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00쇄 기념 땡큐 에디션)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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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가장 사랑받은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100쇄 기념 땡큐 에디션 버전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8년 국내에서 100만 부 돌파 이후, 2020년 100쇄 기념으로 멋진 책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표지만 봐도 달달한 느낌이 가득하네요.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정통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스토리상 미스터리 장르 성격은 띄고 있으니 추리 마니아들도 섭섭하진 않을 겁니다.


오리지널 한국어판 표지를 그린 박경연 작가가 땡큐 에디션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면 낮과 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나미야 잡화점 모습이라 의미 있네요.


땡큐 에디션인 만큼 독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책입니다. 직접 나만의 표지를 꾸밀 수 있는 디자인의 겉표지가 있습니다. 일러스트 스티커로 곳곳을 꾸며주면 됩니다. 스티커 외에도 포토카드와 투명 문장 책갈피가 함께 들어있어 굿즈가 함께 생기는 기분이에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오리지널 밤 버전을 소장 중이라면 이번 책도 필수 소장템입니다. 호불호가 크거나 취향 타는 주제의 책이 아니어서 선물용 책으로도 딱이지요. 연말연시 모임도 못하는데 으샤으샤 할 수 있는 2021년을 응원하는 책선물로도 제격입니다. 


좀도둑 3인조 쇼타, 고헤이, 아쓰야. 빈집털이를 하고 도망치던 중에 차가 고장나 급히 폐가로 숨어들어가면서 사건은 진행됩니다. 그 폐가는 바로 장사를 그만두고 비운지 꽤 된듯한 허름한 '나미야 잡화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편지가 한 통 툭 떨어집니다. 자신을 '달 토끼'라고 칭하며 고민을 털어놓은 편지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실에 관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해결 못 할 고민거리를 편지를 써서 밤중에 우편함에 넣으면 그 다음 날 가게주인이 답장을 넣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기사는 무려 사십여년 전 잡지에 실렸던 기사였고, 당시 주인은 72세 할아버지였습니다. 주인도 없는 폐가인데 여전히 고민 상담 편지가 들어온다니. 대를 이어서 하는 걸까요.


좀도둑 3인조는 일단 달 토끼의 고민을 두고 머리를 맞댑니다. 어떻게든 도와주자 vs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결국 답장을 대충 써 넣었는데 세상에나, 순식간에 또 편지가 온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답장이 바로 온 걸까요.


고민 상담 편지를 주고 받으며 3인방은 나미야 잡화점의 시간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뒷문을 닫아두면 가게 안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겁니다. 가게 앞 우편함과 가게 뒤 우유 상자는 과거와 이어져 있었습니다.


과거의 사람인 달 토끼와 편지를 주고 받는 3인방의 시점 다음엔 고민 상담자 가쓰로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음악을 하고 싶어 대학 중퇴까지 했지만 영 지지부진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아마추어 뮤지션입니다. 꿈을 향해 달릴 것인가, 포기하고 가업을 이어야 하는 것인가를 두고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 상담 편지를 넣습니다.


이쯤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왜 고민 상담 편지를 받고 답장을 일일이 써주는지 할아버지의 스토리를 알게 됩니다. 진지하고 절박한 고민을 보낸 첫 번째 사람은 누구였고, 어떤 사연이었는지 그리고 좀도둑 3인조가 이날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온 것까지 이 모든 것들이 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짜릿한 감동을 만끽하게 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소개된 네 명의 에피소드는 연애, 가족, 꿈,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입니다. 재미있는 건 좀도둑 3인조의 답장을 받은 고민러들의 반응입니다. 자기 좋을대로 해석해버리는 걸 보면 웃음이 날 지경입니다. 답장대로 하지 않았던 '달 토끼'는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중 해석을 했고, 그러면서 자신의 속내를 깨닫게 해줬다며 고마워합니다.


