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핸즈의 베이킹 레시피
김지연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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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핸즈의 베이킹 레시피는 바로 우리밀을 사용해 빵과 과자를 만듭니다. 우리밀, 유정란, 유기농 황설탕, 100% 우유 버터, 100% 우유 생크림, 국산 식재료를 사용해 다른 첨가물 없이 건강하고 맛있는 빵과 과자를 만들 수 있대요.


우리밀 드셔보셨어요? 예전에 우리밀 통밀을 친정엄마가 보내주셔서 그걸로 수제비 해 먹었는데, 와우... 일반 밀가루보다 깊은 맛이 나서 그 이후로 일반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는 못 먹을 정도로 우리밀에 반해버렸어요.

 

우리밀은 맛이 없다? 마미핸즈님이 우리밀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아토피와 비염 있는 아이들이 편식마저 하는 바람에 결국 선택한 방법이었다는데,  맛없으면 애들은 정직하게 안 먹죠. 우리밀 빵과 과자로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은 건 물론이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었으니, 이왕이면 좋은 식재료를 쓰자고요.

우리밀은 수입밀보다 글루텐이 적고 흡수율이 낮아 부피 작은 빵이 나온다고 해요. 대신 소화가 잘되고 특유의 단맛이 있다는군요.

 

 

 

마미핸즈 님이 풀어놓은 팥앙금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어요. 시중에 파는 팥앙금으로 요리하려다 어지럽고 구토 증세까지 보였다니. 게다가 2주가 지나도 곰팡이 하나 없이 말짱하더라는 이야기에 헉...!

마미핸즈의 베이킹 레시피 책에는 팥소, 밤 당절임 등을 직접 만들 수 있게 소개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빵 맛을 더 좋게 하는 발효종 만드는 법, 소보루빵 같은 스트로이젤 만드는 법, 제빵기로 반죽하는 법 등 베이킹의 기본 테크닉과 노하우를 알려줍니다.

 

 

 

모카빵을 좋아하는데 식빵 한 종류에도 다양한 재료로 수많은 식빵이 탄생되더군요.

호떡도 우리밀을 이용해 만들 수 있었고요.

 


 

베이킹 노하우와 팁이 숨어 있으니 꼼꼼하게 봐야 돼요.

 

 

누룽지 향이 나는 생막걸리 발효종빵, 밥을 넣어 만든 칠분도미 빵, 쑥을 넣은 쑥빵은 정말 특이했고요. 소보루빵이나 단팥빵처럼 기본 중의 기본인 빵도 있고. 채소 안 먹는 아이를 위한 햄 채소 모닝롤, 커피 좋아하는 맘들을 위한 다양한 커피빵, 블루베리 같은 슈퍼푸드가 들어간 빵... 먹어보고 싶은 빵이 많네요.


아이도 어른도 좋아할 만한 스낵 역시 우리밀을 비롯한 건강한 재료로 만들면 기분 좋은 간식타임이 될 것 같아요. 홈메이드 베이킹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제 우리밀 발효빵과 자연과자 레시피는 겟하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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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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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당시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차별 문제와 연쇄살인을 다룬 서스펜스 소설 <밑바닥>.


여든이 넘은 해리가 요양원에서 칠십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여동생 톰과 숲에 갔다가 발견한 시체. 가시철사에 감겨 참혹하게 살해당한 흑인 여자였습니다. "뭐 깜둥이 계집 하나 줄었다 한들 세상에 손해될 일 없겠지."하며 당시 흑인 살인 사건은 거들떠도 안 보는 시기여서 지역 경관 일을 하던 아버지만 관심을 가지죠. 
 

해리네는 백인이지만, 흑인에 대한 당시 일반적인 편견에서 벗어난 집안이었어요. 개인적인 신념이 있었고 인종 문제에서 흑인을 걱정하는 집이었습니다.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해리 아버지에게 마을 사람들은 못마땅한 시선을 보냅니다.

