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 - 암, 당뇨병, 골격계 질환, 스트레스를 개선하는 ‘When Way’ 식단법
마이클 로이젠.마이클 크러페인.테드 스파이커 지음, 공지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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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몸에 좋은 음식, 좋지 않은 음식을 구별하면서 무엇을 먹는지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언제' 먹는가에 초점 맞춰야 한다는 <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식습관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깨뜨리고, 자연적인 리듬에 맞추는 일주의 생체리듬에 기반한 웬웨이 When Way 식단법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건강나이 RealAge 개념 창시자이자 미국 베스트셀러 <내 몸 사용설명서> 저자 마이클 로이젠 전문의와 유명 건강 토크쇼 <닥터 오즈쇼> 의학 부문 책임자 마이클 크레페인 전문의, 의학 관련 저널리스트 테드 스파이커 교수가 함께한 <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는 무엇을 먹는가와 언제 먹는가를 결합해 음식에 대한 이상적인 접근법을 다룹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언제' 먹는가의 문제가 왜 중요할까요. 음식은 질병 자체를 치료하진 않지만, 가장 우선적인 질병 예방과 에너지 공급원이 되어 우리 몸이 힘을 내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어떤 상황에 있든 섭취하는 음식으로 몸이 최선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서 '언제'는 특정 시각을 의미하진 않고 아침, 점심, 저녁식사처럼 세 끼와 간식을 먹는 일반적인 느슨한 형태로 생각하면 됩니다.


보통 아침은 간단히 혹은 거르기도 하고, 점심도 대충 때우다시피 하는 날이 많을 테고, 저녁을 가장 푸짐하게 먹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에서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최신 과학 연구에 따르면 먹는 시간에 따라 건강한 음식이 몸과의 상호작용이 달라진다는 걸 보여준다고 합니다. 아침에 더 많이, 그 이후로는 적게 먹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침에 몸은 인슐린 저항성이 가장 낮고,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집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아침에 먹어야 내 몸에 도움이 되고, 저녁에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되는 셈입니다. 결국 하루 섭취 칼로리의 대부분을 아침식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다이어트할 때도 동일합니다.


사실 아침식사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대충이나마 먹기도 힘들뿐더러 기존의 저녁식사를 아침으로 끌어당긴다는 게 불가능하다며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아침 시간이 부족한 경우 점심을 가장 많이 먹는 끼니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니 조금 안심이 될까요.


그런데 요즘은 야식까지 챙겨 먹는 일이 많은데, 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웬웨이 식단법에서는 해가 떠있는 동안에만 먹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눈 떠있는 시간은 다 먹기 좋은 시간으로 살아온 사람에겐 너무 절망적입니다. 저녁쯤 되면 습관적으로 입이 심심해지는데 힘들지는 않을까요.


저 같은 걱정꾼들이 많은지 실행 가능한 방법을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야식은 금지하면서 아삭한 생채소로 대체하는 걸로 적응해나가는 겁니다. 주 5일만으로 유연하게 적용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뭔가 스트레스가 덜어집니다.


일주기 생체시계와 음식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갈수록 음식 먹는 시간과 신체의 내부 시계의 상호작용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무엇을 먹고 언제 먹는지 시간에 따라 어느 정도 열량 섭취했는지를 기록하는 방법도 알려주니 내 식습관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겠더라고요. 먹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시간영양 관점에서 바라본 웬웨이 식습관. 그동안 알던 식습관과는 달라 낯설 겁니다. 2, 3주 시도하다 보면 변화를 몸소 경험할 수 있고, 그 경험이 장기전으로 가는 데 도움 될 거라고 응원합니다.


