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쉽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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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나온 국내 최초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들이 꾸준히 리뉴얼 되고 있는데요,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 덕분에 그동안 못 읽은 책도 다시 한 번 눈길을 끄는 효과가!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스 크리스의 <살인은 쉽다>, <열세 가지 수수께끼>, <마지막으로 죽음이 오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가 최근 새 옷을 입고 출간되어 저도 한 권씩 읽고 있습니다.


<살인은 쉽다> 원작소설에는 푸아로도 마플도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을 각색한 줄리아 맥켄지 주연의 마플 시리즈 (Agatha Christie's Marple 2004-2013) 시즌 4에 등장한 에피소드에는 마플도 등장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루크 역을 맡았습니다.


추리 소설하면 기차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후광이 워낙 커서일까요. 한번 출발하면 멈추기 전까진 밀실 효과를 톡톡히 내기에 열차의 매력은 추리소설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소설에서 기차는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아닙니다.


<살인은 쉽다>는 1939년에 출간된 소설로 Murder is easy 제목부터 강렬합니다. 은퇴 경찰 루크가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할머니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의심하는 사람이 없는 한 살인은 아주 쉽답니다."라고 말이죠. 할머니는 마을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들이 연쇄 살인범의 짓이라며 런던 경시청에 신고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루크는 그 할머니가 런던 경시청에 도착하지 못한 채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는 걸 신문에서 발견합니다. 게다가 대화를 하며 언급했던 이름도 며칠 뒤 부고란에서 발견되자 이 사건에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당시 할머니는 다음 번 희생자 역시 누구일지 안다고 했었는데 바로 그 사람이 실제로 죽은 겁니다.


그저 기막힌 우연일까요, 할머니가 했던 말이 진실일까요. 그렇게 많이 죽이고도 무사히 빠져나간다는 게 어려울거라 생각되지만, 할머니가 말한대로 살인은 정말 쉬운 걸까요. 루크는 이 사건이 조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위치우드 시골 마을로 향합니다.


감기약과 염색약을 잘못 구분하고 마셔 죽은 에이미, 창문에서 추락사한 토미, 다리에서 추락사한 해리, 패혈증으로 죽은 험블비 박사, 차 사고로 죽은 핀커튼 부인 등 죽은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일은 그저 불행한 사고였을 뿐 살인은 없었다고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뭔가 찝찝한 구석을 남깁니다.


그 마을에 사는 친구 사촌의 도움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작전 계획을 짜는 루크.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하나 둘 만나보며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지금으로치면 범죄심리학자의 프로파일링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한 명 한 명을 용의선상에 세우고 추리하며 지워나가는 방식입니다. 요즘 미스터리 소설과는 달리 정통 추리 소설의 맛이 바로 이거지요. 루크가 아는 정보는 독자와 같기 때문에 독자 역시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기분입니다. 루크보다 더 똑똑한 추리 도우미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얼마나 쉽게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 확신이 얼마나 큰 독이 되는지, 무엇보다도 살인의 동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일상의 증오를 대면하는 <살인은 쉽다>. 오랜만에 읽은 정통 추리소설의 맛, 담백하고 시원시원함이 역시 최고입니다.


"어떤 사람도 타인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는 못해요." -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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