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깨 위 죄책감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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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표 심리학자 도리스 볼프가 알려주는 죄책감의 모든 것 <내 어깨 위 죄책감>. 규칙을 어기거나 남에게 상처를 줬을 때 죄책감이 생긴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명칭에서부터 죄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잘못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도리스 볼프 저자는 누구나 느껴봤을 이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사실은 쓸데없이 해롭다고 하는데!


양심의 가책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죄책감은 스스로를 꾸짖고 야단치는 겁니다. 그런데 죄책감이 진짜 감정이 아니라고 합니다.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의 과정일 뿐이라고 합니다. 죄책감은 행동의 개선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죄책감의 해악이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무력해지고, 예민해지고, 우울증을 앓기도 하고, 중독으로 나아가기도 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영향력이 크다는 걸 짚어줍니다.


<내 어깨 위 죄책감>에서 죄책감의 진짜 의미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죄책감을 털어내는 방법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알려줍니다. 잘못했다고 믿는 우리가 자신과 나누는 부정적 대화의 결과인 죄책감. 이 죄책감은 광고에서도 전략적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그 제품을 구매해야만 사랑받고 행복할 거라며 인간 본성의 인정 욕구를 은근슬쩍 부추깁니다. 교육의 수단으로도 이용됩니다. 말이 아니더라도 비언어적 신호에 민감한 아이는 부모의 언행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죄책감의 굴레에 빠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동화된 무의식적 규칙 준수에 길들여진 경우 죄책감에 취약한 사람이 됩니다.


자신과의 대화가 낳은 결과로서의 죄책감은 상황에 따라 죄책감을 느낀다는 게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고방식이 건강하고 유익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의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안타깝게 여기지만 그 실수를 용서할 때 느끼는 '후회'가 오히려 맞는 겁니다. 개선과 회복의 방향을 찾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상대에게 받은 상처를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려주고 싶을 때나 죄책감을 느끼고 달라졌으면 하는 기대가 있을 때도 사용합니다. <내 어깨 위 죄책감>에 소개된 죄책감 유발 상황이 무척 다양합니다. '~하기로 나와 약속했잖아', '그때 어땠는지 기억나? 난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같은 말도 모두 죄책감을 이용하는 겁니다. 나도 모르게 죄책감 유발 기술을 쓰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죄책감을 털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죄책감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옳다고 믿으며 죄책감의 덫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사건 자체는 바꿀 수 없는데도 스스로가 내린 부정적 평가에 매달립니다. 기존 평가를 유지한다면 절대 죄책감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합니다.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ABC를 손봐야 합니다.


<내 어깨 위 죄책감>에서 말하는 감정의 ABC는 A 상황, B 자신과의 대화/평가, C 감정과 행동 단계로 구분한 죄책감의 모델입니다. A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말을 하고 생각을 하고 느낀 상황 자체입니다. B는 그 행동, 생각, 말, 감정을 잘못이라고 평가하며 자신을 나쁜 인간이라고 비난하는 단계입니다. C는 죄책감과 그에 따른 신체 반응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B에서 부정적 판단을 내릴 때 생각의 오류가 일어납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초능력을 요구하고, 잘못인 줄 알면서도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행동뿐 아니라 인간 전체를 비난하거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며 지금의 기준과 관념으로 과거의 행동을 평가하는 등 쓸데없는 사고에 사로잡힙니다. 완벽주의, 열등감과 불안, 과도한 책임감과 감수성, 남의 감정을 자기 행동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 성차별적인 문화 환경에서 자라거나 교육받은 여성 등은 유독 죄책감에 취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죄책감을 극복하는 단계에서 중요한 지점은 B와 C입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평가라는 걸 깨닫는 이론적 깨달음 단계를 거치고 해묵은 감정을 무시해야 합니다. <내 어깨 위 죄책감>에서는 죄책감을 후회로 바꾸는 전략을 알려줍니다. 습관 바꾸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습관처럼 따르는 규칙 리스트를 노트에 적어보자고 합니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을 감정의 ABC로 적어봅니다. 여기서 A 상황은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애를 때려 피가 났다."고 적었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A가 아니라 B에 적어야 할 내용입니다. 이처럼 실제 사건과 개인적인 평가를 구분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도리스 볼프는 사고과정의 변화가 자기변화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합니다. 평가와 결론을 올바르게 점검함으로써 평가를 수정하고, 실수 많은 인간임을 받아들이도록 돕고 있습니다.


