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G 밀가루 단식 - 내 몸 리셋 다이어트
최선녀 지음 / 용감한까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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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단식 챌린지 화제의 선녀 식단으로 유명한 최선녀 저자의 책 <-10KG 밀가루 단식>. 100일 동안 밀가루 단식을 도전하며 먹었던 음식과 운동, 리얼 후기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반짝 식단이 아니라 요즘도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어서 신뢰감 상승!


외적 자신감 없는 몸무게 때문에 자존감도 떨어지는 걸 실감하자 결국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홍석천의 글귀에서 큰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1년 만이라도 '내 몸 죽인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그 즐거움을 알게 되면 지속 가능한 관리가 된다는 거죠.


성취감과 자신감을 실제로 경험하며 다이어트에 성공하는듯했습니다. 하지만 15kg을 감량하면 10kg은 다시 찌는 상황이었고, 조금만 나태해져도 돌보지 않게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게다가 평소 장염이 잦은 몸 상태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쭉 나열해보니 모두 밀가루 음식이라는 걸 그때 깨닫습니다.


"밀가루를 어떻게 끊어?"라며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인 만큼 확실히 해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첫 목표는 3주였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되자 해볼 만하다 싶어 50일로, 그리고 100일로. 이렇게 밀가루 단식을 성공합니다.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으로 접근하기보다 평생 다이어트 없이 살고 싶은 마음과 자기관리로서의 습관으로 만들고 싶어 건강 관리를 한 최선녀 저자의 다짐이 인상 깊습니다.


밀가루는 흔히 알고 있는 라면, 국수 같은 면 외에도 생각보다 많은 곳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회식이나 모임, 가족 행사를 피할 수는 없으니 밀가루 음식을 최대한 절제하려는 마음의 끈을 놓지 말아야 했습니다. 엄격하고 타이트하게가 아닌, 상황에 맞춰 조절하는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어 오히려 실용적이라 누구나 편하게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매주 새로운 미션과 운동 프로그램도 소개합니다. 걷기 운동은 꾸준히 들어갑니다.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숨이 살짝 찰 정도로 빠르게 걷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밀가루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재료가 등장합니다. 플렉시테리안 수준의 채식 식단 위주이면서 고기 식단도 있습니다. 100일간의 밀가루 단식 식단은 아침, 점심, 오후 간식, 저녁 메뉴가 한눈에 보이게 구성해 편리합니다. 


일반 요리책은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볼 때 이 음식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활용할 다른 메뉴는 없는지 찾아봐야 해서 귀차니즘을 불러일으켰는데, <-10KG 밀가루 단식>은 완벽한 식단을 선보입니다. 무엇보다 일주일 치 장바구니 상품을 완벽하게 리스트로 뽑아줘서 정말 편할 것 같더라고요. 일주일 치 재료를 미리 준비하는 일주일 밀프렙은 정말 아이디어가 좋네요. 명절처럼 변수 많은 날이 있는 한주엔 밀프렙을 최소한만 하고 수시로 마트에 들르는 요령도 필요합니다.


오전엔 주스, 점심엔 포만감이 큰 식품으로 구성한 식단을,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하는 가벼운 간식 타임, 잡곡밥 약간과 함께 먹는 저녁 식단까지 자극적인 배달 음식이 입맛 길들여진 가족 모두가 건강한 식단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워낙 요즘 재료값이 비싸다 보니 솔직히 언뜻 봤을 때 식비가 더 나가는 느낌도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반찬, 찌개가 식단에 없어요. 배달 앱 주문내역을 따져보니 충분히 이 식단으로 전환 가능하겠더라고요. 1인 가구라면 정말 이 식단 안성맞춤인 것 같습니다. 국, 반찬이 꼭 필요한 가족 구성원이 있다 해도 예전만큼 자극적인 맛보다는 점차 건강한 식단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그날의 식단에 대한 이야기, 촌철살인 후기가 생생하게 담겨있어 읽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저자도 가정을 이루고 있는지라 주변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깨알 조언도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치팅데이도 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데 이때도 최대한 밀가루는 절제하게 되더라고 합니다.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 치킨 대신 구운 치킨을 먹는 것처럼 말이죠.


