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제주도 환경 이야기 - 과잉 관광으로 아파하는 섬을 구하라!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7
천권필 지음, 문대웅 그림 / 썬더키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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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자산의 보물섬 제주도. 2000년대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제주도에 찾아왔고, 2007년부터 올레길이 인기 끌면서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제주도로 눈길을 돌린 여행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제주 공항에는 2분에 한 대 꼴로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제주도가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는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부작용이 생기는 겁니다. 청정 제주에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모두를 위한 제주도 환경 이야기>는 과잉 관광에 시달리는 제주도의 현재를 보여주며 건강한 제주도를 위해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초등학생 윤재는 학교 토론 수업 시간에 제주도 환경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제주를 찾습니다. 해녀인 이모와 함께 3일 동안 제주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무엇이 제주도를 괴롭히고 있는지 알아나갑니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어서 육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진 제주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3관왕을 달성했다는 것 아시나요. 2002년 생물권 보전 지역 지정, 2007년 세계 자연 유산 등재, 2010년 세계 지질 공원 인증을 받았습니다.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린 제주도를 돌아다니며 구멍 숭숭 뚫린 검은 돌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을 만나기도 하고 돼지가 있는 화장실 돗통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직업인 해녀,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 등 독특한 제주도 환경에 맞춰 생겨난 문화를 접합니다.


제주 테마여행이 각광받으면서 오름도 인기 있는데요. 오름이 유명하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재미나게 소개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화산 활동이 이뤄져야 산보다는 작고 둥근 언덕처럼 솟아있는 오름이 생기는지 알게 되었어요. 제주 전설도 빠질 수 없지요. 설문대 할망이 흙을 퍼날라 제주도를 만들면서 오름을 만드는 과정이 담긴 스토리도 있어 신기했답니다.


제주의 자랑스러운 전통인 해녀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미처 몰랐던 해녀의 역사를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 경제와 가정 경제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했던 양성 평등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는 해녀. 해녀들은 바다 밭을 단순 채취의 대상이 아닌 끊임없이 가꾸어 공존하는 방식으로 물질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침범하면서 쓰레기 문제가 극심해졌습니다. 제주도에서 나온 쓰레기가 쓰레기 처리장의 처리 용량을 넘어서 소각장이 포화상태가 되었습니다. 소각하지 못한 쓰레기를 모아 압축 포장해서 차례를 기다리는 게 몇 년 치가 방치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제주 산지천을 벤치마킹했다는데, 한라산에서 시작해 동문시장 옆을 흘러 제주항에 도달하는 이 하천이 다시 수질 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 대표 생태 하천이자 제주 올레 18코스의 시작점인데 이제는 각종 생활하수와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추운 데 사는 식물과 더운 데 사는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특이한 숲, 화순 곶자왈도 큰일입니다. 제주인들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원천인데 주변에 우후죽순 개발이 이뤄지면서 곶자왈 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지하수 고갈과 오염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해졌다고 합니다.


해변 곳곳에는 쓰레기들이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먹고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쌓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해류를 따라 제주해변까지 쓰레기가 밀려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바닷속은 더 많은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숲이 사라지고 사막처럼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 현상도 심각합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 쓰레기, 개발로 훼손된 자연... 제주도를 아프게 하는 관광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우도는 오버 투어리즘 현상을 겪는 대표 관광지이기 때문에 이제는 렌터카와 전세버스의 출입을 금지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버 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세계 곳곳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여행과 관련된 산업이 발달된 제주이기에 무작정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청정 제주여서 찾았던 제주도의 매력을 잃고 언젠가는 제주도를 찾지 않게 될 겁니다. 어떻게 섬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


<모두를 위한 제주도 환경 이야기>는 제주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 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방법들을 찾아보게끔 응원합니다. 건강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어린이도, 부모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보자고요.


