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트럼프 왕국 - 어째서 트럼프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8
가나리 류이치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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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외국인 입장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상상을 넘어선 결과였습니다. 큰 몸집, 직설적이고 거친 말투,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폄하한 트럼프. TV로만 접하던 우리들 입장에서는 그곳의 실제 분위기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트럼프를 지지한 약 150여 명의 지지자들의 생각을 인터뷰한 <르포 트럼프 왕국>은 '왜 트럼프였는가?'를 보여주고 있어 현재 미국의 상황을 짚어보는 계기가 된 책입니다.

 

 

 

당시 대도시에서는 트럼프를 거부해서 트럼프의 강세를 실감하지 못했다는 뉴욕 주재기자 가나리 류이치. 하지만 선거 결과 전미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트럼프 왕국'이 여러 곳이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것도 대부분 지방이었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또 하나의 미국을 보여준 결과입니다.

 

트럼프 왕국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러스트벨트 지역이었습니다. 제철업, 제조업이 발달해 중산층을 형성했던 지역이었습니다. 번성은 옛말. 이제는 쇠퇴해 실업과 폐쇄감의 고통을 체감하며 도시 이곳저곳에 쓰러져가는 민가와 공장들이 즐비하고, 그로 인해 약물 중독과 범죄 및 사회 문제가 증가한 곳들입니다. 자살과 약물 남용이 심각해 중년 백인의 사망률이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본선 1년 전부터 취재한 가나리 류이치 기자는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선 전 민주당 지지자들, 정치에 무관심층이었던 젊은 층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터뷰하며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한결같이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희망 대신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먼저 들었다는 겁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말의 실현 가능성과 정책 세부 사항의 팩트보다는 오랜 세월 축적된 불만을 건드린 큰 메시지에 공명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구체적인 경험, 체감한 것들에 대한 사회 불만들을 기반으로 하기에 트럼프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아무리 트럼프의 말에 구체적 해결책 제시가 없음에도 말이죠. 품위 없고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트럼프지만 4년쯤은 맡겨보자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꼴통 정도는 되어야 현 상황을 부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전대미문이 일어난 노동자의 도시. 대대로 민주당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번엔 트럼프를 지지했습니다. 오바마 정부 3기라 불린 힐러리보다는 사업가 트럼프에게 더 기대하는 심리가 컸습니다.

 

엘리트 정치인이 중산층의 삶을 희생시켜왔다는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공화당의 부시 가문, 민주당의 클린턴 가문 모두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은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라고 매몰시킨 클린턴의 발언이 불을 지르며 트럼프를 지지했던 일반 서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기도 했고요.

 

 

 

불법 이민자, 일자리 해외 유출 등 세계화는 금융 엘리트의 배를 채워주기만 했다는 결과는 반기득권층의 감정을 폭발시켰습니다.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의 약진도 트럼프 현상과 닮은 점이 많았습니다.

 

 

 

중산층 몰락 시대를 설명한 책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브랑크 밀라노비치, 21세기북스)에서도 나오듯 세계화의 영향으로 생긴 불평등은 트럼프 지지 현상을 설명하는 바탕이 되기도 합니다. 선진국 중류 이하 사람들의 불만을 전략적으로 취한 트럼프는 단순하고 낙관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불안 속에서 달리 의지할 존재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환영받은 겁니다.

 

무너진 아메리칸드림과 내일에 대한 희망과 꿈이 없는 몰락한 중산층들은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반기득권층, 반엘리트 감정을 섞은 트럼프에게 공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격차와 빈곤 상태의 세계화된 현대 사회 모습은 남의 일도 아니고, 우리도 충분히 공감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국주의를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기도 한데 참 지독하게도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다양한 인종, 종교, 출신지 사람들이 공존해온 미국. 오히려 분단은 심각합니다. 적의와 증오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쉽게 분출되어 왔다는 걸 역사적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보면서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바람 이면에는 미국제일주의가 철저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영향은 과연 미국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을까요. 트럼프를 지지한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트럼프의 주장은 과연 도움이 되는 걸까요. 트럼프의 주장을 다른 후보가 했다면 아마도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합니다. 대부호 유명인 트럼프이기에 가능했던 전략이라고 말이죠. 