꾸준함과 반복의 힘이 쌓여 결국 습관으로 만든 밀가루 단식은 지금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무절제한 음식 섭취 대신 건강하게 먹는 행복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당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긴 해서 밀가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선뜻 도전이 안되더라고요. 하루하루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이 식단을 참고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도전할 만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100일 밀가루 단식 식단을 공개한 <-10KG 밀가루 단식>. 뭘 먹어야 할지 식단 고민이 스트레스가 되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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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 새로운 행동, 믿음, 아이디어가 퍼져나가는 연결의 법칙
데이먼 센톨라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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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책을 비롯해 커뮤니티, 마케팅 등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변화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밝힌 책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 수칙 지키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떤 집단은 철저히 지킨 반면 어떤 집단은 소홀했는데, 공동체마다 왜 이렇게 달랐던 걸까. 구글플러스는 실패하고 인스타그램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BlackLivesMatter #MeToo 해시태그의 확산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새로운 정치인 후보의 급부상은 어떻게 이뤄질까. 소셜 네트워크(사회 연결망) 과학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데이먼 센톨라가 인간 행동이 어떻게, 왜, 언제 변하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사회 변화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비밀. 우리는 지금까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는 통념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정보를 퍼뜨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믿음과 행동까지 변화시켜야 합니다.


인플루언서나 오피니언 리더가 핵심으로 작용하는 소셜 스타의 네트워크 연결이 통하는 듯 보일 때도 있지만, 혁신적인 개념과 행동은 단순 노출만으로는 감염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소셜 스타의 네트워크 연결 사슬에서는 그저 하나의 연결 고리에 불과하고 대항 영향력에 맞닥뜨리는 새로운 개념과 행동 변화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걸 알아냅니다. 대신 네트워크 주변부가 혁신의 뿌리를 내리기 쉽다는 걸 밝혀냅니다.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숨겨진 힘의 정체를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이럴리티 미신도 있습니다. 인간 행동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오히려 강한 유대로 이루어진 자신의 네트워크 내에서 두 사람, 세 사람... 을 통해 그것에 노출되는 경험은 그 개념을 규범으로 변화시키기 수월했다고 합니다. 영향력이 광범위해야 가능한 게 아니라 중복의 힘이야말로 핵심이었던 겁니다.


고착성 미신도 실패에 한몫합니다. 혁신 성공 여부가 실용성, 참신성, 실감성, 정서적 유발성 등의 특정 성질을 갖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고착성 미신을 구글 글래스가 선택했던 얼리어답터 집단의 실패 사례로 설명합니다.


성공 사례로서는 한국의 산아 제한 정책의 성공을 소개합니다. 친구와 이웃으로부터 피임법 정보를 얻은 소셜 네트워크가 어떻게 사회 규범 변화를 가속시켰는지 잘 보여줌으로써 사회 변화가 복잡한 전염으로 이뤄진다는 걸 설명합니다. 단순 개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방식으로 단순 전염으로 확산이 가능하지만, 사람들의 저항에 부닥치는 종류의 전염은 '복잡한 전염'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혁신 확산에 대한 저자의 대규모 사회 실험이 인상 깊습니다. 건강 동호회 실험을 통해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정보 확산이 빠른 불꽃놀이 네트워크와 중복적 사회적 유대를 통해 전달되는 그물 네트워크 집단을 비교했을 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영향력 있는 한 사람으로부터 단발성 또는 반복 메시지를 받는 게 아니라 다수의 출처로부터 중복 메시지를 받았을 때 복잡한 전염이 성공한 겁니다.


변화의 법칙과 전략은 인간 삶 어느 부분에나 적용 가능하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조직 네트워크의 틈새를 활용해 전략적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직장인 사례는 좁은 가교 네트워킹과 넓은 가교 네트워킹의 비교 실험을 통해 확실히 보여줍니다. 블랙 라이브스 매러스 운동에서 퍼거슨, 조지 플루이드 사건이 그 이전의 사건과 다른 차이를 보여준 이유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전염 인프라의 필수 요수를 이해하고 나면 임계질량이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행동이 추진력을 얻어 모든 사람의 의견이 갑자기 변하는 시점 말입니다. 20세기 후반 조직에서 젠더 역할을 집중 분석한 캔터의 연구 결과를 가져옵니다. 여성 임원이 어느 정도의 비율 이상일 때 변화가 이뤄지는지의 연구입니다. 이 결과에서 티핑 포인트는 25%였습니다. 저자는 20세기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연구와 캔터의 연구에서 실마리를 얻어 이번에도 먼저 확립된 사회 규범을 뒤엎는 실험을 해봅니다.


