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 - 고수들의 미니멀 독서법
도이 에이지 지음, 이자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이 에이지 저자는 출판 마케팅 컨설턴트, 경제경영서 서평가로 활동하는 일본 최고의 독서 멘토입니다. 디지털 잡지 《비즈니스 북 마라톤》에 매일 최신 비즈니스 정보를 발행하는 편집장으로 일찌감치 수많은 작가의 브랜딩과 기획을 이끈 대단한 저자더라고요. 그가 기획한 책 중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초대형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하루 평균 3권 독서, 지금까지 2만 권 남짓 읽었다는 도이 에이지 저자. 그의 독서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는 제목부터 이미 독서가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데요. 책 고르는 방법, 읽는 방법 그리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밑줄 긋는 방법을 들려줍니다.

 

다만 도이 에이지가 경제경영서 서평가라는 것에 초점 맞춰 읽어야 만족스러울 겁니다. 소설 같은 문학 독서법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띠지에 적힌 '당신이 오늘 그은 밑줄을 수십, 수백억의 비즈니스 기회로 만드는 책 읽기 비법'이라는 작은 문구가 포인트였어요.

 

 

 

진정한 독서란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천에 있다는 것,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떻게 실천하는 독서를 완성할 수 있을까요. 바로 밑줄 긋기입니다. 나를 위한 하나의 밑줄, 결정적인 한 줄을 뽑아내야 합니다. 한 권의 책에 그은 밑줄에서 영감을 얻는 고수들 사례와 함께 도이 에이지 저자는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내용을 깨닫고, 어디에 밑줄을 긋는지 들려줍니다. 비즈니스북만 다룬다는 것 잊지 마시고요.

 

나에게 가치 있는 한 줄을 만나려면 좋은 책을 만나는 게 우선입니다. 읽을 가치가 있는 책과 없는 책을 어떻게 가려내는지, 도이 에이지 저자는 읽어야 할 책 선별 요령으로 11가지 독서 전략을 소개합니다. 경영자의 책 중에서는 창업가와 기업 전성기를 이끈 경영자의 책을, 프로필을 꼼꼼히 확인해 전문가 저자의 책을, 최고 중 조금 특이한 사람의 책을, 고유명사가 많이 들어간 책을, 글 앞머리에 밑줄 그을 만한 문장이 있는 책을... 이런 식으로 책 한 권을 대강 훑어보며 읽어야 할 책 분류 기준을 참고삼아 보세요.

 

 

 

책 읽는 방법으로는 완독과 속독 강박증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하는데요. 그런데 저자는 하루 평균 3권의 독서를 하는 사람이니 어불성설? 권수에 집착하거나 빨리 읽는 것에 가치 두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속도는 결과이고 속도 자체에는 가치가 없다는 겁니다. 저 역시 완독과 속독을 목표로 삼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초보 독서가라면 독서 습관이 잡힐 때까지는 빠르게 완독하는 걸 목표삼는 것도 좋다는 쪽입니다. 독서 습관조차 없는데 무조건 이해해보려고 붙잡고 있다가는 세월아 네월아 완독도 안 되고 내용도 기억 안 나는 현상이. 어쨌든 가치는 읽은 책을 '어떻게 활용했는가'에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전체 보다 부분을 파고들라는 조언도 인상 깊었습니다. 관심 유무에 따라 분야를 '분류'해보면 자신의 약점과 강점이 보인다고 합니다. 경제경영서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분야는 회계·재무, 전략, 마케팅, 운영관리, 매니지먼트와 리더십, 상품개발, 통계, 경제로 구분합니다. 그 외 IT와 디자인, 커뮤니케이션과 영어 등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분야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중 평소 관심 없었던 분야에 도전하는, 약점을 보완하는 독서 전략을 강조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를 알려줬다면 이제는 밑줄 긋는 법을 본격적으로 소개합니다. 경제경영서는 특히 원인을 생각하며 밑줄을 그으라고 합니다. 어떤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원인을 생각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필요한 사고방식입니다. 업태, 업종에 따라 절대 빗나가서는 안 되는 센터 핀이 있으니 그걸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몇 가지 추천도서를 통해 어디를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하는지 자세한 사례로 이해를 돕습니다. 밑줄 긋기와 비즈니스 성공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밑줄을 긋는 법만큼이나 밑줄을 쳐서는 안 되는 부분도 언급하는데, 저자와 내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은 밑줄 긋지 말라고 합니다. 불편하고 낯선 문장에 밑줄을 그어야 합니다.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저자의 책만 읽는다든지 싫어하는 정보, 나와 가치관이 맞지 않는 책을 피하기만 하면 오히려 편협한 세계에 머무를 뿐입니다.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에서 저의 밑줄은 이 파트에서 나왔는데요. 자신만의 특화된 가치를 독서로 뽑아내는 법에 관한 이야기에서였습니다. 경제경영서를 읽고 '다름'을 만들어 낸 현명한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는 점과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것. 목적의식 있는 독서의 핵심이지 싶어요. 보험 판매원이나 자동차 영업사원이라면 회계와 세제 지식을 공부해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들의 고객은 절세에 관심 많습니다. 세일즈라는 지식에 절세라는 지식을 합쳐 다른 사람과 다른 '차이'를 만드는 겁니다.

