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밍들의 세계 - 주목받는 작가 8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양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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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에 게재된 1700여 편의 SF 중 엄선된 단편 앤솔로지 <나와 밍들의 세계>. 현재 한국 SF 소설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 8편이 수록되었습니다. 이들 중 수년 내 장편 SF로 이슈가 될 작가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시간여행 소재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와 밀접해진 우리의 현실을 조금 더 실감 나게 그려낸 작품들이 많다는 게 두드러지게 느껴졌어요.


인간은 실패에서 배우는 동물이라지만 아버지는 물론 자신도 인간이 아니라며 자조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양진 작가의 <나의 단도박수기>.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은 아버지에 이어 자신도 마지막 베팅 중인 긴박감 넘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이 인상 깊습니다. 위험한 의뢰를 받아 빚을 청산해 보려 하지만, 과연 무사히 의뢰를 수행할 수 있을까요. 우주선을 몰며 워프하는 우주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스토리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지금 이 시대에서도 한탕의 유혹에 빠진 인물상과 하등 다를 바 없어 배경만 다를 뿐 인간 군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유정 작가의 <나와 밍들의 세계>는 이 책의 표제작으로 삼을 만한 소설이라는 데 공감할 만큼 전개 방식이나 스토리 구성이 독특합니다. 죽어가는 길고양이를 데려와 살린 주인공. 그런데 그 살리는 방법이 섬뜩하면서도 아름다운, 양가적인 감정을 낳게 합니다. 죽어가는 생명체를 살아 있는 생명과 연결해 주는 기계를 통해서 진짜 아픈 몸은 저편에서 간신히 생명 유지만 한 채 있지만, 주인공의 눈에는 다른 이의 모습으로 한 그 고양이가 내 곁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설 속 '나'는 고양이의 이름입니다. '밍'은 고양이를 살린 여자입니다. 각자가 가진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지며 지냅니다. 눈물이 핑 돌게 하는 먹먹한 스토리에 여운이 깊습니다. 둘의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문체가 한 편의 아트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으로 개종할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박하루 작가의 <최애 아이돌이 내 적수라는데요?>. 공장에 보급하는 흔한 제조형 로봇이 인간 아이돌을 마음껏 응원하고 군무를 추고 싶어 신체 개조를 한다는 설정이 재밌습니다. 그런데 스케일이 생각보다 커집니다. 안드로이드 권리 연대 내부의 알력 다툼에 휘말리는데. 안드로이드 시점에서 인간이 되었을 때의 상태를 나름 표현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연여름 작가의 <시금치 소테>는 제 취향에 잘 맞아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입니다. 사고로 아이를 잃고 남편과 별거한 채 자살 시도했다가 실패하면서 자살 생존자가 된 주인공. 생존자가 부정적 사고를 유발하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제거 시술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기억 삭제와는 달리 정보는 그대로 가지고 있는 채로 그저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도록 감정의 고리를 끊는 방식이라니, 읽으면서도 솔깃해집니다. 부정적 사고가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여정이 압축적으로 표현되면서 주인공의 내밀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기분입니다. 시금치 그림만 봐도 시금치를 싫어하던 아이 생각이 불쑥 들어 우울해지는 주인공. 나중에 기억 제거 시술을 한다면 시금치에 관한 기억을 삭제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주인공의 내면의 감정 폭풍에 긴장한 채로 읽게 되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끌어가는 방식이 멋집니다.


오른쪽 손목을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기뻐하는 주인공을 기괴한 상황으로 시작하는 남세오 작가의 <피드스루>. 임플란트처럼 생물학적 신체와 기계로 된 몸을 연결하는 부품을 뜻하는 피드스루. 인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신체 시대라면 상상해 볼 법한 스토일 것 같아요. 오른쪽 손목을 부상당해 기계로 대체해야 하는 주인공에게는 총상을 입고 머리 아래로는 아직 인공 신체를 연결하지 못한 불쌍한 딸이 있습니다. 스릴러 느낌을 팍팍 안겨주는 스토리에다가 그로테스크한 묘사 덕분에 상상하며 읽는 맛이 꽤 맵습니다.