실제로 일어난 결과는 놀랍습니다. 25%에 이르자마자 성공한 겁니다. 25% 헌신적 소수라는 티핑 포인트가 정말로 맞았던 겁니다. 10~20%에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전혀 없었지만, 이후 갑작스레 변화하는 기운을 받았다고 합니다. 25%는 임계질량인 셈입니다. 문제는 이걸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사회적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중국처럼 말이지요.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에서는 티핑 전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써야 할지 알려줍니다. 미국 역사상 지속 가능한 농업이 확산된 교잡종 옥수수, 독일 태양 에너지 캠페인 등 사회 규범에 티핑 포인트를 촉발한 전략을 살펴봅니다. 그저 불운해서 실패했던 게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사례 분석하고 있어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성공적 네트워크 사례, 넷플릭스가 유행시킨 접근법 등을 소개하며 어떤 행동이나 혁신이 뿌리내릴 때 특히 복잡한 전염을 확산할 때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만 한다고 해서 나머지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기존의 편향을 강화하는 개념과 믿음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때 꼭 알아둬야 할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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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원하는 아이 -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0
위해준 지음, 하루치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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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분 우수상을 받은 <모두가 원하는 아이>. 우리 아이들이 읽을만한 자존감 책으로 추천합니다.


새미래 정신성형 연구소에 모인 아이들. 버튼 하나로 누구나 쉽게 새로운 성격을 가질 수 있는 곳입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를 꿈꾸는 아이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열정의 레드 버튼, 집중력의 블루 버튼, 사교성의 옐로 버튼, 매력의 핑크 버튼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치고 싶어 스스로 이곳에 온 아이도 있는가 하면, 부모님의 등쌀에 억지로 온 아이도 물론 있습니다. 열두 살 주인공 '나'는 그 어떤 버튼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투명 마개를 꽂은 듯 말하는 법을 잃은 '나'를 위해 부모님이 이곳에 보냈지만, 그 어떤 버튼도 자신과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제의 약한 나를 잊어. 완벽한 내가 될 거야. 모두가 원해, 달라진 나. 모두가 원해, 달라진 나." 유명한 유튜버 메리 재인의 홍보 영상이 펼쳐지는 이곳. 정말 저 노래 가사처럼 완벽한 나를 만들 수 있을까요. 달라진 나를 원하는 건 나인지, 주변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정신성형 버튼은 참 매력적인 기술 같아 보이지요. 그런데 메리 재인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해 유튜버가 되었고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더 많은 것을 하라고 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하라고 합니다. 연구소장인 고모의 부탁을 받아 홍보 영상을 찍었지만, 정신성형을 받으라고 강요하는 탓에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어합니다. 그러다 '나'를 만나지요.


연구소장 프로 박사는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들어가 규칙을 어긴 '나'에게 괘씸죄를 적용합니다. 버튼에 관심 없는 '나'에게 오히려 맞춤 버튼을 선물해 준다는 제안을 합니다. 선물을 받을지 벌을 받을지 결정해야 합니다. 과연 '나'의 선택은? 바꾸고 싶은 것들이 손쉽게 성형 가능한 기술이 생긴다면 과연 우리는 그 기술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듣고 싶은 말은 '우리 아이는 지금 이대로 충분해요.'라는 말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그저 나약할 마음일 뿐일까요. 스스로의 힘으로 더 나아지고 싶지 정신성형으로 만들어지는 건 싫다고 분명히 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그걸 부정하는 대신 믿음과 안정감을 가질 때 오히려 새로운 모습이 드러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모두가 원하는 아이>. 그거야말로 진정한 성장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길을 가다 전신 성형 광고판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작가의 말에 우와~! 이렇게 멋진 이야기로 탄생하다니요. 초등도서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울컥할만한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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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탐한 보석의 역사
에이자 레이든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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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보석 그 자체의 역사를 쓴 책이 아닙니다. 대영제국의 시작, 프랑스혁명의 빌미, 소련의 자금력, 일본의 근대화 등 굵직한 세계사의 중심에는 보석이 있었고, 보석이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주는 책 <세상이 탐한 보석의 역사>.