몸은 역동적인 생태계입니다. 감정, 호르몬 수치, 건강 상태에 따라 변화합니다. 다양한 일상 속 시나리오를 30여 가지 제시하고 상황에 맞는 음식을 선택해 웬웨이 식단을 실천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쌓이고 짜증 날 때엔 당 떨어진다며 초콜릿을 먹기도 하는데 감정적 과식이 왜 생기는지부터 시작해 대처법까지 상세히 다룹니다. 애도 중일 때처럼 인생의 난관을 겪을 때, 잠들 수 없을 때나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처럼 집과 직장생활에서, 휴가를 보낼 때나 운동을 할 때처럼 여가생활 중에, 여성과 남성이 겪는 성별에 따른 상황, 암이나 당뇨병 등 각종 질병과 관련한 파트로 나눠 언제 무엇을 먹으면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조언을 들려줍니다.


<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가 실질적으로 유용하게 와닿은 점은 단순히 이론 설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웬웨이 식단 적용법을 유연하게 알려준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음식 손질법, 보관법, 요리법까지 친절히 알려주고, 심리적 대처법까지 짚어주니 웬웨이 식단법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을 대비할 수 있어 든든해지더라고요.


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방이 유혹의 손길이니까요. 먹고자 하는 충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의지력을 과대평가하지는 말라고 합니다. 어떻게 유혹을 뿌리치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읽으면서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더 건강해지고, 건강하게 체중 감량도 하고, 활력 있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웬웨이 식습관. 먹는 행위의 놀라운 감각적 경험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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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 - 그림으로 남긴 순간들
리모 김현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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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북유럽의 반짝이는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전작 <혼자, 천천히, 북유럽>에 이어, 이번엔 제주의 다양한 감성을 알아가는 여행을 만나는 시간을 선사해 준 리모 김현길 작가. 드로잉 여행에세이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에서 관광 명소의 제주가 아닌 제주의 특별함을 만나보세요.


"명소를 순회하던 굴레에서 벗어나 로컬에 스며드는 여행을 꿈꾼다." - 책 속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 깊게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기에는 드로잉 여행만큼이나 딱 어울리는 게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주의 구석구석을 그림으로 접할 때면 고요한 호흡으로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는 섬의 구석구석을 더 알고 싶어 틈만 나면 제주를 드나들 정도로 제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의 사계가 등장합니다. 섬의 다양한 표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곱씹을 수 있었던 건 그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기 위해 스케치북을 펼쳤을 때부터입니다.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관광지로 대하지 않았기에 멈춰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행하기 좋은 날씨가 아닌 흐린 날, 비 오는 날에는 숙소 근처를 가볍게 산책하며 그림을 그리며 제주를 느리고 깊게 바라본 리모 작가. 비에 젖어 짙은 색을 띠는 돌담과 샛노란 유채꽃의 대비, 옛것의 정취를 고스란히 머금은 마을, 돌담길을 무심히 지나가는 길고양이 등 관광 명소는 등장하지 않지만 여행 같은 일상이자 일상에 가까운 여행기를 보여줍니다.


제주는 몇 번 다녀오면 더 이상 볼 게 없겠거니 싶어도 여전히 담아낼 곳이 많다고 합니다. 수많은 장소 중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다>에 실릴 만큼 선보이고 싶었던 장소들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주의 동쪽, 원도심과 동지역, 서쪽, 중산간 마을로 지역을 구분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제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네 가까이에 자리 잡은 가게들도 예쁜 그림으로 남긴 페이지는 애정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구옥을 고쳐 만든 공간에 들어서 마을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 많아 제주의 특색이 잘 담긴 건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익숙하게 알고 있던 유명한 제주 해변 외에도 제주의 바다는 터키석을 갈아넣은 듯한 바다, 투명한 민트빛 바다 등 다양한 묘사로 상상을 불러일으킬 만큼 저마다 다채로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특징이랄 것 없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던 편협한 시선을 깨뜨리는 해안가 마을들의 매력도 놀라웠고요. 천천히 걸으며 느린 여행을 하기에 최고의 장소가 제주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여행작가로서의 마인드로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공간이 가진 가치와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면서 아름다운 그곳을 지키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 말입니다. 각종 상업 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곳을 만나면, 그래서 더 열심히 지금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리모 작가입니다.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를 읽으며 제가 알던 제주는 정말 1퍼센트도 안된다는 걸 여실히 느꼈어요. 느린 여행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이 최고의 가이드북이 되어줄 겁니다. 숨겨진 보물 찾기하듯 골목을 누비며 제주의 식수원인 용천수를 탐방하는 재미도 알게 되었습니다.