어린이책이지만 부모가 읽어도 푹 빠져들 만큼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스토리텔링이 매력덩어리입니다. 환경전문기자로 활동 중인 천권필 기자와 문대웅 일러스트레이터의 어린이 눈높이에 딱 맞는 글과 그림, 풍부한 사진 자료 덕분에 이해가 쏙쏙 됩니다. 바다 쓰레기에 관한 어린이책 <바다를 살리는 비치코밍 이야기>와 함께 읽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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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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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문명을 완전히 새롭게 뒤바꾸는 중대한 변화는 사상, 개념, 신념 안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은 눈에 보이지 않게 일어난 사상의 변화가 낳은 가시적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주역은 군중이었습니다.


세계의 모든 지배자와 종교 및 제국의 창시자, 신앙의 사도들, 저명한 정치인, 소규모 집단의 리더까지 지도자는 모두 군중의 심리를 본능적으로 확실히 하는 '무의식적 심리학자'들이었다고 합니다. 군중심리를 정확히 알았던 까닭에 그들은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인간 집단의 심리와 행동, 그들을 이끄는 리더십 원리에 대한 최고의 분석서 <군중심리 Psychologie des foules>. 1895년에 출간된 이 책은 그전까지 군중에 대해 갖고 있던 상식적인 생각들을 부수는 결과를 내놓습니다. 군중은 엘리트 집단일지라도 예외없이 정신적으로 무척 열등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역사적 사건의 주역은 군중이라면서 열등하다니, 이 무슨 이상한 말일까요.


의학 박사 출신인 귀스타브 르 봉 (1841-1931)은 1870년 보불전쟁에 군의관으로 참전해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에 대한 성찰을 글로 남기고, 이후 사회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며 <군중심리>를 출간했습니다.


귀스타브 르 봉의 일생을 보니 지적 호기심 수준이 넘사벽입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깊이 탐구하는 태도를 가진 인물이었어요. 낙마 사고를 당하자 말에서 떨어진 이유를 납득할 수 없어 자신의 승마 기술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역시 책으로 나왔고, 기병대의 교본으로 쓰였을 정도입니다.


심리학의 거장 프로이트, 정치인 루스벨트, 전설적 투자자 코스톨라니 등 수많은 석학과 리더들이 <군중심리>를 자신의 분야에 적용해 성과를 거두었고, 오늘날 메타버스 시대에 필요한 심리적 군중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19세기 인물이 쓴 책인데도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읽는 데 고전이라는 시대적 차이가 주는 이질감이 전혀 없습니다.


인간의 행동 동기를 추적한 저자는 군중심리를 알기 전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여러 역사적, 경제적 현상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군중심리>에서는 군중의 정신 구조, 군중의 의견과 신념의 형성 과정, 다양한 부류의 군중 특성을 짚어가며 집단정신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개인이 모인다고 군중이 되는 건 아닙니다. 조직된 군중이 되려면 어떤 자극의 영향을 받아야 합니다. 저자는 심리적 군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단지 같은 장소에 모인 무리가 아니라 특정 감정이나 신념에 따라 결합된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군중으로 뭉치면 의식을 가진 개성은 사라지고 감정과 생각이 집단화되어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게 됩니다. 탁월한 사람이더라도 군중 속에선 모두가 지닌 평범성을 공유하게 됩니다. 군중이 모두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건 아닙니다. 군중으로 뭉치자 잔혹한 주장에 서슴없이 동조하며 모고한 사람을 단두대에 세운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국민공회처럼 개인이 군중의 일원으로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이성적 추론을 하지 않는 군중의 고유한 심리적 특성상 지성과 이성에 호소해서는 풀리지 않습니다. 안토니우스가 카이사르의 암살자들에게 분노하도록 군중을 선동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브루투스에게 동조하던 군중의 마음을 돌린 건, 유창한 연설 때문이 아니라 카이사르의 유언장을 낭독하고 그의 시신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군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줄 안다면 군중을 지배하는 법을 터득한 것과 다름없다고 결론내립니다.


