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 함부로 무시당하지 않는 말투는 따로 있다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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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솔한 말 한마디로 관계는 무너질 수 있는 법. 말투만으로 단번에 평가받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타인에게 주는 인상이란 '대화'에 의해 정해집니다.

 

필요한 말을 센스 있게 함으로써 일과 관계를 성공으로 이끌고 자존감도 up 시킬 수 있는 대화법을 알려주는 책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얕잡아 보이지 않게 하는 화법,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테크닉 등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소개해 다양한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말하는 화법을 알려줍니다.

 

 

 

당신은 너무 사람 좋게 굴어 만만하게 보이는 경우인가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에서는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 참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화를 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재치를 발휘해 센스 있는 말로 받아치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라면 절대 어정쩡하게 웃지 말라고 합니다. 노려봐 주는 것이 무시당하지 않는 비결이라는 거죠.

 

외모 비하 발언에 무표정한 얼굴로 응시하며 "상처주네?"라고 말한 김숙의 사례를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그렇게 대응하는 게 정답인 겁니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이라고 해서 평소 당하기만 하는 사람의 입장만을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동등한 관계나 상사의 입장에서도 유용한 화법이 많습니다.

 

기본 중의 기본 원칙을 짚어주다가도 재미있는 사례가 많았는데 "내 앞에서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긴장을 주는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긴장하라는 의미로 활용할 수 있는 대화술입니다.

 

 

 

이런 쉬운 팁도 그동안 미처 생각 못했었구나 싶었던 대화법이 많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꼼수 같은 대화법도 있었는데,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도 좋은 건 젊었을 때뿐. 그럴듯해 보이도록 연출하는 게 거짓 포장을 하라는 뜻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혜롭게 자기연출을 하는 것도 훌륭한 대화 테크닉이라는 것을 알려준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무엇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나의 감정을 잘 눈치채야 가능한 부분이었어요. 현명하게 살아가는 최고의 비결은 역시 자신의 감정 상태를 확실히 아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리가 하얗게 비워져 위축되는 사람을 위한 대화법과 마음가짐도 소개합니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지요. 변명보다 실수를 인정하는 자세야말로 가장 빠르게 실수를 만회하는 길이라는 것은 원칙 중의 원칙이지만 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드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반응을 유도하는 리딩 기법도 유용합니다. 대화의 첫머리에 리딩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이 쉽게 내 말에 동조하도록 하는 테크닉이었어요. "현명하신 여러분은 아마 이 의견에 찬성해주리라고 믿습니다만...", "아마 반대하시는 분들은 적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식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내게 유리하게 리드하는 겁니다. 불안해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는 팁이어서 저한테도 꼭 필요한 대화법이었습니다.

 

이길 필요 없는 상황에서는 우아하게 져줘야 하는 게 오히려 냉정함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 되기도 하고, 반면 물러서지 말아야 할 때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을 무기로 삼아야 할 겁니다. 일상에서 경험을 쌓고 훈련해나가면 점차 감을 얻으며 지혜롭게 대화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의 대화 요령은 교묘한 잔꾀가 아닙니다. 사회생활하다 보면 마법 같은 대화를 뱉어야 할 때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아닌 척, 안 그런 척하면서 스트레스받고 속상해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저자처럼 솔직 과감하게 뱉어낼 때는 뱉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소중한 사람으로 대하는 자세입니다.

 

중요한 비즈니스 협상에서만 쓰이는 게 다가 아닌, 술자리에서나 실없는 세상만사를 이야기할 때에도 이 책에서 소개한 대화법은 유용하게 쓰일 겁니다. 오히려 격의 없이 지내는 가족과 친구 사이 간에 종종 상처받기도 하니까요.

 

내 의도와는 달리 내가 하는 말투, 내용, 반응이 날 얕잡아 보이게끔 스스로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짚어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나의 표현 방법에 고민할 수 있게 자극 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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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니아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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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에 별세한 그녀의 마지막 장편소설 <라비니아>. 르 귄 작가는 골수팬이 많은 걸로 아는데, 저는 이 책으로 르 귄 표 소설을 처음 접했어요. 평소 좋아하던 미래지향적인 SF 소설의 통념을 깨뜨린 소설이라 신선하게 읽었습니다. 시적이고 신화적인 요소가 풍부해 품격 있는 고전 서사시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라틴어로 쓰여진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아주 짧게 등장하는 라비니아. 소설 <라비니아>는 그녀의 삶을 재조명합니다.

