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었습니다 - 영화 [희생부활자] 원작 소설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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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개봉작, <희생부활자> 영화관람 전에 원작소설 <종료되었습니다> 읽었습니다. 반전 있는 내용이라 책과 영화 둘 중 먼저 접하는 쪽이 충격파가 더 강렬할 것 같긴 합니다. 영화 <희생부활자>의 예고편은 소설 초반 딱 보여주던데 '예고편이 다였어'라는 말은 나오지 않을만한 작품이니 기대하셔도 좋을듯합니다.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는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친 박하익 작가의 2012년도 작품입니다. 김래원, 김해숙 주연의 영화 <희생부활자>로 개봉하게 되면서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재출간했네요.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 넉넉잡아 두세 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습니다. 신선한 소재, 생각지도 못한 반전, 그 속에 담긴 주제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살해당해 죽은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모습 그대로 돌아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한 뒤 빛을 내며 소멸하는 현상 RVP (Resurrected Victims Phenomenon). 최근 몇 년 사이 환세자, 영화 제목으로는 희생부활자가 세계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잘 나가는 신생 기업의 공동대표로 있는 진홍. 배우 김래원이 연기한 진홍은 영화에선 검사로 등장하더군요. 소설과 영화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겠습니다. 

 

 

 

7년 전 오토바이 퍽치기로 살해당한 어머니 명숙이 돌아왔다는 누나의 전화를 받고 급히 집으로 가는 진홍. 당시 어머니는 진홍의 사업 목돈이 들어있던 가방을 뺏기지 않으려다 살해되었습니다. 돈 때문에 어머니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을 지닌 채 살아온 진홍은 어머니의 죽음을 지척에서 목격했기에 희생부활자로 나타난 이 상황이 믿기 힘들 지경입니다. 한편으론 드디어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품게 됩니다.

 

 

 

생전 모습 그대로인 어머니는 아들 진홍에게 평소처럼 대합니다. 하지만 '심판'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진홍에게 칼을 내리꽂으려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희생부활자는 오직 가해자만을 노렸고, 신속 정확하게 자신의 원한을 갚은 후 사라지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들을 죽이려고 한다? 지금까지 희생부활자가 무고한 사람을 심판하려든 경우는 없었기에 심판당할 뻔한 진홍을 범인으로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를 살해했던 범인이 드디어 잡히게 됩니다. 단순 퍽치기가 아닌 살인청부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오히려 그 배후로 의심을 더 받게 되는 진홍.

 

기관에서는 범인과 피해자가 대면하는 상황을 만들어 살인 실행했던 범인이 결국 어머니의 손에 심판 당하는 상황까지 가게 됩니다. 청부 살인의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전히 아들 진홍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어머니. 불량 희생부활자인지 아니면 진홍이 완전체 사이코패스인지 의문은 깊어만 갑니다.

 

"목숨은 목숨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갚아라." - 책 속에서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는 RVP 현상을 통해 유명무실한 사형 제도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사형을 선고받은 채 교도소를 노후 보장되는 안락한 공동체로 삼아버린 교화 가능성 없는 범죄자들. 완전한 교화와 잔혹한 징벌을 두 가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스템은 과연 없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죽은 이를 보고 싶다는 열망과 범인을 처벌하고 싶다는 원한이 얽혀 탄생한 희생부활자. 눈에는 눈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에서처럼 피해자가 당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끝이라면 식상합니다.

 

소설 <종료되었습니다>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초월적 생명공학 기술과 전 지구적 사회 제어 시스템의 열망을 담아서 말이죠. 지금까지의 희생부활자들과 다른 패턴을 보인 어머니 사건에 감춰진 진실은 생각하지 못했던 충격을 안겨주더군요. 소설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한 속도를 유지한다는 점이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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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 지나가는 마음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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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에 개봉한 영화 <더 테이블 The Table>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비하인드스토리를 담은 책 <더 테이블>. 영화가 먼저 나온 다음 영화의 속편까지 담은 책이 이후에 나온 거여서 색다른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는 책 쪽이 개인적으론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지문과 대사가 가득한 글로 만나니 무척 좋았어요. 그런데 이 책은 첫 편 읽다가 이 대사를 어떻게 연기했을까... 너무 궁금해져서 책 읽는 걸 멈추고 영화를 봤을 정도로 분위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잔잔한 스타일의 일상 영화는 제 취향이 아닌데도 영화 <더 테이블>의 영상미는 정말 엄지 척! 사흘 만에 쓴 시나리오에, 단 7일의 촬영 기간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니.