 

 

 

경제경영서는 재미를 찾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닙니다. 설령 책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서 악평을 남길 이유는 없다고 합니다. '다 아는 이야기뿐이라서 아쉽다'라는 미적지근한 반응 대신, 수준을 이 정도로 설정하니 베스트셀러가 되는구나를 배우라고 합니다. '속았다' 대신 왜 속았는지 생각하라고 합니다. 베스트셀러는 왜 팔리는지 그 이유를 연구해보라고 합니다. 경제경영서는 책의 내용을 읽기 위해 펼치는 게 아니라 히트 이유, 대중을 사로잡은 이유를 얻기 위해 읽으라고 합니다. 이것이 비즈니스 마인드로 책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도이 에이지가 44권을 엄선해 직접 그은 밑줄을 소개한 부록은 국내미출간 도서가 절반가량이라 아쉽습니다. 2만여 권 읽은 서평가인만큼 경제경영서 고전도 등장하는데, 고전의 사례는 현대에 맞지 않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읽어야 하는 건 '내 경우라면 어떨까?'라고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에 맞게 '변환'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 우위를 얻으려면 꼭 고전의 매력에 빠져보라고 합니다.

 

책에서 실질적인 해법을 얻어 행동으로 옮기려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렇게 읽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 경제경영서 독서법 책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

 

그의 독서법 중 일부 발언은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도 있었지만 이해가능한 범위입니다. 폭넓은 분야의 독서법을 주제로 한듯한 제목은 이 저자가 일본에서 유명한 경제경영서 서평가라는 걸 모르고 읽은 국내 독자라면 낚시성 제목으로 비칠 수도 있겠습니다. 경제경영서에 한정한 독서법 책이어서 누군가는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도이 에이지 저자가 이미 선수 쳤습니다! 악평 쓰지 말라고. 속았다면 왜 속았는지 비즈니스 사고로 생각해보라고 말이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수첩 -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신개념 다이어리
하라다 마리루 지음, 이미경 옮김 / 베가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기 관찰 노트 <철학수첩>.

'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철학의 테마입니다. 철학하는 행위를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다이어리 <철학수첩>으로 지금까지 몰랐던 나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붉은 양장 노트가 딱 취향 저격!
속지 위주의 일반 다이어리보다 읽을거리가 풍부합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합니다. 답은 내 안에 있고요. '문득'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경험해보라고 합니다. 일상의 고민들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고민거리가 인생을 빛내주는 양식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려줍니다. '문득'의 깨달음과 일상의 고민 '해석'은 내 가치관에 따라 좌우됩니다.

