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프랑크와 마로니에 나무 - 그리고 안네의 성장 이야기, <안네의 일기>
제프 고츠펠드 지음, 피터 매카티 그림, 신여명 옮김 / 두레아이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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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느낌의 펜화가 아름다워 애정하는 피터 매카티 그림이어서 반가웠던 그림책입니다.
마로니에 나무의 시선에서 안네 프랑크 이야기를 들려주는 <안네 프랑크와 마로니에 나무>. 전반부 30여 페이지는 일반 그림책 분위기이고, 이어서 안네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글로 구성된 책이에요. 초등학생이 볼만한 그림책으로도 좋습니다.

 

 

 

아버지의 공장을 드나들며 언제나 생기 넘치던 아이 안네 프랑크.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들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어느 날 공장 뒤쪽 별관에 있는 안네를 발견합니다. 안네는 다락방에서 커튼 틈새로 밖을 내다보곤 했습니다.

 

안네의 가족과 또 다른 가족, 그리고 한 남자. 여덟 명이 머물던 그곳은 나치를 피해 숨어든 유대인의 은신처입니다. 때때로 남자아이와 함께 마로니에 나무를 바라보던 안네.

 

 

네 번의 겨울을 보내고 늦여름 어느 날, 안네는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떠난 방은 안네의 일기와 글을 쓴 종이들만 흩날려져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며 그들을 도와준 한 여자가 안네의 일기와 종이들을 모아둡니다.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돌아온 사람은 안네의 아버지뿐.
한 세기가 끝날 무렵 마로니에 나무도 이제 삶을 충분히 누리고 죽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2010년에 나무도 안네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안네 프랑크 (Anne Frank, 1929~45).

독일 나치가 네덜란드를 점령한 동안 1944년 8월 4일 체포되기 전까지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 뒤 별관에 숨어지낸 안네. 수용소에 끌려간 안네는 영국군이 수용소를 해방하기 고작 3주 전 티푸스로 숨집니다.

 

직원이 잘 보관한 안네의 일기는 홀로 살아돌아온 아버지에 의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됩니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안네의 일기. 이 일기 속에서 마로니에 나무는 세 번 언급됩니다.

 

 

 

그동안 『안네의 일기』는 나치에 대한 저항 문학이자 사춘기 소녀의 고백으로 한정해 오히려 안네의 일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는군요. 여느 고전 문학 작품처럼 유명세에 비해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 사실 별로 없기도 합니다. <안네 프랑크와 마로니에 나무>는 『안네의 일기』에 담긴 의미를 짚어줍니다. 한 소녀가 전쟁 기간 숨어 지내며 치열한 내면의 전투 상황을 보여주는 일기라고 말이죠.

 

내밀한 관찰,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적은 『안네의 일기』. 은신처 사람들과 빚어진 갈등, 여성으로서 자기 정체성에 눈뜨며 성장하는 과정이 오롯이 담긴 일기입니다. 홀로코스트가 심하게 벌어졌던 네덜란드에서 나치의 유대인 탄압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일기장 덕분에 2년 넘는 은신처 생활을 참아낼 수 있었던 안네 프랑크. 함께 머물던 다른 가족의 아들인 페터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페터와 함께 마로니에 나무가 서 있는 뒤뜰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 장면은 안네의 일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합니다.

 

안네 프랑크가 바라보던 마로니에 나무는 수명을 다하고 말았지만, 안네 프랑크 사업단은 관용과 평화의 상징이 된 마로니에 나무 씨앗을 배양해 묘목으로 길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기증한 묘목들은 지금도 자라고 있습니다.

 

 

 

<안네 프랑크와 마로니에 나무>는 인물에 초점 맞춘 책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어린이책입니다. 전쟁의 비극이라는 묵직한 슬픔과 생명의 소중함을 보여준 마로니에 나무 묘목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게 합니다. 갈색 펜화는 어떨 땐 몽환적인 부드러운 분위기를, 어떨 땐 갑갑하게 죄어오는 날카로운 느낌을 담아냈습니다.

 

"아득히 멀리 이어진 지붕의 물결,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너무나 짙은 파란색이라 어디까지가 강이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야. 그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동안은, 그리고 살아서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동안은, 이 햇빛, 맑은 하늘, 이것들이 있는 한은 나는 결코 불행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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