"군중이 대체로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스스로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다. 군중이 가끔이라도 이성적으로 사고해서 눈앞의 이익을 따졌다면 이 땅에서 어떤 문명도 꽃피우지 못했을 것이며 인류도 역사다운 역사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 군중심리 


군중의 정신에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동기를 이해해야 합니다. <군중심리>에서는 군중의 의견과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립되는지 간접 요인과 직접 요인으로 구분해 소개합니다. 보불전쟁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후에야 독일 군대에 대한 현실적인 위협과 상비군의 필요성을 깨달은 프랑스, 유독 그림자가 엄청 짙게 남은 나폴레옹의 위신, 찬양받던 영웅에서 하루아침에 역적이 된 로베스피에르 사례 등 심리적 군중의 변화를 탐색하며 다양한 동기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더불어 배심원단, 유권자 등 다양한 부류의 군중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며 군중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조목조목 짚어봅니다.


과거의 달리 군중의 의견이 변화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19세기에도 저자는 변화를 감지했는데 오늘날은 소셜미디어로 인해 더 빨라졌습니다. 현대인들은 날이 갈수록 무관심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날카로운 분석은 이 시대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프랑스어 원전을 완역하고 강주헌 역자의 해제를 더한 현대지성 클래식 <군중심리>. 역사적 사건, 문학, 연극, 연설 등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군중은 공간적 결합체 뿐만 아니라 심리적 결합체라는 쪽이 더 익숙할 겁니다. 그렇기에 심리적 군중을 이해하고 마음을 얻는 원리를 분석한 <군중심리>는 기업의 CSR과 관련한 소비자 행동, 특정 이슈에 대한 쏠림 현상 등이 일상화된 오늘날,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책입니다. 집단의 힘을 얻어야 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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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 코로나 쇼크와 인류의 미래과제
JTBC 팩추얼 <A.C.10>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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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팬데믹은 변화의 과정을 빠르게 일어나게 하는 위기"라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을 분석하고 반성할 점과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은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10년 뒤 인류에게 다가올 미래사회를 생각하며 세계 석학 18인이 예측한 미래사회에 대한 탁견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기원전 B.C와 기원후 A.D.를 이제는 코로나 이전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 A.C(After Corona)로 써야 할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펜데믹 이후의 세계 A.C.10>에 참여한 석학들의 의견에도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B.C는 가고 A.C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A.C.1년으로 기록될 수 있는 현시점에서 10년 뒤의 세상을 예측해 보는 A.C.10은 그렇게 기획되었습니다.


JTBC 화제의 다큐멘터리 <A.C.10>. 프리젠터 조진웅이 소개하는 코로나19 이후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030년 팬데믹이 다시 선언된다는 가상 시나리오로 긴장감을 높입니다. 18인의 석학을 비대면으로 인터뷰해야 했기에 다양한 특수기법과 가상 현실 기술을 사용해 스튜디오 촬영인데도 영화를 보는 듯 현실감 높은 시각적 영상미를 높인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방송 시간상 편집된 부분이 많았다는데, 미처 방송되지 못한 것들까지 모두 이 책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석학들이 총출동되어 이것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자크 아탈리, 원톄쥔, 장하준, 슬라보예 지젝 등 글로벌 석학과 전문가 18인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A.C.10>은 코로나 쇼크 이후 인류가 당면할 3가지 미래과제를 정리합니다. 첫 번째로 백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공급되는지 살펴보며, 백신과 바이오 패권전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두 번째로는 비대면 사회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며 인간의 노동이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마지막으로 팬데믹 상황에서의 국가의 통제와 감시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지요.


코로나19로 인해 선진국들의 허상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유럽처럼 선진국이라 불린 곳에서 오히려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9·11 테러로 3,000여 명 넘게 사망하자 전쟁이 났었는데, 코로나로 30만 명이 사망해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이처럼 K방역처럼 방역에 모범적으로 대처한 나라도 있고, 방역에 실패한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는 메르스와 사스 때문에 위기의식이 있었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돈 걱정없이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방역은 권위주의적 정부에서 성공하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사실은 시민들이 어떻게 자신과 타인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규칙들을 잘 지켰을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걸 짚어줍니다. 하지만 방역과 의료는 다르다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병상 부족 사태로 인한 공공의료 문제 및 비대면 의료 합법화 문제 등 이번 일로 의료체계 재정비의 과제를 받은 셈입니다.