 

어머니가 아프로디테이고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가 만든 무구를 가진 영웅 아이네아스. 트로이 전쟁 후 트로이 유민들을 이끌고 라티움(로마의 남서부 지역)의 땅에 도착한 아이네아스와 결혼해 아들 실비우스를 낳은 여자가 라비니아입니다. 실비우스는 로마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의 직계 조상이 되었습니다.

 

로마 건국 신화로 이어지는 기원전 8세기를 배경으로 라티움의 왕녀 라비니아의 삶에 초점 맞춘 소설 <라비니아>. 라비니아를 찰나만 등장시킨 베르길리우스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라비니아와 직접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력에서 소설이 탄생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 생령으로 라비니아 앞에 나타난 베르길리우스. 당시 열여덟 살인 라비니아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베르길리우스는 한탄합니다. 그의 시 안에서 라비니아는 아무 존재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쓴 서사시는 어리석고 진부하고 상상력 없는 것이었다며, 그녀에 대해 너무나도 몰랐었다고 안타까워합니다.

 

 

 

라비니아의 일생이 담긴 소설 <라비니아>. 어머니는 두 아들을 잃은 후 라비니아에게 정신적 학대를 가했고, 열여덟의 나이에 라비니아가 탐탁지 않아 하는 남자에게 시집보내려 합니다.

 

 

 

하지만 이미 라비니아는 베르길리우스와의 대화로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습니다. 라비니아는 이 땅으로 올 영웅을 기다립니다. 그러던 차에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지만 전혀 다치지 않은 사건이 벌어지는데.

 

찬란한 명예, 찬란한 영광이 라비니아의 머리에 씌워지리라.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시민들을 전쟁으로 몰고 가리라.

 

 

 

트로이 유민들을 이끌고 운명의 땅에 도착한 아이네아스. 이방인에게 왕녀를 주지 않기 위해 그와의 전쟁을 불사하는 무리가 생겼고 서로 간에 살육이 이어졌으나 결국 아이네아스와 라비니아는 결혼하게 되죠.

 

하지만 베르길리우스로부터 이미 미래를 들은 라비니아. 아이네아스와의 꽃길은 단 3년뿐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운명을 알고 산다는 것. 아내와 어린아이를 두고 남편이 일찍 죽을 거라는 걸 아는 라비니아의 심정이 절절하네요.

 

아내의 이름을 따서 라비니움이라는 도시를 세운, 위대한 전사였으나 평화를 추구했던 아이네아스. 수많은 조연들이 그와 함께했지만, 영웅 아이네아스를 사랑했고 그가 죽은 후 아들을 잘 지켜내고 라티움의 여왕으로 살다 간 라비니아를 기억해야 할 겁니다. 모든 위대한 영웅에게는 위대한 아내와 위대한 어머니가 있었다는 사실을. 존재감 없었던 라비니아를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한 소설 <라비니아>. 라비니아의 삶 마지막 즈음엔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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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 - 영원한 세일즈맨 윤석금이 말한다
윤석금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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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세일즈맨 윤석금이 말한다 <사람의 힘>.

 

1986년에 만들어 웅진의 정신적 뿌리가 된 '나의 신조'에는 사람과 사랑이 있습니다. 웅진이 기업회생에 들어가 사라질 뻔한 위기를 극복하게 한 것은 '나의 신조'대로 살아온 윤석금 회장과 직원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자신도 모르던 영업의 재능을 발견해 세일즈맨으로서 승승장구했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웅진의 근간이 된 세일즈. 세일즈의 전설로 불리는 윤석금 회장의 38년 경영과 영업 비결을 담은 <사람의 힘>. 모든 것은 사람의 힘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이 나왔습니다.

 

<사람의 힘>에서 세일즈맨으로서의 경험을 고스란히 전수합니다. 기업을 시작한 근간이 영업이기 때문에 초심에는 언제나 영업인의 정신이 들어 있습니다.

