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와 폐허의 땅
조너선 메이버리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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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V-워 원작소설 작가 조너선 메이버리가 청소년을 위한 멋진 좀비 소설을 내놓았습니다. 저는 V-워보다 이번 소설을 더 재밌게 읽은 터라 <시체와 폐허의 땅>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화된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합니다. 십 대뿐만 아니라 투탑 주인공 중 한 명은 성인이라 어른들이 읽어도 피식거릴만한 요소는 전혀 없는 스토리이니 좀비 마니아라면 놓치지 마세요.


철조망 담장을 두고 안전한 마을에 사는 베니. 담장 밖은 '시체들의 땅'입니다. '첫 번째 밤' 이후 죽은 사람들이 좀비로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생긴 좀비 대 인간의 전쟁.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철조망 담장 안에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예전 세상들이 어땠는지를 알려주지만 마을 사람들은 정작 14년 전 첫 번째 밤에 대해선 입을 다뭅니다. 저마다 좀비가 된 가족을 떠나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이곳에 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전기 시설이 부족해 간신히 자급자족하며 식량 배급제로 연명하는 마을. 열다섯 살이 되면 누구나 일을 해야 배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곧 열다섯이 되는 베니는 열쇠공, 담장 점검원, 카펫코트판매원, 시투꾼, 연기 청소부, 구덩이 갈퀴꾼, 수동 발전기 수리공, 좀비 초상화가 등 마을의 몇 가지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마땅치 않습니다. 결국 이복형제인 톰의 수습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톰은 마을에서 제일 가는 좀비 사냥꾼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막 동생인 베니만큼은 그런 형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밤'에 톰은 좀비로 변한 아버지와 위기에 처한 엄마를 두고 동생 베니를 데리고 떠났습니다. 워낙 어린 시절의 일이어서 가족에 대한 기억이 없는 베니는 그날 엄마의 옷과 다급한 외침만 기억하지만 어쨌든 엄마를 구하지 않고 도망간 형을 겁쟁이로 판단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형이 좀비 사냥꾼이라니 믿기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습니다.


형과 함께 처음으로 담장 밖으로 나가는 베니.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됩니다. 그곳에는 좀비들을 돕는 사람도 살고 있었고, 형이 좀비를 죽이는 독특한 방식도 알게 됩니다. 다른 좀비 사냥꾼들과는 달라 보이는 데다가 베니가 알고 있던 좀비에 대한 관념이 흔들립니다.


그러다 폭우가 내리던 밤, 안전하다 여겼던 마을에 변이 생깁니다. 좀비 초상화가가 좀비가 되어 톰과 베니 형제의 집에 나타난 겁니다. 톰이 신뢰하며 지내던 마을 이웃주민도 끔찍한 일을 당하고, 베니의 친구 닉스가 납치되어 버립니다. 형제는 짐작가는 범인을 추격하기 시작합니다. 시체들의 땅에서 말이죠.


좀비 사냥꾼이라 하면 흔히 생각하게 되는 게 무조건 좀비만 죽이고 처치하면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시체와 폐허의 땅>의 톰은 독자의 생각을 흔듭니다. 좀비 역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톰은 좀비 사냥꾼이되 영결식 전문가였던 겁니다. 지금은 좀비여도 한때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는 걸 잊지 않고 안식을 주는 행위로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좀비 사냥꾼은 세상을 다 잃고 생명의 가치에 대해 배웠어야 하는 인간들이 흔히 저지르는 악행을 서슴지 않고 합니다. 영화 <반도>에서 좀비와 인간을 싸우게 하며 게임을 치르는 장면이 나왔는데 <시체와 폐허의 땅>에서도 힘없는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게임을 펼치는 좀비 사냥꾼들의 행태를 보여줍니다.


사람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톰과 베니. 시체들의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저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어도 나서지 않는 마을 사람들. 두려움에 우물을 벗어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마을이 아이들 세상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형을 따라 시체들의 땅으로 나가 그곳의 진실을 알게 된 베니의 각성, 철조망이 오히려 우리들을 가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베니의 친구 닉스처럼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도 있습니다. 벗어나기로 선택한 아이들이 행동함으로써 세상은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시체와 폐허의 땅>.