프로 뮤지션을 꿈꾸는 가쓰로는 세상 편하게 산다며 현실 똑바로 보라는 쓴소리에 처음엔 분노했다가도 오히려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해주니 '하긴 틀린 말도 아니지' 하며 상쾌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처럼 지금까지 누구도 해주지 않은 말,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은 말을 들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민이 해결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 책 속에서


네 명의 에피소드와 나미야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 그리고 좀도둑 3인조. 세대가 다른 그들을 어떻게 얽히게 하는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플롯은 정말 압도적인 경이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진한 감동과 여운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코로나블루로 갑갑하고 우울한 시기에 나미야 잡화점의 따뜻한 기적이 간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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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미즈키 아키코 지음, 윤은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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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국제선 승무원으로 일하며 퍼스트클래스 객실을 담당했던 미즈키 아키코. 퍼스트클래스 객실은 각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밀도 높은 공간임을 짚어줍니다. 전체 좌석 수의 약 3퍼센트인 퍼스트클래스 좌석. 성공한 사람들의 남다른 행동과 성공 습관을 관찰하고 배울 수 있었기에 항공사 퇴사 후 창업을 하고 기업을 경영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는 비행기 1등석 담당 승무원이 발견한 성공 멘토들의 공통 습관을 정리한 책입니다. 가까이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고, 그 소중한 기회를 자신의 삶에 적용해 실천한 저자의 마인드도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부자들의 삶과 디테일한 성공 습관을 엿볼 수 있는 퍼스트클래스.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독서입니다. 가벼운 가방 하나와 책을 들고 오는 그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요. 베스트셀러가 아닌 역사서나 전기라고 합니다. 그저 시간 때우기가 아닌 삶의 일부로 대하는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활자 중독자들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는 에피소드도 흥미롭습니다. 입국서류 작성 때 일반 승객들은 펜을 빌리기 일쑤입니다. 반면 퍼스트클래스에서는 펜을 가지고 있지 않은 승객은 없었다고 해요. 항상 메모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펜을 지니고 다니고, 계약할 때 자신의 펜을 사용하는 고집도 있는 만큼 아무 펜이나 빌리기보다는 자신의 펜을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고 합니다.


메모하는 습관도 상상을 초월하더라고 합니다. 어찌나 세세하게 메모하는지 보는 저자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기록하며 적은 직원이 일을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실수가 적다는 건 저자가 직접 비즈니스를 할 때도 경험했다고 합니다. 메모의 필요성과 어떻게 효율적으로 메모할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대화를 할 때도 그들은 공통된 습관들이 있었습니다. 타인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한 행동과 습관들을 하나하나씩 짚어줍니다. 호기심이 왕성해 승무원들과의 대화도 원활히 진행된다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승무원들만의 노하우를 잘 흡수하기도 했고요. 일개 승무원이 아닌 한 명의 개인으로 대하는 방식이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실행되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불만을 제기할 때도 '예고'를 하는 방법이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불러온다는 걸 잘 아는 그들이었습니다. 느닷없이 벌컥 화를 내거나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일부 몰지각한 사례도 없진 않지만, 일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승무원에게서 배우는 성공 습관도 흥미진진합니다. 클레임을 대하는 자세를 이야기할 때 피하려고만 해서는 안 되고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태도가 얼마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알려줍니다. 분노를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하는 노하우 등 퍼스트클래스 승객을 대하는 승무원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퍼스트클래스 승객 중 자기과시의 끝판왕도 가끔 등장하지만 그럴 땐 교관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마인드도 인상적입니다.


승무원은 퇴사 후 비즈니스 매너 등 지도 강사로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저자는 인재 육성 기업을 설립했습니다. 여기에도 메모의 법칙이 적용해 꿈과 목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적었고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퍼스트클래스 승객들의 성공 습관을 적용했습니다.