유명 경매소 하우스 오브 칸에서 경매 담당 부서장으로 일했고 고급 보석 회사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에이자 레이든 저자는 세계사를 바꾼 8가지 보석을 소개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은 아름다움을 욕망하고 '갖고 싶다'는 원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욕망, 소유, 갈망, 탐욕은 개인에서 시작하지만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욕망은 우리의 가치를 정하고 만들어내고 상상하게 합니다. 보석의 가격이 정해지는 방식이 바로 그렇습니다.


아름다움, 크기, 품질로 보석의 가격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철저히 희소성에 따릅니다. 역사상 제일 큰 사기 행각이라고 부르는 1626년 네덜란드인의 맨해튼 섬 구입 사건. 원주인에게 단돈 24달러어치 유리구슬과 단추를 주고 지금은 엄청나게 탐내는 그 땅을 샀습니다.


지금의 가치관에서 생각하면 말이 안 되지만 당시엔 공정한 거래였다는 게 핵심입니다. 당시 구슬은 화폐처럼 취급되었고 서유럽을 제외한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들어 더 가치가 높았다고 합니다. 구슬이 싸다는 통념은 산업화 이후 생긴 것일 뿐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인간이 가치를 어떻게 정하는지, 가치는 상대적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이아몬드 역시 거대한 사기극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말로 약혼반지의 대명사가 된 다이아몬드. 보석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다고 했는데, 사실 다이아몬드는 희소하지 않다는 반전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다이아몬드 광산이 우후죽순 발견되면서 톤 단위로 채굴하기 시작하자 독점기업 드비어스는 희대의 마케팅에 돌입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싶어 하므로 희귀하다는 착각을 만든 겁니다. 그리고 꼭 필요하다는 환상을 심어줍니다.


에스파냐 제국의 흥망성쇠가 에메랄드에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어마어마한 부를 성전을 치르는 데 쓴 에스파냐는 한순간에 가치 하락된 에메랄드 때문에 빚더미에 안게 됩니다. 초록빛의 에메랄드에 권력자들이 집착하게 된 계기가 클레오파트라에서 시작된 역사도 흥미진진했고, 우리가 현재 쓰는 현대 경제의 기초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된 역사를 배울 수 있습니다.


'갖고 싶다'는 욕망이 가져오는 파멸에 대한 역사가 이어집니다. 욕망 때문에 생긴 집착이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조종할까요. 프랑스혁명의 빌미가 된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얽힌 이야기는 욕망과 질투가 어떻게 마리 앙투아네트를 희대의 악녀로 만들어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결코 가지고 싶어 하지 않았던 목걸이 때문에 이용당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진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놀라웠습니다.


자매 사이에 벌어진 진주 한 알에 얽힌 탐욕 역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낳았습니다. 메리의 진주보다 더 좋은 진주를 찾기 위해 해적 전투를 용인하며 진주를 모은 엘리자베스. 이 일은 결국 영국 황금기의 발판이 되어줍니다. 엘리자베스의 진주 사랑은 평생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 두 사례는 보석이 상징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이아몬드로 프랑스 왕정시대 방탕과 타락을 대표하는 인물로 상징화되었고, 엘리자베스는 진주로 처녀성과 성스러움을 표현했습니다.


욕망의 긍정적인 측면도 물론 있습니다. 폭력과 혼란이 아닌 뜻밖의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진주 양식의 성공은 생명공학 사업의 시작과 기술혁명의 시발탄이 되어 일본 근대화에 큰 영향을 끼쳤고, 여성용 장신구에 불과했던 손목시계는 양손을 자유롭게 써야 했던 군인들에게 유용해 제1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 군대를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에메랄드는 아주 멀리 떨어진 대륙판 두 개가 무척 세게 부딪혀야 생기고, 진주는 세균이나 기생충을 내보낼 수 없을 때 생체 물질로 둘러싸버린 결과물입니다. 정체를 알고 나니 진주에 대한 환상은 살짝 깨지지만요. 색깔 있는 돌에 불과한 보석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때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 보여준 <세상이 탐한 보석의 역사>. 보석이 어떻게 탄생하고 욕망의 대상이 되는지,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만끽한 세계사에 얽힌 보석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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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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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릴러의 한 획을 당당히 긋고 있는 하승민 작가의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데뷔작 <콘크리트>를 읽고 나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라고 리뷰를 썼었는데, 역시 이번 신작 기대 이상입니다.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을 읽었을 때 느꼈던 두근거림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만끽했습니다.


