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피부 여행 - 생명의 보호벽, 피부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매력적인 여행
옐 아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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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연스러운 노화조차도 이왕이면 예쁘게 주름 잡히고, 얼룩덜룩한 색소침착은 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인데요. 영혼의 거울이라는 피부, 어떻게 관리해야 피부 트러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독일의 '타임'지 격인 '슈피겔' 종합 1위에 등극할 정도로 핫 인기를 얻은, 옐 아들러 피부과전문의 책 <매력적인 피부 여행>. 지금까지 피부 관련 책을 몇 권 봤지만, 이 책에서 또 다른 새롭고 재미있는 지식 정보를 마구마구 접할 수 있었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부위가 대부분이라 인상마저 결정짓는 피부. 우리 몸과 피부는 여전히 석기시대에 맞춰져 있는데 시멘트 정글로 바꾼 이후 방어막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책에서도 읽은 바 있는데 이 책도 우리 몸과 생활의 괴리로 인한 문제를 깔고 설명합니다.

 

 

 

영혼의 결핍, 스트레스, 정신적 균형 상실, 신체기관, 섭식을 모두 담고 있는 피부. 먼저 피부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아야 피부관리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돼 괜한 헛짓 안 할 수 있답니다. 옐 아들러 피부과전문의는 피부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하 3층짜리 주차장으로 비유해 설명하고 있어요.

 

지하 1층 표피에서는 비듬, 주름, 피부색을.
층과 층 사이 기저막에서는 점, 기미, 물집, 상처, 흉터, 튼 자국을.
지하 2층 진피에서는 샘과 분비물을.
지하 3층 피하조직에서는 셀룰라이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상식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 중 많은 정보가 헛소리였다는 걸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피지 조절 화장품? 피지선은 지하 2층에 있는데 그곳까지 도달하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병원 여드름 치료제도 피부 속 침투는 못 하는 거라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게다가 비듬, 각질이 생기면 건성 피부라고 생각해 유분기 있는 제품을 덕지덕지 바르지만, 피지 과다의 지루성 피부도 많으니 악순환의 반복을 자초하게 되는 겁니다.

 

사춘기 피부 고민의 1등, 여드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산처럼 생각하라고 하라는데요, 안에서 터지면 비상! 흉터로 남는다고 해요. 그렇다고 직접 여드름을 짜면? 결과는 복불복이라고 합니다. 일반 여드름은 병원 약을 바르기만 해도 충분하니 사춘기 통과의례로 여겨 그냥 놔두지 말고 병원 치료 꼭 하라고 합니다.

 

 

 

일러스트 정말 코믹하죠. 에로틱한 냄새 마케팅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는 쩍벌남이 머리 뒤로 깍지 낀 자세와 머리카락을 우연히 뒤로 넘기는 여자의 행동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게 페로몬을 뿌려대는 무의식적 행동이라는 것 ㅋㅋ. 냄새샘에 관한 이야기에서 나온 재미있는 정보입니다.

 

냄새가 나면 더러워서라고 생각해 열성적인 세척에 힘쓰지만 약산성 피부에 염기성 비누로는 헛짓일 뿐이라는 것도 알려줍니다. 피부 PH 농도에 관한 이야기는 <흠결톤> 책에서 접했을 때도 무척 놀라웠었거든요. 이 책에서도 우리 피부를 위해서는 피부와 맞는 약산성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여름철 피부관리의 적, 자외선. 햇빛은 비타민 D를 생성하는데 꼭 필요하지만, 내 피부는 소중하니까~ 이왕이면 자외선도 차단하고 비타민 D 필요량도 챙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비타민 D에 관한 이야기는 좀 놀랍기도 했는데요, 하루 15~30분 정도 햇볕 쬐면 자외선 B를 통해 비타민 D가 쉽게 충족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걸 음식으로 따져볼까요. 달걀 18개, 우유 20리터, 버섯 1킬로그램처럼 엄청난 양을 먹어야 햇빛 잠깐 쬐었을 때 챙길 수 있는 비타민 D가 채워지는 거라는군요. 그래요, 햇빛 좋은 건 알겠는데, 그럼 자외선 A는 어쩌죠? 자외선 막는다고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면, 안타깝지만 비타민 D 형성에 좋은 자외선 B도 함께 차단된다는군요. 

