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를 하다 - 우리의 몫을 찾기 위해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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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뭘까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이론적인 개념으로서의 정치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성, 정치를 하다>에 등장하는 21명의 여성들은 막연하거나 혹은 식상한 정치를 거부하고 현실과 밀접한 정치를 보여줍니다. 직접 관여하고 행동함으로써 말이죠. 무엇보다도 직업적 정치인 뿐만 아니라 각자 머무는 자신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성들의 생애를 복원하는데 힘쓰는 장영은 교수는 여성이 여성의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사회적 실천들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합니다. 법률, 행정, 문학, 예술, 교육, 언론, 종교,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들이 바로 정치인인 겁니다. 저자는 이들의 도전으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여성, 정치를 하다>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는 대신, 왜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드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차별, 멸시, 가난, 고독, 생명의 위협 등을 겪으면서도 왜 그들은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섰을까요.


78651이라는 숫자가 팔에 새겨진 아우슈비츠 생존자 시몬 베유는 프랑스의 존경받는 위인들이 안장되는 판테온에 안장되었습니다. 시몬 베유는 여성해방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인물입니다. 프랑스인들이 '베유 법'이라 부르는 '임신 중단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시몬 베유는 평생 자신의 기억을 부정하지 않으며, 역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위엄을 지켰습니다.


1945년에 출간된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의 동화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새로운 면모도 발견합니다. 어른들의 세계를 거침없이 흔들었던 말괄량이 삐삐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캐릭터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이면서도 당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을 강력하게 비판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정치 행위 사례를 소개합니다. 명성 드높은 작가가 어떻게 정치적 글쓰기를 예리하게 펼치며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 만날 수 있습니다.


케테 콜비츠의 그림은 정말 강렬합니다. 「전쟁은 이제 그만」 (1924) 작품은 이 책의 표지에도 사용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몸소 겪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펼친 케테 콜비츠. 아들과 손자를 전쟁으로 잃었고, 반파시즘 연대를 추진하다 히틀러 정권으로부터 핍박받은 독일 예술가입니다. "내가 작업을 할 수 있는 한 나의 예술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야말로 정치의 출발점임을, 기꺼이 예술과 정치를 결합했습니다.


포크 가수 존 바에즈의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시민권 운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에 감화해 운동가들과 동고동락했던 인물입니다. 노래와 정치를 분리하지 않은 실천적 정치를 하다 보니 반항적이며 비주류파 여성으로 호도되기도 했지만, 굳건한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여전히 노력합니다.


시각 장애에 국한해 바라봤던 헬렌 켈러의 스토리도 놀랍습니다. 1937년 식민지 조선을 방문해 "교육을 주라!"고 조선 사회를 향해 호소했고, 이후 여성 참정권 획득, 인종 차별 철폐, 아동 노동 폐지 등 사회 현안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던 인물입니다. 특별한 장애인으로만 취급하고 싶어 했던 사회 분위기에서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에 뛰어든 용기 있는 행동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 폭력 생존자에서 칠레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된 미첼 바첼레트, 다큐멘터리 기획자가 된 미셸 오바마, 자신의 말과 글로 정치에 참여한 언론인 팔라치, 타이완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 그리스의 민주주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애쓴 유명 배우 멜리나 메르쿠리 등 21명의 여성들이 펼치는 정치적 행위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여성, 정치를 하다>. 2021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맞춰 출간된 책으로, 이 세상 여성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가도록 응원합니다. 저마다의 삶에서 전해지는 진한 감동에 푹 빠져든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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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쉽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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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나온 국내 최초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이 꾸준히 리뉴얼 되고 있는데요,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 덕분에 그동안 못 읽은 책도 다시 한 번 눈길을 끄는 효과가!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스 크리스의 <살인은 쉽다>, <열세 가지 수수께끼>,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가 최근 새 옷을 입고 출간되어 저도 한 권씩 읽고 있습니다.