올 클리어 하고 싶은 곳들만 가득 소개한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 분명 유명 관광명소가 없는데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 가고 싶어질까요. 여행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지만 어찌나 사랑스러운지요.


제주의 토속 문화와 더불어 우리가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제주 4·3 사건의 아픔, 그동안 미처 몰랐던 깜짝 놀랄만한 해녀의 역사까지 제주 도민의 삶과 역사를 알아갈 때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그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보여주는 가슴 따스해지는 드로잉 여행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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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의 아름다움 - 원자폭탄에서 비트코인까지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양자학파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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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상 수상작 SF 소설 류츠신의 <삼체> 서문을 쓴 나금해가 설립한 양자학파. 수학, 과학, 철학 등 자연 과학 분야의 중국 인기 교육 플랫폼 양자학파는 아름다움 시리즈로 호평을 받아왔는데, 이번엔 인류 문명의 출발점인 공식을 다룹니다.


계산의 법칙이나 방법을 문자와 기호를 써서 나타낸 식을 뜻하는 공식. <공식의 아름다움>에서 세상을 바꾼 절대 공식 23가지를 만나보세요.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간결하고 아름다운 공식이 탄생되는 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문명의 초석이 된 공식 1+1=2. 덧셈과 자연수 탄생은 인류 문명사의 위대한 공식 중 하나입니다. 언제 배웠는지 기억조차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알게 된 단순한 공식이지만, 1+1이 왜 2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걸 또 증명하는데 애쓴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 공식이 세계 3대 난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게 의아할 따름인데 역시 제 인지 능력으로는 해석을 한 것조차 이해가 되질 않더라고요. 법칙을 발견하는 것과 증명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만 깨달을 뿐입니다. 재미있는 건 컴퓨터 시스템의 기본인 이진법 세계에서는 1+1=10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도 점점 이진 시스템에 살게 될 텐데 어쩌면 먼 훗날의 인간 세상은 이진법으로 사고하는 시대를 맞이하진 않을까 하는 흥미진진한 발상도 짚어줍니다.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정리이자 부정 방정식, 피타고라스 정리. 수포자도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유명한 공식이죠. 수학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 공식인 피타고라스 정리가 인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조목조목 소개합니다. 증명 에피소드가 재미있습니다. 파티를 하던 도중 갑자기 영감을 받아 바닥 타일을 가지고 증명해낸 피타고라스. 마음속에 머물던 가설을 증명해낸 겁니다. 


피타고라스의 논증과 추리의 수학적 사고는 이후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피타고라스 정리에서 유도된 무리수 루트 2의 탄생과 그 영향력에 관한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합니다. 수학 공식이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를 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공식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역시 압권입니다. 이 그림 덕분에 딱딱한 이미지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수학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공식의 비하인드스토리가 궁금한 수포자 모두 흥미진진하게 접할 수 있는 편집 구성이라 두터운 분량이지만 읽는 맛이 좋습니다.


<공식의 아름다움>에서는 수학, 과학 시간에 열심히 외워야 했던 애증의 공식들에 담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백이 부족해 쓰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300년이 넘도록 수학 천재들을 절망시킨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이를 연구하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새로운 수학 이론이 만들어졌고, 비트코인을 수학적으로 견고한 디지털 골드로 만든 암호보안 역사의 새 장을 열게 되기도 했습니다.