천선란 작가의 <초인의 나라>. 실종되었다가 7일 만에 돌아온 아이들. 다섯 아이가 사라졌다가 한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온갖 소문이 난무했지만 결국 사건은 흐지부지. 하지만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결국 모두 사고와 자살로 죽게 되자 당시 아이들을 상담했던 주인공이 글을 남기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SF 소설에 초자연 미스터리가 끼어든 상황이라니 장르 붕괴의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대극 분위기를 물씬 내는 스팀펑크 스타일이 매력적인 김성일 작가의 <라만차의 기사>. AI 시스템의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가난한 시대가 된 배경에서 AI가 장악한 풍력발전소로 출정하는 기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공지능에게서 기술을 빼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흥미진진합니다.


배지훈 작가의 <유니크>는 의식 저장이라는 소재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확장합니다. 인간이 죽기 전에 스캐닝 기술을 받고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살아가는 스캔드. 살아있을 때의 재산이나 법적 권리가 스캔드에게 고스란히 귀속됩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으로도 스캔드의 입지는 탄탄합니다. 그런데 스캐닝을 받은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난 겁니다. 태양계 최고의 재벌이었던 인간이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된 셈입니다. 자신의 스캔드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한국과학문학상, 과학기술창작문예상, 황금드래곤문학상 등 수상 경력 있는 저자도 있고, 꾸준히 소설을 쓰고 있는 샛별들의 작품들까지. <나와 밍들의 세계>에 수록된 8편의 작품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다채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어 취향 호불호는 있을 수 있습니다. 거친 느낌도 있지만 풋풋한 상상력과 뜻밖의 감동을 머금은 매력적인 소설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SF 소설 마니아라면 한국 SF의 현재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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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러 가자
멕 태쳐 지음, 김아림 옮김 / 생각의집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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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천문학 노트를 만들어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며 밤하늘의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 <별 보러 가자>.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부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먼 천체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관련해 초등 고학년이 꼭 알아야 할 지식 정보가 가득합니다.


학생들을 위한 과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스미스 대학에서 천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멕 대처 저자는 달, 태양, 행성, 항성, 일식과 월식, 별자리 등 놀라운 천체로 가득한 우주에 대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호기심을 채워줍니다.


우주와 친해지기 위해 필요한 건 우리의 눈입니다. 특별한 장비나 도구를 갖추지 않아도 그저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세요. 물론 쌍안경이 있으면 훨씬 더 관찰의 폭이 넓어지고, 이 책에서도 쌍안경으로 하늘을 관찰하는 방법과 어떤 쌍안경을 구입하면 좋은지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눈을 들어 공짜로 별을 관찰해 보세요.


요즘은 도시의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인한 빛공해 때문에 별을 관찰하기 힘들어졌습니다. 대도시에서는 별을 35개 정도밖에 못 본다고 해요.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베란다, 마당, 옥상 등에서 밤하늘을 관찰하다 보면 호기심을 끄는 반짝임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먼저 친해지자고요.


도시에서는 빼곡한 은하수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하늘을 관찰하면서 기록할 수 있는 게 무척 많다는 걸 <별 보러 가자>에서 알려줍니다. 매일매일 일출 또는 일몰을 관찰할 수 있을 수도 있고, 날씨 관찰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성, 인공위성과 별을 구별하는 방법, 천체의 거리를 손으로 측정하는 방법 등 관찰할 때 필요한 노하우도 배워보세요.


내 주변에서 언제나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천체는 바로 달입니다. 가장 밝은 천체인 태양 다음으로 밝은 천체입니다. 밤마다 모양을 바꾸는 달의 위상을 그저 스쳐지나지 말고 직접 관찰하고 기록해 보세요. 


