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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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 전문가 조승연 작가의 열아홉 번째 책, 플루언트.

기대 이상이었어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솔직히 조승연 작가처럼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길 바랄 텐데 영어 공부할 때도 인문학을 버무려 잘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입니다.

 

 

<플루언트>에서는 영어가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전에 영어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실천할만한 기술적인 주요 내용은 보통 책 중반 이후에 나오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동서양인은 생각의 순서가 서로 반대이고, 영어는 모자라는 표현을 보충하려고 단어를 꼬아버리고, 직관적인 한국어에 비해 추상적인 영어이고, 영어의 주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주어의 의미가 아니고, 같은 단어라 해도 모양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라는군요. 이 5가지를 설명할 때부터 영어의 역사까지 파고 들어갑니다. 읽다 보면 조승연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한 느낌이라 쏙쏙 들어와요. 생각 외로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의 걸림돌 5가지를 이해한 다음엔 본격적으로 영어 문장, 단어, 문맥에 관해 설명합니다. 주어, 동사만으로 문장 만드는 법부터 완벽하게 마스터하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최소한의 요소로 소통하는 영어인 피진을 충분히 거쳐야 다음 단계로 발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피진은 세련된 영어가 아니라 생존 영어 방식인데요, 이걸 많이 해봐야 말문 트기가 된다는 거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동사의 숫자가 영어실력 그 자체"라고 할 정도로 주어+동사 문장을 열심히 하라고 합니다. 한국인의 어순과 반대인 영어의 순서에 익숙해지는 기초 과정이기도 합니다. 동사의 다양한 사용법을 모르면 표현력의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적절한 동사 고르는 것으로 시작하도록 훈련되면 바로 '유창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문법에 관해서는 얼추 무슨 뜻인지 알았다고 넘어가면 독해나 영작이 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문장 분해력을 강조합니다. 문법을 공부할 때는 통상적으로 ~로 쓰이는데 그 이유는 ~이다로 반드시 정리해봐야 한다고 해요.

 

 

우리는 문법을 무턱대고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법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사실 어느 나라의 언어이건 문장을 만드는 방법에는 일관성이 있다. 우리가 모국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미리 외운 문장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들을 때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듣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을 만드는 규칙에 일관성이 없는 언어는 소통의 매체가 될 수 없다. 문법 공부란 이 논리적 일관성을 관통하는 사유적 훈련이다. 문법을 외우기만 한다면 외국어를 백날 배워도 유창한 문장은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 연유로 미리 외워두는 문법 공부는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된다. - p131

 

암기식 영어공부법이 아닌, 올바른 어휘 능력을 갖추는 법은 특히 놀라웠습니다. 영어사전 사용법을 함께 알려주는데 처음 2~3년은 이렇게 공부하라고 하네요. 프랑스 언어학자 리트레, 영국 언어학자 제임스 머레이(Oxford English Dictionary)처럼 단어의 뜻 원래의 몽실몽실한 느낌을 복원해내야 한다고 해요.

 

 

 

이때 조승연 작가의 사례를 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정말 이런 방식이야말로 제대로 공부하는 모습이잖아요. 당장의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길게 보고 공부할 때 가능하죠. 리트레 방식은 단어 하나가 여러 책에 다양한 의미로 쓰인 걸 모으는 것이고, 제임스 머레이 방식은 그 단어의 과거를 찾는 겁니다. 그래서 사전은 맨 끝에 설명한 단어의 역사가 오히려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요. 이렇게 하면 문맥상으로 감을 아는 것이 된다고 해요. 새로운 단어를 봐도 그 안에 내포된 스토리를 찾아내면 낯설지 않게 됩니다.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사람은 단어를 머릿속에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라 문법처럼 공유된 단어 생성 원리와 규칙만 알아두고 상황에 따라 단어를 만들어 쓰고 해석할 줄 아는 것이다. - p177

 

 

마지막으로 문화 독해력을 기반으로 영어 유창성은 더욱 향상된다고 합니다. 여기서 서양 철학과 종교의 이해, 그들이 읽는 필독서 원서로 읽기 등 인문학적 지식이 큰 힘을 발휘하더라고요. 시 낭송 영어공부법도 영어 특유의 표현법과 구어체 문장에 익숙하게 하고 영어 근본이 된 세계관 이해는 물론 영어에서 가장 흔한 비유법을 배울 수 있다고 추천합니다.

