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번째 천산갑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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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잡은 천쓰홍의 최신작 <67번째 천산갑 (원제 第六十七隻穿山甲)>. 두 주인공, 동성애자인 '그'와 이성애자인 '그녀'의 복잡한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들의 서사는 우정 이상의 깊이를 가진 감정의 흐름을 탐구하며 인간의 고독과 치유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합니다.


표제작 천산갑은 희귀한 동물로 소설 속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희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천산갑처럼 그들 또한 사회적 소외와 상처를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이 소설은 '그'와 '그녀' 사이에 맺어진 독특한 관계가 독특합니다. ‘게이미(Gay蜜)’로 불리는, 동성애자 남성과 이성애자 여성 사이의 깊은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중화권에서 종종 사용되며, 성적 긴장이 없는 상태에서 형성되는 특별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들의 우정은 단순한 친밀감을 넘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생겨난 복합적인 감정입니다. 각자의 상처를 서로의 존재를 통해 치유하려고 하며, 고통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합니다.





천쓰홍 작가는 타이완에서 동성애자들이 겪었던 억압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보수적인 성적 규범 속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 '그'를 통해 성소수자들이 당시 경험한 사회적 압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적 기대와 고통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결혼, 임신, 출산 등 여성에게 강요된 사회적 역할과 고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사회적 억압을 묘사하는 데 있어 섬세한 문체로 스토리를 끌어가는 작가입니다. 등장인물의 감정 속에 시대적 고통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사회적 분위기를 체감하도록 만듭니다. 더불어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더욱 섬세하게 전달합니다.


이성애자 여성 '그녀'는 유명 정치인의 아내이자 배우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동성애자 남성 '그'는 연인 J의 상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감정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 사회적 압력을 상징하는 주변인물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천산갑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주인공들의 상처와 기억을 이어주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희귀하고 소중한 천산갑은 그들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동시에, 시간이 지나면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등장했던 천산갑은 그들의 삶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천산갑의 존재는 시간을 넘나드는 복합적인 기억의 상징으로 자리 잡습니다.


어린 시절 매트리스 광고에서 잠을 자는 연기를 하며 잠동무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 이 소설에서 '잠'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단순히 육체적 휴식의 의미를 넘어서 주인공의 심리적 불안과 외로움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궁극적으로 평화와 안정을 찾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누군가와의 연대와 신뢰를 통해 얻는 심리적 치유와도 같습니다.





성소수자와 여성 모두가 처한 구조적 억압을 교차하며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67번째 천산갑>.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성소수자로서 겪는 사회적 억압과 고통은 어떻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까, 성 정체성의 차이를 넘어서는 우정과 이해란 무엇일까, 시간과 기억은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흔적을 남기고 변화를 가져올까. 성 정체성, 고독, 인간관계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룬 대만에서 이 주제의 소설이 등장했다는 건 의미 있습니다. 법적으로 허용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회적 문제나 편견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마침내 안전하게 '잠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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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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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신비를 풀기 위한 여정은 의학적 기록을 넘어, 사회적 변화와 예술적 감각을 함께 녹여낸 흥미로운 역사라는 걸 보여주는 <해부학자의 세계>.


고대부터 21세기까지 인류가 인체를 어떻게 이해해왔는지 기록한 중요한 해부학 책 150여 권을 소개합니다. 특히 과거 해부학자들이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인체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 철학, 그리고 예술에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해부학의 역사는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 문서인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에서 시작됩니다. 당시에는 주술적 성격의 의학이 주류였지만, 실제 해부 과정을 기록한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는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 최초의 기록으로 평가받습니다.


고대 세계에서 해부학은 철학과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영혼의 거처가 어디인지, 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의학적 궁금증으로 이어졌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갈레노스의 체액설과 같은 이론들이 인체 기능을 설명했습니다. 이후 1300년간 서양 의학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세는 해부학의 발전이 다소 억제된 시기였습니다. 교회의 영향력 아래, 인체 해부는 종종 금기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부학적 연구는 지속되었습니다. 특히 아랍 의학자들은 그리스 의학의 유산을 발전시켜 서양 의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세의 해부학자들은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가르침에 따라 해부를 수행했지만, 제한된 환경에서도 중요한 진보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귀도 다 비제바노의 해부학 도서는 중세 해부학의 주요 업적으로 꼽히며, 2차원 평면 그림을 통해 인체를 설명하려 했습니다.





