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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1 - 인류의 탄생 ㅣ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1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0년 11월
평점 :
현대의 고전이라 불리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교양 논픽션 <사피엔스>. 2015년 출간 이후 화제의 책이지만 여전히 책장 신세이거나, 빅히스토리 장르가 낯설어 꾸역꾸역 읽어낸 경우라면 이번 책 완전 반가울 겁니다. 원작을 각색해 더욱 위트 있는 구성으로 만화로 재탄생한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유발 하라리와 조카 조이를 중심으로 100만 년이 넘는 인류 진화의 빅히스토리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피엔스>의 핵심이 머릿속에 쏙 들어와 있을 겁니다.
원작을 압축해서 그저 요약 수준으로 옮긴 책이 아닙니다. 추리 미스터리 기법으로 각색해 원작만큼이나 완벽한 작품이네요. 벨기에 일러스트레이터 다비드 반데르묄렝이 각색하고, 프랑스의 화가 다니엘 카사나브가 그림을 그린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는 인류 문명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걸작 그래픽노블로 자리매김될만한 책입니다.
2020년 첫 번째 인류의 탄생 편을 시작으로 전 4권 분량으로 출간 예정이라고 합니다. Vol.1 인류의 탄생 편에서는 원작 <사피엔스>의 1부 인지혁명에 관한 부분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원작의 콘텐츠를 재해석해 보여주는 방식이 다채롭고 재미있어요. 오늘날 카드 뉴스와 광고를 보는 듯한 비주얼을 갖춘 페이지들이 눈길을 사로잡더라고요. 사피엔스를 포함한 '인류의 여섯 종'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드 형식으로 소개하면서 센스 만점인 어휘로 강점과 약점을 소개하고 있어 빵빵 터질 지경이었어요. '어떻게 사피엔스만 살아남았는가'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진행되기도 합니다.
'불의 이점'을 광고 형식으로 소개하는 장면도 신선합니다.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는 사피엔스의 성공 비결을 기발한 콘텐츠와 접목해 소개합니다. 어떻게 멀리 떨어진 다른 거주지들에 그토록 빨리 정학하고 적응할 수 있었는지, 왜 근육질 네안데르탈인조차 살아남지 못했는지. 사바나의 약자에서 먹이사슬의 왕이 된 사피엔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와 조카 조이에게 조목조목 설명해 주는 전문가들도 등장합니다. 생물학자 사라스와티 교수를 통해 공존한 인류 가운데 왜 사피엔스 한 종만이 살아남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로빈 던바 교수에게서는 인간의 의사소통에 관해 배웁니다.
<사피엔스>에서 가장 신선했던 키워드였던 '허구'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허구를 꾸며내고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 침팬지와 달리 낯선 사람들과의 대규모 협력이 가능한 존재이기에 이 같은 인지혁명을 통해 사피엔스는 성공하게 됩니다. 공통의 종교적 신화, 공통의 국가 신화, 공통의 법 신화에 뿌리는 두는 인간 사회의 바탕을 알려줍니다.
인지혁명 다음에는 농업혁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전에 수렵채집인 생활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대 수렵채집인들이 어떻게 최초의 농촌이 건설되기도 전에 지구 생태계를 완전히 재편했는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대륙 간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어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Vol. 2에서는 농업혁명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밀의 노예가 된 인간을 그린 그림이 섬뜩하지요. 유발 하라리는 농업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원작에서 말했습니다. 농경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인간을 길들인 농업혁명에 관한 이야기도 얼마나 쉽고 재밌게 그려질지 기대됩니다. 전권 출간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애탈 것 같네요.
인류의 탄생을 그린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첫 번째 이야기 시간. 원작이 부담스러워 아직 읽지 못했거나, 가독성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원작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청소년들에게도 강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