미적분이 없었다면 산업혁명은 최소 200년 이상 지연되었을 거라고 하고, 뉴턴 덕분에 우주의 문이 열렸습니다. 전자기학, 양자역학 같은 물리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 불리는 오일러 공식이 왜 치명적인 수학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지, SF 소설 작가 아시모프의 궁극적인 질문이자 우주 진화와 인류 문명이 직면한 가장 절망적인 문제였던 엔트로피 증가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 열역학 제2법칙 등 아름다운 언어인 공식의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일러 공식은 마치 한 줄의 아주 완벽하고 간결한 시와 같다." - 공식의 아름다움 


오늘날 실생활에서 자주 듣는 5G는 섀넌 공식이 열었습니다. 전대미문의 디지털 통신 시대로 접어들게 한 섀넌의 전설적인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정보를 측정하는 '비트' 역시 섀넌이 만든 개념입니다. 고화질 영화 한 편을 얇은 플라스틱 조각 안에 담을 수 있는 것도 섀넌이 제시한 정보 엔트로피 덕분입니다.


중국 SF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소설 <삼체>를 잘 이해해 보고자 싶어 삼체문제를 다룬 장도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여전히 수학계의 과제로 남아있다니 공상 과학 소설의 소재가 될 법 하네요. 라이프니츠, 뉴턴 외 수많은 과학자와 수학자가 여전히 완벽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삼체문제의 오묘한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식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공식 그 자체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블랙-숄즈 방정식을 통해 거대한 글로벌 금융산업의 그림자를, 총기의 탄도 방정식을 통해 총기 소지가 불러온 철학적 난제를, 베팅법을 알려주는 켈리 공식을 통해 도박에 관한 도덕적 문제를 다루는 등 공식이 현실 세계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쓸데없어 보이는 공식으로만 생각했던 것조차도 그 가치를 일깨워준 <공식의 아름다움>. 파란만장한 수학사를 살펴보며 공식이 인류 역사에 몰고 온 혁명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실 세계는 결국 공식을 토대로 진화한 결과물입니다. 앞으로의 세계는 또 어떤 공식이 그 유용성을 발휘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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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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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을만한 변호사 출신 작가의 법정 스릴러물 <킬러스 와이프 A Killer's Wife>. 형사 사건 전문 검사 출신에 형사 사건 변호사로 활동한 빅터 메토스는 『A GAMBLER’S JURY』 에드거 상 최종 노미네이트, 『The Hallows』로 하퍼 리 상을 수상하며 법정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 작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신간 『A Killer's Wife』의 한국어판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은 저는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물을 읽을 때만큼이나 매료되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고 읽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무고한 친구가 유죄를 받은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의 꿈을 키운 빅터 메토스 작가. 검사와 변호사 생활을 하며 범죄자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사악한 인간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정중하게 보였음에도 묘한 한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잔혹한 살상 행위를 한 전범자였다고 합니다. 그의 배경을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시에 경험한 그 느낌은 머리가 인식하지 못한 어떤 것을 말해주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고 고백합니다. <킬러스 와이프>에서는 변호사의 길에 이르게 한 친구의 사건, 한기를 흐르게 할 정도의 악을 품은 사람을 만나며 인간성에 깃든 악의 근원을 이해하는데 매진한 그의 경험이 곳곳에 스며든 작품입니다.