 

 

영어는 언어입니다. 우리 영어 공부의 문제는 영어를 대하는 잘못된 마인드 때문이라고 해요.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 영어라는 언어의 특징을 살펴봐야 하고, 언어란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우러나오는 탐구의 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언어학자의 마인드로 접근하라는 조승연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어공부에 대한 기본 개념, 목적, 방법을 정확하게 아는 게 영어 공부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 <플루언트>. 21세기 코스모폴리탄의 영어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라는 걸 보여줍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공부하기 전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하는 책이에요. 감정 소통까지 가능한 수준의 유창성을 기르기 위해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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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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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톡톡 건드리는 책, 사회비평가이자 페미니스트 나오미 울프의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1991년에 초판이 나왔던 이 책이 오늘날에도 정확히 적용된다는 사실. 여성 혐오 범죄가 심심찮게 행해지는 시대를 살면서 착잡하기도 합니다.

 

페미니즘의 흐름은 1920년 미국 여성 참정권 쟁취를 시작으로 첫 번째 물결 페미니즘을,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이루어지면서 사회 문화적 차별 해결을 위한 두 번째 물결 페미니즘을, 그리고 오늘날에는 얼굴과 몸에 직접 제약을 가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세 번째 물결 페미니즘 시기라고 합니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바로 세 번째 물결 페미니즘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한 책이라고 해요. 투표를 하고 재산을 소유할 권리는 있는데 내 몸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저자 나오미 울프는 생물학적 여자보다 사회학적 여성을 염두에 두고 일, 문화, 종교, 섹스, 굶주림, 폭력 6대 영역에서 아름다움의 신화를 파헤칩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아름다움의 신화도 문제 제기하는데 오늘날 남성 미용성형수술 시장의 증가를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앞날을 통찰한 날카로운 눈이 돋보였습니다.


우리는 페미니즘에 거세게 반발해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여성의 진보를 가로막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환경에서, 아름다움의 신화 속에서 살고 있다. -  책 속에서.

 

 


 

그동안 페미니즘 활동으로 여성의 사고방식이 바뀌자 이제는 아름다움을 무기로 내세웠습니다. 가정일처럼 무보수 노동에 익숙해진 방식은 전문적인 주부 역할, 전문적인 직장인 역할, 전문적인 미인의 역할 모두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여성이라면 반드시 어떠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려면,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투표용지나 로비스트나 플래카드가 아니다. 바로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시각이다. - 책 속에서.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은 보편적이거나 변함없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구조, 경제, 문화가 여성에게 반격을 가할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여성을 가두기에 좋은 사회적 허구라는 거죠. 왜 여성의 의미를 이렇게 정형화된 아름다운 이미지로 고정화시키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줍니다.


 


 

개인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미국식 자기계발 열풍 시대처럼 모든 것을 개인 탓으로 돌립니다. 흔히 추측하듯 아름다움의 신화가 성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라는 것의 많은 사례들을 보니 충격적이었어요. 자신의 본질적 가치조차 확신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의 자존감을 낮춥니다. 자기 몸값을 과소평가합니다.

 

문학작품, 여성지 속 여성의 아름다움을 사례로 들며 '이상적인' 이미지가 강박적일 정도로 중요해진 문화, 완벽하게 창조된 남성에 비해 여성은 남성의 몸보다 열등하는 종교적 영향, 섹스를 강간으로 그리는 성문화, 여성의 몸을 감옥으로 만드는 다이어트 같은 사회적 방책 등은 여성의 자부심과 유능함을 허물어버리며 내면화된 자기혐오를 부릅니다. 셰릴 샌드버그가 자신의 책 <린 인 / 와이즈베리> 에서 줄곧 이야기한 것처럼 여성은 유난히 유리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성형수술 시대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수술이 아닌 건강한 젊은 여성을 고치고 있습니다. 노화된 주름을 질환이나 병으로 만들면서 건강한 여성을 병들게 하고, 능동적 여성을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여성의 선택이라는 이유로 아름다움의 고통을 사소하게 여깁니다. 아름다움을 거부하면 겁쟁이 취급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여성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늙은 남성은 세상을 움직이지만, 늙은 여성은 문화에서 지워진다. - 책 속에서.
 