 

 

 

시나리오 책은 처음 접한 건데 자연스럽게 영상이 재생되는듯한 기분이 들게 하더라고요. 책 <더 테이블>은 영화 촬영전 시나리오여서 영화 에피소드와 순서가 다르기도 하고, 영화의 삭제 분량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하루 동안 하나의 카페 안, 하나의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네 가지 이야기 <더 테이블>. 두 명씩 짝을 이룬 네 쌍의 이야기는 제각각 매력이 있었습니다. 아련한 감정이 들게 하기도, 씁쓸한 아픔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일상을 소재로 했음에도 독특함이 가득한 매력이 뿜어져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는데 대사와 대사 사이에 멈춤의 여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대사 없는 멈춤이 아니라 짧은 숨 사이에 숨어있는 여운이 꽤나 짙어요.

 

 

 

경진과 민호의 썸을 흔하디흔한 썸으로 만들지 않은 것에 흐뭇한 기분을, 유진과 창석의 엇갈림 속에서는 씁쓸한 분노를, 가짜 모녀 역할을 하는 은희와 숙자의 대화에서는 그 속마음을 읽어내는 순간 울컥,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는 어긋난 관계를 끝내려는 혜경과 운철의 선택에 안도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낀 <더 테이블>.

 

 

 

네 쌍의 인연이 만들어내는 네 가지 이야기 모두 일상의 대화 형태로 끌어 나갈 뿐인데도 하나의 스토리가 끝날 때마다 여운은 무척 오래갑니다.

 

 

 

김종관 감독은 책 <더 테이블>에서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경진, 유진, 은희, 혜경의 과거입니다. 단편 분량인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아쉬움을 채워줍니다.

 

영화 밖 다른 사연들이 담긴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는 본편에서 짐작하고 상상했던 그녀들의 삶을 한 조각 더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본편만 한 속편은 없다고 하지만 본편의 좋은 느낌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었어요.

 

 

 

영화 <더 테이블>을 만든 과정을 담은 비하인드 더 테이블 코너는 김종관 감독의 인터뷰와 함께 영화 탄생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란한 수식 없이 함축적으로 내용과 정서를 전달하고, 단 하나의 장면으로도 인간의 삶이 드러나는 단편 소설의 매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영화 <더 테이블>. 테이블에 초점 맞춘 장면에선 빈 공간에도 이토록 진한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잔잔한 분위기의 소설과 영화는 선뜻 손 안 가는 취향인데도 <더 테이블> 읽는 내내 '너무 좋아~' 연발하게 되더라고요. 뭣보다 책 표지도 예뻐서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하는 비주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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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 - 일에 쫓겨 인생마저 꼬였을 때, 오늘부터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
나카지마 사토시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클라우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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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오른쪽 버튼, 더블클릭,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탄생시켰고 윈도우95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을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 전설의 프로그래머 나카지마 사토시. 세상을 바꾼 발명의 비결에는 그만의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이 있었습니다.

 

 

 

삶이 달라지고, 꿈을 이루고, 일류처럼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 시간에 쫓겨 마감일에 허덕이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시간 관리법입니다.

 

 

 

영어도 서툴고 뛰어난 인재들이 가득한 곳에서 그의 무기는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이었습니다. 실력만 따지면 천재인 직원도 시간 배분을 제대로 못해 제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던 그곳에서 살아남았고 퇴사할 때도 당시 CEO가 만류할 정도로 인정받았던 그의 무기,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보통의 시간 관리법과 무엇이 다를까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일화도 종종 등장하는데, 빌 게이츠 역시 시간 관리법이 탁월했다고 합니다. 나카지마 사토시 프로그래머가 참여한 윈도우95 개발 과정에서도 빌 게이츠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더라고요.

 

 

 

직장에서 중요한 건 일의 질을 추구하다가 마감 기한을 넘기는 것보다 일을 기한 내 끝낼 수 있는지 없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일을 맡기면 안심되고,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 직원으로 신뢰받게 되는 방법은 바로 언제나 마감을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하는 겁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하며 수정하듯, 처음부터 100%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80~90점짜리를 기한 내에 완성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윈도우95도 3500개의 버그를 가진 채 출시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완벽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그런데 이 마음 속에는 남에게 평가받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묻습니다. 모든 일은 반드시 수정하게 되어 있고, 수정은 일을 끝낸 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짚어줍니다.

 

 

 

모든 악의 근원은 마지막까지 열심히 힘을 쏟는 라스트 스퍼트 방식이라고 합니다.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효율화에 온 힘을 집중한 기술입니다. 이 시간 관리법은 전체 기간 중 20%에 해당하는 초반에 총 업무량의 80%를 끝내는 방식입니다. 나머지 기간은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기간입니다.