 

철학이란 타인의 가치관에 의문을 가지고 나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내 가치관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삶의 가치관을 정하라는 말은 익히 듣지만, 그 가치관이 정말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 할 수 있는 테스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들을 떠올려보라고 합니다. 각 터닝포인트마다 행복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눈에 선명하게 드러날 겁니다. 내가 소중히 여기고 있는 가치관이란 결국 무엇이 충족되어 행복도가 올라간 건지에 달려있었어요.

 

 

 

"일상의 고민도 사라지게 만드는 인생템 다이어리"

 

월간 계획에서는 철학 명언과 이번 달에 하고 싶은 일을 적는 공간이 있는데, 워라밸을 실천할 수 있는 다이어리네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있어요. 해야 하는 일만 가득한 다이어리보다는 이번 달에 해보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는 그 잠깐의 시간이 무척 중요한 것 같습니다. 

 

 

 

주간 계획은 일주일치가 세로로 길게 칸이 나누어져 하루 계획도 시간대별, 혹은 To do를 채워 넣기 좋을 것 같아요. 매주 소개되는 철학 명언으로 내 사고의 키를 높일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고요.

 

 

 

매월 사이사이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성격 유형 진단 테스트로 나를 더 파헤쳐 보기도 합니다. 뜬금없이 성격 테스트? 싶겠지만 이 테스트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것을 충족시켜 줌으로써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동기'를 알아내는 테스트입니다. 동기에는 아홉 개 유형이 있는데, 자신의 다양한 행동 뒤에 숨은 것을 끄집어내더라고요. 나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생각할 수 있는 테스트입니다. 성격 외에도 일, 연애, 속마음, 대인관계에서의 고민들을 살펴보는 테스트와 조언이 가득합니다.

 

매월 시작할 땐 철학 미션이 있어요. 1월 철학 미션은 매일의 기쁨을 키워나가는 미션에 도전해 인생에 대한 사명감을 일깨우고, 2월 철학 미션은 불행과 불만을 기쁨으로 바꾸는 미션을, 3월 철학 미션은 나에게 있어 안정감을 느끼는 라이프스타일의 밸런스라는 미션을. 이렇게 매월 철학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조금은 성장해있지 않을까요.

 

 

 

 

나 자신과 마주해보는 시간 <철학수첩>.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다이어리를 완성해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쉬왕의 딸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늪의 제왕, 마쉬왕이라 불린 아버지. 그는 열네 살 소녀를 납치해 14년 동안 감금한 남자입니다. 납치범에게 붙잡혀 있다 빠져나왔을 때 열네 살 소녀는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납치범을 꼭 닮은 열두 살 딸 헬레나와 함께였습니다.

 

 

 

안데르센 동화 《마쉬왕의 딸》을 모티프로 한 소설입니다. 이집트 공주와 마쉬왕이라 부르는 괴물 사이에서 태어난 헬가의 이야기. 짧은 동화 한 편을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로 멋지게 탄생시킨 소설 <마쉬왕의 딸>은 늪지대에서 탈출한 후 성인이 된 딸 헬레나의 시선으로 진행합니다.

 

 

 

남편과 어린 딸 둘을 두고 가정을 이룬 헬레나. 지난 15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의 탈옥 소식으로 평화는 깨집니다. 그동안 남편에게도 밝히지 못했던 나, 헬레나의 과거. 이 일로 남편 스티븐은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집으로 떠나게 되자 '나'는 이 상황을 고칠 방법, 가족을 돌려받을 방법은 직접 아버지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늪지대를 빠져나올 수 있는 자, 아버지. 아버지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던 꼬마 소녀와 현재의 내 모습이 얽혀 두려움과 함께 미묘한 감정을 가집니다.

