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정신분석 치료를 받고서 다시 태어나다 - 우리는 정신분석치료를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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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정신분석치료현장으로 니체를 초대했다?! 정신분석치료현장에서 일하는 자기소통상담가 윤정 저자의 책 <니체! 정신분석치료를 받고서 다시 태어나다>. 니체의 고민을 정신분석현장의 절차에 따라 살펴보며 니체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명료한 자신을 볼 수 있는 경험을 얻게 도와주는 놀라운 여정이 펼쳐집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생애 마지막 11년간 정신병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1889년 1월 3일 카를로 알베르트 광장에서 말을 심하게 다루는 마부의 모습을 보고 말에게 달려가 말을 붙잡고 통곡하다 결국 쓰러진 니체. 왜 그런 행동을 보였을까요.


동생 엘리자베트 니체가 오빠 프리드리히 니체와 함께 정신분석가의 연구소로 찾아오면서 이 여정이 시작됩니다. 신경정신분석학에서 바라보는 질병이란, 살아낸 흔적의 축적물인 몸과 비물질적인 사유 체계가 머문 정신이 결합하면서 서로 발생하는 차이를, 생성적으로 만들지 않고 차별하려는 이기심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차별하기 위해 자아가 선택한 언어 사용 방식, 사고와 삶의 방식을 문제 원인으로 진단합니다.


사유를 나타내는 '말', 즉 언어의 잘못된 기제 방식을 분석해 보는 셈입니다. 좋은 마음씨와 좋은 말이 만병의 명약이라고 하듯 언어의 의미를 명료하게 재구성하면 몸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분석현장의 풍경을 펼쳐 보입니다.


가장 흥미진진한 자유연상 파트는 니체의 생애와 저작물 등을 통해 분석가인 저자와 피분석가 니체 간의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집니다. 대화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읽는 재미가 꽤 있습니다. 니체의 답변에는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밟아오며 그가 영향받은 인물과 사건 등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니체가 사는 방식과 말의 구성을 보면서 스스로 문제를 알아차리도록 돕는 분석가. 물론 이 치료의 주체는 피분석가인 니체입니다. 분석가는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사유와 행동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참여자일 뿐입니다.


어릴 때 형성된 자아의 패턴이 다른 대상을 만날 때마다 반복하는 심리적 현상인 '전이 현상'과 전이 현상 속에서 자신의 오류를 새롭게 해석해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인 '역전이 현상' 파트는 니체의 삶과 사유 속에 머문 문학적 텍스트에 담긴 의미들을 잘 보여줍니다. 분석 공감에서는 분석가와 피분석가의 질문을 정신분석치료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이때 내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니체의 생애와 작품에서 보이는 삶과 고민의 흔적은 이 시대에도 발견됩니다. <니체! 정신분석치료를 받고서 다시 태어나다>는 니체의 문제를 현대의 충동성 자아의 정신과 연결해 해석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에 투사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도와줍니다. 우리의 불안정한 감정기복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책입니다.


인간의 발명품인 언어. 인간은 언어의 의미에 매달려 부유하는 기생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윤정 작가는 "당신은 스스로 인식하는 것을 신뢰할 수 있는가", "당신은 스스로 안다는 것에 빠진 적이 없는가?", "당신은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말하고 있는지 의심한 적이 있는가?" 등 언어와 사유, 말과 행동에 관해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현대인이 치료해야 하는 부분은 자신들이 표현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언어는 불가피하게 은유적입니다. 표현 속에 또 다른 의미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겁니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죠. 그래서 언어의 한계는 분명하고, 인간의 언어는 실재 세계와 일관되게 대응할 수 없다는 겁니다.


모든 질병은 자신만의 '사는 방식'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사는 방식'을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정신분석치료는 증상을 제거하거나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피분석가가 납득하여 수용할 수 있는 삶의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현장입니다.


라캉의 정신분석치료 과정이 적용되기도 하니 라캉의 철학적 사유와 정신분석학에 대해 관심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반시대적 고찰>,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반 그리스도>, <디오니소스 찬가> 등 순수하게 니체의 작품에 관심 많은 이들도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무엇보다 윤정 작가는 니체의 행동과 말을 그저 과대망상으로 분석했을지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가슴을 울리는 한 문장은 그야말로 명문장이었어요. 너무나도 인상 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철학 용어나 정신분석학 용어는 낯설고 어렵지만, 니체의 생생한 삶의 흔적을 정신분석치료현장 속에서 재조명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독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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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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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를 지키던 세 명의 등대원이 사라졌다. 당신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가?”