 

트럼프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던 현대 미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르포 트럼프 왕국>. 20세기 미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사로잡아 미국주의를 신조로 삼은 트럼프 왕국의 결과는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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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 히틀러에게 저항한 학생들, 백장미단 이야기 러셀 프리드먼의 역사 교양서 2
러셀 프리드먼 지음, 강미경 옮김 / 두레아이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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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상 수상작가이자 논픽션 작가 러셀 프리드먼의 청소년용 역사 교양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도 엄마도 감명 깊게 읽은 책입니다. 실사진이 많이 들어있어 감동이 더 진해더라고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6월 '백장미단의 전단'이 뿌려지면서 비폭력 학생 운동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백장미단. 나치의 잔학 행위를 알리는 일을 시작으로 독일 국민들에게 나치 체제에 항거할 것을 촉구하는 전단을 만들어 히틀러에게 저항했습니다.

 

 

 

학생을 중심으로 한 백장미단의 주역은 숄 남매입니다. 타고난 지도자 성격의 한스 숄이 주축이 되어 글 재주가 좋았던 동생 조피 숄. 그리고 한스의 동료들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알렉산더 슈모렐, 빌리 그라프가 백장미단의 초석을 다집니다.

 

 

 

히틀러 청소년단에 입단했지만 군국주의적 성격을 혐오하게 되면서 청소년 지하 단체로 눈을 돌리게 된 한스 숄. 나치가 금지한 책을 읽으며 마음 맞는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한 한스는 히틀러의 사상에 점점 의구심을 가집니다.

 

 

 

병약자, 불구자, 불치병 환자, 치매 환자 등을 희생시킨 나치의 악랄한 행태가 극에 달하고. 그러던 차에 전체 인구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독일 유대인 50만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대중교통 이용까지 금지당하는 등 반유대인 인종주의 정책을 실시하며 유대인 박해는 폭력으로 폭발되면서 한스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오빠 한스와 같이 뮌헨 대학교에 들어간 동생 조피도 한스와 함께 행동합니다. "지금껏 내 안에서 그저 하나의 생각으로만, 옳다는 인식으로만 존재해 왔던 것에 따라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들은 인쇄된 말을 통해 국민의 양심을 일깨우는 비폭력 저항 운동을 시작합니다. 정화와 순결을 상징하는 백장미처럼 백장미단은 비폭력 전단 투쟁으로 학생 저항 운동을 펼칩니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나쁜 양심입니다.
백장미단이 당신을 절대 평화롭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독일 국민에게 고하는 백장미단의 전단 활동은 나치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의해 한스와 숄이 체포되면서 위기를 맞습니다. 나치에선 숄 남매를 본보기로 삼기로 합니다. 악마의 재판관으로 불리는 롤란트 프라이슬러 판사는 그들에게 단두대형을 선고합니다.

 

 

 

스물한 살 조피 숄, 스물네 살 한스 숄, 스물세 살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같은 날 모두 처형된 그들은 마지막까지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조피는 부모님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우리가 한 일은 큰 파도를 이루게 될 거예요"라며 그들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고, 한스는 "자유여 영원하라!"라는 말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들의 죽음은 제2의 백장미단 전단 투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백장미단 학생 투사들이 늘어났습니다. 전 세계가 백장미단의 활동에 감명받았고, 1943년 말에는 영국 전투기에서 수만 장의 백장미단 전단을 떨어뜨리기도 했습니다.

 

나치에 순응하거나 방관하지 않고 저항한 젊은 청년들. 책임감 있는 시민이라면 독재 정권 아래서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가를 고민한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독일이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자 출신 논픽션 작가 러셀 프리드먼의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백장미단 주역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이 읽기 좋은 수준입니다. 백장미단 이야기는 책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진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면, 이번 책을 읽고 그 의미가 제대로 와 닿았습니다. 내부에서부터 맞서 싸우는 용기와 신념을 보여준 백장미단은 그동안 진흙탕이었던 사회 시스템이 이제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요즘, 우리 국민들에게 더욱 잘 전달되고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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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LL 시리즈
다카도노 마도카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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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희>, <신곡주계 폴리포니카 화이트> 등 라이트노블과 만화 스토리 작가로 유명한 다카도노 마도카 작가의 미스터리 탐정소설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셜로키언이라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원작을 모방한 작품을 일컫는 패스티시물도 섭렵하게 될 텐데요, 이 책은 가벼운 장르소설 분위기입니다. 전형적인 라이트노블류입니다. 만화 스토리 작가답게 만화를 사용한 첫 장면이 인상 깊네요.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은 2012년 런던을 배경으로 셜리 홈즈, 조 왓슨이라는 여성 버전으로 진행합니다.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셜록 홈즈 원작과는 분위기 자체가 확 다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 총상으로 제대한 조 왓슨. 용돈벌이로 할리퀸 인터넷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기로에 놓였을 땐 언제나 남자 문제로 망했었고요. 의사가 된 것조차 좋아하는 선배 따라 얼결에 한 거였으니 말 다했죠.

