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이야기 - 우리가 몰랐던 신화 속 숨은 비밀
애니타 개너리 지음, 앤디 윌크스 그림, 김정한 옮김 / 놀이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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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신화 속 숨은 비밀 <별들의 이야기>. 익숙한 고대 그리스 신화 외에도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세계 곳곳의 별자리 신화를 만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같은 별자리 신화도 저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신화 속 인물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것도 별자리 이야기로 연결되면서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의 재발견을 할 수 있답니다. 신들의 암투, 영웅의 위대한 모험, 동물들의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습니다. 한 번쯤 들어 본적 있는 별자리부터 <별들의 이야기>에서 처음 접하게 된 이야기까지, 별자리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경이롭습니다.


요즘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바라보는 소중한 경험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지만, 하늘의 별은 언제나 우리에게 신비함과 상상력을 안겨줍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깊은 산속에서 수없이 반짝이는 별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던 추억이 되살아나던데,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만큼 경이로운 우주의 모습을 우리 아이들도 누려보면 좋겠어요.


오랜 세월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우주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했습니다. 기원전 3,000년 전 수메르 문명에서 유래한 서양 별자리는 프톨레마이어스에 의해 정리된 후 총 88개의 표준 별자리가 현재 통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서양 기준에서는 이렇지만 세계 곳곳에는 저마다의 별자리 이야기가 있다는 걸 <별들의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영웅의 모험과 역경을 그려낸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헤라클레스의 12가지 위업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별들의 이야기>에서 그 긴긴 스토리를 잘 정리해 전하고 있는 데다가 한 장의 그림으로 펼쳐 보이고 있어 감동이었어요.


<별들의 이야기>는 반짝이는 별의 아름다움을 일러스트에서도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금빛을 많이 사용한 그림이 예술 그 자체입니다. 일러스트만으로도 이 책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훅 올라가더라고요.


하얀 북극곰을 경외하며 살았던 이누이트족, 자연과 생명의 경이로움을 간직한 인디언족들의 이야기에서는 삶의 질서와 혼돈의 균형에 대한 전설이 인상 깊습니다. 사람들의 탐욕에 대해 경계한 그들의 이야기는 인간 중심의 신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줍니다.


고대 잉카의 전설 속 은하수는 지구의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탐욕스러워졌는지를 라마를 통해 알려줬고, 인디언 나바호족은 무질서하게 반짝이며 흩어지게 만든 장난기 많은 코요테 이야기를 통해, 별들을 싣고 평화롭게 항해하는 카누 모양의 배가 하늘의 바다를 건너는 마오리족 전설 등 은하수에 얽힌 이야기만 해도 다채로운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코브라가 이집트 왕국의 상징이 된 이유, 남반구 사람들의 길잡이별 남십자성에 얽힌 전설 등 다양한 세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별들의 이야기>. 아름다운 밤하늘 별을 보며 우리 아이의 상상력을 펼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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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한 달 살기, 아이슬란드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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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인터스텔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 공유 광고 등으로 전 국민을 사로잡은 다양한 자연의 그곳 아이슬란드.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국토가 대부분이라 생태 환경 여행지로도, 대자연 속을 누비는 힐링 여행지로도, 공해 없는 깨끗한 공기를 만끽하는 아웃도어 여행지로 각광받는 꿈의 여행지의 매력을 듬뿍 담은 여행 가이드북 <뉴노멀, 한 달 살기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여행 전문가 조대현 여행작가의 가이드북은 성수기 여름 여행과 꼼꼼히 체크해야 할 게 많은 겨울 여행 맞춤 정보가 가득합니다. 유럽 여행 중 단기 여행 코스에서부터 2주 이상 천천히 보는 코스까지 다양한 추천 루트가 소개되어 계절과 일정에 맞춰 계획 세우는 데 도움 줍니다.


아이슬란드를 반지처럼 둘러싸고 있는 1번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여행하는 링로드 코스가 일반적이지만, 홀로 여행할 땐 버스투어도 추천합니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아이슬란드 특유의 환경에 대처하도록 자동차 여행의 주의점도 세세하게 짚어주고 있어 든든한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어요.


북유럽 특유의 아기자기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레이캬비크와 근교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요. 수도 레이캬비크를 도보나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는 코스도 있습니다. 입소문 난 곳인 만큼 이색적인 카페도 많이 있어 도시 여행의 매력도 놓칠 수 없겠더라고요.