대화법, 메모하는 방법, 발성, 주위 사람을 대하는 태도, 걷는 자세, 독서법, 시간 관리법 등 성공 습관 DNA를 가진 3%. 작지만 남다른 습관들이 큰 성공의 바탕이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내 꿈을 실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성공한 사람에게 그 방법을 배워서 몸에 익히는 거라고 조언하는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 퍼스트클래스 승객의 습관에 주목해 더 잘하고 싶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의욕을 실천하고 행동한 저자의 태도야말로 저는 주목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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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1 - 인류의 탄생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1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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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고전이라 불리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교양 논픽션 <사피엔스>. 2015년 출간 이후 화제의 책이지만 여전히 책장 신세이거나, 빅히스토리 장르가 낯설어 꾸역꾸역 읽어낸 경우라면 이번 책 완전 반가울 겁니다. 원작을 각색해 더욱 위트 있는 구성으로 만화로 재탄생한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유발 하라리와 조카 조이를 중심으로 100만 년이 넘는 인류 진화의 빅히스토리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피엔스>의 핵심이 머릿속에 쏙 들어와 있을 겁니다.


원작을 압축해서 그저 요약 수준으로 옮긴 책이 아닙니다. 추리 미스터리 기법으로 각색해 원작만큼이나 완벽한 작품이네요. 벨기에 일러스트레이터 다비드 반데르묄렝이 각색하고, 프랑스의 화가 다니엘 카사나브가 그림을 그린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는 인류 문명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걸작 그래픽노블로 자리매김될만한 책입니다.


2020년 첫 번째 인류의 탄생 편을 시작으로 전 4권 분량으로 출간 예정이라고 합니다. Vol.1 인류의 탄생 편에서는 원작 <사피엔스>의 1부 인지혁명에 관한 부분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원작의 콘텐츠를 재해석해 보여주는 방식이 다채롭고 재미있어요. 오늘날 카드 뉴스와 광고를 보는 듯한 비주얼을 갖춘 페이지들이 눈길을 사로잡더라고요. 사피엔스를 포함한 '인류의 여섯 종'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드 형식으로 소개하면서 센스 만점인 어휘로 강점과 약점을 소개하고 있어 빵빵 터질 지경이었어요. '어떻게 사피엔스만 살아남았는가'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진행되기도 합니다.


'불의 이점'을 광고 형식으로 소개하는 장면도 신선합니다.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는 사피엔스의 성공 비결을 기발한 콘텐츠와 접목해 소개합니다. 어떻게 멀리 떨어진 다른 거주지들에 그토록 빨리 정학하고 적응할 수 있었는지, 왜 근육질 네안데르탈인조차 살아남지 못했는지. 사바나의 약자에서 먹이사슬의 왕이 된 사피엔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와 조카 조이에게 조목조목 설명해 주는 전문가들도 등장합니다. 생물학자 사라스와티 교수를 통해 공존한 인류 가운데 왜 사피엔스 한 종만이 살아남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로빈 던바 교수에게서는 인간의 의사소통에 관해 배웁니다.


<사피엔스>에서 가장 신선했던 키워드였던 '허구'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허구를 꾸며내고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 침팬지와 달리 낯선 사람들과의 대규모 협력이 가능한 존재이기에 이 같은 인지혁명을 통해 사피엔스는 성공하게 됩니다. 공통의 종교적 신화, 공통의 국가 신화, 공통의 법 신화에 뿌리는 두는 인간 사회의 바탕을 알려줍니다.


인지혁명 다음에는 농업혁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전에 수렵채집인 생활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대 수렵채집인들이 어떻게 최초의 농촌이 건설되기도 전에 지구 생태계를 완전히 재편했는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대륙 간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어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Vol. 2에서는 농업혁명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밀의 노예가 된 인간을 그린 그림이 섬뜩하지요. 유발 하라리는 농업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원작에서 말했습니다. 농경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인간을 길들인 농업혁명에 관한 이야기도 얼마나 쉽고 재밌게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전권 출간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애탈 것 같네요.


