐만이 아니라 꽃이 지고 피우는 시간 계산까지 하고 색 조합을 철저히 해 만든 정원이었어요. 무엇보다 화가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발휘해 아침, 저녁 등 빛에 따라 색감이 뛰어난 것까지 계산했다 하니...

 

 

 

<모란 / 1887년>, <아이리스가 있는 모네의 정원 / 1900년> 작품처럼 자연광을 듬뿍 받은 생생한 색채가 잘 표현된 작품을 보면, 그의 정원을 실제로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안 생길 수가 없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맘껏 볼 수 있는 정원이 완성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테지만요.

 

<모네가 사랑한 정원>에서 보여준 지베르니 정원을 담은 작품들은 계절에 따라 그림이 주는 느낌이 다르기도 한데요. 작품에 따라 상쾌함이 물씬 느껴지기도, 어떨 땐 포근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초창기 작품은 아무래도 풍성한 느낌은 덜합니다. 조화를 이룬 정원이 탄생하고서부터는 작품도 화려해졌더라고요. 다채로운 색감을 가진 정원 모습. 정말 아름다웠어요.

 

일본다리가 나오는 작품도 모네의 대표작 중 하나죠. ​일본식 구름다리가 놓인 작품은 다리를 고정 요소로 배치한 물의 정원을 그린 작품입니다. 지베르니 정원을 만들면서 지베르니 지역을 지나가는 물의 흐름을 바꿔 연못을 통과하게 했다고 하네요. 이 연못에 동동 띄워진 수련이 바로 모네의 대표작 수련 연작의 배경이 됩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연못에서 황홀한 광경을 보았다. 나는 바로 팔레트를 집어들었다.

 

 

 

연못에 초점을 맞추고 빛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색조의 느낌을 표현한 모네의 <수련> 연작.

빛과 그림자,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연못의 모습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엄청나게 폐기하기까지 하면서요.

 

 


모네의 정원이 아름답다 보니 정원을 방문한 화가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화가들이 그린 모네, 모네의 정원 그림도 꽤 많더군요. 그들을 일명 지베르니파 라고 부른대요. 그들의 그림을 보면 모네의 존재가 스며들어 있답니다. 다른 화가들이 그린 정원 작품도 참 멋집니다. 그림 볼 줄 모르는 제 눈에도 차이가 살짝 날 정도로 빛의 화가라 불린 모네 작품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모네의 작품은 빛의 눈부심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반짝반짝~한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던 모네에게도 가족사, 개인사에 아픔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정신도 기력도 쇠약해졌지만, 그가 돌아온 곳은 바로 정원이었어요. 모네에게 삶의 목적을 되찾게 한 지베르니 정원입니다.

 

시력이 떨어져 실제 관찰이 아닌 기억에 새겨진 인상에 의존해 그림을 그리게 되는 모네. 색도 구별할 수 없어 물감 튜브를 보고 색을 구분했다고 해요. 보이지는 않아도 그 색들이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는 기억한 모네의 후반기 작품을 그래서 더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수련을 단일 테마로 삼아 방 전체를 꾸며보려고 한 수련 연구도 다시 시작했어요. 연못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방을 꾸미려고 계획했죠.

연속적인 여러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이 펼쳐지듯 거대한 이미지를 형성한 <수련> 대장식화. 총 스물두 점의 패널에 그려 프랑스에 기증하기로 한 작품이었어요. 모네 사후 오랑주리 미술관에 설치되었는데 생전 모네의 지시에 따라 자연광으로, 광택제를 바르지 않고 굴곡진 벽에 바로 부착했다고 합니다. <수련> 대장식화는 반짝이는 물 위에 변화무쌍한 빛의 효과를 보여주는 작품들과 연못가의 장관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두 개의 방에 나눠 전시되어 있다고 해요.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햇빛을 받으면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모네의 작품을 통해 느꼈답니다. 자연환경은 말 없고 차가운 모네를 자애롭게 빛나는 모습으로 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모네가 사랑한 정원>으로 모네의 미술 세계, 원예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식 다리가 있는 연작과 수련 그림들은 세계 여러 미술관에 흩어져 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 그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제대로 빛을 발휘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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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 진화의 욕망이 만들어가는 64가지 인류의 미래
카터 핍스 지음, 이진영 옮김 / 김영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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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진화론적 논쟁을 파헤치는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진화와 관련해 진화과학자, 생물철학자, 초인간주의자, 영성철학자, 미래주의자, 우주학자, 종교인 등 과학계의 선구자들과 정신세계의 지도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이론과 사상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그러다 보니 줄리언 헉슬리, 켄 윌버, 윌리엄 깁슨, 레이 커즈와일, 테야르 드 샤르댕,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거 등 엄청난 인물들이 모조리 언급되네요.

