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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ㅣ LL 시리즈
다카도노 마도카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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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희>, <신곡주계 폴리포니카 화이트> 등 라이트노블과 만화 스토리 작가로 유명한 다카도노 마도카 작가의 미스터리 탐정소설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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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로키언이라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원작을 모방한 작품을 일컫는 패스티시물도 섭렵하게 될 텐데요, 이 책은 가벼운 장르소설 분위기입니다. 전형적인 라이트노블류입니다. 만화 스토리 작가답게 만화를 사용한 첫 장면이 인상 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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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은 2012년 런던을 배경으로 셜리 홈즈, 조 왓슨이라는 여성 버전으로 진행합니다.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셜록 홈즈 원작과는 분위기 자체가 확 다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 총상으로 제대한 조 왓슨. 용돈벌이로 할리퀸 인터넷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기로에 놓였을 땐 언제나 남자 문제로 망했었고요. 의사가 된 것조차 좋아하는 선배 따라 얼결에 한 거였으니 말 다했죠.
경찰을 도와주는 고문 탐정 셜리 홈즈. 피부는 눈처럼 희고, 입술은 피처럼 붉고, 머리칼은 흑단처럼 검은 백설공주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 셜록 홈즈 전매특허인 의상이 있듯 셜리 홈즈는 흰 코트, 스키니 팬츠, 롱부츠, 검은 베레모 차림을 즐겨 합니다. 디테일한 것까지 여성 버전으로 보여주고 있어 깨알 재미가 있었어요.
허드슨 부인은 그대로 여성이지만 AI 가정부입니다. 심장이식을 한 셜리 홈즈의 인공 심장과 AI 허드슨 부인이 연결되어 사물인터넷이 아니라 인간인터넷화한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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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에 등장하는 사건은 자다가 죽은듯한 모습으로 발견된 연쇄 살인 사건입니다. 처음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그저 불운한 사고로 보였지만, 사고를 가장한 타살이라는 것을 의심한 셜리 홈즈.
얼결에 셜리의 조수가 된 조 왓슨의 추리는 엉성하기 그지없으니. 평범한 사람의 한계를 팍팍 깨닫게 하는 셜리의 놀라운 추리력이 더 빛을 발하네요. 살해 방법을 먼저 밝혀 낸 셜리 홈즈. 바로 "우울한 '그날'!"이라는데. 피해자들은 모두 '그날'에 살해되었습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그날이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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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독극물 탐폰 사건. 여성 버전 홈즈 스토리에 이런 소재를 이용하다니 정말 센스 있는 작가네요.
이제 범인을 밝힐 차례입니다. 넘사벽 추리력을 선보이는 원작의 홈즈처럼 셜리 홈즈도 자기 혼자 다 알아냅니다. 독자는 오오~! 물개박수 치게 되고.
사건 해결 과정에서 큰 굴곡이나 갈등은 덜해 셜로키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심심할 수 있지만, 소재만큼은 정말 신선했어요. 셜록 홈즈의 왕팬이라면 원작 캐릭터와 자꾸 비교하게 되니 오히려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엔 홈즈 추리소설에 훅 발을 담그진 않아서 이 소설 자체만으로 재미있게 읽었어요.
여성으로서의 삶을 소재로 한 여성 버전 홈즈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피도 눈물도 없다는 '셜리 안드로이드'라는 별명을 가진 셜리의 매력 꽤 괜찮았어요. 스토리 구성은 이 한 편만으로는 아쉽습니다. 모리어티 역시 두 얼굴의 여사 캐릭터인데 모리어티와 관련한 배후 세력이라든지 이 책의 결말 상황을 보면 셜리 홈즈도 시리즈로 나올만한 여지를 두고 마치는지라 다음 작품이 나올는지 기대하게 되네요.
황금가지에서 나온 라이트 리터러처 LL 시리즈로 첫 선을 보인 세 권 중 첫 번째로 읽은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오락성 장르소설로 읽을만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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