 

 

 

시간에 쫓겨 일을 끝내지 못한다는 것은 여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여유를 만드는 방법인 거죠. 유념해야 할 사항도 있는데, 일찌감치 일을 끝냈다고 보고해버리면 곧바로 다른 일이 주어지게 되고 그때부터는 이번처럼 빠른 기간내 끝낼거라는 상사의 기대치도 올라가니 주의하라는군요. 약간 황당하고 재미있는 말이지만 격하게 공감되는 주의사항입니다.

 

업무의 성격에 따라 장기 프로젝트도 있고, 복수의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고, 중요 업무와 덜 중요한 업무를 매일같이 처리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유형에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업무와 하루를 작은 단위로 쪼개면서 말이죠. 중요한 점은 반드시 마감을 지킨다는 것과 로켓 스타트로 단숨에 업무량의 80%를 끝낸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역량이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의 일정 지연으로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대응법까지 알려주는 식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시간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줍니다. 집중력 높여 일을 빨리 끝내는 노하우를 알려주기보다는 집중력이 저절로 생기는 일처럼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끔 부추깁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에 몰입하는 것이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의 숨은 목적이었어요.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명확한 목적이 있는 공부를 하려고 할 때에도 유용합니다.

 

일과 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에서 들려주는 올바른 시간 관리법을 실천해보세요. 싫어하는 일을 하는 시간을 줄이고,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기 위한 로켓 스타트 시간 관리법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삶을 꿈꾸는 우리에게 유용한 무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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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집 살인사건 변호사 고진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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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집 살인사건>은 도진기 변호사가 부장판사 재직 중 쓴 소설로 변호사 고진 시리즈 첫 번째 소설입니다. 한국 본격 추리의 새 장을 연 변호사 고진 시리즈, 생각했던 것보다 퀄리티가 상당히 만족스러웠어요.

 

언덕 위 붉은 집 1층 서씨 집안과 2층 남씨 집안 간의 대를 이어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추리 소설입니다. 처음엔 단순 상속 문제로 생각했다가 어둠이 감춰진 집안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사건은 꼬일대로 꼬여만 갑니다.

 

 

 

서씨와 남씨 집안의 가족사를 정리하는 것조차 몇 페이지 나올 정도로 배경, 인물이 복잡한 소설입니다. 각자의 자녀가 있던 상태에서 재혼했던 서씨와 남씨. 하지만 부부간의 살인 사건으로 의붓 자녀들만 남겨진 채 1층과 2층에 각각 자리 잡아 살아왔습니다.

 

1층엔 퇴역 군인 서씨와 자녀들이, 2층엔 남씨와 실명한 딸 그리고 남씨의 여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서씨의 아내는 강도 살인으로 사망, 남씨의 아내는 별거 후 병사해 대대로 아내복이 없는 집안이네요.

 

사건은 2층 남씨 집안의 가장이 유언장을 작성하는 걸 여동생이 우연히 듣게 되면서 일어납니다. 1순위 상속인은 남씨의 딸로 지정했으나 2순위로 서……까지만 들은 여동생. 여동생 입장에서는 서씨 일가로 상속 재산이 넘어가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어떤 어려운 의뢰도 표 안 나게 귀신같이 해치운다는 어둠의 변호사로 알려진 고진 변호사에게 의뢰합니다.

 

 

 

고진 변호사는 서씨 일가와 남씨 일가의 기묘한 동거와 대를 이어 발생한 살인사건이 단지 우연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막대한 유산의 상속자인 딸의 목숨까지 위태로워 보이지만 결정적인 뭔가가 없어 머뭇대다 결국 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됩니다. 

 

실명 후 요양차 머물던 곳에서 실족사한 딸. 사고사라지만 분명 살해된 것으로 의심하는 고진 변호사. 그녀의 죽음으로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일까 의심하지만 서씨와 남씨 가족 모두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2순위 서씨가 사람이 아닌 서울맹인복지회였다는 유언장 내용을 확인하게 되면서 사건 해결에 어려움이 더해집니다.

 

 

 

삼대에 걸쳐 살인사건이 벌어진 집안. 가족 중에 살인자가 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고진 변호사는 살인의 성향, 악마의 유전인자도 선별적으로 물려받는 게 아닐까, 이 집안에는 악의 피가 흐르지 않을까 생각할 지경입니다.

 

뒷골목 변호사다운 면모는 추리 과정에서 줄곧 드러납니다. <붉은 집 살인사건> 소설 대부분의 분량이 고진의 가설과 실망의 반복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식입니다. 혼자만의 작업이기보다는 셜록 홈즈와 왓슨처럼 고진 변호사도 찰떡궁합 형사의 도움을 받아 가며 사건의 중심에 다가서지만, 결국 추리의 완성은 고진의 머릿속에서 다 이뤄지는군요.