소설 속 몇몇 인물들이 감칠맛 나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묘사 하나하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느낌이라 흡인력 최강이었어요. 주인공 등장 묘사만으로도 심쿵해보긴 또 처음입니다.


좀비물이라 하면 비슷비슷한 플룻인 것 같은데도 저마다 차별화하는 포인트가 있어 읽을 때마다 재미있게 보게 됩니다. 성장물 특유의 청소년 소설답게 <시체와 폐허의 땅>이 보여주는 가치관은 액션만으로 점철된 좀비물과는 다른 감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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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까지 꼭 알아야 할 35가지 일본
이선경.이호영 지음, 이한울 그림 / 썬더키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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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으로 일본이라는 나라가 좀 더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요즘. 욱일기 응원 허용으로 반발을 사는 데다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한 군함도 역사왜곡 등으로 시끄럽기도 하고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이어진 노재팬,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등 숱한 논란을 낳는 일본.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우리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일본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를 통틀어 담아낸 35가지 이야기로 일본에 대한 시선을 넓힐 수 있는 <열세 살까지 꼭 알아야 할 35가지 일본>. 부모와 함께 읽기 좋은 지식책이에요.


태양의 근본이 되는 나라라는 뜻을 가진 일본.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 네 개의 큰 섬과 6,500개가 넘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지리적으로 대한민국과 아주 가까운 나라여서 역사적으로 친밀하게 교류했을 때도 있고, 침략을 받기도 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고 서양으로도 일찌감치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고흐 등 유명 유럽 화가들의 그림에서 일본 흔적을 볼 수 있기도 한데요. 일본 전통 풍속화 우키요에 덕분이라고 합니다. 당시 먼 곳으로 보내는 물품에 우키요에 그림이 찍힌 포장지를 이용하면서 유럽인들로부터 일본 문화는 새롭고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하면서 대한제국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으니 반세기 늦은 셈입니다.


우리의 K-Pop처럼 일본 문화 중 저패니메이션의 인기는 세계적입니다. 아톰, 짱구, 도라에몽, 명탐정 코난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일본 만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일반 영화와 경쟁을 겨룰 정도로 퀄리티가 높고 사랑을 받습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수출하는 것도 세계화에 일조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가부키, 오리가미 같은 일본 전통문화, 세계화에 성공한 초밥이나 우리나라 베이커리 가게에도 빠지지 않고 있는 단팥빵 등 일본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외모 차이는 크게 나지 않지만 기질은 차이가 납니다. 두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알려줍니다. 스미마셍 (미안합니다)를 입에 달고 사는 일본인은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인드가 강박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 소설을 볼 때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지요.


재일조선인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왜 재일한국인이 아니라 재일조선인이라고 하는 걸까요. 북한과 남한으로 갈라졌을 때 둘 중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했던 재일조선인들. 조국이 통일할 때를 기다리겠다며 조선 국적 그대로 있었던 이들이 바로 재일조선인입니다. 이들은 국가가 없기에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재일조선인 3, 4세들 중 일부는 귀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3만여 명의 재일조선인들이 있다고 합니다.


동아시아 최강자를 꿈꾼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조선의 모든 물자가 전쟁에 동원된 비극의 역사를 안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강제 징용, 위안부 문제가 나오면 답답해집니다. 지옥섬이라 불리는 군함도의 해저 탄광 이야기는 비극임에도 일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근대화 산업의 유산으로 포장해 등재했습니다.