 

경찰을 도와주는 고문 탐정 셜리 홈즈. 피부는 눈처럼 희고, 입술은 피처럼 붉고, 머리칼은 흑단처럼 검은 백설공주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 셜록 홈즈 전매특허인 의상이 있듯 셜리 홈즈는 흰 코트, 스키니 팬츠, 롱부츠, 검은 베레모 차림을 즐겨 합니다. 디테일한 것까지 여성 버전으로 보여주고 있어 깨알 재미가 있었어요.

 

허드슨 부인은 그대로 여성이지만 AI 가정부입니다. 심장이식을 한 셜리 홈즈의 인공 심장과 AI 허드슨 부인이 연결되어 사물인터넷이 아니라 인간인터넷화한 느낌이네요.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에 등장하는 사건은 자다가 죽은듯한 모습으로 발견된 연쇄 살인 사건입니다. 처음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그저 불운한 사고로 보였지만, 사고를 가장한 타살이라는 것을 의심한 셜리 홈즈.

 

얼결에 셜리의 조수가 된 조 왓슨의 추리는 엉성하기 그지없으니. 평범한 사람의 한계를 팍팍 깨닫게 하는 셜리의 놀라운 추리력이 더 빛을 발하네요. 살해 방법을 먼저 밝혀 낸 셜리 홈즈. 바로 "우울한 '그날'!"이라는데. 피해자들은 모두 '그날'에 살해되었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그날이 맞을 겁니다.)

 

 

 

일명 독극물 탐폰 사건. 여성 버전 홈즈 스토리에 이런 소재를 이용하다니 정말 센스 있는 작가네요.
이제 범인을 밝힐 차례입니다. 넘사벽 추리력을 선보이는 원작의 홈즈처럼 셜리 홈즈도 자기 혼자 다 알아냅니다. 독자는 오오~! 물개박수 치게 되고.

 

사건 해결 과정에서 큰 굴곡이나 갈등은 덜해 셜로키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심심할 수 있지만, 소재만큼은 정말 신선했어요. 셜록 홈즈의 왕팬이라면 원작 캐릭터와 자꾸 비교하게 되니 오히려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엔 홈즈 추리소설에 훅 발을 담그진 않아서 이 소설 자체만으로 재미있게 읽었어요.

 

여성으로서의 삶을 소재로 한 여성 버전 홈즈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피도 눈물도 없다는 '셜리 안드로이드'라는 별명을 가진 셜리의 매력 꽤 괜찮았어요. 스토리 구성은 이 한 편만으로는 아쉽습니다. 모리어티 역시 두 얼굴의 여사 캐릭터인데 모리어티와 관련한 배후 세력이라든지 이 책의 결말 상황을 보면 셜리 홈즈도 시리즈로 나올만한 여지를 두고 마치는지라 다음 작품이 나올는지 기대하게 되네요.

 

황금가지에서 나온 라이트 리터러처 LL 시리즈로 첫 선을 보인 세 권 중 첫 번째로 읽은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오락성 장르소설로 읽을만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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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양장)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백승길.이종숭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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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대전 직후 1950년에 초판 발행 후 서양 미술 입문서, 미술의 역사 개론서로 자리 잡은 벽돌책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미술과 그다지 친하지는 않은 저로서는 굳이 미술사 개론서 격인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을까 싶었는데,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비밀독서단 2>에서 셀럽들의 추천도서로 선정된 이유가 있더라고요. 미술 입문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필요한 인문교양서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회화 외 건축, 조각 등 넓은 의미의 미술을 시대 흐름에 따라 풀어낸 <서양미술사>는 미술 양식의 변화를 세계사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서양미술사> 서론은 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같은 주제의 다른 그림을 나란히 소개하며 취향으로 인한 편견의 위험성을 짚어줍니다. 개인적인 습관과 편견을 버리려고 하지 않는 태도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됩니다.