<살인은 쉽다> 원작소설에는 푸아로도 마플도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을 각색한 줄리아 맥켄지 주연의 마플 시리즈 (Agatha Christie's Marple 2004-2013) 시즌 4에 등장한 에피소드에는 마플도 등장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루크 역을 맡았습니다.


추리 소설하면 기차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후광이 워낙 커서일까요. 한번 출발하면 멈추기 전까진 밀실 효과를 톡톡히 내기에 열차의 매력은 추리소설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소설에서 기차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아닙니다.


<살인은 쉽다>는 1939년에 출간된 소설로 Murder is easy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은퇴 경찰 루크가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할머니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의심하는 사람이 없는 한 살인은 아주 쉽답니다."라고 말이죠. 할머니는 마을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들이 연쇄 살인범의 짓이라며 런던 경시청에 신고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루크는 그 할머니가 런던 경시청에 도착하지 못한 채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는 걸 신문에서 발견합니다. 게다가 대화를 하며 언급했던 이름도 며칠 뒤 부고란에서 발견되자 이 사건에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당시 할머니는 다음 번 희생자 역시 누구일지 안다고 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 실제로 죽은 겁니다.


그저 기막힌 우연일까요, 할머니가 했던 말이 진실일까요. 그렇게 많이 죽이고도 무사히 빠져나간다는 게 어려울거라 생각되지만, 할머니가 말한대로 살인은 정말 쉬운 걸까요. 루크는 이 사건이 조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위치우드 시골 마을로 향합니다.


감기약과 염색약을 잘못 구분하고 마셔 죽은 에이미, 창문에서 추락사한 토미, 다리에서 추락사한 해리, 패혈증으로 죽은 험블비 박사, 차 사고로 죽은 핀커튼 부인 등 죽은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일은 그저 불행한 사고였을 뿐 살인은 없었다고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뭔가 찝찝한 구석을 남깁니다.


그 마을에 사는 친구 사촌의 도움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작전 계획을 짜는 루크.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하나 둘 만나보며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지금으로치면 범죄심리학자의 프로파일링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한 명 한 명을 용의선상에 세우고 추리하며 지워나가는 방식입니다. 요즘 미스터리 소설과는 달리 정통 추리 소설의 맛이 바로 이거지요. 루크가 아는 정보는 독자와 같기 때문에 독자 역시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기분입니다. 루크보다 더 똑똑한 추리 도우미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얼마나 쉽게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 확신이 얼마나 큰 독이 되는지, 무엇보다도 살인의 동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일상의 증오를 대면하는 <살인은 쉽다>. 오랜만에 읽은 정통 추리소설의 맛, 담백하고 시원시원함이 역시 최고입니다.


"어떤 사람도 타인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는 못해요."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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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엄마
김정미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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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무한도전>, <꽃보다 시리즈>, <남자의 자격> 등 예능방송 작가 김정미 저자. 촬영차 해외 곳곳을 다닐 기회가 많았기에 여행을 좋아하고 잘하지만, 정작 엄마와의 여행에는 인색했습니다. 김정미 여행사는 가족, 친구, 지인들의 여행 일정을 짜주고 동반 여행을 다녀오기 했지만 엄마와는 기약 없는 약속만 계속되었을 뿐.


유일하게 비빌 언덕이자 버팀목인 엄마. 저도 참 많이 비볐습니다. 나이가 드니 딸을 생각해 배려해 주셨던 행동들의 의미를 하나씩 깨달아갑니다. 결혼한 딸의 신경을 하나라도 덜 쓰게 하려고 먼 길 안 와도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고, 너희 가족 건강한 게 제일 감사한 거라며 말 그대로 돈 드는 건 일절 신경 쓰지 못하게 매번 먼저 말을 꺼내셨던 엄마. 하지만 엄마도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것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누릴 줄 왜 모르겠어요. 그 배려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시절이 부끄럽습니다.


<꽃보다 엄마>의 모녀도 여느 모녀지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엄마의 암 진단을 계기로 변화를 맞이합니다. 환갑맞이 여행 대신 폐암 수술을 받은 엄마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마침 <무한도전> 종영이 되며 잠정적 백수가 되면서 드디어 오로지 엄마를 위한 김정미 여행사를 오픈합니다.