 

나름대로 자신을 12년 동안 돌봐 주었던 아버지에 대한 '나'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애증의 관계입니다. 어머니를 납치하고 감금했던 아버지이지만 나는 어린 시절 그 모든 것을 아버지로부터 배웠습니다. 반면 아버지를 닮은 나에게 정을 주지 않았던 어머니. 부모님의 관계를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당시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기에 그저 어머니보다는 아버지를 더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나의 관심사를 갖고 놀면서 아주 교묘하고도 철저하게 엄마에게 등돌리도록 만들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어렸을 때 배운 흔적을 추적하는 방법을 이제 아버지에게 겨냥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늪을 다스리는 왕, 마쉬왕. 아버지는 딸이 자신을 추격하리라는 것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도주 과정에서 네 명을 죽인 아버지.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자신을 배신한 헬레나의 대용품으로 삼을 헬레나의 딸들입니다.

 

 

 

아버지와 딸의 추격 장면과 함께 늪지대 오두막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회상을 오가는 구성은 지금 헬레나의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끔찍한 짓을 저지른 아버지는 나에게 그저 순수한 '아빠'였습니다. 하지만 늪지대를 탈출한 건 헬레나의 의지였습니다. 무슨 일로 어린 헬레나에게 사랑이 애증으로 변하게 되는 심경 변화가 생긴 건지 과거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합니다.

 

유괴되어 억류 생활을 했던 여성들의 심리적 상태는 어머니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됩니다. 그것은 스톡홀름 증후군과는 다릅니다. 머릿속 어딘가가 부서져 버리고 자율성을 빼앗긴 사람처럼 의지력이 망가져 도망치지 못하는, 학습된 무기력 상태입니다.

 

늪을 떠날 땐 새로운 삶을 꾸려갈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유괴범이자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낙인은 바깥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아이를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엠마 도노휴 소설 《룸》과 닮은 소재여서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마쉬왕의 딸>도 만족할 겁니다. 성인이 된 딸 헬레나의 시선에서 지독히도 나르시시즘을 안고 있었던 아버지와 내면이 모두 무너져버린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섬세하게 잘 표현합니다.

 

야생 그 자체를 살아온 헬레나가 사회에 스며드는 과정,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한 심경 변화를 묵직하게 다루면서도 아버지와 딸의 치열한 머리싸움은 긴장감을 제대로 선사합니다. 무기력한 피해자 여성의 모습을 뛰어넘어 사이코패스 아버지를 사냥하는 여성 영웅적 면모를 보인 <마쉬왕의 딸>. 그저 욱하는 마음으로 치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심리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헬레나, 무척 매력적입니다.

 

"내가 존재하게 된 이유가 아버지라면,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바로 어머니다." - 책 속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전 프로파간다 - 안전신화의 불편한 진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0
혼마 류 지음, 박제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전은 절대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 만일 사고가 나더라도 절대 방사능 유출은 일어나지 않는다.'
국민을 원전 추진 쪽으로 선동하기 위한 안전 신화의 유포,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이권으로 맺어진 산관학의 특정 관계자를 일컫는 원자력 무라들을 행태를 파헤친 <원전 프로파간다>.

 

이와나미 시리즈는 이번에도 엄지 척! 일본 광고사와 프로파간다의 역사까지 핵심을 명료하게 정리한 방식으로 원전 프로파간다에 대한 교양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책입니다.

 

 

 

청정에너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강조하며 안전신화로 포장된 원전 예찬 광고와 어용 기사들. 원자력 마피아인 일본 원자력 무라의 효과적인 원전 프로파간다를 보니 입이 쩍 벌어집니다.

