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트러몰로지스트 1 - 괴물학자와 제자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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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단다, 아가야. 괴물은 진짜 있단다. 우리 집 지하실에도 한 마리가 걸려 있지."

 

<제5침공> 원작 작가 릭 얀시 소설 중 영화화 결정된 또 하나의 대작 <몬스트러몰로지스트>. 파스텔톤 표지 분위기만으로는 청소년 소설 필이 나는 (음.. 신비한 동물사전 정도로 생각했던 게 사실) 조금 가벼운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로 생각했다가 으아~ 가슴 몇 번 쓸어내렸어요.

 

흉악하고 잔인한 괴물들의 행태가 나오자마자 잠시 책 덮고 숨을 가눠야했던. 그저 잔혹 공포에서 그치지 않고 정유정 소설 <종의 기원>에서 최강의 사이코패스 프레데터를 묘사할 때 느낀 두근거림도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러브크래프트와 스티븐 킹의 절묘한 조합이라는 말 그대로 판타지, 미스터리, 고딕 호러, 스릴러, 공포가 제대로 뒤범벅된 장르 <몬스트러몰로지스트>.

 

 

 

몬스트러몰로지(Monstrumology)

1. 인간에게 대체로 적대적이며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특히 신화나 전설의 산물로 여겨지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

2. 그런 존재를 사냥하는 행위

 

발음도 제대로 하기 힘든 제목인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괴물학자를 뜻합니다.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정체를 깨닫게 되는, 어딘가에 숨어있는 괴물들을 쫓는 괴물학자 워스롭 박사와 그의 어린 제자 윌 헨리. 

 

 

 

릭 얀시 작가가 우연히 읽게 된 일기장의 기이한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다며, 처음부터 현실감을 북돋우며 진행하는데요. 일기장의 내용이 소설을 이끌어갑니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 1권 괴물학자와 제자>는 2007년에 작가가 처음 일기장을 접하면서 그 일기장을 남기고 죽은 이가 무려 백서른 살이 넘었다는 미스터리로 시작합니다. 1876년생인 윌 헨리가 열두 살의 나이였던 1888년에 겪은 일이 담긴 일기장. 일기장의 주인공을 중증 치매 노인으로 치부하기엔 께름칙할 정도로 일기장의 내용은 상상초월 그 자체입니다.

 

부친의 업을 이어받아 괴물을 연구하고 쫓는 괴물학자 워스롭 박사와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가여운 어린 양 윌 헨리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드라마틱합니다. 둘 다 부자 간의 아픔이 있어 서로에게 묘한 동질감을 일으키기도 하네요. 기이한 괴물 시체를 보고 좋아죽으려는 박사와 기절하지 않으려 부들부들 떠는 헨리. 둘의 관계는 코믹과 드라마를 오갑니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총 네 권 각각의 주요 사건이 달라 미드 시즌제 느낌이기도 합니다. 1권에 등장하는 괴물은 '안트로포파기'라는 괴물입니다. 2미터가 넘는 키, 초승달처럼 날카로운 발톱, 배 쪽에 있는 3,000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입, 어깨에 달린 눈, 10미터 이상을 단숨에 점프하는 능력을 가진 안트로포파기의 주식은 바로 인간입니다. 

 

굶주린 식인 괴물 안트로포파기의 등장은 괴물학자와 제자 외에 다양한 인물들을 끌어들입니다. 인신공양하며 괴물을 사육한 박사의 아버지와 그 뒤에 숨은 배후, 괴물을 해치우기 위해 불러온 박사의 친구.

 

 

 

무척 재미있는 것은 영화처럼 카메오 출연이 있다는 거예요. 우생학자 골턴, 철학자 니체 같은 인물들이 언급 되질 않나. 카메오 치고는 비중이 아주 높았던 괴물 사냥꾼의 정체가 잭 더 리퍼이질 않나. 당시 시대상황을 그저 배경으로만 두지 않고 인물들과 직간접적으로 엮은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카메오 출연은 계속된다니 그 부분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겠어요.

 

얼마 전에 본 영화,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에서도 "괴물을 막으려면 괴물이 필요하지"라는 명대사가 나왔는데 <몬스트러몰로지스트>에서도 괴물 잡는 진정한 괴물은 바로 인간이라는 관점이 숨어 있습니다. 괴상하고 끔찍한 괴물을 바라볼수록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이 괴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위선'이라는 놀라운 자질을 완벽하게 갖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욕구와 영역 지배를 표출하는 괴물과 달리 인간은 도덕성이라는 허울 뒤에 그저 숨어있을 뿐이라는 걸 보여준 소설입니다.

 

<몬스트로몰로지스트 1권 괴물학자와 제자> 편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탐욕스러운 광기가 만들어낸 괴물은 상상의 산물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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