"다른 나라 가도 어떵 안 해(괜찮아). 넌 이탈리아랑 스위스 여러번 가봐시난(가봤으니까) 또 가면 재미없네. 엄마는 집 밖에만 나가면 아무 데나 좋으난 너가 가고 싶은 곳으로 정해부러." 이 세상 엄마들의 대표 자질, 은유와 반어가 난무하는 대사치기. 엄마는 아무 나라나 가도 괜찮다는 표면에 숨은 속뜻을 잘 눈치채야 하지요.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일정에 콕 집어넣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엄마를 떠올리게 하고 엄마와의 여행을 꿈꾸게 할 수도 있는 특별한 여행. 경유지를 통해 약 19시간이라는 긴 비행 끝에 드디어 이탈리아 도착,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됩니다. 화장실은 가고 싶지 않아도 휴게소는 궁금했던 엄마, 한국엔 없는 메뉴니 특이하다며 선뜻 고르는 엄마.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엄마의 취향과 호기심을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현실 모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 뭘까요. 잘 해야지 하다가도 불쑥 화를 내고 마는 일이지요.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데도 서운하고 욱해버립니다. 엄마에게 가장 하지 않는 말 중에 한 마디가 '미안해' 이기도 하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먼저 손 내미는 건 엄마입니다. 엄마 찬스는 쇼핑할 때만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


여행 중 예상 시나리오를 벗어나는 일도 빠지면 섭섭하죠. 평생 걱정할 거리를 하루 만에 다 했다는 엄마의 말처럼 기차를 놓치고 일정이 틀어지는 상황을 겪은 날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 엄마의 가슴앓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의 마음을 진하게 느낍니다.


그럼에도 계획에 없던 도시를 가자고 할 정도로 즉흥적으로 대처하기도 하면서 점점 자유여행을 즐기게 되는 엄마. 스위스 온 게 꿈만 같다며 아침부터 싱글벙글인 엄마, 가게에서 깎아달라고 말해보고 싶었다며 갑자기 흥정을 시도하던 엄마...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엄마의 소녀 같은 미소를 만나는 기회가 된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 긴 비행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태블릿을 사서 영상을 집어넣는 센스를 발휘하고, 좀 더 예쁜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기 위해 핸드폰도 최신 기종으로 바꾼 저자의 마음 하나하나 공감됩니다. 꼭 해봐야 하는 머스트 두 대신 엄마가 하고 싶은 머스트 두를 위해 보조 맞춘 김정미 여행사입니다.


엄마와의 여행기 곳곳에 여행 팁도 깨알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장롱면허여서 렌터카 여행은 못했지만 직접 운전하는 걸 추천하는 지역이 있다면 따로 코멘트를 해두기도 하고, 단체 투어를 이용할 때도 경험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팁을 쏟아냅니다.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딸들이 꼭 명심해야 할 마음가짐과 노하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소중한 팁입니다.


예능 방송작가 특유의 입담은 <꽃보다 엄마>에서도 터져 읽는 내내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 되었어요. 건강을 잃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여행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지금 안 되는 이유만 줄줄이 생각하며 미뤄왔던 엄마와의 여행. 게다가 설마 하늘길이 막힐 줄 누가 상상했을까요. 코로나로 먼 여행길이 막혀 못 가는 것처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지금 바로 가까운 곳으로라도 계획을 세워보세요.


"단 한 번도 자식에게 '갑'이 되어본 적 없는 엄마를 딱 한 번만 '갑'으로 모셔보는 거예요. 살면서 허구한 날 '을'로 살던 자식들이 유일하게 엄마한테만은 '갑' 행세를 하잖아요. 그러니 엄마는 누구에게도 '갑'인 적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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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 행복을 나눠주는 남자 정광호가 전하는 치유의 명상 에세이 그림찻방 시리즈 2
정광호 지음, 김창배 그림 / 로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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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깊은 차향이 솔솔 나는 듯한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코로나 블루로 심신이 지친 요즘, 우울감을 싹 날려버리고 일상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청아한 차 한 잔과 빛명상으로 말이지요.