<내 어깨 위 죄책감>에서는 도리스 볼프가 심리치료를 진행한 환자 사례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감정의 ABC로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짚어보며, 죄책감을 털어내는데 유익한 자세를 소개합니다. 타인의 경험을 통해 문제 뒤편에 숨은 자신과의 대화를 찾아내고 점검해 수정한 평가를 정신적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반복 훈련을 하도록 돕습니다.


아들 교육을 잘못시켰다며 심각한 죄책감의 결과로 중증 우울증을 앓는 사례,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가서 아이들 엉덩이를 때린 죄책감에 시달리며 수면장애와 집중력 장애가 온 사례, 아이들을 너무 방치하는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리며 탈진과 공황으로 괴로운 싱글맘 사례처럼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경험했을 죄책감뿐만 아니라 직장, 친구 등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소개됩니다.


죄책감이 얼마나 무용한지 <내 어깨 위 죄책감>을 읽으며 배우게 됩니다. 행동 교정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죄책감은 자신과의 대화가 낳은 결과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죄책감을 통제하고 극복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죄책감으로 몸과 마음을 옥죄는 대신 더 나은 변화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용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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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지구 우리가 함께 지켜요 레인보우 시리즈 1
라이사 스튜어트 샤프 지음, 리디아 힐 그림, 김정한 옮김 / 놀이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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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바다, 우림 지대, 온대림, 극지방, 초원, 사막 등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으로 가득한 지구.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가져왔고,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에서처럼 이미 섭씨 1도가 높아진 지구의 온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에서는 기후변화로 물 부족 위기에 처한 지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신선한 물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지구를 군림하는 최강자인 인간은 지구를 잘 안다고 싶겠지만 매년 약 1만 5,000종의 생물이 이름을 얻을 만큼 여전히 우리는 지구를 모르고 있습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고유의 종들이 가득한 지구를 이대로 망치게 둘 순 없습니다. <경이로운 지구 우리가 함께 지켜요 (원제 What a Wonderful World)>는 환경 운동을 하는 지구 지킴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작은 환경 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지구 지킴이가 되도록 응원합니다.


지구 육지 표면의 약 25퍼센트를 덮고 있는 암석 장벽 산. 이곳이 오염 지역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역에서는 바람이 통하지 않는 분지 효과 때문에 대기 오염이 심각한 상태라고 합니다. 미국 국립공원 400여 곳 대부분 산악 지대가 현재 대기 오염이 건강에 해로운 상태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지구는 별들 사이에 있는 오아시스라고 부릅니다. 인간은 물론이고 온갖 생물이 살아가는 지구를 우리의 힘으로 다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지구 지킴이들이 있습니다. 깨끗한 공기를 위해 싸우는 프리티 시카는 대기 오염이 심각해진 에베레스트산을 위해 네팔 청년기후활동그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1인당 하루에 1.4킬로그램의 쓰레기를 배출할 거라고 합니다. 쓰레기로 채워지는 지구를 위해 제로 폐기물 센터를 설립해 쓰레기 없는 마을을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도 가능해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매년 뉴욕시 크기의 숲이 개간되어 농장으로 바뀝니다. 학교에서 배운 기후 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몸소 실천한 아홉 살 소년이 있습니다. 학교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작은 실천을 시작했고, '지구를 위해 나무를 심자'라는 단체를 설립해 본격적인 환경 운동을 하게 됩니다. 목재 회사가 숲을 밀어내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한 한 청년은 738일 동안 나무 위에서 살며 숲 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본 자매는 '비닐봉지 추방 운동'이라는 환경 보호 단체를 설립했고, 이들의 노력은 2019년 비닐봉지 금지법 제정이라는 결과를 낳습니다. 발리에서 비닐봉지가 사라진 이유입니다.