 

선크림을 대충 바르거나 시간이 지난 상태에서는 자외선 B를 받을 수 있지만 역시 치명적인 자외선 A도 통과된다는 뜻이 될 테고요.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약한 피부인 얼굴 부위는 꼼꼼하게 바르고 모자로도 가리는 대신, 나머지 부위는 햇빛을 쐬어주지 않으련? ^^

 

 

 

그나저나 선크림 꼼꼼하게 바르려면 무려 소주 두 잔에 해당하는 양이어야 한다는 것. 헐~~~~~!!

그동안 500원 동전 크기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게 발라 왔는데요, 소주 두 잔이라니 더 열심히 처덕처덕해야겠습니다. 구름 많은 날엔 안 바르고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구름은 자외선을 겨우 10퍼센트 정도만 감소시킨다는 것 유의하세요.

 

다양한 피부질환, 각종 미용 열풍에 관한 우려, 피부를 위한 섭식과 생활습관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질문하기 껄끄러운 부위에 관해서도 속속들이 알려주고 있어 속 시원했어요. 읽는 내내 헐! 헐~~! 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정보, 유익한 지식을 많이 얻은 책입니다. <매력적인 피부여행>으로 여름철 피부관리에 도움 되는 지식 한가득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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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고양이
샘 칼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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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작가의 아트북이었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고양이 찡찡이 일러스트가 똬앗 들어갔을 텐데. 아쉬워라. 그래도 흐뭇한 미소 절로 자아내게 하는, 고양이 일러스트가 가득한 <그 남자의 고양이>.

 

남자는 개와 친하다? 개 정도는 키워야 남자답다?
아니 무슨 망발을~! 옛날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고양이를 사랑했다고요~

 

역사적으로 고양이는 신격화되기도 했고, 귀빈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집트는 거의 고양이에 미친 나라였죠. 이슬람에서도 고양이는 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중세 시대 고양이를 사탄이라며 학살하던 시기에도 술탄 바이바르는 길고양이 정원을 만들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던 유명 인사들 중에서도 고양이를 사랑한 남자들은 무척 많습니다. 최초의 캣맨은 누구인지 따져볼 수는 없지만, <그 남자의 고양이>에서는 고양이를 사랑한 아티스트, 작가, 철학자, 정치인 등을 소개합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양이는 내가 글을 쓸 때 책상 위에서 문진 노릇도 한다."

 

이만하면 꿈보다 해몽 격인 해석이지만 고양이 특유의 행동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글귀가 많습니다. 멋진 타이포그래피와 일러스트로 표현한 고양이 명언, 완전 아트예요 아트.

 

 

 

인물마다 소개 글과 일러스트가 있는데, 고양이와 얽힌 재미있는 일화 위주로 소개해 읽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뮤지컬 캣츠의 원작자 T.S. 엘리엇은 "개는 고양이만큼 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고양이는 뮤즈이자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독립적, 반항적, 도도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고양이. 이해하려 들지 말라는듯한 고양이 특유의 습성은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앤디 워홀의 조카가 쓴 그림책 <앤디 삼촌의 고양이들>을 보고 저는 알고 있었는데요, 앤디 워홀은 반려 고양이 수가 상당했답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는 사람은 다 알죠. 그의 고양이 사랑을. 소설과 에세이에 종종 등장합니다. 무뚝뚝해 보이는 남자인데도 고양이를? 저도 은연중에 이런 편견이 있었나 봐요. 어쨌든 하루키 팬이야 워낙 대단하지만, 고양이 사랑 덕분에 냥덕들의 팬심이 더해진 건 사실일 겁니다.