 

삼대의 살인 사건 각각에 숨어있던 비밀을 밝혀내면서 진정한 배후를 찾아내는 고진 변호사. 이 모든 그림을 미리 예상했다는 식의 우월함이 슬쩍 보여 재수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어설픈 면은 없었어요. 얽히고설킨 배경만으로 독자를 정신없게 만든 치밀함이 대단한 소설입니다.

 

트릭이 상상했던 것보다 탄탄했습니다. 이래서 도진기, 도진기 하는구나 이해가 되는 소설이었어요. 고진 변호사 시리즈 첫 책으로 읽었는데 다음 소설이 자연스럽게 기대될 정도로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고진 변호사 시리즈 나머지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정신자살>, <유다의 별>,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도 순서대로 읽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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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소화제 - 현대인의 답답한 마음을 위한 처방전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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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소화불량인 감정들의 원인을 찾아내고 처방하는 <마음 소화제>.

 

 

 

베스트셀러 <생각 버리기 연습>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이 직접 그리고 쓴 그림 에세이 <마음 소화제>는 동자스님, 짹짹이, 곰돌이, 꼬마 아가씨, 야옹이 등을 중심으로 한 4컷 만화입니다. 그림마다 스님의 담백한 에세이가 곁들여져있고요.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지만 너무 일상적이라 잊고 지내기 쉬운 사소한 마음의 이야기들입니다. 답답하기만 하고 소화불량인 감정들이지요. <마음 소화제>는 내 감정의 원인을 찾아내 처방한 마음 치유법 책입니다. 감정은 그저 눈에 보이는 한 가지 감정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더라고요. 감정의 부메랑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4컷 만화는 무척 간략하지만 그 속에 많은 걸 품고 있습니다.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어요. 내가 하는 행동 속에 감춰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요. 나의 괴로움을 깨닫는 것이 첫걸음이었어요.

 

노여움은 불안과 외로움의 에너지로 이어지며 막연한 부정적 상태가 지속되고, 구체적 대상이 있을 땐 공격성과 원한으로 연결됩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부정적인 에너지가 폭발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추악하게 만드는 온상인 거죠.

 

분노의 카르마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데,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노의 카르마를 쌓을수록 화가 나고 오해하는 성격이 몸에 붙어 결국 스스로 에너지를 바꿀 기회도 찾아오지 않게 됨을 알려줍니다. 마음이 장기적으로 어떤 법칙으로 작동되는지 알면 번뇌는 줄어든다는 게 <마음 소화제>의 기본 원칙입니다.

 

 

 

<마음 소화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오만함'입니다.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 역시 마음의 낡은 패턴이 여전히 살아남아 있더라고 합니다. 미리 예상하고 착각에 빠지는 오만함의 번뇌를 들려줍니다. 연애에서든 일상에서든 부정적인 관계의 원인은 오만함의 번뇌였어요. 주도권 놀이는 결국 관계를 망치는 길입니다.

 

솔직히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했다가 4컷 만화와 글을 보며 그제야 깨닫기도 했어요. '네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하니까 나도 같이 해줄게'라는 태도, '이제 그만둘까?'라는 말속에 숨은 의미를 짚어줍니다. 주도권을 잡으려다 상대의 행동이 눈에 안 찰 때 노여움이 생기게 되고,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할 때도 상대가 말려줄 것을 은근 원하고 있다는 거죠. 상대가 약속을 깼을 때에도 '나보다 다른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다니.'라는 생각에 자존심 상하는 것 역시 오만함의 번뇌입니다.

 

 

 

내 마음을 꿰뚫어봤다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음은 빛의 속도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거든요. 오만한 마음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 '이건 내 오만함이야.'라고 평정을 찾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펴 냉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대하다가 역시 아니지 않을까 하고 접어버리고 그래도... 싶어서 또 기대하고. 기대와 환멸의 모순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겁니다. 생각의 연쇄고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자금, 여기'에서 일단 몸을 움직여보고 그 동작에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마음 소화제>에서 제대로 건진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자기계발서에도 흔히 얘기하는 건데 과거의 나보다 성장했다는 말을 에너지 삼잖아요. 그런데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전과 비교해 자신은 좋게 변하고 있다'라는 말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꼬집습니다. 자기만족으로 인해 정체하고 싶은 욕망은 아닌지 점검하라고 말이죠. 전진했다느니 깨달았다느니 등의 자만한 생각으로 오히려 멈춤이 되는 걸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사용한 심리적 해석에 따라 멋대로 자동완성하는 버릇을 멈추고 오만함의 번뇌를 알아차린다면 부정적인 마음을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을 꿰뚫어보고, 다스리고, 흘려보내는 방법을 이야기한 <마음 소화제>는 내 감정에 숨겨진 속내를 파헤치는 것만으로도 답답한 마음을 후련해지게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어요. 상쾌한 행복을 위한 조언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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