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필로소피 - 탈레스부터 앨런 튜링까지, 만화로 배우는 서양 철학 어메이징 코믹스
마이클 패튼.케빈 캐넌 지음, 장석봉 옮김 / 궁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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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책은 완독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지라 만화로 된 철학 책을 좋아하는데요, 만화라고 해서 그 내용이 쉬워지는 건 아닌데도 만화가 주는 시각적 효과로 아무래도 완독은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이왕이면 이해도 완벽하게 해내면 좋으련만 아직 저는 그 수준은 아닌가 봅니다 ;;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신으로 귀결되는 시대에서 앎에 목말랐던 사람들. 세계를 사실에만 근거해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세상을 보는 방식의 변화가 생긴 겁니다. 서양철학의 기초를 닦은 소크라테스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서양철학. <어메이징 필로소피>는 서양 대표 철학자 23인은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관점의 변화에 집중한 책입니다.





철학은 크게 성공적인 논증을 위한 논리학, 지각과 생각에 관한 인식론, 자유의지와 신을 다루는 형이상학, 윤리학과 미학 같은 가치를 다룬 가치론이라는 네 영역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어메이징 필로소피>는 철학자 연대순 구성이 아니라, 철학의 네 영역을 따라가며 서로 상충되는 관점들이 줄지어 나오는 방식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적 추론을 다루고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귀납 추론이 바로 등장하고, 감각을 의심한 데카르트 이론 후에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존 로크의 이론이 등장하는 것처럼요. 하나의 생각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토론의 장처럼 구성되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철학자들의 생각으로 수학,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확장되는 것도 볼 수 있고, 합리적인 방법이란 무엇인지 고민도 해보게 하고. 특히 자유의지 개념은 그동안 쉽게 생각했었다가 이 책을 보면서 오히려 더 오락가락하기도 했네요. 저자는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라고 여기고 행동해야 하며, 우리가 자유로운 행위자임을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마무리 짓습니다.


철학자들이 종교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에 바탕을 둔 믿음인 자연종교와 개인적 경험과 신의 계시에 바탕을 둔 계시종교로 구분합니다. 철학자들이 집중하는 것은 자연종교 쪽이긴 하고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루는 윤리학에서는 기존에 등장한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하네요. 앞선 이론을 반박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의 연속입니다. 


철학이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양한 관점이 나오지만 어쨌든 철학이란 건 참되고 탄탄한 논리를 위한 사고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등 전혀 틀릴 것 같지 않은 철학자들의 논증 역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오류가 많습니다. 철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은연중에 자꾸 완전무결한 정답을 찾으려고 해서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래서 철학하는 사람이 더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메이징 필로소피>는 철학 입문서를 자처하는 책인데요, 용어 자체의 생소함은 좀 있긴 해요. 마지막에 용어 설명이 따로 있는데 굳이 별도 페이지를 하지 않고서 본문에 바로 코멘트해도 충분한 간략 수준이고요. 이만한 수준이면 입문서는 맞긴 한 것 같습니다. 내 아이가 읽을만한 나이가 되면 읽어보라고 권할만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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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콘서트 : 핵, 과학이 만든 괴물 - 지식의 신세계로 떠나는 오싹한 호기심 여행 잡학 콘서트 시리즈 1
공공인문학포럼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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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잡학 상식을 찾아 정리하겠다는 목표로 공공인문학포럼의 잡학 콘서트 시리즈가 나왔네요. 첫 번째 책은 '핵' 이야기입니다.


현재 인류의 장래를 좌우할 운명 키워드는 핵, 에너지, 이슬람, 테러입니다. <핵, 과학이 만든 괴물>에서는 핵무기 탄생 과정, 핵보유국 실태와 국제정치에서 핵 개발과 핵무기 보유의 의미, 원자력이라는 에너지로서의 가치 등은 물론 북한 핵에 관한 궁금증까지 담은 책입니다. 핵의 기초 상식을 넓게 다뤄 일반인이 접할 수 있게 했네요.




인류 최고이자 최악의 발명품 원자폭탄. 원자핵을 이용해 핵분열에서 나오는 많은 에너지를 얻어 내기 위한 연구로 시작합니다. 연쇄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우라늄 원자핵을 찾은 이후 독일 나치스의 원자 폭탄 연구를 경계해 미국이 먼저 개발해내야 하는 정치적 이유가 깔려 있었죠. 