 

철학자 몽테뉴, 과학자 뉴턴,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 배우 말런 브랜도, 뮤지션 프레디 머큐리, 정치인 윈스턴 처칠. 이들도 냥덕이었습니다. 유명인과 고양이 일화를 통해 캣맨을 소개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고양이 역사는 물론이고 알쓸신잡처럼 잡다한 고양이 상식도 얻을 수 있는 책 <그 남자의 고양이>.

 

짤막한 글과 현대 감각이 돋보이는 일러스트가 조합 잘 된 아트북입니다. 냥덕질에 한몫할만한 책이에요.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어 에잇, 찢어서 액자에 넣어두고 싶을 정도입니다. 일러스트 엽서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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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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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에는 살인자가 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

 

 

단숨에 스릴러의 여왕으로 등극하게 된 데뷔작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는 깊은 숲 속 외딴 집에서의 밀실 살인 사건이었다면, 신작 소설 <우먼 인 캐빈 10>은 호화로운 크루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룹니다. 깊은 숲 속과 망망대해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밀실 살인 사건은 그 배경만으로도 긴장감 10퍼센트는 먹고 들어가네요. 

 

 

 

크루즈라고 해서 타이타닉 같은 엄청 큰 배는 아니고 큰 요트 수준의 아담하지만 호화로운 크루즈 오로라호. 5성급 호텔의 축소판 같은 오로라호는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을 도는 닷새간의 일정으로 영국에서 출발합니다. 

 

 

 

첫 항해 승선이라는 행운을 잡은 여행잡지 기자 로라 블랙록. 그저 그런 밑바닥 기자 인생을 사는 '로'는 이 기회를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소설 첫 장면은 중간 즈음에 등장하는 내용을 앞으로 빼놓으면서 오프닝부터 바짝 긴장 모드로 돌입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크루즈 여행 직전 하얀 라텍스 장갑을 낀 의문의 남자에게서 강도를 당하게 되는데요. 저는 소설 끝날 때까지 이 의문의 강도 사건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더군요. 분명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강도 사건 이후 그렇지 않아도 폐소공포증에 불안증이 있던 '로'는 잠시 잠들었다가도 자꾸 비명에 깨는 환청에 시달리는 불면의 밤을 이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라호 승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첫 파티를 위해 몸단장하다가 마스카라를 빌리기 위해 옆방 10호실의 문을 두드린 '로'. 다행히 10호실엔 검은 머리의 젊은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가 마스카라를 빌려주지만...

 

그날 밤, 10호실 쪽에서 배 밖으로 뭔가 던져진 소리와 함께 피 묻은 난간을 발견한 '로'. 하지만 10호실은 아예 처음부터 빈 선실이었다고 하는데. 게다가 '로'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그 여자를 본 사람이 없는 겁니다.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 표정, 몸짓이 생생한데 말입니다.

 

'로'는 분명 범죄 현장을 목격했지만, 약과 알코올로 취한 상태에서 잠들었던 상황 때문에 믿을만한 목격자가 아닌 신세가 되어버립니다. 10호실에 여자가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인 마스카라도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쯤 되니 정말 내가 미쳐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기자, 사진작가, 투자자들이 탄 오로라호의 첫 번째 항해는 절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되는 상황이죠. 도대체 사라진 검은 머리 여자는 누구인지, 살인 사건을 감추려는 자는 누구인지, 살인 사건이 아니라면 그 여자는 어디에 있는 건지 짐작하기 힘듭니다.

 

'로'가 이 사건에 집착하는 것은 항해 전 당한 강도의 기억이 크게 작용합니다. "인간의 생명력이 얼마나 하찮은지, 나를 보호한다고 생각했던 벽이 사실은 얼마나 얇은지를 깨닫는 기분"을 몸소 겪었기 때문이죠. 끔찍한 일을 예감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을 깨달았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알기에 10호실 여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겁니다. 