 

 

 

카라바조의 <성 마태오> 작품처럼 인습적인 관념을 깨뜨려 거절당한 작품과 관념을 준수해 다시 그린 작품 두 개를 비교한 부분은 제가 봐도 작품의 성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릇된 이유 때문에 작품의 호불호가 갈리는 피해 사례를 작품으로 직접 보여 줍니다.

 

이것을 통해 곰브리치가 하고자 하는 말은 미술가가 추구하는 바를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화폭 위에서 수백 가지 색조의 농담과 형태를 조화시킨 제대로 된 완성. 취향에 관한 문제 대신 우리가 작품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미술가들이 이룩하려고 고심해온 그런 조화에 대한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이야말로 즐기는 감상을 하게 되는 겁니다.

 

"미술은 그 자체의 불가사의한 법칙과 모험을 가지고 있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자주적인 세계"로 모든 암시를 포착하고 숨겨진 조화에 감응하려는 참신한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미술 세계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딱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취향에만 집착했던 그 시간들이 후회됩니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의 원시 미술로 시작해 전통의 고리 역할이 된 이집트 미술, 미술사상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그리스 미술, 그리스의 것을 응용한 로마 미술 그리고 혼돈의 암흑시대 중세 미술을 거쳐 미술사에 있어서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한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기까지. 전쟁, 종교, 기술 등 어떤 조건들이 미술가들을 개화시킬 수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미술의 성격도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6세기 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명한 작품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데요. 곰브리치는 이 그림에 관해 아는 것이나 안다고 믿었던 것을 다 잊어버리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에 소개한 수많은 작품들 하나하나에 개인적인 취향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시스타나 예배당 천장화에서는 저자의 놀라움이 좀 더 짙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고전적인 건축의 규칙을 무시한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거쳐 프랑스 대혁명 이후 미술에 대한 관념도 변화하기 시작한 18세기 이후는 끝없는 변혁과 새로운 규범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미술가들은 새로운 종류의 주제를 찾아내며 점점 전통으로부터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세기 실험적 미술 시기의 현대 미술도 과거의 전통을 완전히 깨뜨리고 이제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하는 미술은 아니었어요. 한 시대의 특정한 문제에 대한 반응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 이런 현상은 과거에서도 계속 보여줬습니다.

 

 

 

이 책에 언급된 사건, 작가들을 시대적 흐름과 연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연표, 서유럽과 지중해 연안 지도를 보여주며 공간적 연관성을 가시화 한 지도를 끝으로 서양미술사를 정리합니다.

 

문학이 아닌 인문교양서에서 첫 문장이 주목받는 경우도 드물 겁니다. "미술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유명한 첫 문장은 <서양미술사>가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 저자의 관점을 보여줍니다.

 

건축, 회화, 조각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에서 미술가들이 왜 그렇게 했을까 하는, 미술 작품을 보는 눈을 날카롭게 하면서 그와 동시에 미묘한 차이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게 하는 <서양미술사>. 책 전반을 관통하는 '참신한 눈'을 강조합니다. 어설프게 알거나 잘못 감상하는 함정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처음엔 그저 시대별 작품과 미술가 소개 수준인 줄 알았는데, 설익은 지식과 속물근성의 위험성을 지적한 곰브리치의 말에 감명받았어요. 나는 그림을 감상하는지, 아니면 지적 유희를 즐길 뿐인지를 알아차리게 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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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온도 37.5 - 사람을 키우고 행복한 조직을 만드는 고품격 리더십
김상임 지음 / 문학세계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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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전문 코치로 활동 중인 국제 인증 코치 김상임 저자의 책 <리더의 온도 37.5>. 저도 모르게 가졌던 선입견을 깨뜨린 책입니다. 리더십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 정도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푹 빠져들었어요. 게다가 센 언니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곳곳에 저자의 마음이 담긴 문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대생 대기업 입사가 힘들었던 시절, 삼성그룹 공채 입사 후 대부분 '최초'의 길을 걸은 김상임 저자. 제일제당 기획실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무 경험을 거쳐 25년간의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임원직으로 퇴임하면서 겪은 불안을 이겨내고 이제는 기업 전문 코치로 무쇠솥과 같은 삶을 걷고 있습니다.