 


 

이 모든 것은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현실. '아름다움'의 정의는 인간 역사에서 조금씩 바뀌어왔지만, 그 정의가 밖에서 오는 한 달라질 건 없을 거라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가 올 가능성은 정녕 없을까요.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바꿀 개인이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은 생각 외로 많았습니다. 나오미 울프는 스스로를 직접 바라보고, 여성을 삼차원적으로 조명하는 연극과 음악, 영화를 찾아내고, 여성의 전기와 여성의 역사, 세대마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여성 영웅들을 찾아내 끔찍한 '아름다움'의 공백을 메우라고 조언합니다. 우리가 늘 분석의 눈길을 날카롭게 벼리면서 '의식'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한 발 내디딘 겁니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에서는 여성을 평가하는 요소를 그대로 남성에게 적용해보거나 여성 성형수술을 남성의 그것으로 바꿔 묘사하는 사례도 많은데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했어요.

 

사실 책으로 이런 주제를 만나기 전까지는 페미니즘이란 것을 오해하기도 했고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런 오해조차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낚였던 것), 사회 특유의 문화와 기질은 개인이 바꾸기 힘들다는 무기력에 빠져 관심 밖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본질은 여성과 남성을 구별짓거나 여성이 다른 여성을 미지의 위험의 존재로 보기보다는 건강한 의식을 가진 주체적인 개인으로서의 '나'를 완성해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성이 아름다움을 성과 분리할 때, 자신의 특성과 특색을 찬미할 때, 우리를 분리하지 않고 결합시키는 우리 몸의 즐거움에 접근할 수 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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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엄마의 힘 - 원칙을 지키고 배려를 가르치는
최향기 지음 / 황소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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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한 육아를 위한 자녀교육법 엄마의 힘 시리즈. <일본 엄마의 힘>에 이어 <영국 엄마의 힘>이 출간되었네요. 현지에서 가족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는 맘들이라 생생한 정보가 살아 숨 쉬는 책입니다.
<영국 엄마의 힘>은 영국인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경험한 영국식 자녀교육법을 알려줍니다. 그 나라 특유의 문화와 기질이 어우러진 육아관. 그 나라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부러움이 살짝 드는 부분도 분명 있었어요.


영국 엄마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해요. 학습지도 없고 자녀교육 성공담 같은 것도 없다고 합니다. 사교육은 있지만 공부 사교육이 아닌 예체능 사교육이고요. 한국은 엄마가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70퍼센트 능력을 가진 아이의 나머지 30퍼센트를 충족시킬 수 있다 여기며 자녀교육의 책임감과 의무감이 높은 편인데 반해 영국은 자녀의 미래를 엄마가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 마인드라고 합니다.

 

 


영국산 디럭스 유모차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데 국내에선 짐이 되기 일쑤입니다. 영국에서는 신생아 때부터 아이를 튼튼하고 안락한 디럭스 유모차에 태우고 잠깐의 외출과 산책이 당연한 산후조리 방식이 영국식 산후조리더라고요. 큰 유모차를 끌고도 어디든 다닐 수 있는 건물, 도로, 교통수단 등이 잘 되어 있다고 합니다.

레이디 퍼스트 문화가 있는 영국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나가면 모세의 기적이 펼쳐질 정도라네요. 쉽게 끌고 이동 가능한 유모차 문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부피 나가는 유모차 끌고 조금 먼 곳은 엄두를 못내는 현실이라 아기띠가 더 편한데 말입니다.


돌이 안 된 시기부터 혼자서 재우는 육아 방식은 애착 육아라 부르며 아이를 끼고 사는 우리 육아관과는 차이가 크죠.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장점이 확실히 컸어요. 혼자 자는 방법을 터득한 아기들은 잠에서 깨더라도 스스로 다시 잠에 들어 통잠을 자게 됩니다. 그만큼 엄마도 숙면을 하게 되는 거고요. 애착 육아는 깨어있을 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는 저자의 말에 공감되더라고요.

