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다이어터 라이트 에디션 1~6 - 전6권
네온비 지음, 캐러멜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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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다이어트 웹툰 <다이어터>를 라이트 에디션 버전으로 만났습니다. 마카롱 느낌 폴폴 풍기는 파스텔 표지도 이쁩니다. 2011년 다음 웹툰 연재 시절 극사실주의 다이어트 분투기에 폭풍 공감하며 정주행으로 달렸던 추억이 새록새록. 이후 3권 분량으로 만화책이 나왔죠.


수많은 다이어터들의 사랑을 받은 오리지널 버전에 이어 이번에는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핸디형 사이즈, 6권짜리 라이트 에디션으로 나왔습니다. 기존 1권이 라이트 에디션 1, 2권으로 분권화된 셈이어서 무게감이 확 줄어 어디서든 읽기 정말 편하네요.


25세 신수지는 자신이 뚱뚱하다는 걸 깨달아도 바뀌지는 않는 생활을 이어가는, 열심히 먹지만 운동 부족인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이것까지만 먹고 다이어트해야겠다.'라고 다짐한 후 먹는다든지, '이건 열심히 운동한 나에게 주는 상이야.'라며 위로하며 먹는다든지. 남 얘기 같지 않죠? 야심찬 다짐을 해도 언제나 먹던 만큼 먹고 자던 만큼 자고 운동은 안 하는 생활을 이어갑니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따위는 실천할 수 없습니다. 현실에 충실하면서 하루하루 맛있는 걸 먹자며 꼬드기는 부장님은 다이어트 결심의 훼방꾼입니다. 참다 참다 터진 식욕에 매번 먹고 나서 후회하고 자괴감에 빠집니다.


온갖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다 해보지만 어리석은 행동, 나약한 의지, 터무니없는 다이어트 상식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지니 수지의 다이어트는 항상 실패로 끝납니다.


몸무게 1kg이 대략 7,000kcal라고 해요. 60kg 성인이 6km/h로 한 시간 동안 빠르게 걸으면 소비되는 열량이 236kcal. 한 끼 굶으면 800kcal이니 굶는 다이어트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냥 굶기만 하면 요요 현상, 기억력 감퇴, 영구적인 운동능력 손상, 심리적 스트레스, 거식증 유발 등 심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신체는 생존을 목표로 하기에 근육을 먼저 소모시킨다고 해요. 굶을수록 근육들만 가난해지는 겁니다. 만화 <다이어터>에서는 너무 많이 늘어나 온갖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 지방과 지방에 밀려 쫓겨난 근육 캐릭터의 생생한 분투를 통해 낯선 상식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지의 몸속 나라 이야기는 정말 압권이에요.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 만화 부분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덧붙여 정확하게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도비만이어서 운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수지는 비만전문 트레이너라며 사기 친 서찬희에게 낚이는 사건이 생기는데, 결국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을 합칩니다. 지방은 줄이고 근육은 늘리는 올바른 다이어트를 위한 힘찬 서막이 열린 1권입니다.


미용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이어트 만화 <다이어터 라이트 에디션>. 웃고 즐기는 사이 다이어트 정보와 건강 상식이 쑥쑥! 1권은 수지가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결심만 열심히 하고 실천은 꽝인 만랩 결심러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겁니다.


"빨리 내려가고 싶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바보는 없잖아? 우린 엘리베이터 대신 천천히 계단을 파면서 내려갈 거다. 그럼 지방이 다시 올라오고 싶어도 계단으로 밖에 올라올 수 없어. 요요가 오기 어려운 체질이 되는거야." - 다이어터 라이트 에디션 1권 中 



다이어트의 정석 <다이어터 라이트 에디션 2>는 잘못된 식습관을 버리고 식단을 조절하는 수지의 분투기를 그렸습니다. 위기의 순간도 참 많아요. 매번 실패하던 식단조절, 이번엔 찬희의 도움으로 어떻게 극복해내는지 보는 흥미진진함이 있습니다.


운동을 병행하며 정석 다이어트를 몸에 익히는 적응 과정을 그린 <다이어터 라이트 에디션 3>. 훼방꾼 부장님 있다고 한 거 기억나시죠? 부장님이 폭풍 체중 감량을 하고 나타납니다. 뜨헉!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나도 극단적인데. 다이어트를 실행하며 곳곳에 도사린 함정을 수지는 어떻게 탈출할까요.


