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 진화의 욕망이 만들어가는 64가지 인류의 미래
카터 핍스 지음, 이진영 옮김 / 김영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진정한 진화론적 논쟁을 파헤치는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진화와 관련해 진화과학자, 생물철학자, 초인간주의자, 영성철학자, 미래주의자, 우주학자, 종교인 등 과학계의 선구자들과 정신세계의 지도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이론과 사상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그러다 보니 줄리언 헉슬리, 켄 윌버, 윌리엄 깁슨, 레이 커즈와일, 테야르 드 샤르댕,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거 등 엄청난 인물들이 모조리 언급되네요.

 

이 책은 신과 진화의 전쟁에서 벗어나 흑백논리가 아닌 회색 영역을 다룹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과학자, 철학자, 신학자들이 서로의 생각을 접목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즉, 여기서 말하는 진화론은 전통적인 생물학적 진화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왜 진화론을 알아야 할까요. 진화론은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문화와 시대정신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고유한 사고방식 중 하나라는 거죠.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생명, 삶, 우주 등을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사고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인간의 시작과 근원 논쟁은 인간의 미래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된다고 말이죠.

 

진보 철학 잡지 <인라이튼넥스트> 편집장 카터 핍스 저자는 전통적 학문, 전통적 종교의 벽과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진화의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보고 진화론적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는 그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진화는 사실이다'를 깔고 갑니다. 종교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서의 진화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진화에서 말이죠.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는 진화론적 세계관을 내세웁니다. 진화를 하나의 사상으로 다루며 진화가 인간의 삶과 문화를 해석하는 데 사용되는, 진화적 사고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진화론적 세계관'인데요. 종교, 예술, 경제 등 모든 차원에 대한 해석 방식을 알려주는 믿음과 확신을 뜻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로서의 세계관. 진화론적 세계관은 진화가 진화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리고 그 진화가 우리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네요. 이 진화론적 세계관을 가진 이들은 저자는 '진화 혁명가'로 부릅니다. 그들은 학문의 경계를 초월한 제너럴리스트이자, 진화적 시간 개념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낙관주의 정신을 구현한다는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지금 과학자들의 의무는 진화를 '이기적 유전자'의 은유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고, 또한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형성된 혼란스러운 개념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어떻게 해서 새로운 형태, 종, 그리고 능력이 생겼는지. 생명체는 어떻게 출현했을지. 자기성찰적인 인간의 의식은 어떻게 생겼는지. 이런 질문의 정답은 없지만, 그렇기에 새로운 것의 본질을 탐구할 필요성이 있다 합니다. 이 과정에서 거짓된 인간 중심설도 문제지만, 그와 반대하는 명목으로 말도 안 되는 평등주의를 포용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등 다양한 사상과 이론의 한계를 짚어주기도 합니다.

유전학, 나노기술, 로봇학은 진화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까를 생각해보면 태어난 인간과 만들어진 기술의 결합은 기존의 종교, 과학, 철학에서 답을 찾기 힘들기에 새로운 세계관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의식과 문화의 내면적 영역에서 나타나는 진화의 원리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식이란 개인적 명상과 사색이 아니라, 넓은 의미입니다. 발달심리학에서 찾을 수 있었어요. 진화 자체가 진화하면서부터는 인간 의식의 진화가 어떻게 발달해왔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통합적 철학이라 부르는 켄 윌버의 진화적 철학, 뇌와 강력한 의식의 관계를 이야기한 의식적 진화혁명가 토레이의 이론 등 의식과 관련한 진화 혁명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수적 고정성의 고리를 깨고 자신의 관점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에서 말하는 통합적 접근법 사고방식은, 지적설계로 신이 되려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기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도 받았던 느낌 그것과 비슷하고, 기술발전으로 기계론적 면은 약해지고 유기적으로 변한다는 복잡성 과학에 관한 이야기는 케빈 켈리의 <통제 불능> 책을 읽었을 때의 짜릿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네요.

 

이 책을 이해하는 데 그리 녹록지 않긴 했어요. <사피엔스>, <통제 불능> 책처럼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이론과 사상을 소개하고 한계를 짚어주고, 그것들을 접목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고민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인간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려는 세계관의 재정립을 의미하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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