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엄마
김정미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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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무한도전>, <꽃보다 시리즈>, <남자의 자격> 등 예능방송 작가 김정미 저자. 촬영차 해외 곳곳을 다닐 기회가 많았기에 여행을 좋아하고 잘하지만, 정작 엄마와의 여행에는 인색했습니다. 김정미 여행사는 가족, 친구, 지인들의 여행 일정을 짜주고 동반 여행을 다녀오기 했지만 엄마와는 기약 없는 약속만 계속되었을 뿐.


유일하게 비빌 언덕이자 버팀목인 엄마. 저도 참 많이 비볐습니다. 나이가 드니 딸을 생각해 배려해 주셨던 행동들의 의미를 하나씩 깨달아갑니다. 결혼한 딸의 신경을 하나라도 덜 쓰게 하려고 먼 길 안 와도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고, 너희 가족 건강한 게 제일 감사한 거라며 말 그대로 돈 드는 건 일절 신경 쓰지 못하게 매번 먼저 말을 꺼내셨던 엄마. 하지만 엄마도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것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누릴 줄 왜 모르겠어요. 그 배려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시절이 부끄럽습니다.


<꽃보다 엄마>의 모녀도 여느 모녀지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엄마의 암 진단을 계기로 변화를 맞이합니다. 환갑맞이 여행 대신 폐암 수술을 받은 엄마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마침 <무한도전> 종영이 되며 잠정적 백수가 되면서 드디어 오로지 엄마를 위한 김정미 여행사를 오픈합니다.


"다른 나라 가도 어떵 안 해(괜찮아). 넌 이탈리아랑 스위스 여러번 가봐시난(가봤으니까) 또 가면 재미없네. 엄마는 집 밖에만 나가면 아무 데나 좋으난 너가 가고 싶은 곳으로 정해부러." 이 세상 엄마들의 대표 자질, 은유와 반어가 난무하는 대사치기. 엄마는 아무 나라나 가도 괜찮다는 표면에 숨은 속뜻을 잘 눈치채야 하지요.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일정에 콕 집어넣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엄마를 떠올리게 하고 엄마와의 여행을 꿈꾸게 할 수도 있는 특별한 여행. 경유지를 통해 약 19시간이라는 긴 비행 끝에 드디어 이탈리아 도착,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됩니다. 화장실은 가고 싶지 않아도 휴게소는 궁금했던 엄마, 한국엔 없는 메뉴니 특이하다며 선뜻 고르는 엄마.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엄마의 취향과 호기심을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현실 모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 뭘까요. 잘 해야지 하다가도 불쑥 화를 내고 마는 일이지요.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데도 서운하고 욱해버립니다. 엄마에게 가장 하지 않는 말 중에 한 마디가 '미안해' 이기도 하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먼저 손 내미는 건 엄마입니다. 엄마 찬스는 쇼핑할 때만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


여행 중 예상 시나리오를 벗어나는 일도 빠지면 섭섭하죠. 평생 걱정할 거리를 하루 만에 다 했다는 엄마의 말처럼 기차를 놓치고 일정이 틀어지는 상황을 겪은 날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 엄마의 가슴앓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엄마의 마음을 진하게 느낍니다.


그럼에도 계획에 없던 도시를 가자고 할 정도로 즉흥적으로 대처하기도 하면서 점점 자유여행을 즐기게 되는 엄마. 스위스 온 게 꿈만 같다며 아침부터 싱글벙글인 엄마, 가게에서 깎아달라고 말해보고 싶었다며 갑자기 흥정을 시도하던 엄마... 또 다른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엄마의 소녀 같은 미소를 만나는 기회가 된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 긴 비행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태블릿을 사서 영상을 집어넣는 센스를 발휘하고, 좀 더 예쁜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기 위해 핸드폰도 최신 기종으로 바꾼 저자의 마음 하나하나 공감됩니다. 꼭 해봐야 하는 머스트 두 대신 엄마가 하고 싶은 머스트 두를 위해 보조 맞춘 김정미 여행사입니다.


엄마와의 여행기 곳곳에 여행 팁도 깨알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장롱면허여서 렌터카 여행은 못했지만 직접 운전하는 걸 추천하는 지역이 있다면 따로 코멘트를 해두기도 하고, 단체 투어를 이용할 때도 경험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팁을 쏟아냅니다.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딸들이 꼭 명심해야 할 마음가짐과 노하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소중한 팁입니다.


예능 방송작가 특유의 입담은 <꽃보다 엄마>에서도 터져 읽는 내내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 되었어요. 건강을 잃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여행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지금 안 되는 이유만 줄줄이 생각하며 미뤄왔던 엄마와의 여행. 게다가 설마 하늘길이 막힐 줄 누가 상상했을까요. 코로나로 먼 여행길이 막혀 못 가는 것처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지금 바로 가까운 곳으로라도 계획을 세워보세요.


"단 한 번도 자식에게 '갑'이 되어본 적 없는 엄마를 딱 한 번만 '갑'으로 모셔보는 거예요. 살면서 허구한 날 '을'로 살던 자식들이 유일하게 엄마한테만은 '갑' 행세를 하잖아요. 그러니 엄마는 누구에게도 '갑'인 적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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