해부학이 철학적 배경에서 경험 과학으로 넘어간 결정적인 시기는 르네상스였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는 예술과 과학이 번영하며 해부학 또한 급격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일명 해부학의 황금기입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 인물인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는 해부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혁신가입니다. 16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파브리카』에서 300여 개의 갈레노스 오류를 바로잡으며 해부학의 근대화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베살리우스의 체계적이고 정교한 삽화는 인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는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관심과 기술 발전과도 연결됩니다. 해부학이 의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예술적 가치까지 갖춘 분야로 확장되었습니다.


더불어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도 있지요. 해부학 연구에서도 예술적 재능을 발휘했습니다. 그의 해부 소묘는 다빈치만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1700년대에 들어 계몽주의가 도래하며 해부학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의학 지식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게 됩니다. 윌리엄 하비의 폐쇄 순환계 가설이 검증되었고, 해부학의 연구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특히 현미경의 발명은 인체의 미세한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작용했습니다. 이 시기부터는 과학적 접근이 주류가 되면서 해부학적 연구도 실용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해부학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VR, AR 등의 기술은 해부학적 연구뿐 아니라 교육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실제 시신을 해부하지 않고도 가상 환경에서 인체를 탐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해부학자의 세계>에서 기술이 이끄는 미래 해부학이 나아갈 방향도 살펴봅니다.


윌리엄 버크와 윌리엄 헤어는 19세기 초 에든버러에서 해부용 시신을 확보하기 위해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로, 버크는 처형 후 해부되었고 그의 유골은 에든버러 의과대학에 보존되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해부용 시신 부족 문제를 악용해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에든버러 의과대학의 유명한 해부학자였던 로버트 녹스에게 팔았습니다. 버크와 헤어 사건은 범죄소설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고딕 문학과 범죄소설의 주요 소재가 되었습니다.


에든버러 의과대학에 보존된 버크의 유골은 과거의 범죄를 되새기게 하는 동시에 해부학적 연구와 범죄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해부학 교육을 위해 인체를 필요로 했던 사회적 상황이 그 당시의 비도덕적인 행동을 촉진한 측면이 있으며, 이를 통해 오늘날의 의학적 윤리와 시신 기증 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인체 탐구의 역사를 통해 해부학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해부학자의 세계>. 해부학적 지식이 어떻게 사회적 변화와 연결되었는지, 오늘날의 의학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인체의 경이로움이 담긴 희귀 도판 240여 컷이 수록되어 인체와 의학, 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 해부학의 역사적·예술적 측면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소장하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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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 -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
이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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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솔직하고 위트 있는 기록 <잘 쓴 이혼일지>. 이혼을 겪어가는 과정을 법적, 현실적, 정서적, 물리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혼 후유증을 다룬 책이 아닙니다. 관계의 해체와 그 과정에서 얻는 새로운 자아 발견의 기록입니다.


15년 차 예능 방송 작가로 활동해 온 이휘 작가. 서른넷에 이혼했습니다. 그것도 무탈하고 정갈하게. 창피하거나 후회해 본 적은 없다고 합니다. 이혼을 겪으며 타인의 기준에 대해서 덜 예민해지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혼 후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작가의 경험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이혼 바이블이지만 이별의 고통, 관계의 해체를 겪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6주 만에 100만 뷰를 돌파한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는 힘든 사람들이 서로가 잘 지낸다는 신호를 무사히 주고받고 살았으면 좋겠다. 괜찮으면 괜찮아서, 괜찮지 않으면 괜찮지 않다는 이유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잘 겪어냈고 잘 지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 p9