달 표면에는 맨눈이나 쌍안경으로 보이는 바다와 커다란 크레이터들이 있습니다. 카메라로 찍을 때보단 덜 선명하긴 해도 스마트폰 줌으로 당겨 찍으면 달의 표면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 달 사진을 찍어보고 그림을 그려보세요. 우리는 대부분 달 토끼로 표현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달 그림들이 있더라고요. 솔직히 전혀 공감되지 않는 그림들도 있는데, 오히려 기발한 상상력에 깔깔대며 웃게 됩니다. 


<별 보러 가자>에서는 달의 지도가 소개되어 있어 대표 크레이터 명칭과 여러 바다의 이름을 위치와 함께 알 수 있습니다. 검은 그림자처럼 보이는 게 사실은 어두운 평원 즉 달의 바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하얀 점처럼 생긴 건 크레이터입니다. 우주를 돌아다니는 바윗덩어리 유성체가 달과 충돌하면서 생긴 흔적이지요. 크레이터 바깥쪽으로 하얀색 줄기가 뻗어 나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진 게, 실제 눈으로 관찰해 보면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빛을 내는 행성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에 대해서도 알아봅니다. 어떻게 탄생했는지, 각각의 특징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면서 우주의 먼 곳까지 확장해나갑니다. 행성들도 달과 마찬가지로 뜨고 지는 시간이 매일 바뀌는 데다가 자기만의 공전 궤도가 있어 위치가 달라집니다. 이걸 생각 못 하고 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행성 이름을 잘못 알고 있기도 했었거든요.


별과 별자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함께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붉게 빛나는 별, 푸르게 빛나는 별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별. 각각의 별들은 하늘에서 각기 다른 경로로 움직입니다. 먼 북쪽에서는 북극성이 하늘 높이 떠 있지만, 먼 남쪽에서는 하늘에 낮게 떠 있는 것처럼 지구의 여러 장소에 따라 움직임이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북극성을 찾는 법도 책에 잘 소개되어 있어요. 큰곰자리의 북두칠성을 찾아 앞서 소개한 손으로 측정하는 우주 각도기를 이용해 북극성을 찾아낼 수 있더라고요. 탄생별로 익숙한 황도 12궁에 대해서도 소개합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 태양이 황도 12궁의 별자리를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태양은 12개의 별자리에서 각각 1달 동안 머무르며 지나갑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계절이 바뀌듯, 계절이 바뀌면 관찰할 수 있는 별이 달라집니다. 별자리 관찰에 흥미가 있다면 평면 천체도를 직접 만들어보세요. 혼자서 별과 별자리를 찾을 수 있는 도구입니다. 우리는 북반구에 살고 있으니 북반구의 별자리도가 필요하겠지요. 책에 수록되어 있어 복사해서 사용하기 좋습니다. 계절에 따라 관찰할 수 있는 별자리가 달라진다고 했는데 이 부분도 잘 짚어주고 있으니 걱정 말고 도전해 보세요. 북두칠성의 경우 계절에 따라 국자 모양이 회전하면서 위치를 바꾼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별 보러 가자>에는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다양하게 수록되었습니다. 밤에 눈을 보호해 줄 붉은색 손전등 만드는 법, 비율에 맞는 태양계 행성 축소 모형 만들기, 영사기 만드는 법 등 밤하늘을 더욱 즐겁게 관찰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해요. 2030년까지 일식, 월식 리스트와 함께 쌍안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천체, 천문학 지식을 더 배울 수 있는 장소들까지 잘 짚어주고 있으니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안겨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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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혼란한 마음 -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변지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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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릴케, 마거릿 애트우드, 데이비드 흄, 헤밍웨이, 어슐러 르 귄 등 소설가, 철학자, 시인, 사상가들의 문장과 함께 심리학자 변지영 작가의 생각과 감성을 덧붙인 100편의 글로 혼란한 마음으로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해법 <때론 혼란한 마음>.


