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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 : 거세당한 자
표창원 지음 / &(앤드) / 2024년 9월
평점 :
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첫 범죄 소설 데뷔작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묘사가 기대되었는데, 역시나 초반부터 심장을 조여오는 긴장감 속으로 훅 끌어들입니다.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단순함을 넘어선 긴밀함과 깊이를 보여주는 수사 과정이 일품입니다. 현실감을 더해주며 범죄 수사에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표창원 작가가 그려내는 범죄의 세계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카스트라토’의 뜻은 거세된 남자 성악가를 의미합니다. 17~18세기 유럽에서 카스트라토는 소년 시절에 거세되어 성인 남성의 신체적 성숙은 멈추되, 높은 소년의 음성을 유지한 남성 가수를 가리켰습니다. 이들은 오페라에서 여성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고음역대를 소화해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발견된 남성 신체 일부. 매주 금요일마다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단순한 범죄 소설을 넘어, 우리 사회의 돈과 권력에 의해 왜곡된 정의를 고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소설에서 ‘카스트라토’라는 단어는 단순히 신체적 거세를 넘어, 권력과 돈을 좇아 스스로를 거세한 자들을 상징합니다. 부와 권력에 굴복하여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카스트라토에 빗대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핵심 인물들이 권력과 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모습은 인간성과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각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따라 13개의 사건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해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입니다.
세종문화회관, 남산도서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우리가 익숙한 공간들이 사건의 무대가 되면서 현실감을 극대화합니다. 도심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친숙하면서도 비일상적인 공포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일상과 공포가 얽힌 독특한 긴장감을 안깁니다. 실재하는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사건 케이스별로 분석한 자료가 있어 시각적으로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매 사건의 핵심을 정리하며 수사의 단서들이 하나둘씩 맞춰지기 시작하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가며, 범인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주인공 이맥 경사는 인왕서 강력5팀의 팀장입니다. 이맥은 카스트라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얽힌 인물들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사건 장소의 변화에 따라 인물 간의 얽힌 관계들이 조금씩 구체화되며 긴장감을 증폭시킵니다. 작가는 이맥의 심리적 갈등과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와 얽히는 과정을 통해 사건 해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그 복잡함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범죄와 부조리의 얽힘을 통해 사적 복수와 공공 정의 실현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정의란 무엇인가'이며, 이야기를 통해 그 답을 스스로 고민하게 됩니다.
표창원 작가는 경찰과 프로파일러로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속 수사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냅니다. 현실 범죄 수사에 관심 있는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 사회 정의와 부조리한 권력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입니다.
범죄 소설의 새로운 페이지터너, 소설가 표창원의 서막을 알린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경험에서 우러나온 리얼한 수사 과정과 이야기 전반에 깔린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눈을 뗄 수 없는 사회 비판적 범죄 소설을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