 

 

 

 

밀실 추리 소설 특징은 한결같죠. 외부에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것.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와 마찬가지로 <우먼 인 캐빈 10>에서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라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도움 청할 길이 없습니다.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그녀 앞에 점점 많은 장애물이 놓입니다.

 

10호실 여자를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로'의 운명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는데, 흥미진진한 편집도 한몫 작용했어요. 닷새간의 항해 스토리 중간중간 항해 일정 이후의 뉴스 기사를 독자에게 보여주며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 그도 아니면 오픈 엔딩일지 짐작할 수 없게끔 계속 혼란을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정통 추리 기법이 들어간 소설은 완벽하게 제 취향은 아니고 가볍게 읽어보는 수준인데요. 전형적인 트릭 소재인 밀실 살인 사건의 경우 영화 <큐브>만큼 잔혹 스타일이면 좋아하는데... 그래서 루스 웨어 작가의 소설은 사실 제 입장에선 살~짝 싱거운 느낌은 있답니다.

 

하지만 정통 미스터리 추리 기법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정통 추리 기법과 현대 감각이 조화된 내용과 문체에 반할 거예요. 센 거 없이 좀 약해서 아쉽다는 저조차도 중간에 손 놓기 힘들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으니까요. 아, 저와 반대로 너무 잔인한 하드한 스타일 싫어한다면 딱 이 책이 맞을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밀실 추리 소설로 굳힐지, 또 다른 트릭 추리 소설이 나올지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내년 여름에도 꼭 새 소설이 나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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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트러몰로지스트 1 - 괴물학자와 제자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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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렇단다, 아가야. 괴물은 진짜 있단다. 우리 집 지하실에도 한 마리가 걸려 있지."

 

<제5침공> 원작 작가 릭 얀시 소설 중 영화화 결정된 또 하나의 대작 <몬스트러몰로지스트>. 파스텔톤 표지 분위기만으로는 청소년 소설 필이 나는 (음.. 신비한 동물사전 정도로 생각했던 게 사실) 조금 가벼운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로 생각했다가 으아~ 가슴 몇 번 쓸어내렸어요.

 

흉악하고 잔인한 괴물들의 행태가 나오자마자 잠시 책 덮고 숨을 가눠야했던. 그저 잔혹 공포에서 그치지 않고 정유정 소설 <종의 기원>에서 최강의 사이코패스 프레데터를 묘사할 때 느낀 두근거림도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러브크래프트와 스티븐 킹의 절묘한 조합이라는 말 그대로 판타지, 미스터리, 고딕 호러, 스릴러, 공포가 제대로 뒤범벅된 장르 <몬스트러몰로지스트>.

 

 

 

몬스트러몰로지(Monstrumology)

1. 인간에게 대체로 적대적이며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특히 신화나 전설의 산물로 여겨지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

2. 그런 존재를 사냥하는 행위

 

발음도 제대로 하기 힘든 제목인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괴물학자를 뜻합니다.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정체를 깨닫게 되는, 어딘가에 숨어있는 괴물들을 쫓는 괴물학자 워스롭 박사와 그의 어린 제자 윌 헨리. 

 

 

 

릭 얀시 작가가 우연히 읽게 된 일기장의 기이한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다며, 처음부터 현실감을 북돋우며 진행하는데요. 일기장의 내용이 소설을 이끌어갑니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 1권 괴물학자와 제자>는 2007년에 작가가 처음 일기장을 접하면서 그 일기장을 남기고 죽은 이가 무려 백서른 살이 넘었다는 미스터리로 시작합니다. 1876년생인 윌 헨리가 열두 살의 나이였던 1888년에 겪은 일이 담긴 일기장. 일기장의 주인공을 중증 치매 노인으로 치부하기엔 께름칙할 정도로 일기장의 내용은 상상초월 그 자체입니다.