수많은 의미 있는 문장으로 뽑아낸 100편의 키워드. 보기, 듣기, 말, 선택, 침묵, 걱정, 의심, 슬픔, 분노, 불안, 타인, 이별, 인연, 우연 등 현대인의 불안한 감정과 고통을 압축하는 키워드들이 나열됩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이 등장할 때면 그 또한 반갑더라고요. 책 속의 문장을 이토록 조화롭게 뽑아내다니.


제대로 바라보기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때론 혼란한 마음>. 나의 편견, 생각, 감정, 판단이라는 필터를 낀 채로 보고 있음을 짚어주는 것으로 우리 마음속 혼란의 정체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합니다. 눈에 필터가 끼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래서 처음 보듯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비로소 바라보는 게 아닐까 하며 묻습니다.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듣는 것 역시 필터가 끼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대로 듣지 않습니다. 기대, 판단 같은 것들이 오는 과정에 끼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사람은 죽을 수 있다."고 한 제프리 초서의 문장은 거절에 민감해 상처받고 좌절하는 우리에게 현명한 지혜를 안겨줍니다. 그저 내 메시지가 거절당한 것인데도 자신의 존재가 거부당한 것으로 느낍니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상상이 큰 위협이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걱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맥 매카시의 "기억하고 싶은 것은 잊고, 잊고 싶은 것은 기억한다."는 문장처럼 마음의 불안과 걱정은 머릿속을 쉬이 떠나질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유독 급하게 부풀려지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실제 일이 벌어지는 속도보다 머릿속에서 더 빨리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유독 싫어하는 민감한 주제에서는 특히 왜곡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머릿속에 필터가 많아져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과잉 해석합니다. 변지영 작가는 일상에 방해될 정도라면 심리 상담이나 명상으로 걱정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조언합니다.


장점은 곧 단점의 뒷면이라는 것. 단점도 맥락이나 상황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한다는 걸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해 봅니다. 그럼에도 경직된 흑백논리를 가진 채 스스로를 고립시키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분노 역시 양면의 힘을 가졌습니다. 분노가 자기 파괴적인 에너지가 되게 하지 말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욕망하기에 우리는 불안합니다. 재물 욕심, 권력 욕심보다 더 큰 건, 존재에 대한 욕심입니다. 모든 욕망은 결국 더 완전해지려는, 더 많이 존재하려는 욕망이라고 합니다. 완전함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문제를 문제 삼지 않아야 함에도 '왜 나는 이럴까?'하는 시선으로 스스로를 대하고 과거 탓을 합니다.


변지영 작가의 해법이 눈길을 끕니다. 우리는 하찮다고, 별것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존중, 인정, 사랑받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런 경우 타인에겐 정작 관심이 없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주의가 쏠려 있으니까요. 타인에게 친절히 대할 때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 등 관계에 대한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있는 그대로의 전체를 보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우울해하는 것"이라는 말로 받아들임에 관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두려움의 반대말은 두렵지 않음이 아니라 받아들임이라고 합니다. 도망가기 때문에 두려운 생각을,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르지 않아서 불안한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도망갈 곳을 차단함으로써 회피하는 습관을 끊게 하는 불안 치료법을 소개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후각과 환상> 책과 잘 어울리는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냄새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빠르고 무의식적입니다. 낯선 공간에 가면, 사람을 만날 때면 무의식중에 냄새부터 맡습니다. 중요한 건 냄새가 판단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기에 냄새를 싫어하면 다 싫어하는 거고, 냄새를 좋아하면 다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정말 내 감정 대부분이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수많은 필터 때문에 생기는 것 같군요.