레오 실라르드는 당시 영향력 있던 아인슈타인의 서명을 받은 편지를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내고, 이는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미국의 국가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으로 이어집니다. 원자폭탄 개발의 3대 주역으로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페르미를 손꼽더라고요.


무시무시한 위력의 원자폭탄 개발 이후 강대국 몇 나라만 핵을 보유하는 NPT 체제로 돌입합니다. 그러다 보니 몰래 개발 추진하거나, 경제 제재에도 불하고 핵을 보유하는 나라가 생깁니다. 제각각의 이유로 핵 개발과 핵 보유를 원하게 되죠. 




북한 핵에 관해서는 이 책에서 경계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고 진행합니다. 같은 민족이니까, 설마? 하는 심정이 사실 대부분인 낙관주의로 우리는 북한 핵을 대하고 있습니다. 워낙 베일에 싸여있다 보니 일반인은 뉴스에서 전달하는 수준 정도로만 알고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미국의 핵우산에 기댄 한국 실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북한은 핵을 자신들의 마지막 보루처럼 생각해 매달리는 현실입니다. 북한 핵 무기의 위력이 낮다는 것을 안심해도 되는 상황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정도여도 투하 반경 수십 킬로미터 이내는 초토화되고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위력이라고 해요. 공중 요격할 수 있다 해도 요격 후 피해도 만만찮습니다. 북한의 짧아지는 핵실험 주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2의 히로시마가 될지도 모르는 가상 시나리오까지 다루고 있어요.


1945년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이야기는 요즘 세대에겐 실감 나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어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건은 조금 더 생생하게 다가올는지. 무엇보다 올해 경주 지진으로 우리나라 역시 원자력발전소가 그 주변에 숱하게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석유에너지의 약 230만 배로 큰 에너지가 생성되는 원자력 에너지. 이제 에너지로서의 가치는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테죠. 핵 안전지대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핵무기 공격에서 살아남는 요령도 알려주는데 사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알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사 갈릴 수도 있으니. 핵 공격 외에도 화학, 세균 무기 공격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비닐봉지와 테이프로 환기구 밀폐하는 요령은 소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이더라고요.




핵을 소재로 한 영화도 소개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의 가벼움을 꼬집기도 합니다. 핵 불감증으로 만들기 좋은 수준이죠. 


잡학 콘서트 <핵, 과학이 만든 괴물>은 핵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백과사전처럼 활용하기 좋은 구성입니다. 기초 지식 전혀 없는 일반인이 읽어보기 괜찮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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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중학생이라면 꼭 알아야 할 영문법
전나리 지음 / 원앤원에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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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예비 중학생 영문법 <예비 중학생이라면 꼭 알아야 할 영문법>.

초등 고학년부터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초5 아들녀석이 스스로 찾아 읽더라고요. (학교 들고 다닙니다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헐~) 뭔가 코드가 맞은듯싶네요. 알고 싶은 욕구 있을 때 마침 이 책 잘 만난 것 같아요. 


어휘와 표현을 뜻이 통하도록 잘 연결해주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규칙이 영문법입니다. 

초등 고학년 영어시간에도 영문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요즘은 형용사 파트 하더라고요. 셀 수 있는 명사와 셀 수 없는 명사 같은 것도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명사와 대명사 부분에서 깔끔하게 정리해둬서 우리 아이가 좋아하네요. 




영문법 개념 원리를 설명해 외우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고, 이 문법 규칙들이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면서 실제 문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독해 원리까지 나와요. 


~해요, ~한답니다 문체여서 아이가 딱딱하지 않게 받아들이더라고요. 한 장 한 장 공부하듯이 파고들기보다는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쭉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리송한 부분은 일러스트로 다시 알려주고 있고, 그림으로 한 번에 정리되기도 하면서 한 눈에 보기 쉽게 이해 잘 되네요. 


명사와 대명사, 동사, 시제, 조동사, 형용사와 부사, 동명사, to 부정사, 수동태, 접속사 등 기초 영문법을 읽었다면 문장 구조 이해와 독해 연습을 위한 첫걸음인 주어, 동사, 목적어, 보어 등 문장의 요소를 설명합니다. 