역사상 유례없이 빨리 개발된 코로나 백신. 솔직히 백신 접종 완료하면 더 이상 코로나 걱정은 안 할 줄 알았는데, 몇 개월 후 백신 효력이 떨어진다니 말 그대로 위드 코로나의 현실화가 실감됩니다.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은 변종 바이러스가 방역 실패한 곳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세계가 긴밀하게 얽혀있다 보니 그렇게 또 전 세계에 퍼집니다. 국제적인 집단 면역은 세계 공동체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바이러스 확산보다 백신을 최대한 빨리 전 세계로 공급하는 게 힘들다는 겁니다. 백신국수주의의 등장으로 나라 간 백신 공급 불균형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백신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이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거부하는데, 이익 추구하는 기업이라며 이해할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을 왜 비판해야 하는지 석학들이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의 발달과 AI 기술 발전은 노동의 형태를 바꾸게 됩니다. 불필요한 대면 만남을 줄였을 때 얻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실감하기도 합니다. 국가 차원의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19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줬습니다.


마주치지 않아도 마주치는 효과를 내는 메타버스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로봇의 수요는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곳까지 침투할 거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일의 개념과 형태의 변화. 과연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변할까요.


불안정하다는 뜻의 프레카리오와 노동자를 뜻하는 프롤레타리아를 합성한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가 눈에 띕니다. 인간의 노동이 대부분 AI로 대체될 미래사회에서 임시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형태의 단순노동에 종사하며 저임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계층을 뜻합니다. 0.001%는 플랫폼 소유자, 0.002%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거대한 비즈니스를 하는 슈퍼스타, 그리고 나머지 99.997%는 일반 대중 및 프레카리아트로 계층을 나눈 부분이 확 와닿더라고요.


코로나19를 겪으며 프레카리아트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면 소득 재분배 체계에 변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질 겁니다. 통제 불능의 불균형 속에서 이 상황을 위협으로 볼 것인지, 개혁의 기회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방역 관리를 위해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정보가 중요해지면서 확진자의 동선 정보와 관련해 초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했었죠. 요즘은 QR코드를 꺼내 단말기에 대어 내가 이곳에 다녀갔다는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현재 확진자 한 명의 이동경로 파악하는 데 드는 시간은 단 10분이라고 합니다.


감염병 위기에 맞서 공동체의 건강과 안위를 보호하는 가치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가치의 충돌. 우리는 불편을 감수하며 규칙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어느 선까지 규제할 수 있을까요.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감시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듯, 디지털 발자국은 강압적인 감시의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시작된 것을 팬데믹 이후에 멈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석학들이 제기합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 통제의 대립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투명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더불어 AI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그 어느 시대보다 미디어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우리를 현혹시킵니다. 팬데믹은 그저 보건의료 위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경제적 파장이 큽니다. 코로나와 공생하는 빅 뉴노멀 시대는 전에 없던 문제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혐오, 백신 국가주의 등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19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틈을 메울 방법과 디지털 사회에서 새로운 통제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 책임감에 대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글로벌 윤리의식이 살아 있는 사회를 위한 석학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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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 로마를 구한 거위부터, 우주로 향한 라이카까지
제이콥 필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반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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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탄생 이후 21세기까지 인류 역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50가지 동물의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어마어마한 숫자의 생물이 있는데도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길래 딱 50종만 손꼽을 수 있었을까, 기대감을 안고 읽었습니다. 진화의 여정에서 주목할 만한 초기 동물로 시작해 문화, 전쟁, 경제, 과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이 어떻게 인간의 생활상을 바꾸며 역사를 형성하고 기여했는지 보여줍니다.


​진화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인 수생동물이 육상동물로 전환된 과정을 보여준 화석은 2.7m가 넘는 틱타알릭이라는 선사시대 어류입니다. 아가미와 허파가 다 존재한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면 현생 생물 중에서도 꽤 많은 생물이 인간의 관점에서는 참 기이한 생명체입니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 아가미로 숨 쉬다가 육상으로 올라오면서 허파가 생기지요. 우리 집 반려동물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육지소라게나 코코넛크랩처럼 유생 상태에선 바다에서 살던 생물이 육지로 올라오면서 아가미가 변형되기도 합니다.


