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6 : 도덕책
신형철 외 지음 / 언유주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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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이 보기엔 비루해보여도 덕업일치의 꿈을 한 번쯤은 꿔봤을 겁니다. 그 열망을 이제는 가슴속 깊이 숨겨뒀거나, 고비를 넘겨 빛을 발휘하고 있거나,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거나.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매거진 언유주얼 An Usual 6호에서는 '덕'에 관한 키워드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덕질러들 열정의 바탕에 자리잡은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오타쿠 문화사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도 오타쿠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역동적으로 이끌었는지 잘 보여주는데, <언유주얼 도덕책>에서는 덕후들의 마음이 우리의 일상에 끼치는 영향을 세심한 글과 시,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언제나 신선한 페이크 인터뷰 코너에서는 조영주 작가의 '덕질 학원' 이야기였는데요. 가상의 상황이지만 이미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책으로 성공한 덕후의 자족충만 생활기를 선보인 조영주 작가이기에 이번 언유주얼 매거진 키워드와 궁합이 제격이었어요. 덕질의 세계에 빠져들게 합니다.


덕질의 기본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이 와닿습니다. 세상에 덕후가 아닌 사람은 없고, 무언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 있다고 말이죠.


밀레니얼의 삶,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주목하는 키워드 '덕'. 자신의 취향에 따라 열중하고 몰입하는 덕후들의 취향을 담은 언유주얼입니다.


펼침면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글자 크기는 작은 편이지만, 1호부터 6호까지 그동안 조금씩 변화한 언유주얼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아요. 가독성 좋은 편집과 알찬 내용, 두루두루 만족스럽습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덕후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명쾌하게 들려줍니다. 어떤 대상을 최선을 다해 사랑해 보는 드문 경험이라는 '덕질'은 한 사람을 불가역적으로 바꿔 놓는다고 말이죠. 우리로 하여금 어떤 탁월함을 갖게 하는 변화를 안겨줍니다.


정여울 작가의 글에서는 '블리스'라는 단어가 돋보입니다. 마니아, 덕후처럼 무언가에 완전히 몰입한 사람에게서는 특유의 싱그러운 활기가 맴돈다고 합니다. 그 활기의 이름, 무언가에 완전히 홀린 상태,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 더 이상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아름다운 단어 '블리스 (bliss)'. 블리스와 함께하는 인생이고 싶습니다.


뉴 키즈 온더 블록 콘서트 이야기도 나와서 앗, 공감력 상승 ㅋㅋ 한때 열광했던 덕질의 추억담이라든지, '백 마디 말보다 짤 한 장이 낫다'를 시연하는 짤 모으기 달인의 이야기라든지 빵 터지는 이야기들도 가득합니다.





빠르게 꽂히고 빠르게 빠져나오는 성향의 사람들에게도 덕질은 요긴합니다. 방향만 그때그때 달라질 뿐 결국 덕질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삶을 이루고 있으니까요. 밈 수집 능력이 다른 분야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이종철 기자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애정 어린 삽질. 광기와도 같은 몸놀림과 집착. 예전에는 오덕이라 폄하되고, 지금은 덕질이라 칭송되는 열심은 습관이 된다." - 박창선, 언유주얼 6호





서른아홉 명의 작가와 열두 명의 아티스트의 글과 그림을 만날 수 있었던 매거진 <언유주얼> 6호 도덕책.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이 시대 공감 포인트에 주목하고 우리 주변의 이야기에 관심 갖는 반응력이 높은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덕질을 하다보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겪을 테지만 그 밸런스를 잘 조정해나가는 것도 덕질러의 소양이죠. 그 어느 때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키워드이기에 만족도 높은 6호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눈과 마음을 만족시키는 매거진 언유주얼 AN Usual. 핫한 작가들과 아티스트들이 현재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어 생생함 가득한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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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 0~20개월까지, 꼬마 아인슈타인을 위한 두뇌육아법, 개정증보판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헤티 판 더 레이트 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수연 감수 / 북폴리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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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와 0~20개월 아이를 둔 엄마 아빠 선물책으로 안성맞춤인 육아서, 전 세계 400만 부 판매된 화제의 스테디셀러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가 업그레이드되어 출간되었습니다.