도입부의 강렬함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긴장감 치솟는 클라이맥스 장면이 벌써 터져나오는건가 싶을 정도입니다. 한 여성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 다친 몸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살인자가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긴박한 장면으로 시작하는 <킬러스 와이프>. 소설의 주인공 연방검사 제시카 야들리는 싱글맘입니다. 전남편 에디 칼은 연쇄 살인범으로 사형수로 수감되어 있고,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한창 반항기인 청소년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임신 상태에서 화가인 남편이 연쇄 살인범으로 체포되면서 그제서야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야들리. 살인자의 아내라는 어두운 과거는 사진작가에서 검사로 직업을 바꾸게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디의 모방범이 벌인듯한 살인 사건들이 이어집니다. 어둠의 카사노바라고 불릴 만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에디는 팬이 많았습니다. 완벽하게 깨끗한 현장 속에 에디의 모방 범죄가 터지자 FBI 수사관은 야들리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에디가 모방범을 특정하거나 사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여긴 FBI는 에디에게서 정보를 얻고자하지만, 정작 에디는 야들리를 통해서만 이야기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예전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지만 검사가 된 이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잠재우며 살았던 야들리는 이번 일로 살인자의 아내였던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필 딸 타라의 팩폭 발언도 쏟아지는 시기입니다. 평범한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 생활을 잘 해줬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괴물의 딸이라며 왕따를 당하고 이사를 다녀야만 했기에 언젠가부터 엇나갑니다. 사고치는 딸 옆에 머무는 남자친구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 엄마에게 왜 엄마는 아빠같은 괴물에게 끌렸던거냐며 야들리의 취약점을 날카롭게 찌를 정도로 관계가 어긋납니다.


야들리는 아빠의 눈을 빼닮은 딸에게서 종종 에디의 모습을 느낄 때가 있어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야들리는 전남편 에디의 부모와는 여전히 연락을 하는 사이입니다. 환경이나 유전자가 괴물로 만들진 않았을 거라고 믿을 만큼 에디의 부모는 아들을 사랑으로 키운 분들이었으니까요. 에디를 보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야들리입니다. 그렇기에 딸도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랄 뿐입니다.


조만간 또 살인 사건이 일어날거란 생각에 결국 전남편 에디를 만나는 야들리. 에디는 도움을 주는 대신 대가를 제시합니다. 이쯤되면 독자는 에디가 모방범을 특정할 수 있는 데다가 그가 원하는 대가도 얻어낼 거란 느낌이 슬슬 오면서, 어떻게 사건이 풀릴지 기대됩니다. 빅터 메토스 작가의 경력이 반영된 생생한 묘사가 빛을 발휘합니다. 깜짝 놀랄만한 모방범의 정체조차 일찌감치 오픈해버리고 치열한 법정 대결로 나아갑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범인이 유리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니 읽는 내내 속이 바짝바짝 탈 지경입니다.


이 여정에는 작가의 법조인 마인드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경찰이 용의자의 유죄를 증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면 결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법이라며 무고한 자들이 감옥에 가게 되는 상황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변호사들 역시 같은 편견으로 눈이 멀 수 있음을 짚어줍니다. 자신들의 믿음에 부합하지 않는 증거를 무시해버리는 경향을 일깨웁니다. 어떻게 괴물을 몰라볼 수 있었을까 자책하며 살아온 야들리의 이야기에서는 생존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흔한 편견도 짚어냅니다.


숨막히는 서스펜스는 모방범 사건에서 끝나질 않습니다. 잊고 있었던 장면이 나중에 이어질 땐 소름이 끼칠 정도였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이고 촘촘한 구성으로 날카롭게 전개되는 <킬러스 와이프>. 정의와 복수, 악의 근원에 대한 다양한 시점을 접하며 인물 저마다의 매력을 듬뿍 만끽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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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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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출간, 2019년 영문판 출간 후 2020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일본 내에서도 역주행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일본 사회에서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며 살아온 재일한국인 유미리 작가의 책이기에 관심을 끌었습니다. 처음엔 일본 사회에 대한 사이다 비판을 만나며 묘한 통쾌감을 얻지 않을까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밀려드는 감정은 꽤 착잡한 슬픔이었어요. 작가가 이야기하는 차별과 배제는 한국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출신 노동자 가즈. 우에노역 공원의 노숙자 중 한 명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나름 성실히 일하며 살아왔지만, 줄줄이 동생들이 있다 보니 형편은 나아지질 않습니다. 사는 내내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습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로 인한 공사가 한창 있었던 1963년에는 이미 가정을 꾸린 상태였지만 집을 떠나 도쿄에서 막일 노동자로 일합니다. 값싼 인건비였지만 도쿄 올림픽이 끝날 무렵부터는 곳곳에서 도시 개발의 바람이 불어 그래도 막일이나마 할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가즈의 인생은 잘 풀리질 않습니다. 갓 스무 살이 된 아들이 갑작스레 죽어버렸고, 부모님 그리고 아내까지 먼저 떠납니다. 일을 하느라 집을 비운 20여 년의 세월. 갓난아기 때 이후로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던 아들의 죽음은 그의 삶의 목적을 잃게 만듭니다.