자신의 인생을 BC(Before Crisis, 이혼 전)와 AD(After Divorce, 이혼 후)로 구분합니다. 이혼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전환점인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연애할 때 '오늘부터 1일'이라는 말처럼 이혼을 제안한 날을 기점으로 과거와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혼 과정의 단계적 흐름을 반영하면서, 작가의 감정과 심리적 여정을 따라가봅니다. <잘 쓴 이혼일지>는 법적, 현실적, 정서적, 물리적 이별의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이혼의 복잡성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혼은 법적 서류로만 끝나는 게 아닙니다. 법적 이혼은 단지 시작에 불과합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고뇌와 성찰의 연속이었습니다. 이혼 과정을 감정적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위트와 절박함이 뒤섞인 담담한 목소리로 서술합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무례하지 말아야지'라는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처럼 굴면서도, 그 문장 뒤에는 시퍼런 칼 같은 마음도 함께 품고 있었다. 언제 서로에게 베일지 모르는 위험한 관계였다." - p31





1부 법적 이별 편에서는 이혼 결심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삶과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는 출발점입니다. 자신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게 됩니다.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정서적 피로, 관계의 소진,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 등이 복합적으로 숨어있습니다.


2부 현실적 이별 편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는 지점입니다. 이혼은 서류 상으로 끝났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관계는 어찌나 복잡한지요. 청첩장을 뿌리는 마음으로 소식을 전해야 했습니다. 살림살이도 반으로 찢어야 합니다.


3부 정서적 이별 편에서는 관계의 끝자락에 너무 오래 머물렀음을 자각하는 순간을 담아냅니다. 너무 오래 머물렀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더 일찍 결단을 내리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 후회를 통해 배운 것들이 있고,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수용하고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혼을 결심한 후 돌아보는 지난 시간이 고통스럽고 후회스럽지만, 결국 이를 수용하는 과정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동안 참고 견뎠던 결혼 생활의 문제점들을 돌아보며, 왜 이혼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를 들려줍니다.


"하고 싶어서 한 이혼인데, 이혼하고 이사까지 하면서 왜 우냐는 질문은 이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 p193


4부 물리적 이혼 편에서는 이혼 후의 삶을 조망합니다. 이혼 후에 찾아온 감정들, 새롭게 맞이하는 일상, 그리고 자신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재정, 생활 패턴, 감정적 변화 등 이혼 후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자신의 삶을 재설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혼을 단순한 관계의 해체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성장과 자아 발견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입니다. 이혼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초기 과정에서 겪은 혼란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아 성찰과 새로운 시작에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이혼의 다차원적 측면을 단계적으로 다루며, 이혼 과정을 담백한 표현으로 풀어낸 <잘 쓴 이혼일지>. 이혼 전후의 감정 변화, 법적 절차, 그리고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관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안겨줍니다..


모두가 겪지는 않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이혼. 작가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지나간 관계를 돌아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은 결국 자신을 찾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이혼이 단순한 실패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심을 담아낸 <잘 쓴 이혼일지>. 사회적 시선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선택을 지켜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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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세계 - 어느 알려지지 않은 차원과 그곳에서 온 기이한 생명체들에 대한 기록
유린 지음, 도밍 그림 / 고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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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린 작가의 <너머의 세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실 공간인 학교, 아파트, 영화관, 서점 등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엮은 기록물입니다. 스크랩북 형식의 소설이라 낯설고 독창적인 전개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신비한 차원 너머에 존재하는 생명체와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탐구하며 오싹한 공포를 선사하는 공포소설 모음집 <너머의 세계>. 유린 작가의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도밍 작가의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올컬러 삽화가 현실과 미지의 차원을 넘나들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나폴리탄 괴담 장르입니다. 일본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친숙하게 먹던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사실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었다는 오싹한 상상력을 펼치게 만드는 결말을 가진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주제로,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드는 공포를 조명하는 방식의 장르입니다. 전형적인 도시 괴담의 특징을 가집니다.





우리를 불가사의한 사건의 중심으로 서서히 끌어들이는 첫 번째 장 '침투'. 산장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 만물상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 학교와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이질적인 공포들... 일상 공간에서조차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더 공포감이 몰려옵니다.


산장 투숙객을 위한 이용 안내는 단순한 안내문을 넘어 섬뜩한 경고로 변합니다. 새벽 1시 이후 일행의 목소리가 들려도 문을 열지 말라는 규칙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그 너머에 무언가 존재한다는 두려움을 심어줍니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만물상의 매력적인 제안 뒤에 감춰진 대가는 무엇일지에 대한 불안이 서서히 스며듭니다. 학교와 영화관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들은 이미 익숙한 환경에서조차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을 자극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 너머의 세계가 우리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스토리텔링입니다.