 

링컨이 흑인들을 해방시킨 지 한참 되었지만 당시 흑인들의 삶은 남북전쟁 이전과 별다르지 않은 시기. 흑인과 백인이 악수하는 것조차 드문 일이었고, 낮에는 평범한 이웃들이 밤에는 하얀 두건을 쓴 KKK단이 되어 마음에 안 드는 흑인을 무차별 살해하는 것이 일상인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에 흑인을 감싸는 백인 역시 표적이 될 수 밖에요.

 

이 사건과 비슷한 살인 사건이 이전부터 있어왔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연쇄살인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백인 피해자가 나오며 사건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피해자의 지갑을 주웠다가 용의자가 되어버린 흑인 남자. 기력이 쇠한 노인에 불과했지만, 흑인이라는 것 때문에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단죄합니다. 흑인의 목숨을 거둬버리는 것을 사냥하듯 쉽게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흑인 노인은 결국 목숨을 잃게 되지만, 그럼에도 연쇄살인은 이어집니다.

 

마을 사람들의 추악한 행동을 몸소 겪은 아버지는 폐인처럼 살기도 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다시 한번 믿어봅니다. 그래도 사건 해결의 진척은 없었어요. 그러다 해리의 여동생 톰이 납치되면서 급 긴박하게 진행되네요. 소설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범인의 행방이 오리무중이어서 결말이 무척 궁금했는데, 후반부 몇 페이지가 아주 제대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네요.

 

 

 

소설 <밑바닥>은 백인과 흑인 이분법적 사고방식, 백인과 흑인 간의 아이가 겪는 정체성 혼란 등 인종 문제의 뿌리 깊은 갈등을 보여줍니다. 주변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는 사람, 믿고 싶어 한 대로 믿어버리는 사람 등 다양한 인간 유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인종 문제가 불쑥 튀어나옵니다.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는 차별을 안고 사는 인간. 우리가 동남아시아인을 바라보는 태도에서도, 남녀 문제에서도. 묻지마 살인과 KKK단의 그 시절 행동이 다른 건 없어 보입니다. 아닌 척 숨겨도 혹은 인지하지도 못한 채 불쑥 솟아오르는 무시, 증오, 분노. 

 

그 증오와 분노의 깊은 뿌리 그 어딘가쯤을 그린 소설 <밑바닥>. 흑인과 백인은 근본부터 다르다는 인식에 흑인에게는 법을 적용할 필요조차 없던 시절. 피부색은 선악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신념 따위 펼치기 힘든 사회를 겪으며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알게 된 해리의 감정선이 돋보였습니다. <밑바닥>은 그런 시절을 감당해낸 해리의 성장기이기도 합니다.


"나는 알던 사람들이, 혹은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고 삶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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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수학자 - 보통 사람들에게 수학을! 복잡한 세상을 푸는 수학적 사고법 보통사람들을 위한 수학 시리즈
릴리언 R. 리버 지음, 휴 그레이 리버 그림, 김소정 옮김 / 궁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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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5년 전. 1944년에 출간되었던 수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책입니다.

릴리언 R. 리버의 <길 위의 수학자>는 아인슈타인이 감탄할 정도로 좋은 평을 받았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빽빽한 글과 추상화 같은 공식으로 가득한 일반 수학책과는 달리 자유시처럼 짧은 문장에 금세 몇 장은 슥슥 넘겨집니다. 게다가 남편 휴 그레이 리버의 삽화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일단 첫 느낌은 만만해(?) 보이는 효과가 있군요.

 

<길 위의 수학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포자를 일반인, 보통 사람이라고 지칭합니다. 보통씨는 가끔 바보가 될 때가 있기도 하지만 언제나 바보가 되는 건 아니고, 그러려면 논리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먼저 몇 가지 문제를 내 주는데 그 문제를 통해 보통씨에게 성급히 생각하지 말 것, 감을 따르되 반드시 점검할 것 같은 교훈을 안겨줍니다.

 

수학은 생각했던 것보다 추상적이었어요. 수학자들이 추상개념을 현실세계에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수학에서 말하는 진리, 논리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려고 다양한 상식, 고정관념을 제기합니다.

 

민주주의, 자유와 방종, 오만과 편견, 성공, 전통, 진보, 이상주의, 상식, 사람의 본성, 전쟁, 자기 심리, 편협함 등의 개념이 마구 나오며 수학책이 아닌 듯한 요상한 수학책!