환경 보호에 관한 35편의 감동적인 실화가 담긴 책 <경이로운 지구 우리가 함께 지켜요>. 과학자, 생물학자 같은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레이첼 카슨처럼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 목소리를 높인 사람도 있고, 밀렵꾼과의 싸움을 위해 동물 보호법 분야에서 일하는 변호사도 있고, 어른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기를 기다리다 지친 어린이들이 학교 밖에서 적극적으로 실천에 나서기도 합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이들이 모두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환경 지킴이들. 위기 각성을 위한 메시지 전달형 환경 운동도 있고, 쓰레기 청소 등 자원봉사형 환경 운동도 있고, 효율적인 장치를 개발하는 환경 운동을 하는 등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일을 추진하는 힘이 있습니다. 사업 계획이나 숨겨진 의제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 책 속에서


자연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지구 지킴이들처럼 일상에서 우리도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작지만 모이면 위대해지는 환경 운동 열 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구 지킴이들이 활동하는 곳과 유용한 자료 리스트도 있습니다.


해변에서 수영을 하기 위해 상어를 유인해서 죽이는 것을 목격한 저자 라이사 스튜어트 샤프는 그 경험을 계기로 자연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을 세상에 알리는 글을 쓰는 것으로 지구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황폐해지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지구 지킴이가 되도록 응원하는 <경이로운 지구 우리가 함께 지켜요>. 세계 곳곳에서 시도하고 있는 환경 운동의 현재를 보여주며 아무리 작더라도 그 모든 것이 다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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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인간의 선량함,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뇌과학자의 질문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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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남다른 도덕성으로 자기중심적인 본능을 억누르고 타인의 욕구를 우선시할 때 가능하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라면?


fMRI를 사용해 인간의 경제적·사회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뇌 메커니즘을 연구하며, 공정성 판단과 이타적 선택의 신경학적 기제를 밝히는 연구들을 진행해온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뇌과학자 김학진 저자는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에서 선량한 선택의 이면에 대해 알려줍니다. 5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된 이 책은 일반인이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였고, 최신 뇌과학적 증거와 더 많은 사례를 추가한 책입니다.


모든 친사회적 행동과 이타적 동기의 근원에는 타인의 인정과 호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보상 추구 동기 때문이라니! 속물처럼 여겨져 뭔가 배신당한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뇌가 선택한 가장 유리한 작동 원리라면 어떨까요. 사랑, 공감, 이타성 같은 고귀한 본성으로 여겨지는 인간 심리들이 사실은 뇌의 작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귀함이 훼손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타인의 호감을 좇는 단순하고 순수한 동기가 성장해 이뤄내는 위대한 결과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비로소 나를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 책 속에서


좋아요에 집착하며 타인으로부터 주목받고 관심을 얻으려 하는 행위에는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자기과시욕이 숨어있습니다. 이것을 인정 욕구라고 합니다. 때로는 타인을 위한 이타적인 행동으로, 때로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 같은 모습으로 발현합니다. 


뇌는 평판을 위협하는 행동을 피하고 평판에 득이 되는 행동을 취한다고 합니다. 우리 뇌가 반사적으로 보상의 가치를 계산한다는 연구 결과가 신기했습니다. 머릿속에 계산기가 들어있다니요! 뇌의 복내측 전전두피질 영역입니다. 미간에서 뇌 안쪽으로 5센티미터 정도 들어간 곳에 위치합니다. 뇌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보상을 얻기 위한 과정을 되풀이하는 인지적 구두쇠라고 합니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에서 과거의 선택 경험을 토대로 보상 예측 정보를 빠르게 탐지하고 선택의 가치를 계산하는 겁니다.