영어 어순은 우리말과 달라 영어 문장의 순서와 배열을 알려주는 문장 구조를 이해하면 확실히 영어 읽기가 수월해집니다.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는지도 감 잡게 되고요. 영어 지문 읽기 연습에서는 모르는 단어를 어떻게 추측해내는지 연습할 수도 있고요. 일단 제가 먼저 완독해보니 영어 단어와 숙어를 많이 알수록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도 도움 많이 되겠더라고요.


영어를 설명해주는 규칙의 특징과 개념인 문법. 

초등 고학년 영어는 집에서 공부하려니 좀 막막하긴 하더라고요. 프린트물 받아오는 것으로 공부하고 시험 치는 수준인데 그것조차 뭔가 뚝뚝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시험엔 문법 문제가 마구 등장하니. 암튼 엄마와 함께 다른 과목처럼 공부하기엔 뭔가 애매한 초등 영어여서 이 책 즐겁게 읽고 있어요. 영어 문법 흐름 잡기 괜찮은 수준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학영어 뼈대도 튼튼히~! 


"문법을 안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해하고 있는 지식을 문장과 말속에서 실제로 활용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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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해부도감 - 인간과 자연이 빚어낸 결실의 공간, 농장의 모든 지식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담다 해부도감 시리즈
줄리아 로스먼 글.그림, 이경아 옮김 / 더숲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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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온 저자가 자연을 탐구하면서 배운 것들을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표현한 책 <농장해부도감>. 남편 부모님의 시골 생활 덕분에 자급자족의 농장생활에 관심 갖게 된 저자. 온통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 뿐이었다고 해요.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인 농장을 통해 자연을 들여다보고 인간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낯선 농장 생활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흙이 주는 고마움을 먼저 느끼죠. 다 비슷해 보이는 흙도 물질의 구성과 질감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한다는 걸 알게 되고, 왜 흙에서 식물이 자라는지 흙의 힘을 배웁니다.

 

그저 일러스트만으로 구성된 방식이 아니라 소소한 팁이 소개되는데, 방풍림이 집에서 얼마큼 떨어져야 시원함과 따뜻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지, 구름을 보며 날씨를 예측하는 법, 밭갈이 요령 등 자연을 관찰하고 농장 생활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알려줍니다. 외국 농장하면 뭔가 빨간 헛간의 목가적 풍경이 그려지는데, 헛간 지붕도 모양에 따라 제각각 이름이 다르더라고요.

 

 

 

과수원의 나무는 무조건 같은 품종인 줄 알았는데, 벌의 수분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두 가지 이상의 품종을 심어야 하고, 두 품종의 간격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 읽다 보면 왠지 농장 하나 지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떤 부분은 참 시시콜콜한 것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축 동물의 종류, 가축우리도 하나씩 살펴봅니다. 닭은 달걀을 얻기 위해 키우는 닭과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닭의 품종이 또 다르더라고요. 소, 돼지는 정육점에서나 보던 부위별 그림도 나오고요 ㅋㅋ

다양한 농기계들 편에서는 자동차 변천사처럼 농기계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고 바퀴 달린 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좋은 책이더라고요.

나무 베어 넘어뜨리기, 장작 만들기, 장작 쌓는 법 등은 물론이고 흔한 시골 음식도 가득 나옵니다. 식물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전작 <자연해부도감>이 출간되었을 때 구입해뒀는데, 이것도 시리즈인가 봐요.
이번 <농장해부도감> 다음에는 <음식해부도감>이 예정되어 있다네요. 시리즈는 또 다 깔맞춤해줘야 하는지라 ^^


시골에서 접할 수 있는 거라면 거의 모든 것이 다 있는 것 같아요. 한글판에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추가 정보를 코멘트 해 뒀지만, 이 책은 철저히 미국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해부도감 시리즈를 소장하게 되는 이유는 일러스트가 가득하고 어쩌면 시시콜콜한 팁들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자연과 친하지 않은 우리 실생활에서 자연이 주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운다는 게 의미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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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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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채사장 작가님의 책 <열한 계단>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났습니다. 이번 책도 기대한대로 엄지 척! 묵직묵직하면서 울림 주는 인문서입니다.