 

수학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개념들... 사람의 본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사회를 살아가는 방식 등이 수학에 적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수학은 그저 수학공식이 필요한 사람들만 알아야 할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그저 기술적인 부분만 익히고, 수학이 품고 있는 일반 개념을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지 않아왔죠.

 

 

 

 

<길 위의 수학자> 1부에서는 고전 수학을, 2부에서는 현대 수학을 알려줍니다.

특히 기하학에 관한 부분은 놀라웠어요. 기하학은 기본 명제를 논리로 추론해서 공리를 이끌어내는 학문인데 (쉽게 말하면 기본 생각에 논리를 활용해 다른 생각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보여주는), 우리가 사고할 때의 방식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작위적인 추론은 금하고,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 논리야말로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무기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우리가 알던 유클리드 기하학을 넘어 비유클리드 기하학, 유한 기하학으로 나아가는 바탕이었어요. 삼각형의 모든 각의 합은 180도라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는데 논리적으로 맞는 결과였고, 2 더하기 2는 4가 아니라는 것도 맞는 결과로 나옵니다.

 

한 가지 추론을 바꾼 것만으로도 전적으로 다른 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유는 우리가 알던 절대 진리라고 믿는 객관적 사실, 자가당착의 문제점을 짚어주려는 데 있습니다.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결국 새로운 자유를 구축하게 되고 이런 사고방식이야말로 복잡한 세상을 푸는 데 필요한 수학적 사고법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수학책입니다. 물론 우리 같은 어른 보통씨들도 이 책을 읽어보면 공식만 가득한 수학에서 벗어나 사고하는 수학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피상적인 겉모습에 속지 말자. 명확한 머리로 그 너머를 보고 아주 오래된 프로파간다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내야 해."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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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엠마 힐리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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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는 여든두 살 할머니 모드. 좀 전의 일을 기억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집니다. 단기 기억이 없지만, 기억을 못한다는 것 자체는 아직 인지하는 수준입니다.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내가 이미 물어봤구나, 겪었구나, 무슨 일이 일어나긴 했구나 정도는 파악하죠.

 

집안 곳곳과 주머니엔 항상 뭔가를 적어둔 메모가 가득합니다. 10분의 기억력을 가진 남자가 메모와 문신이란 방법으로 기억하는 영화 메멘토에서처럼 할머니 모드 역시 기억을 붙잡을 메모가 필수입니다.

 

무슨 말과 행동을 하다가도 찰나의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 그때마다 최대한 기억을 짜내보려고 하는데 다른 건 다 잊어도 한 가지만은 바로 기억해냅니다.

 

바로 친구 엘리자베스가 실종되었다는 것을요. 엘리자베스와 연락이 안 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엘리자베스의 실종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의 아들 말로는 그저 잘 있다고만 하니 수상쩍기만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직접 알아볼 수밖에요.

 

엘리자베스 실종 사건을 나름의 방식으로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옛 기억이 드러납니다. 할머니의 친언니 수키의 실종. 결혼했던 수키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 사건입니다. 당시에도 언니를 찾아 나서며 형부를 의심해보기도 하고, 결혼 전 언니가 잘 대해줬던 하숙인을 눈여겨보기도 합니다. 사고가 생긴 건지, 살아는 있는지 수키 언니의 행방은 도무지 알 길 없었고, 수키의 실종은 미제로 남게 되었었죠.

 

지금 엘리자베스를 찾아 나서는 일과 그때 수키 언니를 찾아 나서는 과정이 묘하게 비슷합니다. 치매 노인이 친구의 실종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점점 뒤섞입니다.

 

 

 

<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는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뭔가 하려고 했던 것들의 기억을 잃으며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사라지는 삶을 사는 치매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종이에 적힌 기억이 전부인 삶이라니.

 

게다가 할머니의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어찌나 생생하게 묘사하는지 소설로 읽는 저도 어느 순간은 짜증이 솟구치기도, 한편으론 아련한 동정심이 생기고를 반복하게 됩니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딸 입장과 치매를 겪는 노인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면서요.