이제 성장의 갈림길에 접어듭니다. 다이어트 최대 고비인 정체기! 꾸준한 운동과 식이조절로 체중 감량 많이 한 수지에게도 정체기와 맞닥뜨립니다. 여전히 흔들리며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기를 이겨낸 수지는 자존감 회복이라는 큰 성장을 이뤄냅니다. 그리고 마침 수지 앞에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한 고등학생이 등장합니다. 수지처럼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을지 그 여정 또한 무척 기대하게 만듭니다. 찬희와 라이벌인 트레이너도 등장해서 더 흥미진진해집니다. 다이어터 라이트 에디션 6권에는 책 속에 소개된 운동법을 정리한 부록도 있어요.


"체중이 내려가야 건강해지는 게 아니다. 건강해질수록 자신에게 맞는 체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 다이어터 라이트 에디션 6권 中 


느리지만 건강한 다이어트로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해내는 수지의 이야기 <다이어터 라이트 에디션>. 수많은 유혹 앞에서 무너졌다가도 이겨내는 그 과정이 생생해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만화라고 얕보면 안 돼요. 다이어터들의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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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 - 뜻밖의 병원비에 대처하는 건강관리와 의료비용 가이드 edit(에디트)
양광모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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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장 서러울 때가 몸이 아플 때라고들 하죠. 등에 파스 붙여줄 사람이 그 시간에 없을 때 쿠션에 파스 놓고 등을 갖다 대는 능력을 발휘하는 ;; 저도 쓴웃음이 날 때가 있을 정도니 (해보니 떼낼 때는 더 힘들더군요), 소소하게 도와줄 사람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은 더욱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동반할 겁니다.


의료 비용에 관한 책 <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는 쓸데없는 곳에 지출하지 말고 써야 할 곳에 쓰는 합리적 소비를 하도록 이끌어줍니다. 건강을 위해 평소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질병과 상해로 인한 의료비용을 하나씩 알아두면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데 도움 됩니다.


보험료를 걷고 건강검진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보건의료 영역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집한 실제 통계를 바탕으로 의료비용에 대해 들려줍니다. 심평원은 건강보험료 같은 우리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준정부기관이에요. 영수증에 나오는 복잡한 항목들을 보는 법부터 알려줍니다.


질병과 상해에 따르는 의료비를 예측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장 흔하게 앓는 질병인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으면 왜 2~3일 후에 다시 방문하라고 하는지 그 이유도 세세하게 알려줍니다. 운동 좋아하는 아들을 키우다 보니 그동안 인대 파열, 골절로 인한 반깁스부터 통깁스까지 동네 정형외과랑 참 친하게 지냈거든요 ;; 그런데 그 정도는 꽤 수월하게 넘겼구나 싶을 정도로 운동과 연관된 질환도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질환도 많이 생겼습니다. 거북목증후군, 손목터널증후군은 다들 가볍게라도 앓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흔해졌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술 담배 하지 말고, 균형 잡힌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을 해라는 말을 제대로 따르기 참 힘든 생활환경입니다.


그래서 각종 영양제 먹으며 좋다는 건 또 동참하기도 해보지만 저자는 이렇게 알려줍니다. 각종 유산균 제제, 오메가3, 크릴 오일 등 건강보조제라든지 미용주사라든지 피부관리 등이 이론적 근거는 있지만 임상적 근거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요. 과대광고인 줄 알면서도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단 낫겠지 하는 심리적인 위안을 삼으며 결제?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영양제를 두고 갈대처럼 흔들립니다.