타향에서 계속 돈벌이를 해야만 했던 가즈에게는 이제 결혼한 딸과 손녀만 남았습니다.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가족들의 이른 죽음을 접하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것이 이젠 무서워졌습니다. 창창한 손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가즈는 결국 처음으로 노숙을 하게 됩니다.


"이 공원에 사는 노숙자들은 이미 대부분 누군가를 위해 돈을 벌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죽을 곳을 찾아 우에노공원에서 며칠 지내다 쭉 눌러앉다 보니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칠순이 넘은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우에노공원에는 경제 고도성장기에 저마다 큰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했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거품 경제 붕괴 이후 늘어만 가는 노숙자들. 옛날에는 가족이 있었고, 집이 있었던 그들이 이제는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어야 하니 근근이 폐품 수집을 하며 살아갑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에서는 집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이 절묘하게 대비됩니다. 가즈의 눈에는 우에노공원 주변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아이와 함께 지나가는 가족, 대화를 나누는 친구 등 그들이 너무나도 선명히 잡힙니다. 하지만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노숙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웃포커싱되는 배경일 뿐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압권입니다. 가즈는 인생의 절정이라고 말할 만한 시절조차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설마 자신이 노숙자가 될 줄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남에게 손가락질당할 짓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익숙해지지 못했을 뿐이다. 어떤 일이든 익숙해질 수 있었지만 인생에만은 그러지 못했다." -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힘겨운 그들에게 또 다른 비참함을 안겨주는 건 특별청소라는 명목으로 천막집을 이동시키는 강제 퇴거입니다. 천황가에서 근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관람하러 오면 천막집을 치우고 공원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올림픽 유치를 빌미로 제한된 구역으로 내몰립니다.


작가는 2006년 강제 퇴거에 관한 취재를 하며 노숙자의 발자취를 쫓았습니다. 겨울비가 세차게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재해가 닥쳤을 때도 대피소 입소는 노숙자들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고령의 노숙자들이 과거 가난한 농촌에서 올라온 청년들이었고, 일본의 경제 성장 바탕에는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했다는 걸 누구도 기억하고 있지 않기에 작가는 소설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고 있고 그 결과물이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입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재해와 원전사고 때는 당시 노숙자는 물론이고 후쿠시마에서 대피한 사람들이 다른 현의 대피소 입소나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이런 차별과 배제를 행한 측에 오히려 공감과 동정이 쏟아졌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집과 일을 잃은 이들이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한 공사 때 또다시 상경 노동자로 일했을 거라고 합니다. 세월이 흘렀건만 1964년 도쿄 올림픽과 다를 바 없는 현재입니다. 2019년 영문판 출간 시 작가의 말에서는 재해 시 배제되는 노숙자 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던 주인공 가즈.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참 쓸쓸합니다. 반짝이는 도시의 빛나는 영광 뒤에 아웃포커싱된 것들을 바라본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후쿠시마 출신 가즈의 이야기에는 지역 문화와 방언이 많아 이질감에 낯설었는데, 영어로는 어떻게 번역했을지 궁금해질 지경이더라고요. 한국어판은 재일교포 3세 강방화의 번역으로 매끄럽게 완성되어 감정선이 정말 맘에 쏙 들 정도로 읽는 맛이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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