1900년 12월 영국 엘런모어 섬에서 세 명의 등대지기가 사라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 <등대지기들>.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미해결 사건인 만큼 수많은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습니다.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키퍼스> 역시 이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실제 사건은 섬에서 일어났지만 소설에서는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타워 등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망망대해가 펼쳐진 타워 등대에서는 밀실 효과가 훨씬 높아집니다. 타워 등대의 구조를 보면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곳은 셋오프 구간입니다. 순식간에 셋오프를 덮치는 파도의 위력이 소설에서도 묘사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든 소설에서든 문은 안쪽에서 잠겨있었습니다. 싸움의 흔적도 없고, 빠져나간 흔적도 없습니다. 등대 안에 있던 시계 두 개는 모두 8시 45분에 멈춰 있었습니다. 그렇게 유령처럼 세 명의 등대원이 모두 사라진 겁니다.


사라진 등대원들의 행방을 알 만한 단서가 없는 상태로 20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미스터리로 남은 실종 사건에 해양 모험 소설가 댄 샤프가 관심을 기울입니다. 사건 중심에 있던 사람들을 만나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싶어 합니다.


댄 작가는 주임 등대원 아서의 아내 헬렌, 부등대원 빌의 아내 제니, 임시등대원 빈센트의 연인이었던 미셸을 만나 인터뷰합니다. <등대지기들>은 1972년 당시 세 명의 등대원들의 시점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와 1992년 남겨진 여자들의 시점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면서 생생하게 그들의 감정이 다가오는 듯한 기분입니다.


등대하면 낭만적인 분위기를 먼저 떠올립니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렇지요. 그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어떨까요. 8주의 근무 기간과 4주의 육지 생활을 오가는 등대원들은 등대에서 지낼 때 외로움, 고립감, 단조로움에 익숙해 있습니다. 해안에서 몇십 킬로미터 떨어진 외딴곳에 서 있는 고독한 대못 같은 타워 등대에서라면 더 그럴 겁니다.


아서와 헬렌, 빌과 제니는 겉으로 보면 완벽한 부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습니다. 결혼을 꿈꾸는 신참 빈센트와 여자친구 미셸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습니다. 각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펼쳐질 때마다 마음을 덮은 벽이 한 겹씩 떨어져 나가는듯합니다.


헬렌은 주임 등대원의 아내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참사를 같이 겪은 사람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 있을 테지만, 헬렌과 제니 사이는 껄끄럽습니다. 부부간의 비밀이라 하면 뻔한 클리셰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걸 예감한 독자가 이미 편견을 가진 채 바라볼 거라는 걸 작가는 교묘하게 짚어냅니다. 전과자였던 임시 등대원 빈센트를 범인으로 추정하는 낙인을 찍으며 사건은 흐지부지되었고, 당시 연인이었던 미셸은 사람들이 편한 대로 판단해버린 오명에 슬퍼하지만 숨죽인 채 살아왔습니다.


<등대지기들>은 세 명의 등대원들의 마음과 함께 남겨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 의미 있습니다. 작가와의 인터뷰는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했는지 돌이켜보게 된 계기로 작용합니다. 무덤덤하다가도 격정적인 슬픔이 자리 잡은 여자들의 목소리를 에마 스토넥스 작가의 은유적인 문장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결을 가진 문체가 마음에 쏙 들었어요.


이제는 자동화되어 무인 등대 시스템으로 운영하니 등대지기라는 단어도 낯설어졌습니다. 등대원의 삶과 등대원 가족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소설 <등대지기들>.


저마다의 사연 속에서 세 남자에게 등대는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세 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한 가지 이상의 측면이 있다."는 책 속 문장처럼 그들의 삶을 섣불리 판단 내릴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미스터리 실화에서 영감을 얻는 소설이기에 어떻게 결말지을지 기대하며 읽는 맛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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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물들이는 수채화 일력 - 오리여인의 365일 만년 달력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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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위로가 되어줄 힐링 일력 <하루를 물들이는 수채화 일력>. 365개의 수채화 그림과 힐링 문장이 담긴 탁상용 캘린더입니다. 숫자만 표시된 만년 일력이어서 내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오늘 날짜를 바로 찾아 펼칠 수 있습니다. 