일본은 왜 조선의 주권을 빼앗았을까, 일본은 왜 자살 특공대를 만들었을까, 전쟁 후 일본은 어떻게 부자 나라가 됐을까, 일본은 왜 독도를 탐낼까, 일본의 욱일기 응원은 왜 비난받을까 등 일본과 관련한 전쟁과 국제 분쟁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열세 살까지 꼭 알아야 할 35가지 일본>. 다행히 한국인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한 일본인 이야기도 담겨 있어 답답한 가운데 희망의 숨통을 안겨 줍니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평화의 소녀상 설치 문제, 여러 인사들의 망언, 경제 보복 등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 일본을 두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왜곡된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는 일본 학생들이 어른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OX 퀴즈, 초성 퀴즈, 진실 게임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일본에 대한 이모저모를 배울 수 있는 <열세 살까지 꼭 알아야 할 35가지 일본>. 우리 어린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진실이 담긴 소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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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모르는 어깨수술의 비밀 - 어깨통증과 치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
이동규 지음 / 유어마인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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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의사가 알려주는대로 치료받습니다. 어떤 병원에선 당장 수술하라고 다그치기도 하고, 다른 병원에서는 두고 봐도 된다고 하는 상황에 이르면 환자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관절 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어깨질환은 저비용의 진단기기와 비수술적, 보존적 치료법으로도 치료 가능하지만, 진단부터 고비용 진단기기를 사용하고 수술을 권유하는 병원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뭘 알아야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데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분별하기가 힘듭니다.


어깨 건강 수명 연장을 위해 일반인도 꼭 알아둬야 할 정보를 담은 <환자는 모르는 어깨수술의 비밀>. 스포츠의학분과 전문의이자 정형외과전문의 이동규 원장은 올바른 정형외과 정보와 치료 정보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전달하는 전문가입니다.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진행해 '괴짜 정형외과 의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저자는 어깨통증을 수술로만 완치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깨뜨리기 위해 이 책을 내놓았습니다.


어깨통증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부터 짚어줍니다. 보통 엑스레이상 문제 없으면 MRI를 찍어야 한다고 병원에서는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증상과 통증 없는 정상인의 어깨 MRI에서도 20~40%가 이미 회전근개 부분 또는 완전 파열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술대신 보존적 치료와 재활운동만으로도 충분히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이 가능한 상태를 수술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기에 과연 내 어깨통증이 수술적인 치료까지 필요한 정도인가를 고민하는 게 정답이라고 알려줍니다.


자세 교정이 먼저인데도 근본적인 치료 대신 수술부터 권유하는 어깨충돌증후군의 진실, 역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도수치료로 운동치료를 대신하는 오십견의 진실, 증상을 따라다니며 증상에 맞는 치료만 하는 일자목의 진실, 충격파 기계 타입에 따라 효과가 완전히 다른데도 엉뚱한 치료를 하는 어깨석회성건염의 진실, 원인 해결을 하지 못하는 어깨주사의 비밀 등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저도 어깨가 제대로 뭉쳐 일상생활이 힘들만큼 통증을 겪은 시기가 있었는데 뭣때문에 그렇게 아팠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체외충격파 몇 회 받고, 물리치료 받고, 주사도 두 번 맞아봤고, 약 먹고... 이 책을 읽으며 당시를 생각해보니 증상 치료만 했을 뿐, 자세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 고생하면서 근력이 쭉 빠지는 느낌이어서 그 부분을 토로하니 그제서야 근력 운동에 대해서는 알려주셔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싶지만요.


<환자도 모르는 어깨수술의 비밀>에서는 어깨통증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어깨질환 다섯 가지를 소개하며 어깨 관절의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 자세와 습관으로 인한 기능 부전으로 인한 통증인지를 잘 구분해줍니다. 출산의 고통보다 더 심하다는 석회성건염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충격파 치료는 반드시 엘렉트로마그네틱 타입의 포커싱 타입 충격파기기로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잘 기억해둬야겠더라고요. 1억원이 넘는 비싼 기기여서 일반 동네병원에서는 잘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 자세와 습관 때문에 생기는 어깨통증으로 고생하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 만세할 때마다 어깨 통증이 있고 뚝뚝 소리가 나는 충돌증후군, 곰 세마리가 어깨에 달린 듯한 만성 목결림과 어깨담결림이 있는 근막통증증후군, 퇴행성슬랩과 이두장건염은 증상 치료만 하느라 결국 재발되는 고질병처럼 안고 사는 대표 어깨통증이기도 합니다.