아이슬란드에서 꼭 봐야 할 3대 관광지인 싱벨리어 국립공원, 간헐천 게이시르와 3단 폭포 굴포스 외에도 세계인들의 버킷리스트인 블루라군, 요쿨살렌 빙하 체험, 신비로운 오로라 체험 등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아이슬란드의 곳곳을 소개합니다.


대부분 아이슬란드 남부 위주로 여행하지만, 옛 아이슬란드 북부를 개척한 정신과 때묻지 않은 자연 경관을 발견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에게 관심 많은 아이슬란드 북부 여행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일반적인 루트와 다르게 북극권과 가까운 900km 해안 도로를 따라 모험하는 해안 도로 여행은 검은 모래해변과 장엄한 절벽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조류 관찰 장소도 있고, 보트 투어로 고래도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아이슬란드 서부의 숨겨진 보물인 일몰 풍경은 사진가들의 로망지인 만큼 새롭게 인기를 끄는 곳입니다. 신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놓치기 아까운 장소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여행 가이드북입니다.


초현실적인 장소가 포진된 아이슬란드에서 내륙 지역도 경이롭습니다. 내륙 하이랜드를 여행하는 법, 란드만나라우가 트레킹 코스 등 캠핑족에게 인기 있는 지역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은 죽음의 땅 모르도르의 밑그림을 이곳에서 그려냈고, 아이슬란드의 분화구에 영감을 받아 <지구 속 여행>을 쓴 쥘 베른 등 많은 작가의 영감이 된 아이슬란드. 차디차게 얼어붙은 빙하 아래 검게 탄 붉은 화산의 흔적을 만날 수 있어 불과 얼음의 나라임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신비로움을 경험해 보세요.


수도 레이캬비크와 근교, 남부, 동부, 북부, 서부 피요르드, 내륙 하이랜드까지 아이슬란드 구석구석 을 누비는 장기 여행자이든 단기 여행자이든, 한 달 살기를 하는 여행자이든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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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지구 안내서
가와무라 와카나 그림, 후쿠오카 아즈사 글, 김한나 옮김, 소여카이 감수 / 생각의집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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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permanent) + 농업(agriculture) + 문화(culture)의 합성어 '퍼머컬처'. 1978년 호주 생물학자의 책 <퍼머컬처 원>에서 처음 등장한 퍼머컬처는 자연의 에코 시스템을 참고해 지속 가능한 문화를 영위하는 삶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어린이 책 <모두의 지구 안내서>로 아이들과 함께 퍼머컬처를 배워볼까요. 도쿄 어번 퍼머컬처를 이끄는 공생 혁명가 소여카이가 감수한 이 책은 소중한 우리의 집인 지구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알려줍니다.


뽀글머리 소여 모험대장이 들려주는 퍼머컬처 이야기가 흥미진진합니다. 무엇이든지 만들고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여 자연과 함께 놀며 살아가는 소여 모험대장을 따라가다 보면 퍼머컬처가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어요. 지구 아끼기, 자신을 포함해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모두 함께 나누기를 실천하는 퍼머컬처의 모험을 함께 하세요.


음식의 숲이라 부르는 텃밭을 직접 가꾸는 일부터 시작해볼까요. 숲의 모습에서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공원으로 달려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좋아요. 키가 큰 나무부터 땅바닥을 덮는 풀 등 직접 관찰해보라고 부추깁니다. 그냥 지나쳤던 모습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올 거예요.


텃밭 만들기가 어려운 일이 되면 안 되겠죠. 마당이나 베란다에서 키우지 않더라고 아이디어를 짜내면 어떤 장소든 밭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주변에 있는 물건들로 플랜터를 만드는 법도 알려줍니다.


동반 식물 개념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놀랍더라고요. 토마토와 바질은 음식 궁합도 좋지만 키울 때에도 함께 키우기 좋은 식물이라고 해요. 바질은 조금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데 키가 큰 토마토가 딱 알맞은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물을 잘 흡수하는 바질과 물이 적으면 달달해지는 토마토는 최고의 궁합이래요. 게다가 바질향은 벌레가 싫어하는 냄새라고 하니 집에서 키우기 얼마나 좋은가요.