심리적 건강을 위해,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힐링 에세이 <때론 혼란한 마음>. 건강한 뇌, 건강한 마음이란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응하고 대처하면서 변하는 것을 뜻한다는 게 이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혼란한 마음도 습관이라고 합니다. 이런 습관을 줄이려면 의식을 호흡에 두며 생각 습관의 연결고리를 잠시 끊어보라고 조언합니다. 불편하고 힘든 순간, 여러 상황에서 생겨나는 우울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되새겨야 할 문장이 가득합니다. 책 속 문장을 읊조리다 보면 막연한 불안과 만성적 불안으로 인한 내면의 비판을 멈추고, 정신적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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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속 명화 스티커 컬러링 : 초등 3~4학년 - 미술관보다 더 재미있는 교과서 속 명화 스티커 컬러링
일과놀이콘텐츠랩 지음 / 북센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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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보다 더 재미있는 교과서 속 명화 스티커 컬러링. 초등 3~4학년 미술 교과서에 수록된 명화 5종을 조각조각 스티커를 붙여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기존 스티커 컬러링북과 달리 교과서 연계 활동을 할 수 있어 미술 공부도 할 수 있어요.


뒤러의 <산토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브리튼 리비에르의 <공감>,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리고 우리나라 조선시대 작자 미상의 작품 <호랑이와 까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미술 작품과 작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부터 가져보세요. 어느 시대 미술가인지, 작품의 특징은 무엇인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명화를 잘 관찰하고 스티커 컬러링으로 직접 완성한 다음엔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단원 목표에 부합한 질문이 등장합니다. 뒤러의 <산토끼> 작품의 경우 산토끼를 얼마나 관찰하고 이토록 자세히 그릴 수 있었을지 아이들의 상상력을 발휘해 보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뒤러처럼 우리도 집에 있는 식물이나 반려동물을 자세히 관찰해 보고, 특징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스티커를 한 장씩 붙이다 보면 어느새 근사한 작품이 탄생! 성취감이 무척 좋답니다. 특히 <교과서 속 명화 스티커 컬러링>은 내가 미술가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요. 작은 스티커 조각을 번호에 맞춰 붙이려고 노력하면서 소근육 발달은 기본입니다. 처음엔 저도 삐뚤빼뚤하던 실력이 이젠 어느 정도 반듯하게 붙일 수 있는 실력이 나오더라고요. 전체적인 완성작으로 놓고 봤을 때 조금 빼뚤한 틈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지라 처음 스티커 컬러링을 시도한다면 가볍게 완성하는데 초점 맞춰 도전하세요.


스티커 조각은 한 작품당 평균 200여 개 내외입니다. 손으로 잡기 힘든 크기의 조각은 핀셋을 이용하면 수고를 줄일 수 있어요. 모든 페이지에 절취선이 있어 쉽게 뜯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북센스 스티커 컬러링북 중에서 이번 교과서 명화 편은 스티커 접착력이 살짝 더 강한 편이었어요. 철썩 붙이고 나면 다시 떼기 힘드니 정확한 자리에 놓을 때 처음부터 꾹 누르지 말고, 가볍게 얹는다는 기분으로 위치를 맞춰 붙여주면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먼저 완성하고, 이제는 조선시대 민화를 하는 중입니다. 명화 스티커 컬러링이다 보니 완성 작품이 그 어느 때보다 액자에 담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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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100일 마음챙김 - 쓸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하루 한 장 명상
채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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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든, 앉아있든, 누워있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평온 속에 머무르는 것. 그저 그 자리에서 깨어 있는 마음 상태를 뜻하는 명상. 깨어 있다는 건 어떤 상태인 걸까요. 주인이 되어 그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 볼 때 주인공에 이입하는 대신 디렉팅한 감독의 입장으로 지켜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가 될 겁니다. 즉 지켜봄이 바로 명상의 시작이라는 것부터 짚어주는 채환 작가.


명상가이자 음악가로 활동 중인 채환 작가는 마음 치유 프로그램 귓전명상을 개발해 현재 국내 최고의 명상 유튜브 채널 귓전명상 채환TV를 운영하며 명상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마디 말의 힘으로 삶에 놀라운 변화를 만드는 명상 멘트 채환의 희망의 약속을 <인생을 바꾸는 100일 마음챙김>으로 만나보세요.