두 번째 장 '사냥'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차원의 존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소름 돋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일상의 공간 속에 숨겨진 그들의 세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한옥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놀이 사건에서는 평화로운 전통 마을의 모습이 점차 이질적인 분위기로 물들어갑니다.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공기와 사건에 빠져들며 한 발 한 발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유랑 서커스단 사건 역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서커스의 환상적인 쇼와 그 안에 숨겨진 불가사의한 존재들이 서로 엮이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세 번째 장 '잠식'은 공포감이 절정에 이르며, 그들의 세계가 우리의 현실을 잠식해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가장 평범한 공간에서 가장 섬뜩한 순간들을 포착합니다.


복도에서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절대 직접 확인하려 하지 말 것, 화단에서 하얀 막대가 발견되면 절대 만지지 말 것 등 기이한 규칙이 있는 아파트.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음을 느끼게 만듭니다.


불길한 분위기는 더욱 심화되며 이제 너머의 존재들은 완전히 우리를 삼키려 합니다. 더 이상 그들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 이유입니다.


초현실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소설 <너머의 세계>. 스릴러, 미스터리, 괴담을 선호하는 이들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현실의 경계 너머에 존재하는, 당신이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그려냅니다. 차원이 다른 공포를 선사하는 나폴리탄 괴담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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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 : 거세당한 자
표창원 지음 / &(앤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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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첫 범죄 소설 데뷔작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묘사가 기대되었는데, 역시나 초반부터 심장을 조여오는 긴장감 속으로 훅 끌어들입니다.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단순함을 넘어선 긴밀함과 깊이를 보여주는 수사 과정이 일품입니다. 현실감을 더해주며 범죄 수사에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표창원 작가가 그려내는 범죄의 세계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카스트라토’의 뜻은 거세된 남자 성악가를 의미합니다. 17~18세기 유럽에서 카스트라토는 소년 시절에 거세되어 성인 남성의 신체적 성숙은 멈추되, 높은 소년의 음성을 유지한 남성 가수를 가리켰습니다. 이들은 오페라에서 여성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고음역대를 소화해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발견된 남성 신체 일부. 매주 금요일마다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단순한 범죄 소설을 넘어, 우리 사회의 돈과 권력에 의해 왜곡된 정의를 고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소설에서 ‘카스트라토’라는 단어는 단순히 신체적 거세를 넘어, 권력과 돈을 좇아 스스로를 거세한 자들을 상징합니다. 부와 권력에 굴복하여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카스트라토에 빗대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핵심 인물들이 권력과 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모습은 인간성과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각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따라 13개의 사건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해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입니다.


세종문화회관, 남산도서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우리가 익숙한 공간들이 사건의 무대가 되면서 현실감을 극대화합니다. 도심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친숙하면서도 비일상적인 공포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일상과 공포가 얽힌 독특한 긴장감을 안깁니다. 실재하는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사건 케이스별로 분석한 자료가 있어 시각적으로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매 사건의 핵심을 정리하며 수사의 단서들이 하나둘씩 맞춰지기 시작하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가며, 범인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주인공 이맥 경사는 인왕서 강력5팀의 팀장입니다. 이맥은 카스트라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얽힌 인물들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사건 장소의 변화에 따라 인물 간의 얽힌 관계들이 조금씩 구체화되며 긴장감을 증폭시킵니다. 작가는 이맥의 심리적 갈등과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와 얽히는 과정을 통해 사건 해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그 복잡함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범죄와 부조리의 얽힘을 통해 사적 복수와 공공 정의 실현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정의란 무엇인가'이며, 이야기를 통해 그 답을 스스로 고민하게 됩니다.


표창원 작가는 경찰과 프로파일러로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속 수사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냅니다. 현실 범죄 수사에 관심 있는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 사회 정의와 부조리한 권력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입니다.


범죄 소설의 새로운 페이지터너, 소설가 표창원의 서막을 알린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경험에서 우러나온 리얼한 수사 과정과 이야기 전반에 깔린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눈을 뗄 수 없는 사회 비판적 범죄 소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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