본 책과 앨범북, 브로마이드 구성으로 풍성해졌어요. 본 책 내용도 기존 내용을 최신 정보로 수정 보완했고, 아이 잠자기에 관한 수면 파트와 아기의 도약과 관련해 숙지해야 할 10가지 사항을 보강해 빵빵한 업그레이드를 선보이고 있어요.


앨범북은 사진을 붙여 기록하는 형태입니다. 마스킹테이프로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싶은 욕구가 싹트네요. 이 책의 핵심이기도 한 '우리 아이 도약 체크리스트'를 한눈에 보기 쉽게 브로마이드로 만들었더라고요.





부모와 아기 사이의 관계, 아기의 발달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들은 생후 20개월 동안을 아주 중요한 시기로 다룹니다. 정신적으로 열 번의 커다란 도약기를 거친다는 거죠. 보통 부모들이 힘들어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도 합니다.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에서는 도약기가 언제 찾아오는지, 그때 아기에게 무슨 일어나는지, 그 시기에 아기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김수연 아기발달전문가의 감수를 거쳐 스테디셀러 육아 바이블다운 신뢰성까지 UP! 김수연 선생님의 조언이 책 속 곳곳에 등장합니다.


엄마를 절망으로 밀어넣는 아기의 울음. 이유 없는 울음은 없다고 합니다. 아기가 유난히 울어대는 이유는 성장이 급격히 전환되는 시기의 불안감 때문이라고 해요. 아기의 성장은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엄마가 무척 힘들어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기가 새로운 진보를 앞두고 있다는 것!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는 태어난 후부터 20개월간 아기의 정신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10단계 도약을 살펴봅니다. 도약의 성과는 5, 8, 12, 19, 26, 37, 46, 55, 64, 75주경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 시기를 이해하면 엄마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자기 아이의 월령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 다른 엄마들의 경험과 비교해보세요. 비교가 다른 아이와 능력을 비교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의 경험에서 확인과 위로, 용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한 가지 도약에 한 장씩, 도약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아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단순히 이론을 쭉 읽어내려가는 방식보다는 워크북처럼 활용하면 더욱 유용합니다.


아기가 어려운 시기에 겪는 일들을 이야기하는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되는 시점에 도달할 때마다 힘들고 불안해하는게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이런 아기의 입장을 부모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이 책의 목적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도약은 정신적 도약입니다. 신체적 도약과는 독립적으로 일어납니다. 이 정신적 도약은 거의 같은 월령에 어려운 시기를 맞는다고 해요. 아기가 예정일보다 2주 늦게 태어났다면 2주를 앞서서 살펴보면 된다고 합니다.


낯선 세계로 나온 아기의 불안함을 거쳐 생각하는 꼬마인간이 되고, 나와 너를 인식하기까지 아기는 생후 20개월 동안 열 번 태어나는 셈입니다. 아기에게 도약이란 어떤 의미인지, 아기와의 갈등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를 들려줍니다. 각 장에 도약기에 관찰할 수 있는 여러 특징이 언급되어 있는데 곳곳에 황금 조언도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어려운 시기, 즉 도약의 시기를 거쳐야 아기는 새로운 것들을 배웁니다. 엄마가 도와주면 더 효과적으로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아기의 관심을 끄는 다양한 놀이와 활동도 소개되어 있어요.


전 세계 부모들의 큰 고민 중의 하나가 바로 아기의 수면 문제일 겁니다.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개정판에서는 아기의 잠에 관한 알찬 내용이 보강되어 이 부분부터 찾아보는 엄마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수면과 도약과의 연관성을 통해 아기의 수면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솔직히 말해서 수면 시간을 조절하는 비법 같은 걸 기대한 부모라면 충격적인 내용이 등장할겁니다. 자연적인 수면 패턴을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거든요. 아기 수면 행동에 관한 소중인 인식을 안겨주니 놓칠 수 없는 파트입니다.