건강과 행복을 위해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힐링 요법 중 하나인 명상의 장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자연, 종교, 과학을 초월하는 동시에 포용하는 우주 근원의 힘, 빛 viit을 이용한 빛명상도 있습니다. 


올바른 침향 문화 정립과 청소년 인성 차명상 학교를 운영하며 빛명상과 차명상을 통해 친근한 생활명상을 알려주는 정광호 저자는 <향기와 빛명상이 있는 그림찻방>에 이어 그림찻방 시리즈 두 번째 책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으로 이번에도 힐링을 안겨줍니다.


저는 표지를 보고 먼저 반했었는데요. 풍속화 분위기가 참 정겹더라고요. 알고 보니 단원 김홍도 선생 일가인 담원 김창배 교수님의 그림입니다.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에는 저자의 담백한 글에 딱 어우러지는 담원 김창배 화가의 소박한 그림, 그림찻방이 있는 빛터의 사계 풍경 사진이 실려있어 한 권의 예술 책을 보는 느낌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펼쳐 읽으면 됩니다. 차 한 잔 마실 때마다 함께 하면 마음이 더욱 풍요로워질 겁니다. 맑고 밝은 마음으로 심신 정화 에너지를 품은 책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은 빛명상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빛명상은 흔히 알고 있는 명상 자세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대신 빛의 가치를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생명 근원의 힘인 빛의 기운으로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제가 원하는 시간대에 빛이 들어오질 않아서, 대신 자주 다니는 동네카페는 빛이 들어오는 창가 쪽 자리를 지정석으로 삼았습니다. 매번 햇살이 찐하게 들어오는 시간대에 가서 차 한잔하고 오는 게 중요한 루틴으로 자리 잡혔지요. 인공조명 시대에 빛이 주는 반짝임과 빛으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그림자에 집착하다 보니, 차와 빛의 향연을 보여주는 이 책은 제 취향과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빛명상은 무엇이 이루어지거나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내가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빛명상을 하다 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빛명상은 종교적 호칭이 아닙니다. 명상, 기도, 침묵 등 뭐라고 부르든 상관은 없겠지요.


핵심은 자연과 자신에 대한 감사함에 있습니다. 심신이 지쳐있을 때 오히려 하기 힘든 게 바로 감사한 마음일 겁니다. 그렇기에 빛명상을 통해 의도적으로 나를 돌봐야 합니다. 근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그 자체로 치유 에너지가 있으니까요.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오감을 일깨우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생활명상으로서의 빛명상을 하는 방법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전혀 어려울 게 없는 방법이어서 2분의 짧은 시간만 내면 됩니다.


빛명상은 비움의 시간입니다. 번잡한 마음을 덜어내는 마음입니다. 근원에 대한 감사를 통해 실천할 수 있습니다.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품은 담백한 글귀가 가득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얼마나 평소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요즘은 감사일기가 필사처럼 유행이기도 하지요. 긍정습관으로 좋은 감사일기의 효용을 실천하고 있다면 그 루틴에 빛명상도 더해보세요.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은 자연의 정취를 고스란히 풍기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장독대, 감꽃 목걸이, 빛터의 단골 벗 산새 등 빛터 찻방 이야기가 참 정겹습니다. 이로운 성분을 가진 음식 이야기도 있고, 향긋한 차 사진도 많이 실려있습니다. 학교에서 매화꽃을 찍어온 아들 덕분에 책에 등장하는 매화차는 어떤 맛일지 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소중한 것을 잊고 살다 보니 물과 빛과 공기의 고마움은 더더욱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무심한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고,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행복해집니다. 그렇기에 나 자신을 위한 말 한마디로 스스로 충분히 내면을 보듬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빛이 더해지면 더 충만해집니다. 거기에 그윽한 내음을 풍기는 차명상을 더하면 금상첨화지요.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은 오늘도 감사한 하루, 행복한 하루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길잡이가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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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 아이언맨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함께 만나는 필름 속 인문학
라이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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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쇼펜하우어, 니체 등 철학의 거장들이 영화를 본다면 장면마다 새겨진 의미를 자신의 사상으로 풀어내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처럼 철알못은 이해하기 힘들듯싶습니다.