식물마다 가진 특성을 이용한 동반 식물 개념마저도 자연적이어서 마음에 쏙 듭니다. 농약의 힘이 아닌 자연의 힘을 이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바꾸는 장치를 이용해 순환 고리를 직접 실천해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 먹는 음식은 누군가가 만든 것들입니다. 내가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새둥지는 못 쓰게 되면 흙으로 돌아가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은 쓰레기가 됩니다. 환경과 관련해 꼭 알아야 할 소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물과 전기에 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우리가 쓰는 물이 어떤 순환을 하는지, 자신이 사용하는 전기를 직접 만드는 방법에 대해 들려줍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과의 차이는 큽니다.


자연 속 생명의 순환을 알려주고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두의 지구 안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눈앞에 있는 생명과 만들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직접 감사 일기도 적어보거나 자료 조사를 하라는 미션이 등장합니다. 질문거리가 풍부하고 아이들과 독서활동할 수 있는 주제가 무척 많더라고요.


즐거움은 에지에 있다고 합니다. 종류가 다른 존재가 서로 섞여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이 생길 기회가 있는 곳을 뜻하는 '에지'. 자신이 사는 동네를 좀 더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게릴라 가드닝을 하면서 씨를 뿌릴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동네의 구석구석을 탐험해보는 즐거움도 누려보세요.


자연을 관찰해야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공간, 인간관계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 아이스크림 가게 주위는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많고 출근길 지하철은 좀비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가에 대한 이유와 의문을 품어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새로운 발견과 해답도 발견된다고 말이죠. 해결책 찾기 놀이를 적극 권장하는 책입니다.


​퍼머컬처를 실천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폐교에 시민 공방을 만들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고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는 텐더 씨, 생명의 유대를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학교, 어떤 일이든지 후손 7세대의 아이들까지 생각해서 살자는 가르침을 준 미국 선주민의 '세븐 제너레이션'도 인상 깊습니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서로 주는' 행위가 돈을 대신합니다. 돈을 쓰지 않고 지구가 공짜로 주는 것을 찾아보고, 지구에게 보답할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그 아이디어를 짜내도록 마음을 부추기는 <모두의 지구 안내서>. 지구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약속을 다짐하는 데 도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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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팬데믹 시리즈 2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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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이론가 슬라보예 지젝의 팬데믹 사유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팬데믹과 관련해 <팬데믹 패닉>, <천하대혼돈>,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등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던 지젝의 새로운 책입니다.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변이 바이러스로 다시 확진자가 폭증하는 요즘, 팬데믹으로 깊은 피로감에 쌓인 현 상황에서 그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걸까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철학자 지젝. 한국어판에는 서문을 포함해 네 편의 특별 원고가 더해진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일상성의 붕괴를 마주하면서 버텨내려는 의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시점에 지젝은 삶으로부터 물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람슈타인의 노래 '죽을 때까지 살아야만 한다'는 태도로 가장 치열하게 살아가는 방식으로 맞서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대하는 시를 내놓았습니다. "자유가 폐지되었다 / 의료라는 명분으로 / 이제 의료가 폐지될 것이다. / 인류가 폐지되었다 / 생명이라는 명문으로 / 이제 생명이 폐지될 것이다."


평소처럼 우리의 사회적 삶을 고수하자고 옹호하는 아감벤의 시를 지젝은 비틀어봅니다. "의료가 폐지되었다 / 자유라는 명분으로 / 이제 자유가 폐지될 것이다. / 생명이 폐지되었다 / 인류라는 명분으로 / 이제 인류가 폐지될 것이다. "


철학자가 작물 수확에 관한 글을 쓰게 만드는 팬데믹 시대. 손으로 일일이 따야 하는 생장물 대부분은 이민 노동자의 일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창궐하기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의료 혜택이 형편없는 사람들 말입니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작물들이 썩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철학자가 왜 이 일을 거론하는 걸까요.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대하는 기본적 태도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통계 수치에만 매달리면 우리가 처한 다른 어려움의 원인이 사라지기라고 할 것처럼 대하는 이 시대의 현상을 꼬집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이 우리의 자유와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보는 집단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 자본주의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새로운 계급투쟁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감염을 무릅쓰고 안전하지 않은 세상으로 나가는 노동자들 말입니다.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제안하는 일에 있어서 우리 모두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 슬라보예 지젝 


그레타 툰베리와 버니 샌더스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그들이 했던 운동, 발언들이 사라졌습니다. 생태적 위기, 인종차별주의 시위가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이라고 해서 멈춘다면 그들은 충분히 급진적이지 않다는 걸 결국 보여준 것밖엔 안된다고 말입니다. 감염병 조건에서 재활성화할 수 있는 포괄적인 새로운 전망 제안에 성공하지 못했음을 짚어줍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파란 알약과 붉은 알약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지지하는 붉은 알약과 뉴럴링크 프로젝트의 파란 알약을 동시에 가진 일론 머스크의 아이러니를 꼬집기도 합니다. 뉴럴링크 프로젝트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두뇌에 접속시켜 우리의 마음이 언어를 거치지 않고 서로 간에 직접 소통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감염 보호와 개인의 자유 보장이 동시에 가능한가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주는 지젝은 뉴럴링크 프로젝트 같은 비접촉의 미래가 과연 유일한 선택인지 의문을 던집니다.