인류의 탄생을 그린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첫 번째 이야기 시간. 원작이 부담스러워 아직 읽지 못했거나, 가독성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원작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청소년들에게도 강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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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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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의 미끼 상품인 싸구려 패키지 여행에 모인 스무 명. 암 선고를 받고 살 날이 얼마 되지 않은 중년 여성, 어려운 형편에 간신히 신혼여행을 가는 젊은 부부...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입니다. 그중에 아버지와 아들이 있습니다. 싸구려 패키지 여행이지만 전혀 설렘 없는 표정으로 서늘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버스에 오른 아버지. 어떤 사연인지 궁금하게 합니다.


한국 대표 스릴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정해연 작가의 신작 <패키지>. 전작 <악의-죽은 자의 일기>,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드라마화 예정)>, <지금 죽으러 갑니다>를 통해 제게도 낯설지 않은 작가의 새 작품이어서 이번에도 기대 가득 안고 읽게 되었어요.


휴게소에서 점심 식사 후 다시 모이기로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아버지와 아들. 행방이 묘연합니다. 여행사 담당자는 버스만 먼저 보내고 남아서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사건은 다음 목적지에서 정차한 버스에서 발생합니다.


짐칸에 있는 짐을 찾다 발견한 토막 시체. 피해자는 사라진 아들입니다. 언제 어디서 살해당해 이렇게 버려진 걸까요. 시신을 유기한 것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아버지일까요. 게다가 그토록 끔찍하고 잔인하게 훼손했음에도 은밀하게 처리하지 않고 발견되기 쉬운 짐칸에 뒀을까요. 무엇보다 애초에 사람들의 뇌리에 인상 남게끔 얼굴을 드러내었던 걸까요. 밝혀진 건 피해자가 아들이라는 것뿐 그 외의 모든 것이 의문입니다.


살해된 아이는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왔음이 밝혀집니다. 어떤 가족사이길래 잔인하게 살해할 만큼 이 상황에 이른 걸까요. 아이에겐 형도 있었는데 다행히 형은 멀쩡한 상태로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무차별 학대를 받아온 건 살해된 둘째 아이만이었습니다.


아동 학대와 관련한 사건이다 보니 형사는 살해된 아이의 엄마에게 신경이 자꾸 쓰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남편의 폭력에 집을 뛰어나가 외국에서 살고 있는 상태였다가 변고를 듣고 급히 돌아왔습니다. 남편이 폭력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이들을 버리듯 남겨두고 도망간 죄책감에 처절한 울부짖음이 눈에 선합니다.


담당 형사는 이 사건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떠올립니다. 아들이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된 영향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일 같지가 않은 거예요. 형사의 가족사에서 아이를 학대한 가해자는 아내였습니다.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아내는 그 분노를 아이에게로 쏟아냈고, 아이는 결국 망가졌습니다.


형사는 모정이란 뭘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결국 아이를 두고 떠났던 살해된 아이의 엄마와 육아에 적합하지 않았던 자신의 아내는 모정이 없었던 걸까요. 그럼에도 죄책감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죄책감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모정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끊임없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아동학대. 가해자 중 약 80퍼센트가 가정의 부모입니다. 쇠사슬 학대 사건, 여행용 트렁크 감금 사건, 영아 학대 사건 등 인간으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체적, 정서적 폭력 같은 학대는 원만하지 못한 부부 관계, 원치 않았던 자녀 출산 등 가정 폭력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기에 학대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칩니다. 화목한 가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코로나19로 가정 학습이 길어진 만큼 학대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정해연 작가의 <패키지>는 아동 학대에 이르기까지의 비밀을 엿보게 해줍니다. 표면적인 가해자는 직접적인 행동을 한 당사자가 되겠지만, 그 상황은 한 사람의 잘못만으로만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하자 패키지 여행에 참가한 여행자들은 번거로운 일에 걸렸다는 듯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었고, 학대 아동의 담임 선생님은 아이의 상태를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부부의 문제 역시 한 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되기까지 차곡차곡 불안이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패키지>는 쉬쉬하며 덮어두느라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되는 아동학대에 대한 소재를 두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줍니다. 가슴 묵직해지는 소재이지만 속도감은 있는 편이라 무겁게 끌고 가는 분위기는 덜어지는 느낌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비정한 아버지에게는 숨겨진 반전도 있으니 경악스러운 감정은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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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의 기술 - 몸값 제대로 받고, 회사에서 인정받는 프로 이직러의 커리어 수업
김영종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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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의 이직 경험을 가진 15년 차 인사 팀장 김팀장(김영종) 저자의 책 <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의 기술>. 예전엔 이직이 잦으면 끈기 없거나 문제 있는 사람 취급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기업 문화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평생 이직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직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몸값을 높이며, 인생 목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제대로 이루고, 본인에게 유리하게 이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의 기술>로 이직의 궁금증을 풀어보세요.


