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 로마를 구한 거위부터, 우주로 향한 라이카까지
제이콥 필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반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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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탄생 이후 21세기까지 인류 역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50가지 동물의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어마어마한 숫자의 생물이 있는데도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길래 딱 50종만 손꼽을 수 있었을까, 기대감을 안고 읽었습니다. 진화의 여정에서 주목할 만한 초기 동물로 시작해 문화, 전쟁, 경제, 과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이 어떻게 인간의 생활상을 바꾸며 역사를 형성하고 기여했는지 보여줍니다.


​진화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인 수생동물이 육상동물로 전환된 과정을 보여준 화석은 2.7m가 넘는 틱타알릭이라는 선사시대 어류입니다. 아가미와 허파가 다 존재한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면 현생 생물 중에서도 꽤 많은 생물이 인간의 관점에서는 참 기이한 생명체입니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 아가미로 숨 쉬다가 육상으로 올라오면서 허파가 생기지요. 우리 집 반려동물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육지소라게나 코코넛크랩처럼 유생 상태에선 바다에서 살던 생물이 육지로 올라오면서 아가미가 변형되기도 합니다.


양서류에서 진화한 최초의 파충류가 등장한 것은 약 3억 1,200만 년 전이고, 최초의 공룡은 약 2억 4,000만 년 전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화석이 발견됨에 따라 수정되는 분야인 만큼 공룡의 세계도 참 흥미진진합니다. 공룡 멸종 때 오직 한 종만 살아남았는데, 바로 시조새입니다. 여기에서 새가 진화합니다. 새 1만 종의 공통 조상이자 살아남은 유일한 공룡인 시조새는 최근 연구에서 쥐라기 후기 몇몇 공룡 중에서 조류의 특징이 발견됨에 따라 최초 타이틀은 반납해야 할 것 같지만, 진화 연구에서 시조새의 상징은 영원할 거라고 합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진화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연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게 된 다윈의 진화론. 그 주역은 핀치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공통 조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등 유인원인 침팬지와 보노보노와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가 단 1.2%라는 것은 놀랍습니다.


야생식물 재배와 동물 가축화는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탐험하는 토대가 됩니다. 인류 최초의 가축으로 기른 개는 오늘날 반려동물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고 폭력을 자행한 역사가 더 많습니다. 동력 공급원이자 20세기까지 전쟁 기초 물자이기도 했던 말은 유럽을 호령한 훈족이나 몽골제곡의 번영에 기여했습니다. 사실 말보다도 더 잔혹하게 전쟁에 이용된 건 뜻밖의 동물입니다. 바로 코끼리입니다. 인간의 전쟁에 무자비하게 이용되더니 무역이 발달하자 코끼리 상아 거래를 위한 밀렵이 성행하면서 코끼리의 수난은 이어집니다. 개보다 훨씬 위험 감지를 효율적으로 하는 거위를 보초병으로 쓰기도, 전서구로 비둘기를 활용하는 등 전쟁에 동물들을 이용하면서 역사의 흐름이 뒤바뀌는 경우가 숱하게 일어났다는 걸 알려줍니다. 


동물은 인간의 숭배 대상이자 의미를 지닌 상징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고대 이집트 고양이 숭배는 이집트를 망하게 했을 정도입니다. 고양이를 죽이면 사형에 처한 시기도 있었을 만큼 고양이를 소중히 대한 이집트와 전쟁을 치른 페르시아가 역이용한 겁니다. 페르시아가 이집트 침공 시 고양이를 앞세우고 방패엔 고양이 그림을 그려 넣어 승리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시베리아 토착민의 불곰 경배, 세계의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회색늑대, 여신 아테나의 지혜의 상징 올빼미, 힘과 명예를 상징하는 독수리, 위엄과 용맹을 상징하는 사자 등 신화와 전설, 국가적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인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세 번의 팬데믹을 일으킨 주범이 겨우 2.5mm의 벼룩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인간을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많이 사람을 죽인 동물은 모기입니다. 이처럼 한낱 미물처럼 보이는 동물만으로도 인간은 큰 영향을 받습니다.


육상무역로인 실크로드라는 말이 생겨나게 한 누에는 세계화를 열었고, 라이카는 편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났습니다. 그 외 꿀벌과 소, 비버 등 산업 전반에 얽힌 동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인간사를 발전시키는데 크고 작은 도움을 준 동물들의 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인정하고 있을까요.


인간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동물들을 소개한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인간은 여전히 생태계 파괴를 일삼으며 수많은 토종 종을 멸종시키는 침입종을 전 세계로 전파시키고, 동물을 착취합니다. 동물의 세계사를 통해 바라본 인간의 역사는 오히려 부끄러운 면이 가득하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흥미진진한 세계사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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