<하루를 물들이는 수채화 일력>은 만년 일력뿐만 아니라 얇지만 알찬 먼슬리 다이어리와 수채화 스티커 굿즈로 구성되었습니다. 깔끔하고 튼튼한 데다가 디자인도 멋진 박스 패키지여서 선물용으로도 제격입니다. 다이어리용으로 최적화된 그림들로 만든 스티커가 맘에 쏙 듭니다. 


흔들릴 때마다 여러 번 읽어도 좋을 단단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전작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의 오리여인 님의 따스한 위로를 이번엔 일력으로 매일 만날 수 있습니다. 뭉근하게 귀요미 발산하는 그림들은 질리지 않는 소담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오리여인 작가님이 아이방에 두고 싶어서 그린 그림들인 만큼 포근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하루를 물들이는 수채화 일력> 제목처럼 작은 전시회를 매일 만나는 듯한 기분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계절 감각을 물씬 느낄 수 있는 365장의 수채화 그림은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숫자만 가득한 달력과는 또 다른 감성을 끄집어내더라고요. 수채화 물감의 부드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일력이다 보니 나와 가족 생일에는 어떤 그림과 문장이 담겼는지 먼저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탁상 캘린더 재질만큼의 두께는 아니어서 넘길 때 살짝 조심히 넘기면 좋아요. 찢어지면 아예 한 장 떼내어 다꾸용으로 활용하려고요. 


짤막한 한 문장만으로도 울림과 여운, 응원과 위로를 안겨주는 <하루를 물들이는 수채화 일력>. 새해 계획들이 잘 흘러가고 있는지 안부를 묻기도 하고, 임팩트 있는 한 마디로 응원하기도 하고,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라며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명언을 무작위적으로 넣어둔 것보다 오리여인 작가님의 사랑스럽고 따스한 마음이 담긴 진솔한 문장들 덕분에 배시시 미소를 머금게 되니 이처럼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어요. 하루를 기분 좋게 보듬어주는 일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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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엄마가 알려주는 집콕 책육아 - 엄마가 온전히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
이승연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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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밑천이자 독박육아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책육아 꿀팁을 알려주는 15년 차 사서 엄마의 책육아의 모든 것 <사서 엄마가 알려주는 집콕 책육아>. 도서관에서 일하지만 정작 책 볼 시간은 부족하고 책 표지만 많이 보게 되었다는 사서 엄마 이승연 저자. 장난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던 나날을 뒤로하고 장난감 대신 장난감 같은 책을 보여준 날, 아이의 반응에 엄마는 희열을 느낍니다. 장난감에 비해 가성비 좋은 사운드북처럼 재미난 책의 세계에 눈을 뜬 겁니다.


책 읽어주기는 평범하지만,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밥상 차리기와 같다."는 말처럼 열심히 차렸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해서 굶길 수는 없듯 아이가 잘 자라는데 좋은 책,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는 일을 자연스러운 육아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즐겁게 시간 보낼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인 책육아는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자기 삶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혜안을 구할 때 책을 통해 얻는 습관은 살아가면서 진가를 발휘하지요.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육아에 지친 엄마도 위로받는 시간이 됩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데 도움 되는 책육아입니다. 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어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도서관 혜택을 맘껏 누렸던 저도 책육아의 장점에 공감합니다. 도서관이 없었더라면 집콕 육아가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책육아를 어렵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을 겁니다.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부터 하는 엄마라면 고민할 시간을 줄이고 일단 무조건 시작해 보세요. 제가 지금 와서 후회하는 게 한 가지 있는데, 뭔가를 시작할 때 너무 많은 정보를 찾고 그걸 읽느라 시간 써버리는 바람에 정작 실천은 제대로 못하고 넘긴 게 많았다는 거예요.


어떤 날은 단 한 권 읽어주기 힘든 날도 있고, 어떤 시기엔 피사의 사탑처럼 책탑을 쌓을 만큼 읽느라 지치는 날도 있습니다. 당시엔 정말 제발 이젠 좀 그만 들고 왔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선배맘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결국 지나간다는 것을.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을 것만 같은데 결국엔 추억 삼아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은 또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합니다.


<사서 엄마가 알려주는 집콕 책육아>에서는 책 노출 환경을 위해 최소한 이 정도만큼은 신경 써보자고 하는 팁을 정리해뒀습니다. 집집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책 읽는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잘 알려줍니다.