"이데올로기는 범죄자가 아니라 희생자가 자발적으로 범죄의 흔적들을 삭제하게 만들며, 범죄를 자기 자신의 의지로 행한 행동으로 드러나게 한다." - 슬라보예 지젝 


평범한 시민들을 감염이라는 치명적 위험에 노출시킨 너무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팬데믹 여파로 정치적 동기가 아닌 분노 폭발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서두르게 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와 자본)의 범죄의 흔적들을 감추어버렸다고 지적합니다.


"돈이냐 목숨이냐"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하나를 골라야 하는 오래된 선택이 팬데믹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요즘은 돈을 잃는 것은 목숨을 잃는 일이기 때문에 시민들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격리 대신 일터로 향하는 겁니다. 흑인과 히스패닉은 백인 미국인보다 바이러스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고 계급 차별이 만들어낸 결과가 팬데믹으로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은 티머시 스나이더의 <치료받을 권리>에서 언급한 이야기와 일맥상통합니다.


지젝은 일관되게 팬데믹이 모든 것을 바꾼 것이 아니라 단지 이미 존재했던 것들을 좀 더 선명하게 부각시켰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팬데믹 동안 더 정신 나간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붉은 알약은 위협을 대면할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합니다.


"옛날의 일상성으로 돌아가지는 꿈은 꾸지 말자"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봉쇄에 대한 거부는 변화에 대한 거부임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가난이라는 팬데믹을 동시에 공격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 팬데믹을 봉쇄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에서는 '일상성'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핵심이라고 알려줍니다. 결론 아닌 결론이라며 말하는 '알지 않으려는 의지'라는 제목을 붙인 마지막 장이 인상 깊습니다. 일상성을 진지하게 해석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라캉의 '대타자' 개념과 연결해 설명하는 지젝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의료 위기 문제, 바이러스 전쟁으로 치부하는 것을 넘어 환상이 만들어낸 '일상'이 바로 지금의 비상사태를 초래했음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상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대응 피로'가 쌓였고, 이제는 공포가 아니라 순응하는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젝은 초반에 들려준 '우리 모두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필요합니다. "우리는 사회적 삶 전체의 새로운 형태를 발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지된 세계에서 우리가 진정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를 짚어준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각종 음모론과 비대면 사회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책의 이면, 정신건강의 위기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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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과학 - 팔리는 브랜드에는 공식이 있다
킨드라 홀 지음, 이지연 옮김 / 윌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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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일상 모두에 유용한 궁극의 병기, 스토리. 어디서나 스토리의 힘을 강조하니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스토리텔링 능력 제대로 갖추고 있을까요.


세계적인 스토리텔러이자 전략적 스토리텔링을 연구하고 만들고 가르치는 스토리텔링 컨설팅 기업 스텔라 컬렉티브를 이끄는 킨드라 홀 저자는 <스토리의 과학>에서 스토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과 자신만의 스토리를 들려주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강연하러 간 슬로베니아에서 남편과 함께 인생 최고의 스토리를 들은 저자의 스토리로 시작해 아들과의 베드타임스토리에 얽힌 스토리로 끝내는 구성 역시 몰입감 완벽합니다.


자신에게 과연 들려줄 스토리가 있는지, 그 스토리를 잘 들려줄 수 있을지, 그 스토리를 꼭 들려줘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스토리가 갖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힘. 쇼핑을 하지 않는 남편이 시향조차 하지 않고 향수를 덜컥 구입하게 만든 매장 직원의 스토리텔링 사례를 보여주며 스토리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도구 중 하나라는 걸 강조합니다.


비즈니스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물이 무척 많습니다. 킨드라 홀 저자는 장애물 대신 '틈', '간극'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고객과 기업 사이, 기업과 잠재 투자자 사이,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 사이, 관리자와 직원 사이의 간극 말입니다.