한 삽 한 삽 흙을 파고 있다가 정신을 차린 지아. 낯선 산에서 눈앞에 보이는 건 구덩이 속에 반쯤 파묻힌 젊은 여자의 시체입니다. 혼란스러운 이 상황 속에서 지아는 혜수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혜수뿐이니까요.


지아는 이중인격자입니다. 제목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은 거울로 보는 나의 모습입니다. 분명 거울에 비친 사람도 나인데도 악수할 수 없는 두 개의 자아를 의미합니다. 지아에게 다른 인격이 나타난 건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비롯합니다.


하승민 작가의 데뷔작 <콘크리트>에서는 한국 사회의 편견, 혐오,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안았습니다. 공수부대의 총탄을 피해 도망 온 사람을 숨겨주려다 잔인하게 학살된 엄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지아. 그 지옥 같은 순간은 꼬리표처럼 삶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 분노를 퍼붓는 다른 인격이 나타난 거죠. 구별하기 위해 다른 인격에게는 혜수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버릇없는 세입자인 혜수는 뒤처리를 하는 법이 없었다." - 책 속에서


스트레스가 한계를 넘어서면 등장하던 혜수. 혜수가 나타난 시간 동안의 일은 폭력적이거나 뒷감당 수습이 꽤나 복잡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최악입니다. 살인이라니요. 일단 상황을 수습하고(하던 일을 계속해 마저 묻어버립니다)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홀로 있던 아빠는 늙었고 새 가정을 꾸린 상태입니다. 지아가 정신을 잃은 시간은 무려 19년이었습니다. 스물여섯 때 실종되어 마흔다섯의 나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겁니다. 하루아침에 사십대가 된 지아는 19년의 공백을 알아내기 위해 새 동생과 함께 혜수가 있었던 것으로 예상하는 묵진으로 향합니다. 혜수의 과거를 알아내고 죽은 여자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합니다.


혜수가 저지른 일 때문에 화려한 이력을 가진 지아의 사건을 맡았다가 실종된 바람에 흐지부지해진 사건을 기억하는, 전직 형사이자 현재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는 규식도 냄새를 맡습니다. 뭔가 사건이 될 만한 냄새를요. 그 역시 지아를 미행하며 묵진으로 갑니다.


묵진에서 마주한 혜수의 과거는 처참합니다. 혜수의 이름으로 살던 집은 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이었습니다. 아마도 산에 묻은 피해자가 그곳에서 죽은 모양입니다. 시체를 다시 처리하기 위해 산으로 갔지만, 그사이 시체는 사라져있습니다. 혜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걸까요.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는 지아와 규식 중 누가 먼저 진실에 접근할지 지켜보는 흥미진진함이 있습니다. 하승민 작가의 매력은 소설 속 인물이 지킬과 하이드처럼 선과 악으로 분명하게 나누어지지 않은 채 복잡한 인물들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연민이 들다가도 경악스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인물들입니다.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개발 붐의 피해지가 되어 저물어가는 어촌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이며 묵직한 기운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습니다.


하승민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은 오감을 자극하는 묘사입니다. "묵진의 거리를 걷고 있으면 오래된 옷장 같은 냄새가 났다."처럼 소금기 머금은 묵진의 분위기가 절로 떠오릅니다. 지아가 혜수로부터 주도권을 빼앗겼을 때의 두려움을 보여주는 장면도 인상 깊습니다. 19년의 세월이 사라진다면 그다음엔 얼마큼 사라질지 모릅니다. 이중인격에 대한 소재는 살짝 뻔하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예상을 뒤엎는 후반부 덕분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찐 스릴감을 맛볼 수 있었던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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