모든 아기가 겪는 열 번의 도약기. 20개월이 지난 다음에도 스스로 삶의 능력을 얻기까지 도약은 몇 번 더 반복될 거라고 합니다. 사춘기 시절처럼 말이죠. 각 도약 때마다 아기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면 부모는 한층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아기도 부모도 함께 힘든 상황을 순조롭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성장의 순간을 즐기는 육아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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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습관 연습 - 인생의 변화는 반복에서 시작된다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고영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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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해를 맞이하며 습관 관련 책에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건 왜일까요. 매년 이맘때면 소망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천해야 할 투두리스트를 빼곡히 적으며 각오를 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번 나의 목표는 멀리 그 자리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작은 습관 연습>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습관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목표는 좋은 습관이 쌓였을 때 좋은 결과를 낳습니다. 하지만 좋은 습관 만들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죠. 무엇보다 큰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법을 설정한 것 같은데도 꾸준히 유지가 안 되어 실패하기 일쑤입니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좋은 습관을 들인다는 것을,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것과 동의어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좋지 못한 습관을 멈추게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주제라고 합니다. 이 책은 일단 가장 작게, 새롭게 시작하라고 합니다. 건강한 습관을 새롭게 시작하여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작은 습관 연습>으로 2020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서 볼까요.





이 책은 습관 형성과 관련한 과학적 이론과 의욕 고취 두 가지를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안배해, 실용적인 측면을 내세웠습니다. 보통 이런 책을 읽을 때에는 너무 쉬워 보이는데도 왜 그토록 실패를 맛보는 걸까요. 미국 최고의 생산성 전문가가 들려주는 평생 습관 만드는 법으로 알아보세요.


건강한 습관이 일상에 미치는 좋은 영향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작은 습관 연습>은 목표 자체보다는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작은 습관들에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사소한 습관 하나로도 삶의 질이 확연하게 좋아질 수 있습니다. 심리적 장벽이 높지 않은 것들, 즉 간단하고 쉬운 것들로 시작하면 대수롭지 않아 보여도 의외로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습관을 들일 때 필요한 요소로 트리거, 루틴, 보상의 순환고리를 설명하는데요. 특정 행동을 하도록 자극하는 신호인 트리거에 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어요. 매일 밤 독서 습관을 들이고 싶을 때면 저녁 뉴스가 끝날 때를 신호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 시간엔 무조건 책을 집어 들고 딱 5분만 읽어보는 겁니다.


치실 습관을 들이고 싶을 땐 양치질이 트리거가 될 수 있고요, 무엇보다도 일상에서 이미 자동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는 습관과 습관 가운데 새 습관을 집어넣으면 훨씬 수월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팁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습관을 들이도록 도와줄 10가지 습관혁명은 이 책의 핵심입니다. 실제 적용 사례를 보여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나에게 필요한 구체적이고 특정한 목표를 세우고,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는 등 루틴을 만들기 위한 방법들을 알려줍니다.


시간이 흐르면 습관이 자연스럽게 늘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팩폭은 기본! 습관을 늘려가려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주 차에는 팔굽혀펴기 5번, 2주 차에는 8번, 3주 차에는 11번... 이런 식으로 작게 시작하고 꾸준히 늘려갈 수 있는 팁을 알려주고 있어요.


나에게 최적의 보상을 찾는 방법, 장애물 확인하고 대비하기 등 습관 형성 단계를 거치고 나면, 꾸준히 습관 모니터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우리는 끝없이 저항에 부딪히니까요. 일주일 동안의 모습을 살펴보며 수정해야 할 게 있으면 수정도 해야 하고요.





<작은 습관 연습>은 삶을 풍요롭게 해줄 좋은 습관 23가지를 예시로 다뤄 생산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동기부여와 의지력은 좋은 습관 형성에는 도움이 되나 유지에는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기도 합니다. 의욕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라면 단기 생명력을 가진 동기부여와 의지력 대신 '작은 습관' 만들기에 집중해보세요.


신호 만들기, 하찮고 자잘해 보이지만 중요한 수치화하기, 즉각적인 작은 보상들... 습관 형성에 유용한 이야기들을 잘 살펴보세요. 실패하는 사람들을 위해 습관을 잘게 쪼개는 법, 한 번에 하나씩 습관 만들기 등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매일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도 알려주고 있으니 간절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이 될 겁니다.