이 가치 계산은 환경에 따라 변합니다. 인간이 성장하면서 말이지요. 내부 감각 신호에 의존했던 선택들이 점차 외부 감각 신호에 의존한 선택으로 변화합니다. 옆에서 누가 먹으니까, 점심시간이 되었으니까 먹는 것처럼요. 그리고 한국 사회처럼 경쟁 문화에 노출된 경험이 길수록 타인과의 상대적 차이에 근거해서 가치를 다시 계산하는 과정이 습관처럼 자동화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전적 보상을 받을 때와 칭찬 같은 사회적 보상을 받을 때 놀라울 만큼 유사한 뇌 활동 패턴이 관찰된다고 합니다. 신경학적 수준에서 차이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사회적 보상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타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호감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인간에게 중요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과도한 인정 욕구는 인정 중독이 되기도 한다는 데 있습니다. 분노조절장애와도 관련 있습니다. 일상적인 감사, 사과 표시는 오히려 실망감을 느끼거나 무시당했다고 느끼며 지나칠 정도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게 됩니다. 다양한 형태의 집단 간 갈등의 이면에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뇌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기적 집단은 타인을 위한 선택에서 직관적인 것에 가까운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아닌 배내측 전전두피질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외부 신호를 통합해 분석적인 가치 계산을 하는 겁니다.


타인의 관찰에 의해 자동적으로 촉발되는 도덕적 행동의 기저에 숨겨진 뇌과학적 원리를 자동적 평판 인식이라 부릅니다. 의식적인 지각 없이도 실제로 남을 돕는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반사 행동처럼 보이는 이타적 행동의 기제를 이해하기 위해 이타적 동기가 형성되고 발달하는 과정을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에서 짚어줍니다. 자신도 모르게 친사회적 행동을 학습하고 내재화하는 인정 욕구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도덕성과 이타성으로 포장된 인정 욕구가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줄 수 있기에 중요합니다.


심리학에서 유명한 연구인 죄수의 딜레마는 모두 합리적이고 논리적 선택을 했을 때 오히려 모두가 규범을 어기는 파국의 상태에 이르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국가 간 경쟁적인 자원 남획, 환경 훼손, 분쟁 등 다양한 관계와 결정들을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가 됩니다.


짜증 유발 운전자 1위가 진입로나 출구에서 끼어드는 운전자인데 2위가 놀랍게도 누구든 끼워주는 앞차라고 합니다. 너그럽게 아량을 베푼 운전자 역시 공공의 적이 되는 겁니다. 무조건적인 이타적 행동은 오히려 질투심과 동일한 심리 반응을 유발한다고도 합니다. 이타적 처벌자의 등장입니다. 규범을 어기는 구성원에 대해 처벌하는 이타적 처벌자는 무너진 형평성의 회복을 위해 행동합니다. 복수와 무척 유사합니다.


이는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타성과 공정성을 인정 욕구가 발현되는 또 다른 양상으로 보는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금전적 이익이 생기는데도 공정하지 않으면 거절하는 결과를 낳은 최후통첩 게임처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의 결과로 믿어온 불공정성 판단 역시 감정 반응에 크게 영향받는다는 겁니다.


공감의 신경학적 기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공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서적, 직관적인 공감은 익숙한 자기중심 관점인 겁니다. 반면 관점 이동은 인지적, 분석적인 낯선 타인 관점입니다. 자신의 것과는 다른 타인의 신호, 의도, 신념 등을 파악하는 능력이 관점 이동 능력입니다. 둘은 매우 다른 신경학적 기제로 작동하고, 공감과 관점 이동이 균형을 이룰 때 타인과 소통하는 데 최적의 기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선량한 사람의 본심에 인정 욕구가 있다는 이야기가 실망감을 들게 하나요? 선행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의도를 의심하게 될까요?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는 자신의 감정이 인정 욕구로부터 비롯되었는지 파악하고 자각하는 자기 인식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숨은 인정 욕구를 인식할 때 오히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스스로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을 발견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건강한 인정 욕구를 이용하면 더 많은 이들에게 이타적 행동을 유도하며 사회적 목표를 실천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선뜻 남을 돕고, 불공정에 분노하고, 선량하고 정의롭고자 하는 이유를 인정 욕구에서 찾아, 인정 욕구를 중심으로 인간 본성의 근원을 파헤치는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이타주의를 선택하는 뇌의 작동 원리를 통해 인정 욕구를 이해하고, 건강하게 발현해 도덕성과 이타성이라는 궁극적 지향점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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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하다 앳 홈 - 24만 유튜버 하다앳홈이 알려주는 쉽고 맛있는 홈베이킹 64
박정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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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유목민도 정착하게 만드는 유튜브 하다앳홈표 레시피를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베이킹 하다 앳 홈>으로 구독자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64가지 메뉴의 레시피와 영상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베이킹 팁을 만나보세요. 쿠키, 스콘, 파운드케이크, 타르트, 케이크, 빵, 커드까지 기본 홈베이킹 요리책으로 제격입니다.