앞서 정보 찾느라 시간 너무 허비한 걸 후회했다고 했는데, 사서 엄마도 역시 핵심을 콕콕 짚어줍니다. 책 검색할 시간에 일단 책을 펼치자는 겁니다. 아이에게 좋은 책이라는 건 어느 정도 인풋이 들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엄마가 캐치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러면 추천 책과 큐레이션이 있는 사이트를 참고할 때도 덜 헤매면서 아이 취향을 예측하고 반영한 리스트가 생깁니다. 책 읽어주기 가장 좋은 때란 따로 없다는 것! 준비하고 고민하는 시간에 아이는 스마트폰과 친해진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팍 와닿습니다.


책을 구입하는 엄마에게 반드시 한 번은 찾아오는 전집의 유혹. 장단점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결국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책이 아니라 아이라는 걸 명심하자는 핵심을 잘 짚어줍니다. 단행본 위주에 전집은 대여를 자주 이용했던 저도 공감할 만한 조언들이 가득합니다. 도서관에도 전집이 꽤 갖춰져 있기 때문에 테스트해 보기 좋습니다.


책육아 시작하기, 책 구입하기와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언급한 다음엔 본격적으로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권수 채우기 식이 아니라 단 한 권이라도, 겨우 5분 만이라도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합니다. 엄마의 부담감을 덜어내면서도 엄마도 함께 성장하는 책 육아법을 알려줍니다. 책태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찾아오는 만큼 꼼꼼히 읽어봤는데, 쉬운 책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정말 진리입니다. 책 읽기 리듬을 잃었을 때 저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아이에게 책 놀이는 별로 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청소년인 아들이 책과 함께 한 기억 중 울타리 책 놀이의 즐거움을 기억하길래 놀랐어요. 처분한 책 중 제목을 정확히 기억하는 책도 역시나 책 놀이를 했던 책이더라고요.


<사서 엄마가 알려주는 집콕 책육아>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든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든 책을 새롭고 깊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 놀이의 효용을 이야기하며 도서관 현장에서 진행했던 책 놀이 중 재밌어서 집에서 아이들과 직접 해보았던 놀이들을 소개합니다.


신체 놀이, 미술 놀이, 탐구 놀이 영역으로 구분해 18가지 책 놀이 세계가 펼쳐집니다. 준비물도 간단하고 치우는데도 버겁지 않은 쉽고 간단한 책 놀이입니다. 지금도 제가 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 놀이는 미션 게임 놀이였는데요, 우리 집에 있는 책 중에서 가장 작은 책, 가장 무서운 책, 분홍색 책 등 다양한 미션을 내면 책장으로 달려가 책을 찾아오는 게임입니다.


책 놀이는 독후 활동의 일종입니다. 인터넷 세상에는 독후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도 많습니다. 한때 프린터 쉴 틈 없이 워크북을 뽑아내곤 했었는데, 역시 엄마의 욕심이 과하면 이면지로 전락되니 과욕은 금물입니다.


모든 고민은 너무 잘하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사서 엄마가 들려주는 책육아의 걸림돌이 되는 부모의 마인드에 대한 이야기도 잘 새겨보세요. 좌충우돌 책육아 과정 중 발견한 책육아 마인드의 핵심은 결국 힘 빼고 적당히 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고비를 짜증, 분노로 대처하지 않으려면 아이도 엄마도 행복한 책육아를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합니다.


똑같은 책을 계속 읽어줘도 될까? 언제까지 읽어줘야 할까? 책 많이 읽으면 정말 공부를 잘할까? 등 엄마표 책육아를 직접 실천하면서 경험한 고민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부은 <사서 엄마가 알려주는 집콕 책육아>. 0~7세 자녀를 둔 부모가 읽고 도움받기 딱 좋습니다. 사서가 직접 들려주는 도서관 활용법 등 저자만이 알려주는 유용한 팁도 많아요. 피곤에 찌든 엄마도 수월하게 지금 바로 책육아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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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 의미 있게 가치 있게 지속가능한 나로 사는 법
유명훈 지음 / 더블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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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실천가이자 국내 1호 CSR 컨설턴트 유명훈 저자가 들려주는 뉴노멀 라이프 스타일 <밀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각자의 역할과 기회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할 때 좋은 인사이트가 되어줄 책입니다.