한 차례씩 유행하는 것들에 신경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매년 독감 예방 접종을 챙기는 겁니다. 독감 사망률 어마어마한 건 통계만 봐도 나오는데 소홀히 하는 것 중 하나죠. 성인들이 맞아야 할 예방 접종을 표로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의료비용을 이해하기에 앞서 의료제도를 잘 알려준 <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 합리적 소비는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의료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필요한 건 줄이고, 미리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부분은 챙기는 게 왜 중요한지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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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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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크루의 작가 에세이 배송 서비스 <책장위고양이> 첫 번째 시즌 에세이들이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라는 심쿵 제목을 달고 책으로 나왔습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구독자에게 에세이를 보내는 <책장위고양이>는 정지우 작가의 제안으로 시작했는데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는 '언젠가'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끌어냅니다. 거기에 작가들이 돌아가며 제시한 주제어를 더해 7인의 작가들 저마다의 삶에 깊게 새겨진 기억을 소환합니다. 고양이, 작가, 친구, 방, 음식, 비, 결혼, 커피 그리고 쓸데없는 것에 대한 단상들. 작가 이름을 모른 채 읽어도 특유의 매력 포인트가 있어 어떤 작가의 글인지 짐작이 되다가도, 개중엔 기존 이미지와 또 다른 향기를 풍기는 글도 있으니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전작을 읽어 나름 알고 있는 작가도 있고, 유명하지만 그의 책을 읽지는 않아 이번 에세이를 통해 처음 글을 접한 작가도 있습니다. 다른 매체를 통해 글은 읽었지만, 이번 에세이에서 제대로 취향저격해 호감도 급상승한 작가도 있었고요. 이 책에 소개된 글이 63편이나 되니 마음에 쏙 드는 글이 한 편이라도 나오지 않을 수가 없을 듯해요 :)


같은 주제로 풀어내는 이야기. 작가들마다 내심 부담감이 되는 부분도 없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주제어도 사실 무난하게 시작되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듯한 비슷비슷한 분위기는 아닐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어요.


작가 본인과 연결고리가 없는 주제어도 있었을 겁니다. 고양이 같은 주제어도 고양이는 언제나 옳다 파가 있는가 하면 기겁하는 극과 극으로 나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작가들은 어떻게 써 내려가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남궁인 작가의 재치가 눈에 띄었는데요, 다들 너무 얌전한 주제만 던진다며 특이한 주제어를 제시하면서 다른 작가들을 멘붕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언젠가를 소환해 미래의 언젠가를 생각하며 지금 여기에서 '언젠가'를 이야기한 7인의 작가들. 가슴에 콕 스며드는 공감 문장도 발견하고, 작가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7인 7색 매력을 제대로 뽐내는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될 만큼 스타트가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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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SEASON 1 -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양정우 외 지음 / 블러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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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알쓸신잡 팬이었다면 반가운 소식이네요. 책으로 만나는 알쓸신잡도 넘 좋았어요. 2017년 여름,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장르로 선보인 첫 방송부터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네 명의 잡학박사들이 여행지에서 자유롭게 토크하는 알쓸신잡. 예능과 교양이 이토록 잘 어우러진 프로그램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여행, 먹방, 수다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보는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책 <알쓸신잡 SEASON 1>은 나영석 PD와 함께 공동 연출을 맡은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브레인 PD 양정우 저자를 중심으로 둘째 PD 양슬기, 둘째 작가 이향숙, 막내 작가 문지은 네 사람이 뭉쳐 알쓸신잡 현장의 기억을 떠올리며 정리했습니다. 알쓸신잡 포문을 연 도시 통영 편을 시작으로 마지막 여행지 전주까지 잡학박사들이 다녀간 장소와 먹은 음식, 수다 속에 언급된 책과 영화 등이 보기 좋게 정리되어 종방의 아쉬움을 떨쳐내고 책으로 다시 한번 부여잡아봅니다.


이 과정에서 방송 비하인드스토리가 감칠맛을 더하는 건 기대 이상이었어요. 안내문 비판러 시민쌤 덕분에 다행히 바람직하게 안내문을 수정했다는 뒷이야기도 전달합니다.





알쓸신잡 시즌 1에서는 국내 여행지가 소개되었지요. 왜 그 도시를 선정했는지 제작진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교통 편, 숙소 등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어요.


낮 시간대 여행지에서의 감상은 저녁 토크에서 봇물이 터집니다. 장소가 상황을 만든다는 예능계 명언이 척척 들어맞았다고 해요. 여행지 도시와 관련해 이토록 많은 잡학 상식이 터져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재승쌤의 이순신 숨결 계산을 보며 놀라워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딱딱하고 지루한 이야기 대신 어쩜 그렇게 재미난 상식을 많이 알려줬었는지, 책으로 다시 보면서 또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알쓸신잡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 포인트가 메뉴 선정이었죠. 다들 한데 모여 식사할 거라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갑니다. 다들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당황당황! 특히 영하쌤의 선정 방식은 정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어요. 통영에서 중국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을, 강릉에서는 스테이크를, 경주에서는 맥주와 피자 메뉴처럼 지역 대표 음식보다는 비범한 행보를 보이셨죠.


