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토드 메이 지음, 이종인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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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덕적 성인이 아닙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이타주의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것은 능력 범위 밖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고, 조금 더 나은 발전을 꿈꿀 수는 있습니다. 이타주의자는 못 되어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평범한 사람을 위한 책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은 이 시대를 사는 보통의 우리들이 갖춰야 할 행동의 기준을 알려줍니다.


도덕적 딜레마들을 가상의 사후세계라는 장치로 풀어낸 넷플릭스 <굿플레이스>의 철학 자문을 맡은 토드 메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철학책을 써냈습니다. 이타주의에 비하면 다소 소박하지만, 도덕적 평범함은 벗어난 인생을 추구하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의무론, 공리주의, 덕 윤리 같은 전통적인 도덕 철학이 아닌 제3의 길 '도덕적 품위'. 남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남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할 때 태도의 바탕이 됩니다.


도덕 이론을 안다고 해도 실천에 이르는 길은 단순하진 않습니다. 극단적 형태의 이타주의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것은 우리에겐 먼 이야기입니다. 그 대안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생각의 기준을 잡아주는 틀인 도덕적 품위. 완벽하게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는 성인 반열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닌 그 대안으로서의 도덕적 품위에 대해 알려줍니다.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산출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충분히 좋은 결과를, 현재의 일상생활 속의 선택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유도하는 쪽으로 우리의 도덕적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 이런 행동은 내 삶을 긍정적이고 풍요롭게 가꿔줍니다. 우리의 도덕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지침을 내려주는 틀인 도덕적 품위는 내 주변 관계에서부터 지구상에 함께 있는 비인간 동물 그리고 정치에 이르기까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대인관계에서는 저마다 살아가야 할 삶이 있는 존재라는 걸 인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도덕의 주춧돌이 이 인식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무감을 느끼기보다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단단히 구축할수록 강력해집니다. 저자는 의무보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윤리학인 배려 윤리학으로 설명합니다.


대면하는 대인관계에 외에 공간과 시간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의 도덕적 관계로 확장해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자선행위, 환경 문제로 인한 미래 세대 대책 등 사례를 통해 우리 자신을 세계의 시민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동물들에 대한 도덕적 관계도 논의합니다. 동물들의 삶은 우리와 많이 다르지만 우리의 도덕적 관점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을 들려주고, 우리 자신에게 부끄러움이나 당황스러움을 느끼지는 않는 관계가 되기 위한 도덕적 틀을 제시합니다.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반LGBTQ 정서, 여성혐오 등 다른 사람들도 살아있는 인간임을 부정하는 행태에 대한 이야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태도들의 이야기로 확장합니다. 그중 격렬한 비방전이 되기 쉬운 정치 분야에서는 어떤 도덕적 품위의 틀을 가져야 함께 행복해지는지를 알려줍니다.


이론만 번지르르한 도덕 성인군자 같은 이야기로 치부하기보다는 실천적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나와 공통의 공간 속에서 살고 있는, 앞으로 살아갈 모든 이들과 이 지구상의 생명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도덕적 순수함과 타락의 양극단 사이에 있는 우리의 도덕적 생활에서 '품위 있음'이라고 명명한 도덕적 생활 방식의 틀을 제시하는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은 최선의 삶을 살고 싶은 이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부담스러운 이타주의보다는 도덕적 품위의 관점에서 우리의 삶에 접근한다면 종종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들에서 벗어나 세상의 발전에 기여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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