 

최일선에서 고객을 만나는 세일즈. 기업 흥망의 열쇠라고 말할 정도로 영업의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영업인을 우대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세일즈를 잘하기 위한 노하우, 매력적인 영업인이 되는 10가지 방법 등을 살펴보다 보면 영업은 뻔하다는 인식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담아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영향을 발휘한 사람의 힘. 어떻게 '사람'을 키웠을까요. 효과적인 코칭 10계명 등 인재 관리의 핵심을 들려줍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대단히 놀라운 전략이나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힘은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기본을 충실히 하는 데서 나온다. 자신이 그 일을 왜 하려 하는지, 자신의 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되새기는 것이야말로 위기에서 기업을 지켜내는 일이다." - 책 속에서

 

 

 

남다른 전략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창조경영을 실천한 윤석금 회장. 웅진하면 웅진코웨이죠. 판로가 없어 재고가 점점 쌓여가던 정수기를 팔지 말고 빌려주자는 웅진코웨이의 렌탈 제도는 비즈니스 개념을 변화 시킨 창조경영의 일환이었습니다. 지금은 일상적인 렌탈 서비스의 신세계. 웅진코웨이를 시작으로 우리는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웅진씽크빅도 낯설지 않을 겁니다. 자본금 7,000만 원에 직원 일곱 명의 작은 출판사에서 출발한 웅진. 당시 외국 그림책을 베껴오기만 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두각을 보였습니다. 창조적 사고를 발휘해 탄탄한 퀄리티의 웅진위인전기를 (현재 바투바투 인물 이야기) 선보였었죠.

 

 

 

기업의 정신이자 뿌리인 좋은 조직 문화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리더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웅진 임원이 꼭 지켜야 할 20가지, 팀장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는 웅진의 경영정신인 '또또사랑'으로 연결됩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기업에서 노력, 성실, 근면이 아닌 사랑을 내세운 점이 무척 놀라웠어요. 역시 사람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실패의 경험들도 많았습니다. 속옷 사업, 부엌가구 사업, 밥솥 사업 등 이것저것 엄청 발을 들였지만 실패했던 과거의 경험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다 보니 안 해봐서 후회하는 일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적절한 시기에 끊을 줄 아는 것도 경영자의 역량입니다. 성공도 실패도 결국 사람의 문제. 실패하니까 사람이고, 사람이기 때문에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무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냐고 합니다.

 

 

 

<사람의 힘>에는 기업인, 예술인, 스포츠인 등 사회 유명 인사들의 추천사가 담겨있습니다. 그분들이 생각하는 윤석금 회장의 이미지는 이 책을 읽으며 제가 받은 이미지와 같았습니다. 여러 번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리더,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38년간 사람 경영을 하며 얻은 경험과 가치를 집약한 책 <사람의 힘>. 경영서로 자기계발서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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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이쓰키 유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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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인공지능화한다는 소재만으로 흥미를 끈 일본소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2016년 제36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입니다.

 

 

 

"게임은 하나의 세계다.현실 세계가 허무하다면 다른 세계에서 지내면 된다."

 

2014년. 드론에 카메라와 총을 달아 자살을 생중계한 게임 개발자, 미즈시나 하루. 그녀는'아메'라는 말을 내뱉고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이 드론을 조종하던 게이머는 열네 살 소년. 게임 속 드론의 명수인 소년은 게임 중 갑자기 생긴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목표물을 명중했던 겁니다.

 

 

6년 후. 알파고처럼 바둑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인공지능 연애 앱 개발자인 구도 겐은 예측의 달인인 천재여서 모든 것이 권태롭고 따분하기만 합니다. 철저히 가면을 쓰고 겸손으로 무장하고 늘 한걸음 물러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도 믿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해 초지성이 탄생하면 자신의 권태로움을 덜어주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예측 불능조차 설명 가능한 예측 불능일 뿐이니 말입니다. 그런 그에게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서비스를 비즈니스로 만들 기회가 옵니다. 그동안 가공의 캐릭터 인공지능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실재하는 인물을 인공지능으로 만드는 겁니다. 역사적 인물도 인공지능으로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우선 프로토타입을 하나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그 대상으로 6년 전 스물다섯의 나이에 게임이랑 드론을 연동시켜 레벨 높은 게이머를 접속시키고 자살 중계한 사건의 당사자 미즈시나 하루가 선택됩니다. 당시 그녀는 암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은둔형 외톨이였던 하루가 왜 그토록 화려한 자살극을 보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루의 인물상을 연구하게 된 구도. 하루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싶은 구도는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를 하나씩 알아나갑니다. 단단한 껍데기를 걸친 하루에게 어느새 사랑을 느끼게 될 지경입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기에 인공지능으로라도 꼭 그녀를 만나고 싶은 구도.