여행을 통해 일독을 권하는 방송이기도 했습니다. 책 소개 전문 방송과는 또 다른 묘미였어요. 영하쌤의 작가들과의 일화도 흥미진진했고요. 네 명의 잡학박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일품이었죠.


제작진 시선에서 다시 보는 알쓸신잡 이야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다지 쓸데는 없지만, 알아두면 재미난 상식과 교양을 다룬 알쓸신잡. 모두가 다 아는 장소도 유적지마다 재미난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야기와 주제의 변주가 이상적으로 어우러지길 원한 PD의 바람이 잘 이뤄진 것 같아요.


저는 특히 나이대가 어느 정도 있는 아재 감성 잡학박사들이 소년 같은 반짝임을 보이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각자의 다른 여행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네 명의 잡학박사와 시청자 눈높이의 질문으로 편안하게 해줬던 MC 희열까지 저마다의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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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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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 사제 간의 실제 대화를 바탕으로 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미치 앨봄은 이번에도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사후세계를 다룬 소설로 말이죠. 그런데 사후세계를 이토록 종교적이지 않으면서 충만한 감동으로 선사하다니, 사후세계에 무심한 저도 전혀 거부감 없이 읽었어요.


"죽음까지 열네 시간을 남겨두고 애니는 혼인 서약을 했다."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이가 혼인 서약을 하는 건가 싶었지만, 소설의 주인공 애니는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다음날 슬픈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입니다.


애니는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큰 사고를 당하고 접합 수술을 받은 후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사고와 관련한 기억을 잃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큽니다. 이후 엄마의 지나친 간섭과 학교에서의 왕따, 첫사랑의 실패 등 모든 상황이 애니를 삐뚤어지게 만듭니다. 간호사 생활을 하며 어린 시절 간절히 원했던 것들을 이뤄나가며 소소한 행복의 일상을 누리게 됩니다. 그런 애니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 죽음이 찾아오는데.​


결혼식장에서 이미 오래전 죽은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처럼 죽는 순간이 가까워지면서 천국과 지상이 겹쳐지고 이미 떠난 영혼들을 힐끗 볼 수 있게 됩니다. 고장 난 차를 도와주느라 그 인연으로 열기구를 타게 되기까지 모든 게 우연의 연속 같지만, 한 가지 변화가 다른 변화를 일으키며 사건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열기구 사고를 당하면서 위급한 남편을 살리고자 자신의 폐 한 쪽을 떼내는 수술을 하다 결국 천국에 이른 애니. 남편은 무사히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애니는 자책감만 커져갑니다. 고장 난 차를 보고 도와주자며 차를 세우지 않았더라면, 열기구를 타러 가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되돌리고 싶은 과거투성이입니다. 인생 전체가 실수투성이였고, 자신은 실수를 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탓합니다.


그때 애니의 앞에 나타난 인물이 있습니다. 천국에 이르러 만나는 다섯 사람. 애니가 알던 이도 있고, 몰랐던 이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애니가 살면서 몰랐던 것을 가르쳐줄 거라고 합니다. 애니가 겪은 일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며 서로의 기억들이 겹칩니다. 기억도 못 하는 사람들이 애니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었을까요.



어린 시절 다친 이후 애니는 외로움과 괴로움의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을 막아버린 애니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애니는 소중한 교훈을 얻어 갑니다. 상실을 겪은 애니를 위로한 다섯 사람의 이야기는 실수투성이 인생도 무의미한 게 아니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에 등장하는 소재의 일부도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1962년 재접합 수술 분야의 발견을 가져온 사고의 주인공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손을 잃을 뻔했던 애니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물리는 장면에서는 인생의 궤적이 어떤 일로 바뀔지 모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나 자신을 자책하느라 낭비한 세월, 잃어버린 것들에 집착하는 우리들에게 미치 앨봄은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죽은 후에도 계속 성장하는 건가." -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죽음까지 열두 시간... 열 시간... 남았다는 카운트다운 방식의 구성은 조마조마하게 만듭니다. 간결하게 물 흐르듯 진행되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미치 앨봄의 스토리텔링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사후 세계를 표현하는 부분, 감정을 묘사하는 부분도 정말 그럴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느낌으로 표현해 신기했어요. 날 기다려줄 다섯 사람은 누구일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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