 

게다가 일찍 재우는 습관만큼은 우리나라 부모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무조건 8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들게 했고요. 잠들기까지 10분 내외 걸리니 어쨌든 9시 전에 자기 시작했네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밤 9시가 되면 잘 준비를 하는 루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잠만큼은 푹 재우고 싶었고, 아이가 늦게 자는 만큼 엄마만의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거니까요. 그 외 공공장소에서의 모유 수유 권장 문화, 맞벌이부부의 육아 정책, 왕실 나라인 만큼 개념 있는 언행을 하도록 교육하는 법 등 영국식 육아와 교육 문화를 소개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 가장 배울만한 점은 희생이 아닌 부부 중심의 삶을 누리려고 노력하는 자세였습니다.

아침에는 서로 바쁘니 남편이 스스로 아침 식사를 챙겨 먹는 습관이라든지, 육아와 집안일을 책임지는 전업주부에게도 에너지 재충전을 위해 저녁 시간에 온전히 엄마만의 시간을 갖는 미 타임 (Me Time)으로 힐링을 한다든지, 그 시간의 육아와 집안일은 남편 몫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모여 육아 만족도도 높아지고 결혼 만족도도 덩달아 올라가는 시스템이 참 좋아 보였어요. 결국 육아라는 건 부부가 함께 할 때 서로 행복해진다는 게 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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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 - 왓칭으로 만나는 기적의 결과
김상운 지음 / 움직이는서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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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왓칭> 김상운 저자의 신간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 왓칭 개념을 알면 더 원리 이해를 바탕으로 적용하기 쉬운데 그 책을 읽지 못했어도 이 책만으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 기적의 아이콘, 펜싱의 박상영 선수와 사격의 진종오 선수는 <왓칭>을 통해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합니다.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는데 효과 좋은 이 기술을 공부에도 적용하는 게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의 주제입니다.

 

걱정을 한다는 것은 다가올 순간을 미리 불안해하는 겁니다.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있지 못하고 미래로 달아나버려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고 해요. 왓칭을 통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마음속 깊게 들여다보고, 마음의 잔물결이 없어지면서 '지금'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수험생이나 공부에 적용할 수 있는 왓칭 실천법을 사례와 함께 알려줍니다.

 

뇌과학으로 설명하는데 빨간불이 켜지면서 위험신호를 보내는 아미그달라가 좌뇌의 부정적 이야기꾼 에고센터와 만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하면서 두뇌해마가 쪼그라든다고 해요. 우리는 이 빨간불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한 겁니다.

 

 

 

공부 멘탈이란 공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상태입니다. 마음의 공간을 상상하며 그 공간에서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바라보도록 합니다.


왓칭은 양자물리학자들이 이름 붙인 관찰자 효과를 통해 감정, 몸, 마음, 지능, 행동 등을 포함한 나의 모든 것을 나와 분리시켜 보는 것이라고 해요. 목표를 세우라는 말은 해도, 목표를 세우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선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미지가 생생하게 그려지도록 생각해보는 겁니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시크릿류의 내용과도 비슷해 보이는데요, 이 책이 훨씬 납득하기 좋게 설명하고 있었어요. 한다!는 실행의지를 가지면 생각 에너지는 플러스 에너지로 변화한다고 합니다. 박상영 선수의 할 수 있다처럼요.

생각이란 단순히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주제 문장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만 아는 것으로 그치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함정~!

 

그저 문제가 이미 풀렸다고 상상하는 것으로 되는 게 아니었어요. 그저 해결되었다라고만 상상해서는 오히려 긴장이 풀어진 상태에서 의심이 스며든다고 합니다.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이라고 상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이미 풀렸다고 상상한 뒤, 현실의 부정적인 면과 대조해 봐야 합니다. 마음의 공간이 열린 상태로 걸림돌이 있는데 어떻게 풀었지 하며 문제를 풀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찾아보게 되면서 훨씬 더 수월하게 풀린다고 하네요.


'내 마음이 내 몸 안에 있다' 대신 '내 몸은 내 마음속에 있다'로 바꿔 생각하는 자세가 닫혀있는 마음의 공간을 열어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낸다고 합니다.

내가 내 마음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흔들리지 않는 공부 멘탈 만들기>. 에빙하우스 망각 이론을 이용한 암기 방법 같은 기존에 알려진 것도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식상하지 않고 흥미롭게 적용해볼 만한 내용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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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양치기의 편지 - 대자연이 가르쳐준 것들
제임스 리뱅크스 지음, 이수경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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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라는 단어가 주는 목가적인 분위기만큼이나 사실 너무 잔잔한 분위기의 책은 아닐까 싶었는데, 제임스 리뱅크스 저자의 글이 생각 외로 유쾌해서 무척 즐겁게 읽은 책입니다.