홈베이킹 하면 복잡한 도구부터 생각납니다. 하지만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도구는 지양하는 하다앳홈 레시피. 홈베이커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하다앳홈 영상 문구인 "쉽고, 맛있는 하다앳홈 베이킹"이라는 말 그대로입니다. 기본 베이킹 재료들은 어떤걸 구입하고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도 꼼꼼하게 다루고 있고, 자주 쓰이는 도구들과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갖추면 되는 도구를 구분해 소개합니다.


어렵게만 여겼던 베이킹이 하다앳홈 레시피로 이제는 수월해집니다. 저는 결과물을 위해 솔직히 너무 많은 시간을 쓰긴 싫어서 공정을 최소화하해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가정식 베이킹을 선보이는 하다앳홈이 참 좋아요. 게다가 대중적 맛을 내는 레시피니 실패 걱정도 없어요.


초보자도 비교적 쉬운 공정으로 만들 수 있다는 쿠키류에서는 하다앳홈의 인생 레시피로 꼽히는 영국식 스콘도 등장합니다. 타르트팬 하나면 충분한 파이와 타르트 레시피, 복잡한 과정 없이도 고급스러운 맛을 내는 머핀과 파운드케이크·브라우니, 일상 속 완벽한 휴식을 선사하는 케이크와 빵 레시피, 담백한 빵이나 쿠키에 곁들이면 좋은 커드와 스프레드 레시피까지 소개되었어요. 잼류는 사실 손이 좀 가는 편이지만 한 번 만들어두면 꽤 오래 보관 가능하니 그 정도 수고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인 만큼 대신 계량만큼은 정확해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베이킹은 재료들 간의 화학적 작용으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계량이 필수라고 해요. 소수점까지 계량 가능한 정밀 전자저울과 일반 저울 2개를 구비하면 무난하다고 합니다.


홈베이킹은 오븐을 얼마나 잘 다루냐도 중요하죠. 내 오븐에 맞는 사용법을 지켜야 결과물이 만족스럽습니다. 책에서 오븐 사용시 체크해야 할 부분도 잘 짚어주고 있어요. <베이킹 하다 앳 홈>은 오븐을 사용한 레시피가 기본이지만, 노오븐 레시피도 있습니다. 노오븐 레시피는 딱 제가 원하는 메뉴여서 정말 반가웠어요.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홍차 덕후 하다앳홈과 잘 맞을 겁니다. 홍차와도 커피와도 어울리는 하다앳홈 티푸드가 예술이에요. 아예 얼그레이가 들어간 레시피도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베이킹은 어렵다는 편견을 사라지게 하는 쉽고 맛있는 하다앳홈 레시피. 홈베이커들의 든든한 베이킹 선생님이 되어줄 책 <베이킹 하다 앳 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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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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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시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등단 4년차 1989년에 발표한 <조인계획>. 풋풋함이 느껴지면서도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속도감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대표 번역가 양윤옥 님의 번역이라 이번에도 옮긴이의 말까지 재밌게 읽었습니다.


