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역사 - 자살은 죄악인가 용기인가 아니면 도피인가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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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라고 한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자살을 자기를 향한 타살 행위로 본 프로이트와는 달리 에밀 뒤르켐은 자살이 개별적 행위가 아닌 사회적 조건에 의해 발행하는 현상으로 봤고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설, 숙명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구분했습니다.

 

자기 징벌, 내세 및 환생의 믿음, 영원한 휴식, 복수심 등 동기는 다양하지만 자살의 근본적 의미는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의 도피입니다. 밀려드는 정신적 고통을 피할 방법으로 자살은 극단적 도피의 방법이 됩니다. 거기에 문화적 차이가 더해져 동서양 자살 원인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요.

 

자신의 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즉 스스로 죽을 권리가 있는가 하는 윤리적 선택의 문제도 있지만, 어쨌든 충동적이고 말초적인 유혹처럼 죽음을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정신건강 전문의 이병욱 저자는 <자살의 역사> 책에서 역사적 기록에 남겨진 최초의 자살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살 사례를 소개하며,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배경을 이해해보자고 합니다. 도덕적, 사회적 평가 이전에 개인적 동기, 환경적 배경을 함께 살펴보면서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위기 문제가 아닌 사회적 관심과 책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입니다. 자살자들의 비극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소망이 담긴 책입니다.

 

고흐,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등 자살과 관련한 인물은 이 정도로 떠올랐는데 <자살의 역사>를 읽다 보니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 사람도 자살이었다니...' 하며 생각보다 많은 유명인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더라고요.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대부분 유명인이라 한때 서민들의 가족동반자살 뉴스가 종종 들렸던 시기처럼 경제적 비관이 동기가 된 자살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어요.

 

 

 

<자살의 역사>에서는 죄의식 문화가 짙은 서양의 자살과 수치심 문화를 가진 동양의 자살, 그리고 우리나라 특유의 감정 '한'을 담은 자살 사례를 소개합니다.

 

폭군들의 자살은 동정심이 일지 않을 정도로 생전 포악하고 잔인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기원전 11세기 중국 은나라 마지막 군주 주왕, 로마 제국 최대의 폭군 네로, 20세기 인류의 재앙과도 같은 히틀러 등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학자들 중에서도 자살한 이들이 많았어요.

노벨화학상 수상자 한스 피셔는 세계대전 중 폭격에 연구업적이 물거품 되자 비관 자살을 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삶과 존재를 고민한 철학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문학가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몽고메리도 있더군요. 엽기적 자살로 유명한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도 빠질 수 없습니다.

 

생방송 중 자살한 이들도 있었고, 러시아 근대문학의 선구자 고글리는 음식을 거부하고 고통스럽게 굶어 죽는 자살을 선택하면서 자살 방법마저도 정말 종잡기 힘들 정도였어요.

 

 

 

우리나라는 억울함, 한과 관련한 감정이 담긴 자살 동기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호동왕자도 억울한 모함으로 자결했었고, 그 외 정치적 피해자가 되어 화병에 못 이겨 자살한 사례도 많았어요. '이 한 몸 바쳐'라는 소명감과 저항감으로 자살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독립운동, 한국전쟁, 4.19혁명, 노동운동 등 많은 이들의 자살이 한국사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자살로 몰고 가는 사회적 배경 자체가 악이라 할 수 있다. 타인에게 고통을 심어 주는 것이 악이라면 더욱 그렇다." - 책 속에서


한때 연예계에서는 베르테르 효과처럼 자살이 몰아쳤던 안타까운 시기도 있었죠.

당시엔 정말 충격적이어서 자살의 파급효과를 몸소 느껴보기도 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자살률은 세계 2위. 그런데 10위 내에는 열악한 환경의 낙후된 나라만 있고 OECD 국가가 없는지라 사실상 한국은 세계 1위 자살률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관자 효과, 이기적 개인주의, 경제적 혼란, 상대적 박탈감, 도덕적 가치관 붕괴 등 다양한 원인이 혼합된 결과지만,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서도 유독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안타깝습니다. 현대에는 우울증, 조울병을 앓던 이들이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정체성 고민, 불합리한 현실 등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방황을 붙잡을만한 것이 현실에서는 찾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살론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자살 사례를 통해 다양한 동기와 배경을 폄하하지도 비하하지도 않으면서 정직하게 들려주는 <자살의 역사>. 자살을 죄악으로, 용기로 혹은 도피의 방법으로 선택한 이들의 죽음을 보며 개개인과 이 사회의 역할을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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