그저 새하얀 양만 떠오르는 수준이었던 제가 이제는 다양한 품종의 양들이 있고, 저마다 독특한 색깔과 생김새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목장 형태만 생각하다가 대자연에서 방목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목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배경인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겨우 4만 3,000명의 주민이 있는 곳이지만, 방문 외지인은 연간 1,600만 명에 이 지역에 관한 책도 많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본 그곳 이야기가 아닌 흙을 일구며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관심 밖이었어요.

 

사람들은 '야생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된' 자연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런 곳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고자 찾거나 도시인의 이상적 공간 역할일 뿐입니다. 저자의 어린 시절 초등학교 선생님들조차 촌구석에선 전혀 이룰게 없다는 식이었고요. 세상에 나가 뭔가 훌륭한 것을 이뤄내는 것이 값진 인생이라는 사고방식으로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조부모, 부모 세대가 땀 흘려 일하는 삶을 가치있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옥스퍼드대 출신 양치기, 제임스 리뱅크스의 이야기는 더 값져 보입니다. <영국 양치기의 편지>는 레이크 디스트릭트 땅에 뿌리내려 살아온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입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에는 내셔널 트러스트 소유의 방목지가 있습니다. 아동문학의 대가 '피터 래빗'의 베아트릭스 포터가 후원한 지역 중 한 곳인데, 이곳은 수 세기 동안 추위와 험한 지형에 익숙해진 지역 토종 허드윅 양만 풀어놓을 수 있다고 해요. 목양견과의 팀워크가 특히 중요한 작업과정을 보니 우리가 익히 알던 양 목장 수준이 아니더라고요.

 

양치기의 첫 번째 규칙 : 내가 우선이 아니라 양과 땅이 우선이다.
두 번째 규칙 : 상황이 항상 내 뜻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규칙 : 그래도 군소리 말고 계속 일한다.


목장의 일상은 건초 만들기, 양털 깎기, 산위의 양 떼 몰아 내려오기 같은 굵직한 일들 외에도 무너진 담장 손보기, 아픈 양 치료하기, 어린 양들 기생충 없애기, 양들 발 씻기기, 생울타리 만들기, 울타리에 몸이 걸린 새끼 양 빼내기, 목양견 씻기기, 양 꼬리 근처에 붙은 똥 딱지 떼내기 등 영국 특유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맞춰해야 할 소소한 일들이 산더미입니다. 게다가 출산 시즌 때는 멘틀 붕괴쯤은 일상이었습니다. 출산 시기에는 넓디넓은 공원에서 어른 두 명이 갓 태어난 아기와 아장아장 걷는 유아 수백 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과 비슷할 정도라네요.

 

 

 

 

자연의 사이클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 자연을 낭만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생활방식에 자긍심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는 사람과 땅의 관계가 공동체를 중심으로 형성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진짜 역사와 문화입니다.

 

<영국 양치기의 편지>에는 3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목장 운영의 실제적인 기술 외에도 이 땅의 주인인 농부로서의 가치관, 세대를 지나며 전해지는 지혜와 경험의 소중함. 이제는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를 중심으로 양치기의 삶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스물한 살 때 스스로의 선택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목장 말고 다른 선택지들도 있다는 걸 직접 도전했던 그는 어찌 보면 외도를 한 셈이기도 했지만, 옥스퍼드대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전문 고문위원 프리랜서 일을 부업으로 하면서도 양치기로서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진하게 드러나는 그의 글은 울컥하게 하네요. 

 

 


 

시골의 삶을 막연히 동경하거나 목가적이고 활기찬 시골 풍경만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통적인 농경 및 목축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대학에 다니면 중요한 사람이고, 전통 방식에 따라 일하며 살면 관심이나 칭찬을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인가는 물음은 아무런 목적 없이 무조건 도시인으로 살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삶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대자연과 함께 한 양치기 3대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는 <영국 양치기의 편지>. 초짜 양치기에서 인정받는 양치기로 성장하는 과정, 삶과 죽음이 있는 목장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여 열심히 일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을 사는 이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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