이직에 대한 관점, 서류 작성법, 면접 비법, 합격 후 플랜, 연봉 협상, 이직 후 적응 노하우 등 이직러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상세히 알려줍니다. 당장 이직할 생각이 없어도, 자신의 실력을 쌓아가거나 연봉을 올리고 싶다면 알아둬야 할 내용입니다. 남에게 물어보긴 껄끄럽고, 혼자서 끙끙대기만 했던 고민을 Q&A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어 명확하게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네요.


왜 이직하려고 하는지, 어디로 어떻게 이직할 것인지, 언제 이직할 것인지 등 뚜렷한 목적과 목표가 세워져야 합니다. 그리고 나만의 경쟁력을 셀프 체크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회사의 직무와 관련해 난 어떤 사람인지, 직무상 강점은 무엇인지 분석하는 게 중요합니다.


안 되면 말고 식이라든지 현실 부정으로 인한 이직은 결국 실패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 자신이 해온 일들을 스스로 증명하고 설명할 줄 알아야 합니다. 평소에 사소하지만 지속적인 준비와 실천이 있어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습니다.


헤드헌터와 컨설팅을 활용하는 법, 이직에 도움 되는 소셜 네트워크 형성에 최적화된 SNS는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 프로 이직러 저자의 경험은 좋은 노하우가 됩니다.



신입 사원 지원할 때 서류 작성하던 것과 경력직은 또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이력서 제대로 쓰는 법, 뻔하지 않은 자기소개서 작성법, 경력기술서 작성 포인트 등 경력자 맞춤형 서류 작성법을 하나씩 알려줍니다.


이직 면접의 예상 질문 리스트까지 뽑아 참고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면접의 종류별 특징과 핵심 공략법을 익혀 조금이라도 막히면 술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회사는 당장 필요한 사람을 찾기 때문에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서 요구되는 지식, 능력, 태도를 갖추었는지에 집중합니다.


합격했다면 그 이후의 확실한 마무리까지 매듭지어야 합니다. 바로 퇴사 통보해야 하는지, 이직할 회사에는 언제까지 기한을 잡는 게 보편적인지 궁금했던 사항들을 속시원히 알려줍니다.


돈 문제는 참 중요한데도 막상 말 꺼낼 때는 소심해지는, 연봉 협상! 연봉 협상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통해 성공 비결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회사마다 급여 제도가 생각 외로 천차만별이라고 하니 현금성 급여와 보장성 프로그램을 분리해서 계산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전의 회사 때는 월급에 포함되어 현금화할 수 있었던 것도 새 직장에서는 쿠폰이나 복리 후생으로 받으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의 기술>에서 알려주는 것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은 평소에 잘 채워나가야 합니다. 이직은 공개된 경험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 이렇게 현실 노하우가 잘 정리된 가이드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직 전 경쟁력 셀프 체크부터, 합격 후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고 성과를 내고 그 이후의 미래 계획까지 세울 수 있는 실전 이직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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