마침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요즘 딱 어울리는 소재입니다. 스키점프가 등장하거든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포츠 미스터리 소설로 스노보드와 스키가 등장하는 소설을 이미 읽어본 저는 무서운 추리소설이 아니어서 오히려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소설이구나 싶더라고요. <조인계획>은 이후 그가 쓴 스포츠 미스터리 소설들의 씨앗이 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겨울 스포츠를 사랑하는 작가인 만큼 설산의 분위기와 다이내믹한 스포츠를 애정하는 작가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스키점프 경기에서 넘어지는 사고는 으레 있는 일이지만, 그날따라 삐걱거리는 움직임을 보이며 세 명의 선수가 똑같은 꼴로 실패를 합니다. 무명 선수들이기에 딱히 화제에 오르지 못한 채 이 일은 잊히고 그렇게 세월이 흐릅니다.


합숙 훈련 중 스물두 살의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생깁니다. 조인鳥人이라 불린 1980년대 세계적인 스키점프 선수 마티 뉘케넨을 이어갈 동계 스포츠계의 유망주였던 니레이의 사망은 비정상적이었습니다. 독극물에 의한 사망이었던 겁니다. 독약의 정체는 투구꽃에서 분리된 아코니틴이라는 맹독성 물질로, 니레이가 먹는 비타민제 캡슐 속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누가 이 유망주를 살해한 걸까요. 은퇴 후 니레이의 코치가 된 미네기시, 만년 2위 선수 사와무라, 닛세이자동차팀의 스기에 쇼, 니레이의 여자친구이자 쇼의 누나인 스기에 유코, 닛세이자동차팀의 감독 스기에 다이스케 감독까지 니레이가 속한 팀 주변인물과 상대팀 관련자들이 등장합니다. 형사도 등장하긴 하지만 형사의 추리는 그저 거들 뿐. <조인계획>은 형사물이 아닌 스키점프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초점 맞추면 재미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범인을 일찍 오픈하는데, 살해 동기와 범행 과정은 베일이 갇힌 채 진행합니다. 천재 선수 니레이를 질투해서 저지른 범행이라기에는 여전히 미심쩍은 데다가 니레이의 기술을 복제한듯한 상대팀 스기에 쇼의 기술 향상에 의문을 계속 표하고 있어 독자의 신경을 그쪽으로 이끕니다.


게다가 밀고자로 설정한 인물도 있습니다. 범인을 알고 있는 밀고자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밀고자는 대담하게도 범인에게 자수하라는 편지까지 남기고, 곧이어 경찰에게도 범인을 지목한 편지를 보내 결국 범인이 체포되게 만듭니다. 이쯤 되면 참 재미있는 상황인 셈이지요. 범인은 구류된 상태로 밀고자가 누구인지 되려 추리를 해나가거든요.


독자는 니레이를 살해한 범인의 동기는 무엇인지, 알리바이가 있는 범인이 어떻게 독약을 먹인 건지, 탐정 역할을 하는 밀고자는 누구인지, 스기에 쇼의 최근 급부상한 실력 비밀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숨 가쁘게 달려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소설 도입부에 등장했던 기묘한 점프 실패 사건이 연결되며 스포츠 세계의 냉혹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니 이쯤에서 한 번 충격파를 맞습니다. 책을 덮을 때까지 충격파는 더 이어집니다.


"개성이라는 건 일상생활에서나 발휘하면 돼요. 승부에 개성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항상 승리하는 점프를 하는 게 중요하지요." - 책 속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포츠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스노보드를 책으로 배울 뻔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었는데, <조인계획>에서도 더 높이, 더 멀리 날고자 하는 스키점프의 세계를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신기한 건 잔혹한 묘사가 전혀 없는데도,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 깔린 욕망이 스산하고 무섭게 다가옵니다.


인간이 날개 없이 얼마나 멀리까지 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스키점프. 천재 선수 니레이는 도약 때 '날아오른다'는 표현 대신 '앞의 바람에 뛰어든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니레이의 점프를 모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은 절망과 좌절, 질투의 감정이 뒤섞이고, 한계를 향한 스포츠인의 노력이 꿈을 넘어 집착과 광기에 이르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조인계획>에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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