 

부친의 업을 이어받아 괴물을 연구하고 쫓는 괴물학자 워스롭 박사와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가여운 어린 양 윌 헨리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드라마틱합니다. 둘 다 부자 간의 아픔이 있어 서로에게 묘한 동질감을 일으키기도 하네요. 기이한 괴물 시체를 보고 좋아죽으려는 박사와 기절하지 않으려 부들부들 떠는 헨리. 둘의 관계는 코믹과 드라마를 오갑니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총 네 권 각각의 주요 사건이 달라 미드 시즌제 느낌이기도 합니다. 1권에 등장하는 괴물은 '안트로포파기'라는 괴물입니다. 2미터가 넘는 키, 초승달처럼 날카로운 발톱, 배 쪽에 있는 3,000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입, 어깨에 달린 눈, 10미터 이상을 단숨에 점프하는 능력을 가진 안트로포파기의 주식은 바로 인간입니다. 

 

굶주린 식인 괴물 안트로포파기의 등장은 괴물학자와 제자 외에 다양한 인물들을 끌어들입니다. 인신공양하며 괴물을 사육한 박사의 아버지와 그 뒤에 숨은 배후, 괴물을 해치우기 위해 불러온 박사의 친구.

 

 

 

무척 재미있는 것은 영화처럼 카메오 출연이 있다는 거예요. 우생학자 골턴, 철학자 니체 같은 인물들이 언급 되질 않나. 카메오 치고는 비중이 아주 높았던 괴물 사냥꾼의 정체가 잭 더 리퍼이질 않나. 당시 시대상황을 그저 배경으로만 두지 않고 인물들과 직간접적으로 엮은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카메오 출연은 계속된다니 그 부분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겠어요.

 

얼마 전에 본 영화,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에서도 "괴물을 막으려면 괴물이 필요하지"라는 명대사가 나왔는데 <몬스트러몰로지스트>에서도 괴물 잡는 진정한 괴물은 바로 인간이라는 관점이 숨어 있습니다. 괴상하고 끔찍한 괴물을 바라볼수록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이 괴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위선'이라는 놀라운 자질을 완벽하게 갖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욕구와 영역 지배를 표출하는 괴물과 달리 인간은 도덕성이라는 허울 뒤에 그저 숨어있을 뿐이라는 걸 보여준 소설입니다.

 

<몬스트로몰로지스트 1권 괴물학자와 제자> 편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스러운 광기가 만들어낸 괴물은 상상의 산물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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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 욕망의 바이러스인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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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의 불안한 미래를 상실철학으로 대안 제시하는 책 <호모사피엔스, 욕망의 바이러스인가?>. 시인이자 자기소통상담가 윤정 저자의 해체심리학과 상실철학에 관한 내용은 <4박 5일 감정여행> 책을 통해 접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을 만났을 땐 기존 책과 주제가 확 달라 보여 무척 낯설었어요. 

 

 

 

<호모사피엔스, 욕망의 바이러스인가?> 책 상당 분량을 자연과학과 인문학적 담론에 할애했습니다.

중반까지는 우주와 생물의 역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집중해서 들려줍니다. 리처드 도킨스 책 <이기적 유전자>, 유발 하라리 책 <사피엔스>를 읽은 분이라면 낯설지 않은 주제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결국 저자의 상실철학과 연결되더라고요. 빅히스토리가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한 상실철학과 이어지니, 그 연결고리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주의 생명은 창조주의 인도나 생명의 질서를 지닌 손길에 의해서가 아닌 우연히 일어난 전기적 속성에 반응할 뿐이라며, 성직자였던 저자의 서두치고는 과학적 시선에서 이야기합니다. 각종 물리, 화학 용어가 등장하며 이 책이 자연과학 책인가 싶을 정도로요.

 

윤정 저자는 우주 탄생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운 호모사피엔스 출현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생명놀이'라고 표현합니다. 지구를 생명의 숙주로 보는 개념도 재미있네요. 유전자는 생명들이 공생의 삶을 선택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호모사피엔스는 공생 때문에 탄생한 거라는 거죠.

