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이블 - 지나가는 마음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2017년 8월에 개봉한 영화 <더 테이블 The Table>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비하인드스토리를 담은 책 <더 테이블>. 영화가 먼저 나온 다음 영화의 속편까지 담은 책이 이후에 나온 거여서 색다른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는 책 쪽이 개인적으론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지문과 대사가 가득한 글로 만나니 무척 좋았어요. 그런데 이 책은 첫 편 읽다가 이 대사를 어떻게 연기했을까... 너무 궁금해져서 책 읽는 걸 멈추고 영화를 봤을 정도로 분위기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잔잔한 스타일의 일상 영화는 제 취향이 아닌데도 영화 <더 테이블>의 영상미는 정말 엄지 척! 사흘 만에 쓴 시나리오에, 단 7일의 촬영 기간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니.

 

 

 

시나리오 책은 처음 접한 건데 자연스럽게 영상이 재생되는듯한 기분이 들게 하더라고요. 책 <더 테이블>은 영화 촬영전 시나리오여서 영화 에피소드와 순서가 다르기도 하고, 영화의 삭제 분량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하루 동안 하나의 카페 안, 하나의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네 가지 이야기 <더 테이블>. 두 명씩 짝을 이룬 네 쌍의 이야기는 제각각 매력이 있었습니다. 아련한 감정이 들게 하기도, 씁쓸한 아픔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일상을 소재로 했음에도 독특함이 가득한 매력이 뿜어져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는데 대사와 대사 사이에 멈춤의 여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대사 없는 멈춤이 아니라 짧은 숨 사이에 숨어있는 여운이 꽤나 짙어요.

 

 

 

경진과 민호의 썸을 흔하디흔한 썸으로 만들지 않은 것에 흐뭇한 기분을, 유진과 창석의 엇갈림 속에서는 씁쓸한 분노를, 가짜 모녀 역할을 하는 은희와 숙자의 대화에서는 그 속마음을 읽어내는 순간 울컥,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는 어긋난 관계를 끝내려는 혜경과 운철의 선택에 안도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낀 <더 테이블>.

 

 

 

네 쌍의 인연이 만들어내는 네 가지 이야기 모두 일상의 대화 형태로 끌어 나갈 뿐인데도 하나의 스토리가 끝날 때마다 여운은 무척 오래갑니다.

 

 

 

김종관 감독은 책 <더 테이블>에서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경진, 유진, 은희, 혜경의 과거입니다. 단편 분량인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아쉬움을 채워줍니다.

 

영화 밖 다른 사연들이 담긴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는 본편에서 짐작하고 상상했던 그녀들의 삶을 한 조각 더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본편만 한 속편은 없다고 하지만 본편의 좋은 느낌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었어요.

 

 

 

영화 <더 테이블>을 만든 과정을 담은 비하인드 더 테이블 코너는 김종관 감독의 인터뷰와 함께 영화 탄생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란한 수식 없이 함축적으로 내용과 정서를 전달하고, 단 하나의 장면으로도 인간의 삶이 드러나는 단편 소설의 매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영화 <더 테이블>. 테이블에 초점 맞춘 장면에선 빈 공간에도 이토록 진한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잔잔한 분위기의 소설과 영화는 선뜻 손 안 가는 취향인데도 <더 테이블> 읽는 내내 '너무 좋아~' 연발하게 되더라고요. 뭣보다 책 표지도 예뻐서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하는 비주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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