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실의 우리집 요리 백과 - 행복한 우리 가족 밥상 레시피 330
문성실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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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강제 집콕 생활을 하다 보니 삼시 세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배달 음식 먹는 것도 한계가 있고 말이죠. 요즘은 디저트까지 배달앱으로 시켜 먹다 보니 텅장이 되는 건 순식간이네요. 주부들의 요리 멘토 문성실의 레시피가 필요한 시기! 간단하고 맛있는 한 끼를 위해 요리책을 펼쳐듭니다.


소박하지만 완성샷이 근사해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오늘은 너! 당첨을 외칠 수 있는 문성실표 요리. 아들도 온라인 수업으로 계속 집콕 생활이니 이참에 엄마표 집밥 열심히 해줘야겠어요.


330가지 레시피가 수록된 <문성실의 우리집 요리 백과>. 요즘 요리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낯선 재료 대신 친근한 재료를 이용해 쉽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선보입니다. 양념하면 소금, 장류 같은 기본 몇 가지 양념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의외로 양념들도 등장합니다. 그 의외인 양념들이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것들이 아니라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평소 사용하던 것들인데 훌륭한 요리양념으로도 쓰일 수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카레가루는 카레 먹을 때만 쓰던 저는 이렇게 또 하나씩 배워갑니다.


쌀밥은 쌀밥인데 밥으로 만든 한 그릇 요리 레시피로 시작하는 <문성실의 우리집 요리 백과>. 특별한 반찬이 필요하지 않아 반찬 고민 많은 이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요즘 대세는 간편 레시피죠. 한 페이지에 요리 하나.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볶음밥 할 때마다 왜 내 볶음밥은 기름 범벅이 되는가... 고민된다면 책 속에 팁이 들어있답니다.​



반찬은 없어도 국이 없으면 서운한 저는 늘 있는 재료로 쉽게 끓이는 국물 요리 레시피를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배달음식은 제 입맛엔 너무 짜고 간이 강해서 꺼려 하는지라 제가 언제나 유심히 보는 파트예요. 아이들이 과일 통조림 대신 따버린 바람에 탄생되었다는 골뱅이 고추장찌개도 끌립니다. 채소, 해물과 건어물, 고기와 달걀 등 다양한 식재료로 만드는 반찬 가짓수도 무척 많아 든든합니다.


한 끼 샐러드 파트도 있어서 정말 좋더라고요. 신기한 건 반찬 만들고 남은 재료로 뚝딱 만들 수 있는 샐러드 레시피가 많아서 큰 도움 됩니다. 드레싱 종류도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요.


야식이 생각나는 밤은 고역이지만, 눈이 즐거워지는 비주얼을 갖춘 데다가 건강하게 즐기는 간식 레시피에 유독 눈길이 갑니다. 평범한 재료로 쉽고 즐겁게 요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문성실의 우리집 요리 백과>. 16년 요리 노하우가 듬뿍 담긴 요리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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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토드 메이 지음, 이종인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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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덕적 성인이 아닙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이타주의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것은 능력 범위 밖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고, 조금 더 나은 발전을 꿈꿀 수는 있습니다. 이타주의자는 못 되어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평범한 사람을 위한 책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은 이 시대를 사는 보통의 우리들이 갖춰야 할 행동의 기준을 알려줍니다.


도덕적 딜레마들을 가상의 사후세계라는 장치로 풀어낸 넷플릭스 <굿플레이스>의 철학 자문을 맡은 토드 메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책을 써냈습니다. 이타주의에 비하면 다소 소박하지만, 도덕적 평범함은 벗어난 인생을 추구하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의무론, 공리주의, 덕 윤리 같은 전통적인 도덕 철학이 아닌 제3의 길 '도덕적 품위'. 남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남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할 때 태도의 바탕이 됩니다.


도덕 이론을 안다고 해도 실천에 이르는 길은 단순하진 않습니다. 극단적 형태의 이타주의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것은 우리에겐 먼 이야기입니다. 그 대안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생각의 기준을 잡아주는 틀인 도덕적 품위. 완벽하게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는 성인 반열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 그 대안으로서의 도덕적 품위에 대해 알려줍니다.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산출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충분히 좋은 결과를, 현재의 일상생활 속의 선택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유도하는 쪽으로 우리의 도덕적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 이런 행동은 내 삶을 긍정적이고 풍요롭게 가꿔줍니다. 우리의 도덕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지침을 내려주는 틀인 도덕적 품위는 내 주변 관계에서부터 지구상에 함께 있는 비인간 동물 그리고 정치에 이르기까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대인관계에서는 저마다 살아가야 할 삶이 있는 존재라는 걸 인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도덕의 주춧돌이 이 인식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무감을 느끼기보다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단단히 구축할수록 강력해집니다. 저자는 의무보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윤리학인 배려 윤리학으로 설명합니다.


