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 하루하루가 쾌적한 생활의 기술
무레 요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카모메 식당> 작가 무레 요코의 일상 에세이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환갑 지난 비혼주의자 무레 요코는 혼자 살아온지 40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며 생활 전반의 온갖 것들을 100가지 항목으로 정리해봅니다. 일, 주거, 식사, 옷, 경제, 취미, 사람과 관계 맺기, 질병, 미래 등 생활 속에서 느낀 소소한 기쁨과 소회를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생활 속 소소한 기쁨을 존중해 주세요. 애쓰지 않아도, 바뀌지 않아도 조금 느슨해져도 꽤 행복해집니다."-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매 끼니 집에서 밥을 해먹는다는 무레 요코. 외식과 배달음식에 익숙한 요즘 세태에선 삼시세끼 집밥이라는 말 자체가 '와,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딱 들기 마련인데요. 집밥이라고 해서 거창하지는 않다고 저자는 미리 선을 긋습니다. 쉽게 할 수 있고 영양 균형이 맞는 것만 간단히 해 먹는다는 거죠.


번거로운 요리는 질색입니다.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체념했다고 할까요. 반찬은 사다 먹기도 합니다. 대신 밥, 국, 채소 무침 중 어느 한 가지만이라도 손수 해 먹는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혼자 살면 보존식도 별로라고 해요. 며칠 내내 그것만 먹어야 하니 질릴게 뻔하니까요. 장을 보는 것도 카트는 끌고 다니기 싫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만 재료를 구입해 에코백에 넣는 장보기 노하우를 펼칩니다. '조금씩 자주'가 모토입니다.


요리도 못하지만, 청소도 잘하지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못 참겠다 싶을 때 청소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청결히 해야 할 포인트를 되도록 줄이는 게 관건입니다. 처분하는 것도 일이라 가능한 한 물건을 집에 들이지 말자 다짐해도 여전히 물건은 많다며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물건을 버리는 중이라 옷은 계속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눈에 차지는 않습니다.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늙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생활이기에 고양이 중심 라이프이기도 합니다. 인테리어, 냉난방 등은 여왕 고양이에 맞춰 생활합니다. 늙은 고양이 기분 맞춰주는 데 제일 집중하고 있는 요즘의 생활입니다.




환갑을 지나고 나니 건강도 신경 쓰입니다. 하지만 모든 걸 적당히 하는 스타일은 운동에서도 나타납니다. 매일 8000보 걷기가 좋다고 해서 산책 겸 운동하는 게 다이긴 합니다.


가계부를 쓰지 않는 대신 지갑 속 잔액을 늘 머릿속에 넣어두며 생활합니다. 예전엔 기모노에 돈을 무척 많이 썼다는데 도쿄에 단독 주택 두 채 지을 만큼의 액수여서 스스로도 놀라워했지만, 그것만큼은 인생의 행복 중 하나인 셈이니 봐줍니다. "뭐 이미 저지른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마인드로 털털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한 가지에 꽂혀 돈 좀 써본 이들이라면 공감하겠죠? ㅋㅋ


사회초년생 시절 직장인 생활도 빡세게 해본 무레 요코 저자는 그 시절 경험이 오히려 맷집 키우는 효과를 준 거라며, 지나고 보니 그래도 하나 버릴 게 없는 삶이었음을 소회합니다. 작가로서의 생활을 들려주는 부분은 문장의 결이 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애정이 뚝뚝 묻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글쓰기 작업에 삶을 탈탈 털어 넣진 않았습니다. 최소한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으며 보내는 것을 이상적인 삶으로 여긴 작가니까요.


정리정돈 하는 걸 싫어하는 느긋한 성격인 만큼, 적당히를 모토로 삼은 삶. 앞으로도 필요 이상으로 욕심부리지 않고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살아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고양이 때문에 해외여행은 19년 동안 여권 갱신만 했을 정도이지만 아쉬워하진 않습니다.


삶을 즐기는 포인트는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 무레 요코의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거창하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너무 애쓰거나 변화를 주지 않아도 조금 느슨해져도 생활 속 소소한 기쁨을 찾을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일도, 취미도, 운동도, 식사도 전부 적당 적당히."-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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