우리 몸이 주는 신호인 통증. 멈추라는 빨간불과 같다고 합니다. 재활운동을 통한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물론 수술해야만 하는 질환도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수술하는지, 수술 후유증까지 꼼꼼히 짚어줍니다.


<환자는 모르는 어깨수술의 비밀>을 읽다보면 수술까지 가지 않게 어깨 건강 예방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견갑골 안정화 운동, 오십견에 좋은 운동, 잘못된 자세로 인한 충돌증후군에 좋은 운동, 만성 어깨통증과 결림에 좋은 운동 등 어깨통증 재활운동을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통증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운동이다보니 운동 강도는 과도하지 않습니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하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운동을 따라해보니 평소 안쓰던 부분이 스트레칭되는지 처음엔 아이고 소리 나오다가 이내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운동과 함께 일상생활에서의 바른 자세 훈련 및 어깨 건강에 도움되는 영양성분도 알려주고 있어 건강한 어깨를 위한 준비를 탄탄히 할 수 있는 건강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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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견고한 삶의 가치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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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시각장애인으로서 45년, 외국인으로서 39년, 증권분석 일을 하는 애널리스트로서 26년의 삶을 살고 있는 신순규 저자. 첫 에세이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면 두 번째 에세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코로나19로 혼란한 시대에 빛을 발하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세계 최초 CFA(공인재무분석사) 취득한 신순규 저자는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을 거쳐 현재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에서 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투자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기업의 견고함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음식을 할당해 식구들과 나눠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을 정도였던 미국의 현실을 경험하며 의료 시스템의 견고함을 체감했고, 삶의 견고함까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위기의 시기에 개인적인 견고함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과연 무엇이 나를 이 험한 세상에서 불확실로 채워진 미래를 하루하루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건지 말입니다. 생각, 가치관, 마음가짐, 믿음 등에서 우러나오는 내적인 견고함이 어떻게 생기는지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에서 들려줍니다.


베스트셀러 등극했던 첫 번째 에세이도 좋았고, 이번 책은 더 좋네요. 지금 상황에 필요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여서 특히 가슴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넓고 깊은 통찰을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에서 더 넉넉한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견고한 내면을 추구하는 저자의 마인드가 글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2020년 3월 6일 이후 재택 근무에 돌입하고,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며 가족이 하루종일 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슬기로운 재택 생활 노하우가 없다면 삐걱대기 십상이지만, 그럴 때마다 어떤 관점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는지 저자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미래는 언제나 투명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선택한 관점 덕분에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행복한 오늘을 위해 필요한 건 힘든 상황들을 해석하는 관점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적인 이해,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인 해석 같은 것들 말입니다.


견고함을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을 들려주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기업은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드는 견고함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그 어떤 폭풍도 나를 파괴하지 못할 내력을 쌓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견고함을 '선택'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저자는 시각장애라는 연약함에 끌려다니는 삶을 거부했기에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는 똑똑하지도, 본성이 강하고 끈기 있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고백하지만, 없는 근육을 땀과 인내로 만들어 내듯이 정신력의 근육을 만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숱한 장애물과 근심 걱정 앞에서 견고함은 큰 무기가 되었다는 걸 가족 또는 일에서 겪은 에피소드로 들려줍니다.


예전엔 아들의 롤모델로 시작장애 아버지라는 자리에 대해 부담스러워 했던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는 저자. 장애와 상관 없다고 고집할 수 없는 근심 걱정들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쓸데없는 근심, 죄책감, 미안함은 안고 살지 않아도 되었다는 걸 깨닫게 한 아들과의 감동 에피소드도 큰 울림을 주더라고요. 이제는 삶의 불필요한 짐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외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할 것들을 짚어줍니다.


아내 그레이스와의 에피소드도 인상 깊습니다. 감원 사태로 걱정하던 그에게 직장을 잃으면 자신이 먹여 살린다고 당당히 외친 아내가 있어 어두움 속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책임한 생활 습관을 경계하게 되었고, 오래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의 노력을 해나갑니다.