유튜브 영화 전문 채널 '라이너의 컬쳐쇼크'를 운영하는 라이너는 철학적 사유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펼쳐 보입니다. 영화라는 언어로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흥미진진함을 유지하면서!


영화를 심리학 분야에서 접근해 이야기하는 책은 읽어봤지만 철학을 동원한 책은 처음 읽어봅니다. 고전 명작부터 최근 개봉한 작품까지 영화 11편과 11명의 유명 철학자를 짝지은 <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 저자의 철학 스키마와 영화 칼럼니스트로서 친근한 문체가 어우러져 흥미로운 인문학 책이 탄생했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기생충', '그래비티' 등 영화를 가끔이라도 즐기는 분이라면 봄직한 영화들도 있고, 고전 명작 '12인의 성난 사람들'처럼 영화광이 아니라면 낯선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은 들어본 영화여서 친숙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도 11편의 영화마다 철학자의 매치가 절묘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렵고 낯선 조합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만한 조합을 선보이고 있어 인문학의 진입 장벽을 낮춥니다.


관심 가는 챕터부터 읽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저주받은 걸작 '블레이드 러너' 편이 궁금했는데요. 원작 소설인 필립 K. 딕의 SF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도 책장에 잘 꽂아둘 정도로 애착 있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인간과 유사하게 만든 복제품 리플리컨트의 폭동 이후 공감능력 테스트로 구분해 리플리컨트를 폐기하는 조치를 시행합니다. 그런데 연민과 동정이라는 공감능력은 인간도 저마다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미세한 차이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애초에 공감능력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인지, 공감능력이 부족한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서 안개 속을 헤매는 듯 명쾌하지 못했던 생각을 라이너 저자가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플라톤의 사상이 등장합니다. 인간은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존재로 인간의 이원성을 주장하는 플라톤의 시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데아, 본질, 관념이 현상보다 우선한다는 오래된 인식으로 인해 원본과 복제품을 논할 수 있었지만, 현대사회는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가 없고 복제품이 원본을 대신하는 세상이라는 겁니다. 현대 철학자들은 원본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리플리컨트는 인간일까요. 복제품이 가득한 현대사회에 리플리컨트의 은유가 주는 의미를 생각하도록 끌고 가는 저자의 전개가 마음에 쏙 듭니다.


SF 장르의 매력에 대해 라이너 저자가 하는 말도 공감됩니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과 해답을 끌어내는 SF처럼 철학도 그렇다고 하네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 철학입니다. 철학과 과학의 닮음을 이렇게 이야기하니 더 친근해집니다. 이를 잘 섞은 영화가 '매트릭스'입니다. 당시엔 그냥 유행하니까 봤었던 터라 그 의미를 이해하진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매트릭스에 담긴 깊은 의미를 엿볼 수 있었어요.


근래 들어 가장 많이 입에 오른 영화 '기생충'은 헤겔의 변증법을 통해 설명합니다. 철학사 책을 읽을 땐 이해하기 힘들었던 난해한 철학언어가 한결 수월하게 느껴지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설국열차' 시리즈를 보고 있고, 봉준호 감독판의 '설국열차'도 재밌게 봤는지라 '설국열차'와 마르크스 사회주의 혁명의 의미를 엮은 챕터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놓쳤던 의미를 이 책에서 콕콕 짚어주고 있어 정말 황홀했어요. 애매하게 이해 안 되던 부분이 덕분에 이해되니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의식, 그 해답을 찾아가는데 핵심 요소로 등장하는 철학. 둘의 조합이 참 좋습니다. <영화 유튜버 라이너의 철학 시사회>로 영화 감상의 눈을 키워보세요. 낯선 시선으로 마주하니 이미 본 영화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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