이 책은 필사 명상집입니다. 좋은 말을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직접 손으로 써본다면, 그 말이 입에서 나오게 되고, 행동도 바뀌게 됩니다. 한 글자 한 문장 쓸 때마다 명상의 기법을 응용하는 글쓰기 명상을 알려줍니다. <인생을 바꾸는 100일 마음챙김>은 눈, 귀, 입, 손 등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깨어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명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감정에 따라 호흡의 숨결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들숨과 날숨을 느끼며 내 호흡의 소리를 느껴보라고 합니다. 펜을 쥐었을 때, 노트의 감촉을 느낄 때, 문장을 전체적으로 읽어볼 때, 마음에 드는 문장을 사각사각 써 내려갈 때... 이 모든 행위에서 내 숨소리에 집중해 보는 겁니다. 무수한 생각이 쏟아지는 내 머릿속을 평온하게 하려면 의식적으로 내 숨소리를 집중하며 들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생을 바꾸는 100일 마음챙김>은 4단계에 걸쳐 100일에 이르는 여정입니다. 나도 알지 못했던 나를 온전히 바라보는 1단계 25일, 지금 이 순간 온전한 나로서 깨어 있는 2단계 25일, 매 순간 나를 비춰보며 온전한 자유를 알아차리는 3단계 25일, 내가 원하고 만드는 삶 속으로 온전하게 흘러가는 4단계 25일을 지나고 나면 어떤 마음 상태로 온전히 내가 존재하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매번 몰아세우기 바빴다면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곧 용서라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스스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나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말은 쉽지만 스스로에게 참 하기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편안하지 않은데 편안하다는 말을 되뇌고 써보는 행위 자체가 처음엔 거부감이 들지도 모릅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하면서 지레 포기하지 마세요.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되기를 바란다면 용기를 내보세요. 


내가 흔들린다는 것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겁니다. 내 앞에 일어나는 모든 순간, 모은 인연, 모든 상황을 아무런 감정 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여정이 이어집니다. 과거에 대한 불만족,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현실의 모든 고통은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지 못해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눈을 떠보세요. 바라보기처럼 매 순간 온전히 지켜보는 겁니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인지하고 수용하는 깨어 있기에 대한 마음챙김 명상이 펼쳐집니다.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또 알고 있는지 묻습니다. 지금 무엇을 알아가며 살고 있는지 묻습니다. 나를 매 순간 비추는 거울인 알아차림. 매 순간 지켜보고 나를 관찰하라고 합니다. 알게 되면, 감정을 알아차리면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일어나는 걸 그대로 알아차리면 됩니다. 누구의 탓도 아닌, 흐름에 따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욕심이 나면 욕심을 알아차리고, 분노가 일어나면 분노를 알아차리고,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면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매 순간 알아차리는 것은 곧 진짜 나를 만나는 일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살아가는 것은 흘러가는 것과 같습니다. 나의 생각도 흘러가고 나의 고민도 흘러가고 나의 걱정도 흘러갑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면 평온해집니다. 흘려보내는 것도 잘 보내야 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채우고, 사랑을 채우면서, 넘치면 흘려보내는 겁니다. 흔들리며 흘러가는 것도 괜찮다고 위로합니다. 흔들림을 비상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면 됩니다.


<인생을 바꾸는 100일 마음명상>의 글귀를 읽다 보면 나를 아끼는 말을 스스로 언제 해봤던가 싶더라고요. 스스로를 아끼고 돌보지 않았으니 진정 귀하게 여기지도 않았던 겁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를 귀하게 여기고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문장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될 때, 행복을 구하려 집착할 때, 누구 하나 내 편이 아닌 듯 외로울 때... 지치고 힘든 아픔 속에서도 흘러간다는 걸 알게 해줍니다. 좋은 말을 적어보는 작은 습관을 모아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실천적 행동을 이룰 수 있게 용기 주는 책 <인생을 바꾸는 100일 마음챙김>.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마무리하는 마음 명상 문장 덕분에 감사의 말투가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될 겁니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도록,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며 묵묵히 나아가도록 응원하는 채환 작가의 문장이 큰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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