 

생활 구석구석에 침투하는 광고를 이용한 원자력 무라는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 덴쓰를 주축으로 일본 아홉 개 전력회사, 전기사업연합회, 원자력 무라의 대리인이 된 언론사들을 일컫습니다. 원자력 무라가 약 40년간 쓴 광고비는 2조 4,000억 엔. 도요타나 소니 같은 글로벌 기업도 쓰는 데 50년 가까이 걸리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원자력 무라가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광고업계의 특수성이 반영된데 있습니다. 거대한 광고비 투입과 정보 감시를 통해 언론을 제압할 수 있었던 일본. 지역 독점 기업체인 전력회사는 사실 거액의 광고비가 필요 없음에도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부었습니다. 그런데 원자력 무라가 쓴 대규모 광고비는 바로 전기 요금이라는 것.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도 그들이 납부한 전기 요금이 원자력발전 광고에 쓰인 거죠.

 

 

 

1950년대 원전 추진을 국책으로 정한 후 원전을 용인하는 여론 형성을 목표로 한 정부. 원전은 안전하고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의식 침투가 필요했습니다. 원전 건설이 시작된 1960년대 후반부터 2011년 3.11까지 프로파간다를 추진했습니다.

 

석유 위기에 대한 경종, 원전의 경제적 은혜를 강조하며 지진대국 일본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원전 프로파간다가 시작됩니다.

 

문제는 국민 대부분이 프로파간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 원전 프로파간다가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속고 있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도록 마인드컨트롤하는 것이 프로파간다의 목적이니까요. 애초에 프로파간다는 선전 및 홍보 전략을 뜻합니다. 대중의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을 의미하는 건 일반 광고와 다를 게 없지만, 프로파간다는 정치적 의도를 동반하는 상황에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80년대는 전국 각지에서 원전 건설과 가동이 개시된 시기입니다. 70년대 광고엔 전문가의 설명에 중점 뒀다면 80년대는 친근함을 주는 수법을 사용합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에도 원전에 대한 통렬한 비판 기사는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정확한 정보를 따진 한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장의 목까지 날아갔고 보도제작부 해체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지식인, 연예인을 포섭한 광고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90년대. 광고 대상, 빈도, 시기, 내용, 수법에 관한 지침은 싫어도 머릿속에 남게 되게끔 전략 세웠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혼마 류 저자는 프로파간다의 정수로 정부의 주최로 개최된 '원자력의 날 포스터 콩쿠르'를 손꼽습니다. 일본 전국 초등학생,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회입니다.

 

 

 

전략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협찬하며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나가지 않도록 감시한 원자력 무라. 2000년대 주요 키워드는 친환경 청정에너지입니다. 하지만 원자력은 발전시에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을 뿐, 원전 건설과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 등 발전하면 할수록 자연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2011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증거인멸에 박차를 가한 무라 단체들. 홈페이지에 과거 광고를 모두 삭제합니다.

 

 

 

여전히 1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피난해 있지만 원전 프로파간다는 부활하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아베 내각은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펼쳤고, 각 지역 전력회사는 새로운 원전 프로파간다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고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여전히 세금을 통한 자금의 윤택함을 과시하고 있는 거죠. 원전이 중지된 탓에 경제 악화 우려 논리를 펴며 이제는 과거의 안전신화에서 안심신화로 변경했습니다.

 

 


원전 프로파간다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언론 방송과 기사는 비판적으로 봐야 하고, 프로파간다 언론에 속하지 않는 독립 언론의 정보에 귀를 기울이며 지지하고, 원자력 무라가 스폰서하고 있는 광고를 게재하는 언론에 항의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프로파간다를 막는 소중한 첫걸음이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원전 프로파간다 구조와 역사를 기업 실명을 거론하며 원자력 안전신화 속에 숨은 프로파간다를 속속들이 파헤친 <원전 프로파간다>. 세뇌 당할 것인가, 각성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네 프랑크와 마로니에 나무 - 그리고 안네의 성장 이야기, <안네의 일기>
제프 고츠펠드 지음, 피터 매카티 그림, 신여명 옮김 / 두레아이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몽환적인 느낌의 펜화가 아름다워 애정하는 피터 매카티 그림이어서 반가웠던 그림책입니다.
마로니에 나무의 시선에서 안네 프랑크 이야기를 들려주는 <안네 프랑크와 마로니에 나무>. 전반부 30여 페이지는 일반 그림책 분위기이고, 이어서 안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글로 구성된 책이에요. 초등학생이 볼만한 그림책으로도 좋습니다.