대면하는 대인관계에 외에 공간과 시간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의 도덕적 관계로 확장해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자선행위, 환경 문제로 인한 미래 세대 대책 등 사례를 통해 우리 자신을 세계의 시민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동물들에 대한 도덕적 관계도 논의합니다. 동물들의 삶은 우리와 많이 다르지만 우리의 도덕적 관점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을 들려주고, 우리 자신에게 부끄러움이나 당황스러움을 느끼지는 않는 관계가 되기 위한 도덕적 틀을 제시합니다.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반LGBTQ 정서, 여성혐오 등 다른 사람들도 살아있는 인간임을 부정하는 행태에 대한 이야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태도들의 이야기로 확장합니다. 그중 격렬한 비방전이 되기 쉬운 정치 분야에서는 어떤 도덕적 품위의 틀을 가져야 함께 행복해지는지를 알려줍니다.


이론만 번지르르한 도덕 성인군자 같은 이야기로 치부하기보다는 실천적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나와 공통의 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앞으로 살아갈 모든 이들과 이 지구상의 생명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도덕적 순수함과 타락의 양극단 사이에 있는 우리의 도덕적 생활에서 '품위 있음'이라고 명명한 도덕적 생활 방식의 틀을 제시하는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은 최선의 삶을 살고 싶은 이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부담스러운 이타주의보다는 도덕적 품위의 관점에서 우리의 삶에 접근한다면 종종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들에서 벗어나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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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 하루하루가 쾌적한 생활의 기술
무레 요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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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작가 무레 요코의 일상 에세이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환갑 지난 비혼주의자 무레 요코는 혼자 살아온지 4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며 생활 전반의 온갖 것들을 100가지 항목으로 정리해봅니다. 일, 주거, 식사, 옷, 경제, 취미, 사람과 관계 맺기, 질병, 미래 등 생활 속에서 느낀 소소한 기쁨과 소회를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생활 속 소소한 기쁨을 존중해 주세요. 애쓰지 않아도, 바뀌지 않아도 조금 느슨해져도 꽤 행복해집니다."-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매 끼니 집에서 밥을 해먹는다는 무레 요코. 외식과 배달음식에 익숙한 요즘 세태에선 삼시세끼 집밥이라는 말 자체가 '와,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딱 들기 마련인데요. 집밥이라고 해서 거창하지는 않다고 저자는 미리 선을 긋습니다. 쉽게 할 수 있고 영양 균형이 맞는 것만 간단히 해 먹는다는 거죠.


번거로운 요리는 질색입니다.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체념했다고 할까요. 반찬은 사다 먹기도 합니다. 대신 밥, 국, 채소 무침 중 어느 한 가지만이라도 손수 해 먹는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혼자 살면 보존식도 별로라고 해요. 며칠 내내 그것만 먹어야 하니 질릴게 뻔하니까요. 장을 보는 것도 카트는 끌고 다니기 싫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만 재료를 구입해 에코백에 넣는 장보기 노하우를 펼칩니다. '조금씩 자주'가 모토입니다.


요리도 못하지만, 청소도 잘하지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못 참겠다 싶을 때 청소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청결히 해야 할 포인트를 되도록 줄이는 게 관건입니다. 처분하는 것도 일이라 가능한 한 물건을 집에 들이지 말자 다짐해도 여전히 물건은 많다며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물건을 버리는 중이라 옷은 계속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눈에 차지는 않습니다.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늙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생활이기에 고양이 중심 라이프이기도 합니다. 인테리어, 냉난방 등은 여왕 고양이에 맞춰 생활합니다. 늙은 고양이 기분 맞춰주는 데 제일 집중하고 있는 요즘의 생활입니다.




환갑을 지나고 나니 건강도 신경 쓰입니다. 하지만 모든 걸 적당히 하는 스타일은 운동에서도 나타납니다. 매일 8000보 걷기가 좋다고 해서 산책 겸 운동하는 게 다이긴 합니다.