평생 습관을 만드는 실행 가능한 방법을 보여주는 <작은 습관 연습>. 작은 반복의 기술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위해 효과적인 전략을 알려줍니다. 올해는 작은 습관으로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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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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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방영된 미드 <핸드메이즈 테일>의 원작소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최근엔 <시녀 이야기 그래픽노블>도 출간되어 영상과는 또 다른 생생함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요, 원작이 1985년도 작품임에도 오늘날 여전히 격공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여성의 인권이 철저히 억압된 길리어드 공화국에서 벌어지는 통제 사회의 면면을 보여준 <시녀 이야기>.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후속작 <증언들>이 34년 만에 출간되었어요! 게다가 2019 부커 상을 받았으니, 긴 세월 동안 공감대를 형성해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계급에 따라 색깔로 구분된 드레스와 하얀 모자가 인상적인 길리어드 공화국의 여성들. 이번 <증언들> 소설의 메인 이미지는 <증언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을 상징하는 그림이 교묘하게 겹쳐져 있습니다. 꼭 숨은그림찾기 하듯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한국어판 책 띠지를 제외하곤 앞, 뒤 커버에 어떤 소개글도 없이 제목, 작가명, 이미지만 눈에 띄게 디자인된 점도 인상적입니다.





소설 <시녀 이야기> 마지막 장면에서 길리어드 공화국의 패망을 접할 수 있었는데, 다들 궁금한 점은 비슷비슷했을 거예요. <증언들>은 길리어드 공화국이 무너지는 결정적인 트리거가 된 시점을 보여줍니다. 쓰러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공포 체제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해체할 수 있었는지 그 여정을 여성 세 명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시녀 이야기>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마녀 같은 모습을 보여준 리디아 '아주머니'가 첫 장면을 시작하길래 깜짝 놀랐어요. 비밀 은신처에서 원고를 쓰는 리디아 아주머니라니. 길리어드 공화국의 더러운 비밀 정보를 많이 아는 리디아 아주머니는 권력 상위층에 속해있습니다. 그런데 왜 목숨을 걸고 고발 문서를 쓰고 있는 걸까요.


<증언들> 표지 디자인의 초록색이 상징하는 인물인 아그네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령관과 결혼하도록 예정된 선택받은 아이들 중 한 명인 아그네스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습니다. '시녀'의 아이로 태어나 사령관의 딸로 입양되어 키워진 아그네스의 눈으로 바라본 한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모습, <시녀 이야기> 주인공이었던 시녀 오브프레드의 눈으로 바라봤던 이야기들과 맞물려 있으면서도 또 다른 관점으로 보여줍니다.


"내가 듣는 것들은 대체로 조각조각 쪼개지고 심지어 침묵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이 파편을 맞추어 말하지 않은 문장의 빈칸을 채워 넣는 재주가 늘고 있었죠." - 증언들





의외의 인물이 첫 장면에 등장해 놀랐을 정도로 리디아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흥미를 돋웁니다. 길리어드 공화국이 탄생되어 체제를 갖춰나가는 과정에 기여한 인물이기에 그렇습니다. 리디아 아주머니는 법, 유니폼, 슬로건, 찬송가, 이름들을 정한 창설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직책 높은 '사령관'에게 배당되는, 출산을 위해 종족 번식으로서의 가치를 가진 '시녀'. 사령관과의 결혼 관계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면 시녀를 들여야 하는 '아내'. 이런 체제가 잘 돌아가도록 여자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아주머니'.


판사에서 여성들을 계몽시키는 '아주머니'가 되기까지 리디아 아주머니의 고백이 담담히 이어집니다. 길리어드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년의 전문직 여자들이 겪은 극악의 체험. 그곳을 거치고 나면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될 뿐입니다. 돌팔매질을 당하기보다는 돌을 던지는 편이 낫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희망을 없애고 기대치를 낮추는 길리어드 공화국의 작업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이뤄집니다.