 

치매 때문에 생기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치매라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비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눈물 콧물 짜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정직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치매 노인 스스로의 감정이 잘 묘사되어 있어요. 치매에 걸린 자신을 창피해하고 겁이 나는 감정을 슬며시 바라볼 땐 가슴이 묵직해지기도 합니다.  

 

사랑스러운 핑크 바탕에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채워진 표지를 보곤 어떤 의미인지 감이 안 왔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표지의 소품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더라고요. 레코드 판, 복숭아 통조림, 립스틱과 빗, 새장, 분갑... 이 모든 것이 기억 매개체였습니다.

 

당시엔 미처 몰랐던 것들, 아니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깨닫고 있었을지도요. 모드 할머니가 잊지 못한 기억의 파편들을 보며 내 인생에 잊지 못할 기억의 조각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기도 하네요.

놀림받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면 내가 인간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내가 농담을 이해할 만큼 지적인 사람이라는 걸 인정받는 셈이니까.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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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인문학 - 키케로부터 코코 샤넬까지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인문 강의
김홍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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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큐레이터 1호 김홍기 저자가 알려주는 패션과 스타일의 본질, 옷장 속 인문학.

무덤덤하게 입던 익숙한 옷을 조금은 낯설게 바라보게 하네요.

 

패션 관심 유전자가 없는 제가 이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 바로 첫 번째 장, 나를 이해하고 싶을 때 옷장은 말해준다, 당신이 누구인지라는 목차 때문이었어요.

'나'를 표현하는 패션에는 바로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들어있다는 거죠. 넝마를 걸쳐도 스타일 살아나는 존재감을 뿜어내는 매력은 분명 겉모습만이 아닌 내면의 무언가가 합쳐져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 무언가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책 <옷장 속 인문학>.


 


 

페미니즘 문학 작가로 알려진 버지니아 울프에게도 자존감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더라고요. 그녀의 에피소드를 통해 옷 입기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옷 입기는 '주체적이고 행복한 행위'라고 해요. 그 사람이 사는 집을 보면 그 사람을 드러낸다고도 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옷장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고 해요. 옷장은 한 인간의 성격, 구체적인 미감, 색채와 형태에 대한 이해, 삶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담겨있는 광맥(p19)이라고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생각할만한 내용도 있습니다. '나'를 만들어가는 성장기 청소년에게 옷은 자존감을 단단하게 할 힘이 있다는 것.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몸, 내 몸을 사랑한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겠더라고요.

 

정형화된 미의 기준으로 콤플렉스와 열등감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 옷을 입는다는 건 자신의 몸이 가진 장단점을 알아야 하는 거라고 해요. 옷을 통해 사회 속에서 맺는 관계까지도 생각해야 하고요. 옷을 입는다는 진정한 의미는 결국 나를 표현한다는 뜻입니다.

명품 의류를 많이 갖고 있는 것, 때와 장소, 경우에 맞게 맞춰 있는 것을 넘어 진짜 옷을 잘 입는다는 의미는 몸에 맞게 입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의류 수선점 찾기가 힘들어졌는데 내 사이즈를 옷에 맞추기 때문이래요. 옷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내 몸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패션은 단순히 옷을 잘 입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self를 만들고 배려하는 삶의 기술이다." - 책 속에서.

 

 


 

시니어 계층의 편견에 관한 내용도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우리 사회는 노년의 스타일을 보장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거죠. 노년의 삶이 길어진 시대에 시니어 패션도 간과할 부분이 아니었어요.

 

<옷장 속 인문학>은 미의 균일화와 표준화 문제, 유행에 따른 동물 생명윤리 문제에 관한 묵직한 성찰이 있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스트리트 패션을 만든 스위스 용병 이야기, 진화론자 찰스 다윈도 변덕스러운 패션 현상을 자연 현상에 빗대어 설명하는 등 패션 역사의 가십거리도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입어라 저렇게 입어라는 둥 스타일 따라 하기 팁 같은 건 없습니다.

 

오늘 뭐 입지?는 오늘 어떻게 살지?라는 문제라는 걸 보여준 <옷장 속 인문학>. 익숙한 옷이 오늘따라 더 존재감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옷은 삶에 대해 말해주는 의미 있는 사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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