가계부를 쓰지 않는 대신 지갑 속 잔액을 늘 머릿속에 넣어두며 생활합니다. 예전엔 기모노에 돈을 무척 많이 썼다는데 도쿄에 단독 주택 두 채 지을 만큼의 액수여서 스스로도 놀라워했지만, 그것만큼은 인생의 행복 중 하나인 셈이니 봐줍니다. "뭐 이미 저지른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마인드로 털털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한 가지에 꽂혀 돈 좀 써본 이들이라면 공감하겠죠? ㅋㅋ


사회초년생 시절 직장인 생활도 빡세게 해본 무레 요코 저자는 그 시절 경험이 오히려 맷집 키우는 효과를 준 거라며, 지나고 보니 그래도 하나 버릴 게 없는 삶이었음을 소회합니다. 작가로서의 생활을 들려주는 부분은 문장의 결이 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애정이 뚝뚝 묻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글쓰기 작업에 삶을 탈탈 털어 넣진 않았습니다. 최소한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으며 보내는 것을 이상적인 삶으로 여긴 작가니까요.


정리정돈 하는 걸 싫어하는 느긋한 성격인 만큼, 적당히를 모토로 삼은 삶. 앞으로도 필요 이상으로 욕심부리지 않고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살아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고양이 때문에 해외여행은 19년 동안 여권 갱신만 했을 정도이지만 아쉬워하진 않습니다.


삶을 즐기는 포인트는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 무레 요코의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거창하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너무 애쓰거나 변화를 주지 않아도 조금 느슨해져도 생활 속 소소한 기쁨을 찾을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일도, 취미도, 운동도, 식사도 전부 적당 적당히."-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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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平成)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요시미 슌야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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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는 '실패의 박물관'이라 부르는 바사호 박물관이 있습니다. 17세기 초 유럽 최대 최강을 목표로 건조한 군함 바사호는 출항하자마자 침몰하며 참사를 불러일으켰고, 이 박물관은 역사적 실패를 성찰하려는 취지로 세워졌습니다. 부분은 오류가 없었지만, 계획 전체로 불 때 큰 오류가 있음을 냉정히 판단하지 못한 실패를 겪은 바사호. 이는 일본의 헤이세이 시대 30년과도 닮았습니다.


1989년부터 2019년까지 헤이세이 30년은 실패의 시대이자 잃어버린 30년이 되었습니다. 사회가 위기에 빠지고 대응에 실패하면서 침체하던 시대로 모두들 인식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저명 사회학자 요시미 슌야 저자는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서 '실패 박물관'에 빗댄 헤이세이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경까지 금융업계의 도산과 애플, 삼성에 밀린 전기산업 쇠퇴를 시작으로 헤이세이 시대 경제, 정치, 사회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들려줍니다.


일본의 단계적인 쇠퇴 과정을 잘 보여주는 헤이세이 30년. 버블경제 붕괴, 한신·아와지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 국제정세 불안정화, 동일본대지진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등 국내외 쇼크와 대응에서 일본은 다수의 시도가 실패로 끝났습니다.


세계경제에서 일본 대기업은 괴멸되었습니다. 추억의 브랜드들이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일본 기업 체질상 글로벌화와 인터넷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고, 미래의 변화에 대한 장기적이고 깊은 비전이 없었기에 문제를 실감하게 된 다음에야 대책 세우며 결국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상황이었습니다.


버블 속의 액상화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에 도움될 사람들에게 미공개주식을 대량 건넨 리쿠르트 사건을 계기로 이후 일본 정치는 혼란기에 빠집니다. 고이즈미 정권에 접어들면서는 철저한 포퓰리즘적 방식으로 간신히 버팁니다.


사회의 쇼크와 실패도 이어집니다. 고베 시가지를 괴멸시킨 대지진, 도쿄 도심 옴진리교 신도에 의한 지하철 사린 사건, 동일본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사회불안의 심화와 양극화가 심화됩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구조개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비정규직 고용의 청년, 여성, 외국인 노동자를 사회 전체가 착취하는 체제가 고착화됩니다.


청년들의 미래 불신도 심각해집니다. 문화적으로는 종말 서사가 유행합니다. 『일본침몰』, 『AKIRA』, 『우주전함 야마토』 등 문화 쇼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양한 쇼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경제, 정치, 사회, 문화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버블 붕괴 후 일본은 장기적 하락에 빠졌고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고 합니다. 쇼크를 구조전환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변화를 직시하지 못한 일본이었습니다. 레이와 시대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요.


읽을수록 일본의 이야기로만 들리질 않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자 앞으로 닥칠 일들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글로벌화,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일본 사회에 좌절해간 헤이세이 시대는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21세기 말까지는 겪을 문제들입니다. 한국의 저출산화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일본은 '성장의 한계'를 좀 더 일찍 겪었을 뿐입니다.