완벽함보다는 우선 실천하는 것이 낫다는 "Done is better than perfect."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필요한 지침이라고 합니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관심과 실천이 지금까지는 남의 일처럼 느껴졌었다면, 나 하나 실천한다고 세상이 바뀌겠냐며 무시해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삶의 밀도를 높이자고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몸소 경험하며 일과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화의 흐름을 느끼는 요즘.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완벽한 시기와 방법을 기다리기보다는 나부터 고민하고 무엇이든 해야 하는 실천적 태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자신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라도 시대를 읽는 눈, 변화를 간파하고 헤아릴 줄 아는 힘, 삶에 긍정적 변화를 주는 현명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밀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지혜를 갖추는데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용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에서 들어본 이야기인데 윤리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 입장으로서의 개인뿐만 아니라 의식주를 포함한 일상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지속가능성은 이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확실한 변화의 핵심이자 삶의 기준이 되고 있다." - 책 속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잘 지키고 실천하여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지속가능한 가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윤리적이고 정직하고 투명한 사회,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누리며 정당한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 풍부한 자원, 건강한 삶의 방식, 상생의 방법으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존경받는 기업 등에서 보여주는 가치로 설명해 봅니다.


지속가능한 삶의 의미를 알아갈수록 결국 실천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오래오래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변화에 대처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관점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로부터입니다. 자신만의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찾자고 합니다. 저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기에 지속가능한 삶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미니멀리즘, 휘게, 킨포크, 인문학, 비건과 베지테리언, 생태학습, 제로웨이스트, 공유 경제, 동반 성장, 공정무역 등 다양한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밀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에서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태도, 습관, 예방 그리고 기술을 소개합니다. 옷과 패션, 먹거리와 건강, 집과 건축, 교육과 학습, 기업 활동과 소비 스타일, 마음의 평화, 투자와 ESG까지 지속가능한 관계와 행복, 소비를 모색합니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얘기할 때는 우리가 보는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어떤 의미일까요. 소비자 스스로가 소비 습관과 제품 선택 기준을 확립해야 합니다. 책임 있는 소비자가 시장을 선도하는 시대입니다. 특히 자신을 표현하고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의복과 패션입니다. 가치 있고 스토리가 있는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려줍니다. 무엇을 먹고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건강과도 직결됩니다. 행복하게 먹고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먹거리와 먹는 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마이크로바이옴 식탁과 명상 식탁을 통해 지속가능한 식습관에 대해 들려줍니다. 오롯이 먹는 즐거움과 가치에 집중할수록 먹거리에 담긴 사회적, 환경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집에 대한 본질적 가치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집은 사는 물건이라기보다는 삶 그 자체임에도 힐링의 공간이 되지 못한 채 영끌해서 장만하는 집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가족이 한데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갈등에 집중하면 집은 그저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지만, 행복에 집중하면 이해와 치유와 즐거움의 공간이 됩니다.


성장과 변화와 실천을 불러오는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이 달라지기를 기대하며 불만만 키우기보다는 긍정적인 무언가를 실천하고 꾸준히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이야말로 배운 것을 일상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바람직한 뉴노멀 시대를 살아가는 자세일 겁니다. 어릴 때부터 지속가능한 경험을 일상으로 만들어주는 부모의 현명한 배려와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번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의 문제인 CSR과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결과와 함께 과정도 중요하게 바라보며 소통과 공감을 실천하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조직과 조직원에게 심어주는 책임 리더십이 두각을 발휘합니다. 가치 있는 기업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윤리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환경과 소비문화로 나아가는 겁니다. 더불어 기업에 적용하는 ESG를 개인에게 적용해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일상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구체적인 기준으로서 짚어주기도 합니다.


가장 낯선 영역은 정서적, 감정적, 정신적 공감과 상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환경 보호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몸의 건강만큼이나 정신적, 정서적 건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평화가 그렇게 쉽게 오진 않잖아요.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공허함을 낳거나 자기혐오에 빠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능력이 개인 역량과 차별점 중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까지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하냐 생각 드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몰라서 못했다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뉴노멀 시대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속가능성은 그저 트렌드가 아닌 미래를 위한 가치 그 자체입니다.


불안과 공존할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내 안의 평화와 행복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자고 하는 <밀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거창한 사명감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전문적 지식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내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찾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그러면 더 가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삶의 밀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시작하라고 응원합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나의 가치가 담긴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채우고 가꾸어나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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