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네가 사랑한 정원 - 화가이자 정원사, 클로드 모네의 그림과 정원에 관한 에세이
데브라 N. 맨코프 지음, 김잔디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찰나의 순간을 화폭에 담는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
모네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의 정원을 봐야 한다고 하죠. 모네를 둘러싼 정원 세계. 그에게 정원은 개인적인 안식처이자 예술과 삶이 만나는 자연환경이었습니다. <모네가 사랑한 정원> 책은 모네가 손수 가꾼 지베르니 정원과 그 정원에서 영감 얻은 그의 작품들 그리고 그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화가가 된 것은 모두 꽃 덕분이다." - 클로드 모네

정원 하나 만드는 데 드는 정성과 비용은 예전에 읽었던 <작가들의 정원>이라는 책을 통해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정원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보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네요.
이런 곳에서 살면 정말 '없던 창의성도 생기겠네.' 싶을 정도로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 가득한 지베르니 정원. 단순히 계절에 따라 피는 꽃뿐만이 아니라 꽃이 지고 피우는 시간 계산까지 하고 색 조합을 철저히 해 만든 정원이었어요. 무엇보다 화가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발휘해 아침, 저녁 등 빛에 따라 색감이 뛰어난 것까지 계산했다 하니...

<모란 / 1887년>, <아이리스가 있는 모네의 정원 / 1900년> 작품처럼 자연광을 듬뿍 받은 생생한 색채가 잘 표현된 작품을 보면, 그의 정원을 실제로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안 생길 수가 없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맘껏 볼 수 있는 정원이 완성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테지만요.
<모네가 사랑한 정원>에서 보여준 지베르니 정원을 담은 작품들은 계절에 따라 그림이 주는 느낌이 다르기도 한데요. 작품에 따라 상쾌함이 물씬 느껴지기도, 어떨 땐 포근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초창기 작품은 아무래도 풍성한 느낌은 덜합니다. 조화를 이룬 정원이 탄생하고서부터는 작품도 화려해졌더라고요. 다채로운 색감을 가진 정원 모습. 정말 아름다웠어요.
일본다리가 나오는 작품도 모네의 대표작 중 하나죠. 일본식 구름다리가 놓인 작품은 다리를 고정 요소로 배치한 물의 정원을 그린 작품입니다. 지베르니 정원을 만들면서 지베르니 지역을 지나가는 물의 흐름을 바꿔 연못을 통과하게 했다고 하네요. 이 연못에 동동 띄워진 수련이 바로 모네의 대표작 수련 연작의 배경이 됩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연못에서 황홀한 광경을 보았다. 나는 바로 팔레트를 집어들었다.

연못에 초점을 맞추고 빛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색조의 느낌을 표현한 모네의 <수련> 연작.
빛과 그림자,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연못의 모습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엄청나게 폐기하기까지 하면서요.

모네의 정원이 아름답다 보니 정원을 방문한 화가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화가들이 그린 모네, 모네의 정원 그림도 꽤 많더군요. 그들을 일명 지베르니파 라고 부른대요. 그들의 그림을 보면 모네의 존재가 스며들어 있답니다. 다른 화가들이 그린 정원 작품도 참 멋집니다. 그림 볼 줄 모르는 제 눈에도 차이가 살짝 날 정도로 빛의 화가라 불린 모네 작품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요. 모네의 작품은 빛의 눈부심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반짝반짝~한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던 모네에게도 가족사, 개인사에 아픔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정신도 기력도 쇠약해졌지만, 그가 돌아온 곳은 바로 정원이었어요. 모네에게 삶의 목적을 되찾게 한 지베르니 정원입니다.
시력이 떨어져 실제 관찰이 아닌 기억에 새겨진 인상에 의존해 그림을 그리게 되는 모네. 색도 구별할 수 없어 물감 튜브를 보고 색을 구분했다고 해요. 보이지는 않아도 그 색들이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는 기억한 모네의 후반기 작품을 그래서 더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수련을 단일 테마로 삼아 방 전체를 꾸며보려고 한 수련 연구도 다시 시작했어요. 연못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방을 꾸미려고 계획했죠.
연속적인 여러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장면이 펼쳐지듯 거대한 이미지를 형성한 <수련> 대장식화. 총 스물두 점의 패널에 그려 프랑스에 기증하기로 한 작품이었어요. 모네 사후 오랑주리 미술관에 설치되었는데 생전 모네의 지시에 따라 자연광으로, 광택제를 바르지 않고 굴곡진 벽에 바로 부착했다고 합니다. <수련> 대장식화는 반짝이는 물 위에 변화무쌍한 빛의 효과를 보여주는 작품들과 연못가의 장관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두 개의 방에 나눠 전시되어 있다고 해요.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햇빛을 받으면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모네의 작품을 통해 느꼈답니다. 자연환경은 말 없고 차가운 모네를 자애롭게 빛나는 모습으로 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모네가 사랑한 정원>으로 모네의 미술 세계, 원예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식 다리가 있는 연작과 수련 그림들은 세계 여러 미술관에 흩어져 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 그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제대로 빛을 발휘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