"궁지에 몰리면, 자기 자신의 악몽 말고는 아무것도 흥미롭지 않고 의미도 없다." - 증언들 


사령관의 '아내'가 될 운명인 아그네스는 특권층 집안에 속하면서도 결혼의 굴레에 구속받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초록 드레스를 입고, 예비 신부 학교에서 고위직 가문의 안주인 노릇 하는 법을 배웁니다. 순종, 굴종, 온순의 미덕을 요구하는 길리어드에서 결국 아그네스는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증언들>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한 명의 인물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소녀입니다. 호기심에 길리어드 규탄 시위에 참가해보는 아직 철없는 십 대 소녀입니다. 하지만 이 소녀의 출생에 담긴 비밀이 드러나면서 본격 길리어드 공화국 흔들기가 진행되니, 꽤 중요한 인물이랍니다.





<시녀 이야기>의 시녀 오브프레드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찾지 못했던 딸은 어떻게 되었을까의 궁금증을 <증언들>에서 답해줍니다. 이번엔 좀 더 닫힌 결말을 내리려고 한 듯한데 (재회 장면이랄까) 그 부분은 솔직히 저는 만족스럽진 않았어요. 대신 리디아 아주머니의 빅 피처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아주머니의 큰 그림에 혀를 내둘렀네요.


"모든 건 타이밍에 있다. 농담이 그렇듯." - 증언들 

공포가 어떻게 한 인간을 마비시키는지 보여준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 어떻게 순식간에 세상을 바뀔 수 있는 건지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역사적으로 이미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오싹해집니다. 극악의 공포로 인한 포기는 감염성이 강하고, 뉴노멀이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새로운 규범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어요. 하지만 그 체제가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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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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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감정을 자극 당하고 휘둘리는 마음. 초연해지려고 애써보지만 오히려 과해져 모든 것에 무덤덤해져버리는 부적응에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내 마음을 제대로 다잡지 못하니 헛헛해집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마음을 다스리기 힘든 현대 생활에서 압박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40대에 읽을만한 책 <다산의 마지막 공부>는 마음공부 책입니다.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마음'을 공부해보세요. 일상에서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차근차근 실천할 수 있도록 조언합니다.





다산이 마주했던 마지막 삶의 주제도 바로 '마음'이었습니다. 정조 사후 18년간의 유배 생활에서 심취한 《소학》과 《심경》. 《소학》으로 외면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내면을 다스렸다고 합니다. 평생의 학문의 끝을 마음의 공부로 매듭짓고자 한 노학자는 고난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고난을 통해 놀라운 일을 만들어내기도, 고난에 치여 무너지기도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퇴계가 평생 새벽마다 탐독했고, 다산이 생의 마지막에 붙들었고, 정조가 지도자로서 마음가짐을 바로잡기 위해 읽었던 《심경》. <다산의 마지막 공부>는 송나라 학자 진덕수가 편찬한 마음의 경전인 《심경》의 경구를 현대인의 삶에 적용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이끄는 책입니다. 분노투성이 현대 생활에서 《심경》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들려줍니다.


천년을 이어온 위대한 문장들은 소소한 일상에서의 충실함을 바탕으로 합니다. 일상을 소홀히 하면서 큰일을 이루는 사람은 없는 법. 평범한 일상에 축적되는 힘을 중요시합니다. 비범함은 무수한 평범함이 쌓인 결과이니까요. 평상시 마음이 번잡할 때, 흔들릴 때 <다산의 마지막 공부>의 문장으로 마음을 붙잡으며 후회할 일을 줄여보세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스스로의 마음을 다듬는 것, 쉬운 일은 아닙니다. 위대한 학자들도 그토록 마음 수련을 하지 않았던가요.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만들어 가려는 간절함이 있다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겉과 속을 같게 한다기보다 어우러지게 하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면은 말과 행동을 의미합니다. 내면과 외면을 균형 있게 성장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내면을 열심히 닦아도 내면으로 숨기만 하면 놉! 스스로를 고립시키지는 말라고 조언합니다. 생활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실천하라고 합니다.





공자 왈, 지혜로운 자는 자신을 안다고 했듯 스스로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입니다. 마음공부를 기울이는 것이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합니다. 나의 동굴에서 마음을 기꺼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옛 성현들의 말씀을 따르기는 버겁지만, 우리의 삶이 결정되는 마음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오래되면 본성이 된다고 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고 마주하는 무수한 것들에 물들고, 주변의 존재들에게 스스로를 물들이기도 하는 존재이기에, 물들고 물들이는 색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조언을 가슴 깊이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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