 

이 책은 신과 진화의 전쟁에서 벗어나 흑백논리가 아닌 회색 영역을 다룹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과학자, 철학자, 신학자들이 서로의 생각을 접목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즉, 여기서 말하는 진화론은 전통적인 생물학적 진화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왜 진화론을 알아야 할까요. 진화론은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문화와 시대정신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고유한 사고방식 중 하나라는 거죠.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생명, 삶, 우주 등을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사고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인간의 시작과 근원 논쟁은 인간의 미래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된다고 말이죠.

 

진보 철학 잡지 <인라이튼넥스트> 편집장 카터 핍스 저자는 전통적 학문, 전통적 종교의 벽과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진화의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보고 진화론적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는 그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진화는 사실이다'를 깔고 갑니다. 종교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서의 진화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진화에서 말이죠.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는 진화론적 세계관을 내세웁니다. 진화를 하나의 사상으로 다루며 진화가 인간의 삶과 문화를 해석하는 데 사용되는, 진화적 사고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진화론적 세계관'인데요. 종교, 예술, 경제 등 모든 차원에 대한 해석 방식을 알려주는 믿음과 확신을 뜻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로서의 세계관. 진화론적 세계관은 진화가 진화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리고 그 진화가 우리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네요. 이 진화론적 세계관을 가진 이들은 저자는 '진화 혁명가'로 부릅니다. 그들은 학문의 경계를 초월한 제너럴리스트이자, 진화적 시간 개념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낙관주의 정신을 구현한다는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지금 과학자들의 의무는 진화를 '이기적 유전자'의 은유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고, 또한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형성된 혼란스러운 개념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어떻게 해서 새로운 형태, 종, 그리고 능력이 생겼는지. 생명체는 어떻게 출현했을지. 자기성찰적인 인간의 의식은 어떻게 생겼는지. 이런 질문의 정답은 없지만, 그렇기에 새로운 것의 본질을 탐구할 필요성이 있다 합니다. 이 과정에서 거짓된 인간 중심설도 문제지만, 그와 반대하는 명목으로 말도 안 되는 평등주의를 포용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등 다양한 사상과 이론의 한계를 짚어주기도 합니다.

유전학, 나노기술, 로봇학은 진화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까를 생각해보면 태어난 인간과 만들어진 기술의 결합은 기존의 종교, 과학, 철학에서 답을 찾기 힘들기에 새로운 세계관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의식과 문화의 내면적 영역에서 나타나는 진화의 원리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식이란 개인적 명상과 사색이 아니라, 넓은 의미입니다. 발달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진화 자체가 진화하면서부터는 인간 의식의 진화가 어떻게 발달해왔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통합적 철학이라 부르는 켄 윌버의 진화적 철학, 뇌와 강력한 의식의 관계를 이야기한 의식적 진화혁명가 토레이의 이론 등 의식과 관련한 진화 혁명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수적 고정성의 고리를 깨고 자신의 관점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에서 말하는 통합적 접근법 사고방식은, 지적설계로 신이 되려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기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도 받았던 느낌 그것과 비슷하고, 기술발전으로 기계론적 면은 약해지고 유기적으로 변한다는 복잡성 과학에 관한 이야기는 케빈 켈리의 <통제 불능> 책을 읽었을 때의 짜릿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네요.

 

이 책을 이해하는 데 그리 녹록지 않긴 했어요. <사피엔스>, <통제 불능> 책처럼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이론과 사상을 소개하고 한계를 짚어주고, 그것들을 접목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고민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려는 세계관의 재정립을 의미하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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