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이쓰키 유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화한다는 소재만으로 흥미를 끈 일본소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2016년 제36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입니다.

 

 

 

"게임은 하나의 세계다.현실 세계가 허무하다면 다른 세계에서 지내면 된다."

 

2014년. 드론에 카메라와 총을 달아 자살을 생중계한 게임 개발자, 미즈시나 하루. 그녀는'아메'라는 말을 내뱉고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이 드론을 조종하던 게이머는 열네 살 소년. 게임 속 드론의 명수인 소년은 게임 중 갑자기 생긴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목표물을 명중했던 겁니다.

 

 

6년 후. 알파고처럼 바둑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인공지능 연애 앱 개발자인 구도 겐은 예측의 달인인 천재여서 모든 것이 권태롭고 따분하기만 합니다. 철저히 가면을 쓰고 겸손으로 무장하고 늘 한걸음 물러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도 믿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발달해 초지성이 탄생하면 자신의 권태로움을 덜어주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예측 불능조차 설명 가능한 예측 불능일 뿐이니 말입니다. 그런 그에게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되살리는 서비스를 비즈니스로 만들 기회가 옵니다. 그동안 가공의 캐릭터 인공지능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실재하는 인물을 인공지능으로 만드는 겁니다. 역사적 인물도 인공지능으로 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우선 프로토타입을 하나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그 대상으로 6년 전 스물다섯의 나이에 게임이랑 드론을 연동시켜 레벨 높은 게이머를 접속시키고 자살 중계한 사건의 당사자 미즈시나 하루가 선택됩니다. 당시 그녀는 암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은둔형 외톨이였던 하루가 왜 그토록 화려한 자살극을 보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루의 인물상을 연구하게 된 구도. 하루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싶은 구도는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를 하나씩 알아나갑니다. 단단한 껍데기를 걸친 하루에게 어느새 사랑을 느끼게 될 지경입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기에 인공지능으로라도 꼭 그녀를 만나고 싶은 구도.

 

 

 

 

하루와 깊이 관련한 인물이지만 행방을 알 수 없는 '아메'라는 인물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하루의 과거를 캐고 다니지 말라며 생명의 위협을 하는 협박까지 받다 결국 납치되는 사건까지 생깁니다. 협박범과 아메의 정체, 하루의 게임에 숨겨진 메시지 등 하루와 관련한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이 드러납니다.

 

 

인공지능화된 하루와 연애하기 위해 사활을 건 구도의 마음은 추악한 욕망일 뿐인지, 순수한 사랑의 형태인지. 인공지능과의 사랑에 관한 소재는 이미 영화 소재로도 선보였기에 독특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구도 겐' 인물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소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에 등장하는 여러 유형의 폐인들은 부모와 친구 관계에서 자의든 타의든 배제된 인물들입니다. 구도 역시 자기방어를 위해 사회적 가면을 쓴 인물입니다. 사랑조차 믿지 않은 그가 이미 죽은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쓰키 유 작가의 데뷔작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는 결말을 접할 즈음에야 제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급작스러운 감정 변화가 훅 일어나며 연결고리가 아쉬운 장면은 있었지만, 하루의 비밀과 구도의 성장과정만큼은 인상 깊게 남은 소설입니다. 인공지능과 현실의 인간 사회의 공존, 인간관계의 의미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