양서류에서 진화한 최초의 파충류가 등장한 것은 약 3억 1,200만 년 전이고, 최초의 공룡은 약 2억 4,000만 년 전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화석이 발견됨에 따라 수정되는 분야인 만큼 공룡의 세계도 참 흥미진진합니다. 공룡 멸종 때 오직 한 종만 살아남았는데, 바로 시조새입니다. 여기에서 새가 진화합니다. 새 1만 종의 공통 조상이자 살아남은 유일한 공룡인 시조새는 최근 연구에서 쥐라기 후기 몇몇 공룡 중에서 조류의 특징이 발견됨에 따라 최초 타이틀은 반납해야 할 것 같지만, 진화 연구에서 시조새의 상징은 영원할 거라고 합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진화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연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게 된 다윈의 진화론. 그 주역은 핀치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공통 조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등 유인원인 침팬지와 보노보노와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가 단 1.2%라는 것은 놀랍습니다.


야생식물 재배와 동물 가축화는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탐험하는 토대가 됩니다. 인류 최초의 가축으로 기른 개는 오늘날 반려동물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고 폭력을 자행한 역사가 더 많습니다. 동력 공급원이자 20세기까지 전쟁 기초 물자이기도 했던 말은 유럽을 호령한 훈족이나 몽골제곡의 번영에 기여했습니다. 사실 말보다도 더 잔혹하게 전쟁에 이용된 건 뜻밖의 동물입니다. 바로 코끼리입니다. 인간의 전쟁에 무자비하게 이용되더니 무역이 발달하자 코끼리 상아 거래를 위한 밀렵이 성행하면서 코끼리의 수난은 이어집니다. 개보다 훨씬 위험 감지를 효율적으로 하는 거위를 보초병으로 쓰기도, 전서구로 비둘기를 활용하는 등 전쟁에 동물들을 이용하면서 역사의 흐름이 뒤바뀌는 경우가 숱하게 일어났다는 걸 알려줍니다. 


동물은 인간의 숭배 대상이자 의미를 지닌 상징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고대 이집트 고양이 숭배는 이집트를 망하게 했을 정도입니다. 고양이를 죽이면 사형에 처한 시기도 있었을 만큼 고양이를 소중히 대한 이집트와 전쟁을 치른 페르시아가 역이용한 겁니다. 페르시아가 이집트 침공 시 고양이를 앞세우고 방패엔 고양이 그림을 그려 넣어 승리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시베리아 토착민의 불곰 경배, 세계의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회색늑대, 여신 아테나의 지혜의 상징 올빼미, 힘과 명예를 상징하는 독수리, 위엄과 용맹을 상징하는 사자 등 신화와 전설, 국가적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인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세 번의 팬데믹을 일으킨 주범이 겨우 2.5mm의 벼룩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인간을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많이 사람을 죽인 동물은 모기입니다. 이처럼 한낱 미물처럼 보이는 동물만으로도 인간은 큰 영향을 받습니다.


육상무역로인 실크로드라는 말이 생겨나게 한 누에는 세계화를 열었고, 라이카는 편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났습니다. 그 외 꿀벌과 소, 비버 등 산업 전반에 얽힌 동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인간사를 발전시키는데 크고 작은 도움을 준 동물들의 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인정하고 있을까요.


인간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동물들을 소개한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인간은 여전히 생태계 파괴를 일삼으며 수많은 토종 종을 멸종시키는 침입종을 전 세계로 전파시키고, 동물을 착취합니다. 동물의 세계사를 통해 바라본 인간의 역사는 오히려 부끄러운 면이 가득하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흥미진진한 세계사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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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글냥글 책방 - 책 팔아 고양이 모시고 삽니다
김화수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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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고양이 집사가 들려주는 책방 고양이 이야기 <냥글냥글 책방>. 마당이 있는 작은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을 실현하며 마당에는 길고양이들의 쉼터로, 1층은 책방을 운영하는 김화수 작가의 희로애락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11년 전 유기묘 보호소 출신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고양이집사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거두다 보니 집고양이 두 마리와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그곳에서 지내는 두 마리까지 네 마리 고양이 식구가 생겼습니다.


