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00쇄 기념 땡큐 에디션)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2010년대 가장 사랑받은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100쇄 기념 땡큐 에디션 버전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8년 국내에서 100만 부 돌파 이후, 2020년 100쇄 기념으로 멋진 책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표지만 봐도 달달한 느낌이 가득하네요.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정통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스토리상 미스터리 장르 성격은 띄고 있으니 추리 마니아들도 섭섭하진 않을 겁니다.


오리지널 한국어판 표지를 그린 박경연 작가가 땡큐 에디션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면 낮과 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나미야 잡화점 모습이라 의미 있네요.


땡큐 에디션인 만큼 독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책입니다. 직접 나만의 표지를 꾸밀 수 있는 디자인의 겉표지가 있습니다. 일러스트 스티커로 곳곳을 꾸며주면 됩니다. 스티커 외에도 포토카드와 투명 문장 책갈피가 함께 들어있어 굿즈가 함께 생기는 기분이에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오리지널 밤 버전을 소장 중이라면 이번 책도 필수 소장템입니다. 호불호가 크거나 취향 타는 주제의 책이 아니어서 선물용 책으로도 딱이지요. 연말연시 모임도 못하는데 으샤으샤 할 수 있는 2021년을 응원하는 책선물로도 제격입니다. 


좀도둑 3인조 쇼타, 고헤이, 아쓰야. 빈집털이를 하고 도망치던 중에 차가 고장나 급히 폐가로 숨어들어가면서 사건은 진행됩니다. 그 폐가는 바로 장사를 그만두고 비운지 꽤 된듯한 허름한 '나미야 잡화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편지가 한 통 툭 떨어집니다. 자신을 '달 토끼'라고 칭하며 고민을 털어놓은 편지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실에 관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해결 못 할 고민거리를 편지를 써서 밤중에 우편함에 넣으면 그 다음 날 가게주인이 답장을 넣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기사는 무려 사십여년 전 잡지에 실렸던 기사였고, 당시 주인은 72세 할아버지였습니다. 주인도 없는 폐가인데 여전히 고민 상담 편지가 들어온다니. 대를 이어서 하는 걸까요.


좀도둑 3인조는 일단 달 토끼의 고민을 두고 머리를 맞댑니다. 어떻게든 도와주자 vs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결국 답장을 대충 써 넣었는데 세상에나, 순식간에 또 편지가 온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답장이 바로 온 걸까요.


고민 상담 편지를 주고 받으며 3인방은 나미야 잡화점의 시간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뒷문을 닫아두면 가게 안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겁니다. 가게 앞 우편함과 가게 뒤 우유 상자는 과거와 이어져 있었습니다.


과거의 사람인 달 토끼와 편지를 주고 받는 3인방의 시점 다음엔 고민 상담자 가쓰로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음악을 하고 싶어 대학 중퇴까지 했지만 영 지지부진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아마추어 뮤지션입니다. 꿈을 향해 달릴 것인가, 포기하고 가업을 이어야 하는 것인가를 두고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 상담 편지를 넣습니다.


이쯤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왜 고민 상담 편지를 받고 답장을 일일이 써주는지 할아버지의 스토리를 알게 됩니다. 진지하고 절박한 고민을 보낸 첫 번째 사람은 누구였고, 어떤 사연이었는지 그리고 좀도둑 3인조가 이날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온 것까지 이 모든 것들이 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짜릿한 감동을 만끽하게 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소개된 네 명의 에피소드는 연애, 가족, 꿈,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입니다. 재미있는 건 좀도둑 3인조의 답장을 받은 고민러들의 반응입니다. 자기 좋을대로 해석해버리는 걸 보면 웃음이 날 지경입니다. 답장대로 하지 않았던 '달 토끼'는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중 해석을 했고, 그러면서 자신의 속내를 깨닫게 해줬다며 고마워합니다.


프로 뮤지션을 꿈꾸는 가쓰로는 세상 편하게 산다며 현실 똑바로 보라는 쓴소리에 처음엔 분노했다가도 오히려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해주니 '하긴 틀린 말도 아니지' 하며 상쾌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처럼 지금까지 누구도 해주지 않은 말,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는 않은 말을 들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민이 해결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 책 속에서


네 명의 에피소드와 나미야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 그리고 좀도둑 3인조. 세대가 다른 그들을 어떻게 얽히게 하는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플롯은 정말 압도적인 경이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진한 감동과 여운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코로나블루로 갑갑하고 우울한 시기에 나미야 잡화점의 따뜻한 기적이 간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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