 

 

 

 

하루와 깊이 관련한 인물이지만 행방을 알 수 없는 '아메'라는 인물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하루의 과거를 캐고 다니지 말라며 생명의 위협을 하는 협박까지 받다 결국 납치되는 사건까지 생깁니다. 협박범과 아메의 정체, 하루의 게임에 숨겨진 메시지 등 하루와 관련한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이 드러납니다.

 

 

인공지능화된 하루와 연애하기 위해 사활을 건 구도의 마음은 추악한 욕망일 뿐인지, 순수한 사랑의 형태인지. 인공지능과의 사랑에 관한 소재는 이미 영화 소재로도 선보였기에 독특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구도 겐' 인물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소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에 등장하는 여러 유형의 폐인들은 부모와 친구 관계에서 자의든 타의든 배제된 인물들입니다. 구도 역시 자기방어를 위해 사회적 가면을 쓴 인물입니다. 사랑조차 믿지 않은 그가 이미 죽은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쓰키 유 작가의 데뷔작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는 결말을 접할 즈음에야 제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급작스러운 감정 변화가 훅 일어나며 연결고리가 아쉬운 장면은 있었지만, 하루의 비밀과 구도의 성장과정만큼은 인상 깊게 남은 소설입니다. 인공지능과 현실의 인간 사회의 공존, 인간관계의 의미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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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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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원작 출간 후 마쓰야마 겐이치, 나가사쿠 히로미, 아오이 유우 주연의 영화(남의 섹스를 비웃지마 Don't Laugh At My Romance, 2007)로도 제작된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2005년 국내 번역판으로 출간되었다가 13년 만에 예쁜 옷을 입은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외로운가 보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결혼한 여자였지만.

 

속눈썹이 예쁜 여자. 눈가의 주름도 예쁜 여자. 하지만 결혼한 여자. 미술전문학교 강사인 서른아홉 살 유리. 그녀의 무심한 고백에 끌려 유리에게 사로잡히는 열아홉 살 이소가이.

 

스승과 제자, 연상연하, 불륜. 소재만으로는 막장 드라마급입니다. 하지만 야마자키 나오코라 작가는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는 제목처럼 사랑의 과정 그 자체에만 주목했습니다. 시작하는 열정적인 이유도, 끝나는 이유도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선 이유도 모른 채 관계에 스며드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사랑은 끝났지만 동반자로서 중요한 사람이란 말이죠?" 사랑의 시작에선 이런 생각을 합니다. 유리와 남편의 관계, 나(이소가이)와 유리의 관계를 별개로 보며 인간관계는 언제나 일대일이라는 것을. 어린애 데리고 노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리광과 나약함이 보이는 유리. 유리에게 이소가이의 존재는 뭘까요. 쓸쓸할 때만 생각나는 사람인 걸까. 소중한 사람의 품 속에 있다가도 어느새 빠져나갑니다.

 

 

 

인생 경험 풍부한 여자 앞에서 남자는 아직 애송이에 불과하다고 자조하면서도 유리에게 빠져듭니다. 사랑이 아닌 집착일 뿐일까 싶다가도 정이라고도 사랑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 없는 애틋한 마음을 정의하기도 힘듭니다. 할 수 있는 배려를 하면서도, 갑자기 혼자가 되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강한 마음을 지닌 채 만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런 식으로 사랑이 조금씩 식어가는 것일지도.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는 끈적거리거나 활활 타오르는 불꽃 대신 감정을 무리하게 지우지 않으려 하는 이소가이와 유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신 그들이 보여준 형태의 사랑을 얕잡아볼 수 없게 합니다. 불타올랐다 식는 관계의 시작과 변화와 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만큼은 진실하니까요. 제목은 도발적이지만, 타인의 '사랑'을 비웃을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진부한 소재를 초점만 달리하니 이렇게 색다른 소설이 탄생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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