 

우연과 선택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생명의 질서가 생겼고, 결국 인간을 탄생시킴으로써 박테리아는 공생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생명을 조각하는 예술가라고 칭하고 있어요. 우리는 특별한 은혜를 받은 게 아니라 공생으로 협력한 생명체들 때문에 나타난 것뿐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유전자는 질서를 갖춘 모든 생명을 보존해온 영원하고 싶은 생명의 욕망이 머문 기록물입니다. 오랜 세월체를 통과하려면 유전자는 공생과 협력이라는 생명적 의미를 지녀야 합니다. 하지만 호모사피엔스가 미생물과 공존하지 못해 현대적 질병이 생기는 요즘에 이르러서는 이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의 전망을 선택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이미 완독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책 주제였던 만큼 익숙한 내용이긴 한데요. 윤정 저자의 해체심리학에 연결하니 또 새롭게 들렸습니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완벽한 질서를 욕망하는 호모사피엔스. 이대로 문명이 지속되어도 괜찮은지 묻습니다. 여기서 비인격적이고 공생적 의미 없는 바이러스와의 차이를 짚어줍니다. 물질적 욕구는 충족되었지만 이윤 추구의 구조 속에 종속된 바이러스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자연로봇인 호모사피엔스는 기계와 공생하며 공진화해야 한다는 숙제 속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문제를 안게 됩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지구를 포함해 여러 숙주를 거쳐 이제 문명의 도구인 기계라는 숙주에 속해져 자연스러움을 상실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인간은 더 우울하고 불안해진 걸로 설명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책에서도 결국 행복론으로 귀결될만큼, 윤정 저자의 상실철학도 이 부분과 관련이 깊습니다. 호모사피엔스가 기생하는 바이러스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바이러스의 기생적인 삶 대신 욕망하는 생명의 주인으로서의 주체성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윤정 저자는 상실철학을 통해 호모사피엔스 속에 누적되어 있는 공생적 가치, 생명의 의미를 일깨웁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현재 구조 속에서 행복해하지 않는 호모사피엔스에게 상실철학 관점에서 제안하는 대안입니다.

 

상실철학이란, 상처를 찾아 수용하고 상실시키면서 스스로 자기소통할 수 있는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상실철학을 적용해 생명의 성찰적 의미를 회복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이 부분은 엑손, 인트론 등의 과학 용어와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정신분석학적 용어들을 접목해 이번 책은 그야말로 과학과 철학의 만남이 제대로였어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이해되는데, 사실 문장 하나하나가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철학적인 부분은 특히 그랬는데요, 읽을 땐 이해되는듯한 착각이 들면서 알듯말듯... 까다롭네요. 중반까지는 일반적인 교양과학 책 수준으로 읽어낼 수 있었지만, 후반부에서는 (정작 중요한 부분을!) 제 능력에서는 좀 어려웠어요. 

 

 

 

답장 없는 편지 코너는 호모사피엔스가 우주, 지구에게 보내는 글을 시 형태로 표현했는데 무척 독특했습니다.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나오면 질릴 수 있는데 다행히 단조롭지 않은 에세이, 시인다운 감성이 곳곳에 묻어 나오는 다양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요즘 푹 빠져서 보고 있는 알쓸신잡 방송에서... 정재승 교수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우리가 느낄 수 있는지 이야기한 부분도 이 책에 나와 있어서 반갑게 읽었네요.

 

호모사피엔스는 우주와 자연을 지휘하는 생명체가 아닌, 지구라는 숙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적 존재라는 말로 서문을 연 윤정 저자. 암울한 호모사피엔스의 운명은 또한 자신의 잘못을 가장 잘 아는 생명이라는 것에 희망을 품어 봅니다. 우주적 생명의 가치를 욕망하면서 살려면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들여다보고, 공생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는 상실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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