 

 

 

<리더의 온도 37.5>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리더십을 위한 책입니다. 지식만 채우는 리더십이 아닌 품격을 더하는 리더십을 위한 방법은 따로 있었어요. 김상임 저자는 리더십의 온도를 감성 온도, 소통 온도, 열정 온도, 변화 온도로 나눠 체온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리더십을 단단하게 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진정한 리더는 사람을 키운다고 합니다. 감성 온도를 높여야 가능합니다. 어떻게 사람을 키우는 감성 온도를 높일 수 있을까요. 피드백, 권한 위임, ACE 면담, 동기부여, AI 경영 등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는데 그중에서도 피드백에 관한 이야기는 제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라 현실적으로 와 닿았어요.

 

 

 

불만, 보복이 아닌 객관적이면서 정확한 피드백을 기분 나쁘지 않게, 오해 없이 하는 법이라니~ 눈 부릅뜨고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단순 지적, 충고가 아닌 피드백의 의미를 제대로 배웠습니다. 중요한 건 피드백을 받을 용기였어요. 예컨대 나의 대화 습관을 스스로는 눈치 못 챕니다. 디테일하고 놓치지 쉬운 나의 결점을 알게 되는 피드백을 어떻게 받는지도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 도움 되었습니다.

 

피드백 노하우처럼 말 한마디의 중요성은 팀원들과의 면담에서도 이어집니다. 지금까지의 면담이 혹시 통보는 아니었는지 반성해보게 합니다. 제 주변에 유독 남에게 인정하고 칭찬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자존감이 쓱 올라갈 때가 많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도 말할 때마다 인정과 칭찬의 힘을 생각하며 한 마디 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지적질의 달인 대신 이젠 인정의 달인이 되어보세요. 인정과 칭찬의 힘은 강력합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소통 온도도 높여야죠. 소통에 관한 몇 가지 관점을 소개하는데, 소통에 대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은 틀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저 잘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는 상태여야 소통입니다. 다른 사람과 소통을 잘하고 싶다면 자신과 소통하는 게 먼저였어요. 관계 회복의 시작은 나부터라는 걸 강조합니다.

 

 

 

중간중간 실제 현장 코칭 사례를 소개하기도 하고, 리더십 발휘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들, 일상에서 자존감 올리는 법 등 김상임의 코칭 한마당 코너도 유익하네요.

 

 

 

<리더의 온도 37.5>는 기본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효율적인 생산성 관리를 위한 열정 온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팀을 관리해야 할지 소개합니다. 대화, 회의, 면담 등 회사에서 하는 활동 모두가 시간 투자이니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기 위해 비전 공유, 우선순위 집중, 협업 등 다양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기업에서는 현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을 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성과의 주체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 있지 않은가요. 김상임 저자도 퇴임 후에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요.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리더의 온도 마지막 편, 셀프 리더십을 강화하는 변화 온도입니다. 성과를 내라고 종용하기 전에 가장 중요하지만 놓치고 있는 셀프 리더십부터 점검하라고 합니다.

 

 

 

김상임 저자도 임시직인 임원직에 있다 급작스러운 퇴임으로 방황했다고 합니다. 그때 고민했던 시간들이 현재의 모습을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순간순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회사 다닐 때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며 자신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셀프 리더십을 통해 변화의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 셈입니다.

 

김상임 저자의 리더십 노하우 중 직장인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적용 가능한 방법이 있는데요. 마음 일기입니다. 아주 간단한 한 줄로 생각, 감정, 갈망이라는 내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거기에 '행동'을 더하면 변화하는 겁니다.

 

<리더의 온도 37.5>를 읽으며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이런 리더를 상사로 둔다면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 정도입니다. 사람이 빠진 성과만을 목적으로 한 리더십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한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 <리더의 온도 37.5>.

 

자기계발 리더십 책을 읽으며 가슴 뭉클하고 따스한 기운을 받기는 처음이었어요. 김상임 저자의 코칭 능력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대면이 아닌 책으로 만나는 독자에게도 긍정적인 자존감을 북돋워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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