자기 인식·관리·존중·책임 등을 모두 포함하는 자기 사랑, 살다 보면 세상과 타협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럼에도 나의 마음이 허락할 수 없는 타협의 경계선인 소신,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습관 등 내적인 견고함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들려줍니다.


언제든지 들이닥칠 수 있는 삶의 폭풍 속에서 의미로 가득한 삶을 사는 법을 이야기하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혼란의 시대에 더 빛을 발하는 33가지 가치를 만나보세요. 장애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 신순규 저자처럼 삶의 기술을 내것으로 만드는데 꼭 필요한 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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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 우리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김현성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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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는 김현성 저자가 대한민국 선거의 역사로 들려주는 결정적 순간들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에 반했어요. 한국사 시간에 골치 아팠던 현대사 파트를 선거 이야기로 배울 수 있어서 현대사 흐름이 한방에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1948년 국내 최초의 근대적 민주 선거를 시작으로 2020년 4월 총선까지 70여 년 동안 열아홉 번의 대통령 선거, 스물한 번의 국회의원 선거, 일곱 번의 전국 동시 지방 선거를 치른 대한민국.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는 선거를 치르며 발전해 온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역사를 들려줍니다. 지난 선거를 통해 한국 정치사의 결정적 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선거는 정치, 민주주의,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걸 이 책으로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독재정권 시절에도 선거를 통해 변화를 싹 틔웠고, 암울한 시대에도 선거를 통해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50여 차례의 선거를 다룬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는 선거 과정에서 생긴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선거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냅니다.


우리나라 최초 근대적 민주 선거는 1948년 5·10 총선거입니다. 첫 선거에는 비극의 역사도 담겨 있었습니다. 의원 200명을 선출하는 선거였지만 제주도 2명의 자리는 공석으로 남았습니다. 제주 4·3 사건 발생 때문입니다. 38선 이남에서만 실시된 선거의 역사 배경과 연결한 선거 이야기는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첫 선거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씨앗이 되었고,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리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시작된 최초의 지방선거도 실시하는 등 민주주의 역사상 의미 있는 선거로 출발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뽑은 의원들이 선출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정부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끝없이 펼쳐나갑니다. 우리 역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라 불리는 3·15 선거는 4·19 혁명과 이승만 정권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민주주의 선거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선거는 결국 중립적인 선거 관리 기구의 필요성으로 나아갔고, 제2공화국에서는 중앙선거위원회라는 독립적인 기구가 탄생합니다.


5·16 군사 정변과 박정희의 등장으로 시작된 군정. 지역 갈등 및 색깔론 네거티브 선거 전략 등장 등 민주주의 발전보다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신 체제 및 이승만 정권을 능가하는 부정선거 등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높았지만, 전두환의 두 번째 군부 쿠데타로 또다시 막힙니다. 하지만 폭압정치 하에서도 선거는 변화의 계기가 된다는 걸 보여주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땐 전후 사정을 몰랐던 사건들도 이 책을 읽으며 곱씹어 보게 됩니다. 지금은 대국민 사기극이라 칭하는 평화의 댐 사건은 저도 기억나는데 당시 집집마다, 하물며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학생들의 코 묻은 돈까지 끌어모았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연예인 출신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제14대 총선, 민주화 동지에서 숙명의 라이벌이 된 김영삼과 김대중의 대결, 헌정 사상 첫 야당 후보가 승리한 대선, 첫 대통령 탄핵 사태,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 등 격동의 정치사가 이어집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대하소설도 이만큼 파란만장하게 이어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부정선거 열전, 대한민국 선거 기네스북, 선거 자금에 관한 Q&A, 투표지와 투표함 변천사 등 현직 선관위 공무원이 들려주는 쓸모 있는 선거 상식도 재미를 더합니다. 사사오입 헌법 개정, 진보당 사건, 동백림 사건 등 개별적으로 들어본 사건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일어나게 되었는지 배경을 알게 되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각 선거가 지닌 특징과 주요 사건을 쉽고 재미있게 서술한 <선거로 읽는 한국 정치사>. 2022년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 동시 지방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역사적 의미가 담길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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