2020 도쿄 올림픽으로 포스트 헤이세이 시대를 열고자 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로 답보상태입니다. 저자는 이 올림픽조차도 재해부흥을 목적으로 세계의 공감을 얻었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지 의문이라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헤이세이 시대의 일은 갑작스레 닥친 것은 아니었다는 게 중요합니다. 쇼와 시대에서부터 이어진 지반약화를 짚어줍니다. 실패와 쇼크의 시대를 겪은 일본의 이야기를 통해 불안 가득한 우리나라의 미래도 걱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을 직시하며 위기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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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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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정유정의 <종의 기원>, 구사카베 요의 <무통> 같은 소설을 애정하는데, <사악한 자매>의 사이코패스도 앞으론 사이코패스 소설에 언급할 수 있을 만큼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기질을 뿜뿜하고 있어 읽는 내내 긴장 모드였어요.


카렌 디온느 작가의 전작 <마쉬왕의 딸>에서도 사이코패스 아버지를 둔 딸의 심리 묘사가 인상 깊었는데, <사악한 자매>는 사이코패스 딸이자 언니를 둔 엄마와 동생의 시선에서 진행하는 이야기여서 또 색다른 느낌이네요.


열한 살 때 총으로 어머니를 죽인 후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레이첼. 당시 아버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레이첼은 15년 동안 사회와 단절한 채 자신을 고립시켰습니다. 사건의 충격으로 2주 후에나 발견되었던 레이첼은 사라졌던 날들의 기억은 잃었지만, 비극의 사건 현장만큼은 머릿속에 저장한 채 가족을 파멸시킨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망생 트레버의 인터뷰 때문에 15년이 흐른 현재, 당시의 사건 수사 기록을 본 레이첼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레이첼이 총을 쏜 게 아니었던 겁니다. 수사 결과는 아버지의 소행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레이첼은 부모님이 죽은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증거는 자신을 빗겨나있었습니다. 사고에 쓰인 그 총을 쏜 흔적이 레이첼에게서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스스로를 고립시킨 15년의 세월이 허무해지고 분노가 솟구칩니다. 왜 레이첼이 총을 쏘지 않았다는 걸 당시 함께 살던 언니와 이모는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요. 자신이 총을 든 채 피 흘리는 엄마를 보고 있는 그 생생한 장면은 상상일 뿐일까요. 잃어버린 기억 속에 해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기억을 되찾기 위해 레이첼은 결국 15년 만에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향합니다.


​"다이애나는 다정하고도 카리스마가 넘치고, 지능과 창의성이 무척 뛰어나며, 교묘하게 상황을 조작할 줄 아는 아이였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갑자기 돌변해서 팔을 물어 버리는 아이란 말이다." - 사악한 자매 




<사악한 자매>는 레이첼과 엄마 제니의 관점을 오가며 진행합니다. 과거 엄마의 시점으로 진행하는 이야기에서 독자는 사이코패스 첫째 딸 다이애나에 대해 알게 됩니다. 새끼 곰이 뛸 수 있는지 보려고 돌을 던지고, 얼굴색이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다며 동생 얼굴을 베개로 누르는 등 다이애나의 행동은 점점 위험해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이 상식적으로 잘못된 행동이어도 마음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하지만 다이애나 역시 제니에게는 소중한 딸입니다. 어떻게든 다이애나를 보듬어 잘 키워내려고 노력합니다. 냉담하고 무정한 다이애나는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면서도 그래도 나름 무사히 성장합니다.


레이첼이 기억을 하나씩 되찾는 순간 그날의 진실도 밝혀지는 구성이라 기억이 하나씩 되돌아올 때마다 경악하게 됩니다.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반전의 범위는 기억을 되찾는 그 순간들이어서 몇 페이지 남겨두고 반전의 반전 같은 건 없는 스토리이긴 합니다. 대신 사이코패스의 성장 과정에서 교묘한 행동들을 발견할 때 오싹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소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에요.


사이코패스 아이를 키운다는 것, 두 딸을 동등하게 사랑을 주려는 부모의 노력이 대단해 보였어요. 하지만 일어날 비극은 결국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저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로만 보기엔 너무나도 큰 가족 비극이어서 가슴이 저릿해집니다.


"이제껏 나 자신을 몰아붙이며 다이애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러 번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나의 이런 노력은 결국 실패하리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 아이처럼 이 세상을 냉담하게 보지 못할 테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이건 마치 우리를 서로 묶어 주는 감정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이애나에게는 마음이 없다." - 사악한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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