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2004년 원작 출간 후 마쓰야마 겐이치, 나가사쿠 히로미, 아오이 유우 주연의 영화(남의 섹스를 비웃지마 Don't Laugh At My Romance, 2007)로도 제작된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2005년 국내 번역판으로 출간되었다가 13년 만에 예쁜 옷을 입은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외로운가 보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결혼한 여자였지만.

 

속눈썹이 예쁜 여자. 눈가의 주름도 예쁜 여자. 하지만 결혼한 여자. 미술전문학교 강사인 서른아홉 살 유리. 그녀의 무심한 고백에 끌려 유리에게 사로잡히는 열아홉 살 이소가이.

 

스승과 제자, 연상연하, 불륜. 소재만으로는 막장 드라마급입니다. 하지만 야마자키 나오코라 작가는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는 제목처럼 사랑의 과정 그 자체에만 주목했습니다. 시작하는 열정적인 이유도, 끝나는 이유도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선 이유도 모른 채 관계에 스며드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사랑은 끝났지만 동반자로서 중요한 사람이란 말이죠?" 사랑의 시작에선 이런 생각을 합니다. 유리와 남편의 관계, 나(이소가이)와 유리의 관계를 별개로 보며 인간관계는 언제나 일대일이라는 것을. 어린애 데리고 노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리광과 나약함이 보이는 유리. 유리에게 이소가이의 존재는 뭘까요. 쓸쓸할 때만 생각나는 사람인 걸까. 소중한 사람의 품 속에 있다가도 어느새 빠져나갑니다.

 

 

 

인생 경험 풍부한 여자 앞에서 남자는 아직 애송이에 불과하다고 자조하면서도 유리에게 빠져듭니다. 사랑이 아닌 집착일 뿐일까 싶다가도 정이라고도 사랑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 없는 애틋한 마음을 정의하기도 힘듭니다. 할 수 있는 배려를 하면서도, 갑자기 혼자가 되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강한 마음을 지닌 채 만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런 식으로 사랑이 조금씩 식어가는 것일지도.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는 끈적거리거나 활활 타오르는 불꽃 대신 감정을 무리하게 지우지 않으려 하는 이소가이와 유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신 그들이 보여준 형태의 사랑을 얕잡아볼 수 없게 합니다. 불타올랐다 식는 관계의 시작과 변화와 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만큼은 진실하니까요. 제목은 도발적이지만, 타인의 '사랑'을 비웃을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진부한 소재를 초점만 달리하니 이렇게 색다른 소설이 탄생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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