 

 

 

아버지의 공장을 드나들며 언제나 생기 넘치던 아이 안네 프랑크.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들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어느 날 공장 뒤쪽 별관에 있는 안네를 발견합니다. 안네는 다락방에서 커튼 틈새로 밖을 내다보곤 했습니다.

 

안네의 가족과 또 다른 가족, 그리고 한 남자. 여덟 명이 머물던 그곳은 나치를 피해 숨어든 유대인의 은신처입니다. 때때로 남자아이와 함께 마로니에 나무를 바라보던 안네.

 

 

네 번의 겨울을 보내고 늦여름 어느 날, 안네는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떠난 방은 안네의 일기와 글을 쓴 종이들만 흩날려져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며 그들을 도와준 한 여자가 안네의 일기와 종이들을 모아둡니다.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돌아온 사람은 안네의 아버지뿐.
한 세기가 끝날 무렵 마로니에 나무도 이제 삶을 충분히 누리고 죽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2010년에 나무도 안네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안네 프랑크 (Anne Frank, 1929~45).

독일 나치가 네덜란드를 점령한 동안 1944년 8월 4일 체포되기 전까지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 뒤 별관에 숨어지낸 안네. 수용소에 끌려간 안네는 영국군이 수용소를 해방하기 고작 3주 전 티푸스로 숨집니다.

 

직원이 잘 보관한 안네의 일기는 홀로 살아돌아온 아버지에 의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됩니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안네의 일기. 이 일기 속에서 마로니에 나무는 세 번 언급됩니다.

 

 

 

그동안 『안네의 일기』는 나치에 대한 저항 문학이자 사춘기 소녀의 고백으로 한정해 오히려 안네의 일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는군요. 여느 고전 문학 작품처럼 유명세에 비해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 사실 별로 없기도 합니다. <안네 프랑크와 마로니에 나무>는 『안네의 일기』에 담긴 의미를 짚어줍니다. 한 소녀가 전쟁 기간 숨어 지내며 치열한 내면의 전투 상황을 보여주는 일기라고 말이죠.

 

내밀한 관찰,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적은 『안네의 일기』. 은신처 사람들과 빚어진 갈등, 여성으로서 자기 정체성에 눈뜨며 성장하는 과정이 오롯이 담긴 일기입니다. 홀로코스트가 심하게 벌어졌던 네덜란드에서 나치의 유대인 탄압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일기장 덕분에 2년 넘는 은신처 생활을 참아낼 수 있었던 안네 프랑크. 함께 머물던 다른 가족의 아들인 페터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페터와 함께 마로니에 나무가 서 있는 뒤뜰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 장면은 안네의 일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합니다.

 

안네 프랑크가 바라보던 마로니에 나무는 수명을 다하고 말았지만, 안네 프랑크 사업단은 관용과 평화의 상징이 된 마로니에 나무 씨앗을 배양해 묘목으로 길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기증한 묘목들은 지금도 자라고 있습니다.

 

 

 

<안네 프랑크와 마로니에 나무>는 인물에 초점 맞춘 책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어린이책입니다. 전쟁의 비극이라는 묵직한 슬픔과 생명의 소중함을 보여준 마로니에 나무 묘목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게 합니다. 갈색 펜화는 어떨 땐 몽환적인 부드러운 분위기를, 어떨 땐 갑갑하게 죄어오는 날카로운 느낌을 담아냈습니다.

 

"아득히 멀리 이어진 지붕의 물결,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너무나 짙은 파란색이라 어디까지가 강이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야. 그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동안은, 그리고 살아서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동안은, 이 햇빛, 맑은 하늘, 이것들이 있는 한은 나는 결코 불행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 책 속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