비염 있는 남편의 스트레스에 대한 미안함, 집과 독서교실에서 집사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버무려진 상황에서 우연히 마음에 드는 단독주택을 발견한 건 고양이 집사를 포기하지 말라는 운명일까요. 남편의 퇴직금까지 끌어쓰는 주택 영끌을 감행하는 김에 로망이었던 책방까지 운영하게 됩니다.


고양이와 책의 조합은 언제나 옳죠. 고양이쌤 책방은 책방이지만 책이 주인공이 아닌 곳입니다. 고양이 친화적 인테리어로 곳곳이 캣타워화 되었고, 고양이들의 최애 쉼터 택배 박스가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곳입니다.


네 마리 고양이와의 인연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네 마리 고양이 모두 성격이 천차만별이라 그야말로 냥바냥입니다. 고양이쌤이라는 별칭을 갖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해준 첫째 고양이, 이래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주인님이라고 하는구나 여실히 깨닫게 해준 둘째 고양이, 샴고양이 치고는 츤데레한 셋째 고양이, 고양이 무섭다는 사람도 무장해제시키는 마성의 넷째 고양이까지. 책방 덕분에 네 마리 고양이가 함께 살게 됩니다.


독립적인 성향에 외부인을 꺼리는 고양이 성향상 매장냥이는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역시 냥바냥이라고나 할까요. 집사가 잠자는 시간 외에는 온종일 머무는 공간에다가 고양이들이 순조롭게 책방의 직원이 되어주었고, 걱정과 달리 관종 기질이 철철 넘치는 성격의 고양이였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손님이 번번이 드나드는 번화가 책방이 아닌, 장사가 잘 안되는 ㅠㅠ 책방이라는 점도 있군요. 고양이 시점에서 풀어놓는 책방의 하루 이야기도 꿀잼입니다.


고양이가 있는 책방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은 다 벌어진 듯합니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이들로 인한 가슴앓이를 하기도 하고,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물론 가방을 신상 스크래쳐로 받아들이는 고양이들의 만행을 흐믓해하는 애묘 손님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요. 신기하게도 집사의 책에는 만행을 저지르곤 했어도 판매용 책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기행을 보인다니 천상 책방 고양이 운명인가 봅니다.


그나저나 로망과 현실의 갭은 마당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밖으로 탈출하기 쉬운 열린 구조의 단독주택은 집고양이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었고, 대신 길고양이들의 휴식 장소로 변모합니다.


사실 작은 책방의 수입으로는 길고양이 사료나 응급 치료를 하는데 쓰이는 비용으로만 간신히 댈 수준이라니 영끌까지 해서 운영하는 책방의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합니다. 책방 수익구조로는 생활이 힘들었을 거라고 고백합니다. 글쓰기 강사라는 본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역시 수익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네요.


동네 고양이들에게 소문이 난 건지 시시때때로 들르는 맛집이 된 책방 마당. 마당 입주 고양이까지 생기고 출산을 하는 고양이까지 그야말로 냥장판이 됩니다. 다행히 동네 이웃들의 고양이 친화적 반응 덕분에 편히 길고양이들을 대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밥을 주다 보니 어느 집에 길고양이가 눌러앉는지 은근히 라이벌이자 협력자 관계였다니, 이런 마음씨를 가진 이웃들이 많은 동네라면 이웃 스트레스는 덜하고 살 수 있겠어요.


길고양이와의 안타까운 이별도 수없이 맞이했고, 집고양이였던 넷째가 고양이별로 먼저 떠나며 펫로스 증후군을 세게 경험하기도 하면서 고양이 집사로서의 희로애락을 경험합니다. 많이 웃고 가끔은 울게 될 것이지만, 꿋꿋하게 힘낼 의지를 갖게 된 것 역시 고양이들 덕분입니다. 마당냥이 중 노랭이라고 부르던 아이가 책방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막내의 빈자리를 채워주었으니, 이 또한 고양이만이 안겨줄 수 있는 위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힘든 묘생의 길고양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마당을 가진 캣맘으로서, 사실상 고양이가 직원이 아닌 주인인 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집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김화수 작가. 냥글냥글한 책방이 오랫동안 이어지길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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