 

<열한 계단>은 채사장의 삶에 영향 미친 지식 탐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추상적인 느낌인 내면의 성장과정이라는 것이 열한 계단이라는 제목처럼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선명하게 보이는 기분이 들어 신기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계단은 내가 믿었던 세계입니다. 한 계단을 넘어서는 것은 다른 세계를 접하며 성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계단은 '책'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런데 자기에게 익숙한 책만 읽게 되면 다른 세계의 계단을 오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죠. 내 세계의 전부라 믿는 계단에 머물러 있기만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채사장은 어떻게 다양한 세계관을 탐험하는 걸까요.

 

 

 

바로 불편한 책이었어요. 불편한 책이란 우리가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불편하고 반감 일으키는 책을 말합니다. 기독교인이라면 다른 종요에 관한 책이 될 수도 있고, 무신론적인 철학이나 과학에 대한 책이 될 수도 있어요. 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는 불편합니다. 불편한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방법은 불편함을 선택하고 극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불편하게 만드는 책을 선택해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방식으로 접하니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채사장은 고2 때까지 책 한 권 읽은 기억이 없었다는데, 고3을 맞이하는 겨울방학 때 누나 방에 꽂힌 책 중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골라 읽어봤다고 해요. 힘겹게 읽어낸 그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참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세계관을 흔드는 인생책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죄와 벌>의 주인공 로쟈를 통해 인간의 의지와 실천으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인 겁니다. 내 삶의 주인이라는 자존감이 생기면서 공부에도 열정이 생기게 됩니다.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주어지지 않은 가운데, 자신의 궁극적인 모습으로 한 번에 도약하는 사람은 없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자신만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 책 속에서.

 

 

 

문학에서 삶의 이유와 목적을 찾아 나섰던 첫 번째 계단. 하지만 정확한 정답을 갈구하던 그에게 문학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낍니다. 두 번째 계단에서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구원에서 찾아봅니다. 그 구원의 방법을 성서가 알려줄지도 모른다며 성서를 읽어봤지만, 곧바로 얻거나 해결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세 번째 계단, 붓다의 구원 방식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구원을 탐구하고, 니체를 통해 구체적인 현실과 실존하는 인간의 존재에 관심 가지며 네 번째 계단 철학이라는 지식 탐구 단계까지 이릅니다.

 

종교와 철학에 대한 신뢰는 주관적이라 객관적 세계가 필요함을 깨달으며 다섯 번째 과학 계단을, 현실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이상주의자로서의 여섯 번째 계단을, 사회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목에서는 현실이라는 일곱 번째 계단을 밟습니다. 이렇게 주관과 객관을 탐험하고, 이상과 현실의 대립을 겪으며 결국 삶에 감사해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여덟 번째 계단까지 오릅니다. 삶을 넘어선 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해서 죽음이라는 아홉 번째 계단을, 자아의 실체를 탐구하는 '나'라는 열 번째 계단을 거쳐 이제 마지막 한 계단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지만 아직은 가려져있다는 열한 번째 계단인 초월 단계. 세계란 내 마음의 반영이며 나의 의식에 의해 구성된 산물일 뿐임을 깨닫고 있으니 채사장 스스로는 아직은 가려져있는 계단이라 말하지만 반쯤은 디딘 상태겠지요. 

 

모든 계단 앞에서 채사장은 먼저 질문을 합니다. 과학은 믿을 수 있는가, 이상적인 인간이란 무엇인가, 왜 살고 있는가 등 질문하며 답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가 소개하는 책은 물론 불편한 책입니다. 책 속 인물과의 질답 방식은 그의 사고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 계단씩 올라서며 그가 읽은 책은 제각각의 의미를 더해 세상과 자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도 하고 확장하게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나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이었는지도 모른다. 삶 안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안에 삶이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나는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포괄하는 존재인 것이다." - 책 속에서.

 

 

 

계단은 결국 삶입니다. 한 계단씩 밟아가는 과정은 불안한 삶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열한 계단>은 읽어나갈수록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지식 탐구를 원하는 마음이 들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어요. 결말로 가면서 뭔가 울컥하게 하더라고요. 열한 계단을 밟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해 그런 것 같습니다. 성장하는 인간의 사고 흐름이란 이런 방식이라는 것을 보며 저또한 삶을 살아내는 방식을 배웁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의 계단에 머무를지, 아니면 한 걸음 더 오를지."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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