주의를 끌고, 영향을 미치고, 바꿔놓는 변화로 설명되는 이 간극을 잇는 자가 승리자입니다. 이 간극을 이어주는 건 바로 스토리텔링이고요. 그렇다면 좋은 스토리란 무엇일까요. <스토리의 과학>은 훌륭한 스토리의 4가지 요소와 스토리텔링의 기본틀 3단계로 좋은 스토리를 설명합니다.


우리의 주의를 끌고 우리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캐릭터,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 혹은 스토리의 상황에 내재된 진실한 감정, 우리의 일상과 구분해주는 특별하고 중요한 순간, 정확한 대상을 자세히 묘사하는 구체적인 디테일이 갖춰지면 훌륭한 스토리가 되는 겁니다. 네 가지 요소 중 한 가지만 포함되어 있어도, 전혀 포함되지 않은 메시지보다 좋은 효과를 냅니다.


더불어 지금의 상태를 나타내는 기준 - 무슨 일이 벌어지는 폭발 - 상황이 바뀌는 새로운 기준이라는 스토리텔링의 기본틀 3단계에 맞춰야 합니다. <스토리의 과학>에서 알려주는 성공하는 스토리텔링 공식에 따르면 몇몇 캐릭터를 소개하고, 특정한 장면을 묘사하면서 구체적인 디테일과 그에 얽힌 감정을 전달하면 성공적인 스토리가 되는 겁니다.


2021 한국 나이키 광고는 이 공식에 맞춘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의 경직된 스포츠계를 보여주면서 "이 머리가 도움이 되긴 해?", "언제까지 하라는 대로 해야 되는 걸까"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주고, 즐거움 그 자체에 초점 맞춘 스포츠의 변화가 담긴 영상입니다.


이제 비즈니스 스토리를 만들어볼까요. 효과적인 세일즈와 마케팅을 원한다면 가치 스토리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품의 가치를 설득하고 싶다면 이런저런 팩트는 오히려 뇌를 피곤하게 만들 뿐, 스토리를 들려줘야 합니다. 스토리의 4가지 요소와 기본틀 3단계를 활용해 사양 소개 대신 진정한 가치 스토리로 구현하는 법을 세세하게 알려줍니다.


자신감을 키우고 차별화를 원한다면 창업자 스토리에 주목하면 됩니다. 누가,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시작했는지에 관한 스토리입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자화자찬이 아닌 사랑스럽게 들리게 할 창업자 스토리 만드는 법이 소개됩니다.


조직 구성원들을 합심시키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싶다면 목적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기업 내부에는 온갖 간극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자의 남편 마이클의 스토리가 또 등장합니다. '상황이 힘들다는 사실은 알지만, 지금 포기한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그가 어떤 스토리를 들려줬는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세요.


세일즈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뢰도 높이고 싶다면 고객 스토리가 없어선 안되죠. 가치 스토리와 혼동하기도 하는 이것은 스토리를 들려주는 사람이 고객이라는 점만 기억하면 구별하기 쉽습니다. 고객 스토리 수집 방법과 앞서 소개한 필수요소를 활용해 고객 스토리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잠재된 스토리를 찾아내고, 기본틀로 근사한 스토리로 바꾸고, 모든 종류의 관객과 이어지는 다리를 만들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도록 하는 좋은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스토리의 과학>. 여기서 마지막으로 "나에게도 스토리가 있을까?"라는 우리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충분히 드라마틱하지 않아 내 스토리를 들려주지 못했다면 이 마지막 파트가 큰 도움이 됩니다.


사소한 작은 스토리여도 진짜이기만 하다면 사람들은 공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더라고요. 스토리 수집 방법과 수집된 스토리를 착 붙는 스토리로 선택해 전략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 그리고 흔히 저지르는 실수와 유혹을 피하는 노하우까지 알려줍니다


스토리텔링과 비즈니스, 삶과의 연결을 멋지게 해낸 <스토리의 과학>을 읽고 나면 우리는 무척 많은 스토리 목록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동안은 들려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무시했던 스토리들 말이지요. 지금 가진 것과 갖고 싶은 것 사이의 거리를 의미하는 간극을 메우기에는 스토리만 한 게 없다는 걸 알려준 책입니다.


2019년 원서 출간 이후 아마존 베스트셀러 및 세스 고딘, 찰스 두히그 강력 추천받은 책이라해서 기대가 컸는데 읽고나니 이번 추천은 믿을만하네요. 마케팅 관련 책인데도 지루할 틈 없이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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